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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KIA : LG - 치리노스의 포크볼에 추풍낙엽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5. 4. 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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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올 시즌 KIA의 전형적인 패배 공식을 그대로 밟았습니다. 2사 이후에 볼질, 그리고 수비 실수로 인한 추가 실점을 말이죠. 그나마 개막 첫 주에는 타격이라도 괜찮았는데 이번 주에는 타자들 타격감도 별로입니다. 그러면 져야죠.

 

 

상대 투수가 잘 던질 때 이기는 법

 

오늘 치리노스는 포크볼이 정말 좋은 위치에서 떨어졌습니다. 소위 말해 포크볼이 긁히는 날이더군요. 게다가 KIA 타자들은 첫 상대이니 치리노스 포크볼의 히팅 포인트를 찾는 과정이 정말 험난했을 겁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기록이, 오늘 치리노스가 던진 포크볼의 컨택률입니다. 오늘 KIA 타자들은 치리노스가 던진 포크볼 컨택률이 54.2%에 불과했습니다. 그냥 간신히 방망이를 따라가는 수준이었죠. 게다가 간간히 던진 슬라이더의 컨택률도 28.6%에 불과했어요. 치리노스의 빠른 공에만 대비를 했지, 슬라이더와 포크볼에는 전혀 대비가 안 된 모습입니다.

 

이런 경기를 잡기 위해서는 지난 번 후라도를 상대한 네일이 그랬던 것처럼, 상대 타선을 우리팀 투수가 압도하면 됩니다. 하지만 올러는 오늘 제구력 난조를 보이면서 패배를 안게 되었죠. 

 

2회에 승부가 사실상 갈렸는데, 이 과정에서 '사사구'와 '에러'가 발생합니다. 상대가 잘 했다기보단 우리가 못 해서 내준 3점이라는 뜻이죠.

 

 

2아웃 잘 잡고(유독 올 시즌에 2아웃 이후에 볼질 이후 실점이 많은 느낌), 박동원의 땅볼 타구는 유격수 땅볼이라고 봤는데, 박동원이 잘 잡아당기는 타자이다보니 유격수 위치가 너무 3루 쪽으로 치우친 바람에 안타가 된 것부터 운이 없었는데, 공격력이 강하지 않은 구본혁에게 사구, 박해민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만루에서 홍창기를 상대해야 했으니까요.

 

심지어 홍창기 상대로도 3볼 1스트라이크에 몰렸죠. 여기서 배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밖에 없습니다. '존에 우겨 넣는 빠른 공' 이 상황이면 그 누구라도 빠른 공을 예상하고 방망이를 돌리고, 홍창기가 가장 잘 보내는 궤적으로 우익수 앞에 라인드라이브를 날렸죠.

 

 

문제는 이우성의 후속 수비입니다. 홍창기의 타구를 더듬는 바람에 1루 주자 박해민 마저 득점을 허용했고, 이 과정에서 유격수로 가는 송구도 정말 처참하더군요. 

 

어제도 언급했는데, KIA의 수비력은 개선이 어렵습니다. 그냥 작년처럼 압도적인 공격력과 불펜진의 물량으로 이겨내야 하는데, 수비는 슬럼프가 없지만, 타격은 슬럼프가 있죠. 타격에서 슬럼프가 오니, 그냥 야구 못 하는 팀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야구에 만약은 없었다지만, 2회에 올러의 볼질이 없었다면(이우성의 실책은 스코어를 보면 별 영향은 없었...) 치리노스와 팽팽한 투수전이 가능했을텐데 2회에 볼넷 + 실책 콤보로 자멸하면서 이 모든 게 망가졌죠.

 

4회 추가 실점도 볼넷이 문제였어요. 김현수에게 안타를 허용한 것까지는 그러려니 하는데, 박동원에게 볼넷으로 무사 1, 2루 허용. 구본혁의 번트 이후, 타격이 약한 박해민에게 또 볼넷 허용. 2할 치는 9번 타자한테 두 번이나 볼넷을 준 게 올러가 오늘 망한 이유라고 할 수 있죠.

