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요인
사실, 오늘 야구를 진득하니 보지 못 했습니다. 야구는 '따위'로 만드는 큰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이벤트가 제 개인적으로는 매우 흡족한 결과로 이어져서 오늘의 패배가 그렇게 뼈아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뭐, 질 수도 있죠. KIA가 승리를 지키지 못 했다는 사실보다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지켜졌다는 데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은 하루입니다.
정치적 발언은 여기까지 하고. 오늘 경기는 술집에서 삼겹살을 굽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제대로 보지는 못 했지만, 1회말에 최원준이 문보경의 잘 맞은 타구를 제대로 잡지 못 하고 뒤로 흘리는 장면, 그리고 집에 와서 황동하가 볼질을 하면서 자멸하는 장면만 기억에 남습니다.
KIA