 

 

올러의 문제는 볼넷일 뿐, 세부 스탯은 훌륭

 

올러는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도 볼넷이 많은 편이긴 합니다. 작년 마이애미에서 8경기 선발로 뛰었는데 9이닝 당 볼넷 허용이 4.7개로 많았어요. 작년 AAA에서도 9이닝 당 4.3개의 볼넷, 그리고 재작년 AAA에서는 114.1이닝 동안 4.1개의 BB/9 수치를 보였습니다. 2이닝 당 1개 꼴이니 많은 편이죠.

 

아담 올러의 미국 기록

 

KBO에서도 첫 경기 키움전에는 6이닝 동안 무사사구였지만, 두 번째 한화 경기에서는 5이닝 4사사구, 그리고 오늘 LG와의 경기에서도 6이닝 4사사구로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사사구 허용이 많은 것 빼고 세부 스탯은 좋습니다. 일단 피안타율이 .213에 불과하고, 포심의 평균구속이 150.1km/h. 포심 피OPS .660. 결정구인 슬러브의 피OPS는 .378에 불과하고 슬러브의 컨택률이 56%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슬러브가 정말 말을 안 듣더군요. 그래서인지 어려운 경기를 한 게 아닐까 싶어요. 네일은 투심이 잘 안 통하면 스위퍼를 존에 넣으면서 카운트 싸움이 됐는데 올러의 오늘 슬러브는 카운트 싸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경기 비록 4실점은 했지만, 그래도 높게 평가해야 할 부분은 2회에 대량 실점. 4회에도 제구가 흔들리며 추가 실점을 했지만, 5회에 LG 중심타선을 상대로 삼진 1개를 포함해 3자 범퇴로 깔끔하게 이닝을 끝냈고 6회에도 김현수, 박동원, 구본혁을 상대로 깔끔하게 3구 삼진 하나 포함 이닝을 마무리 했습니다. 적어도 선발투수로서 이닝 소화 능력은 있다는 걸 보여줬죠.

 

현재까지 3경기에서 피OPS가 .624에 불과한대 지난해 이보다 낮은 기록은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하는 카일 하트(피OPS .578)가 유일합니다. 평균자책점이 높고 볼넷 허용이 많은 게 현재까지 올러의 유일한 흠이지, 아직은 잘못 뽑은 선수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생각해도 평속 150km/h을 던질 줄 알고, 슬러브라는 리그를 초월하는 결정구가 있는 투수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3경기 스탯에 불과해서 갈수록 나빠질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 삼성의 코너 시볼드(전문가들은 코너를 최고 외국인 투수로 예상했었죠)처럼 리그 적응하면 그 이후에 더 좋은 피칭을 할 수도 있죠. (참고로 코너의 피OPS는 리그 3위였습니다.)

 

 

라인업의 문제

 

이건 KIA팬들의 단골 주제다 보니 제가 딱히 한 스푼 더 얹을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팬들의 시각보다 현장의 시각을 존중합니다. 이범호 감독이 보기에 최원준은 몸이 늦게 풀려서 1번 타자 타입이 아니고, 박찬호는 선두타자일 때 흥(?)이 생겨서 더 잘한다고 하는데- 현장의 시각을 존중해야죠.

 

 

그리고 실제로 지난해 박찬호는 1번 타자에서 타율 .296, 출루율 .347, OPS .725를 기록하며 1번에서 성적이 9번에서의 성적(OPS .686)보다 미세하게 나았습니다. 다만, .347의 출루율이 냉정히 톱타자로서 좋은 출루율은 아니죠.

 

그래도 굳이 제가 박찬호를 두둔하자면 작년 후반기 박찬호의 출루율은 .392였다는 점입니다. 243타석에서 나온 기록이니 결코 스몰 샘플은 아니라고 보고, 작년 후반기 박찬호의 출루율이 '우연'이었는 지 아니면 성장을 했는 지는 올해 성적으로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최원준은 실제로 톱타자일 때 성적이 가장 나쁩니다. 물론, 18타석에 불과하지만 15타수 1안타에 불과해요. 다만, 최원준이 작년에 2번 타자에서는 OPS .810을 기록했습니다. 1번으로 내세우는 게 별로라면 2번 타자로 기용은 기록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죠.

 

그럼에도 이범호 감독의 야구관은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위즈덤을 2번으로 잘 내세우더니, 최근 2연전에서는 왜 5번으로 내세웠는 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야구 트렌드는 2번 타선에 가장 강한 타자를 넣는 겁니다. 출루 잘 하고, 장타도 잘 치는 타자를요.

 

이우성이 2번으로 몇 번 기용이 됐는데 이우성의 통산 출루율은 .338에 불과하며, 주전으로 발 돋움한 2022년 시즌 이후에도 가장 높은 출루율이 .363에 그쳤습니다. 나쁘지 않은 출루율이긴 하나, 최원준의 작년 출루율이 .371, 김선빈 .380. 올 시즌 위즈덤이 .412를 기록하고 있는 와중에 이우성 2번은 뭔가 싶죠. 그냥 이우성은 6-7번에서 큰 스윙을 하게끔 하는 게 선수에게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김도영과 김선빈이 빠지면서 타선의 짜임새도 많이 망가진 상황인데 김도영과 김선빈이 복귀하면 아래 라인업으로 돌려 봤으면 합니다.

 

  • 1번 - 박찬호 (작년 후반기에 눈 떴다는 가정 하에)
  • 2번 - 위즈덤
  • 3번 - 김도영 
  • 4번 - 나성범 
  • 5번 - 최형우
  • 6번 - 김선빈
  • 7번 - 이우성/이창진
  • 8번 - 김태군/한준수
  • 9번 - 최원준/이창진

 

물론, 실력으로 따지면 아래와 같이 짜는 게 맞습니다.

 

  • 1번 - 김도영
  • 2번 - 위즈덤
  • 3번 - 나성범
  • 4번 - 최형우
  • 5번 - 김선빈
  • 6번 - 이우성/이창진
  • 7번 - 최원준/이창진
  • 8번 - 김태군/한준수
  • 9번 - 박찬호

 

KIA 타선의 가장 큰 강점은 주전 모두(김태군 빼고)가 WRC+ 100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타격을 할 줄 안다는 점이라서 라인업을 어떻게 짜든 작년에는 일정 이상의 득점력을 뽑아 줬는데 타격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잘 치는 타자들을 붙여서 기용할 필요가 있죠. 

 

어찌됐든 이범호 감독의 라인업이 조금 더 유연해졌으면 합니다. 만. 그럴 리 없겠죠.

 


선수 단평

 

  • 박찬호 - 잘 친 건 야수 정면이고 빗맞은 게 안타네. 그래도 돌아오니 내야 수비는 더 견고해진 느낌이다.
  • 이우성 - 오늘 경기 공수에서 최악의 모습
  • 나성범 - 1개의 장타, 한 번의 볼넷으로 체면 치레
  • 최형우 - 최형우 답지 않게 1경기 3삼진
  • 위즈덤 -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었음
  • 변우혁 - 포크볼에 방망이가 계속 춤췄는데 기어코 포크볼 컨택하는 거 보면 확실히 성장하긴 했다.
  • 김규성 - 그래, 내려갈 때가 됐지.
  • 김태군 - 노히트 깨줘서 고맙지만. 피칭 디자인은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임
  • 한준수 - 수비가 안 되니 공격도 안 되네
  • 박정우 - 발 빠른 좌타자가 밀어 치는 게 말이 되니?
  • 최원준 - 좋은 타구는 날렸지만...
  • 최지민 - 잠실 그라운드 너무 딱딱해요. 실점은 운이 없었음.
  • 곽도규 - LG 만나서 기분이 좋아짐? (작년 LG 상대 7.2이닝 1실점)

 

사진 출처 - http://tig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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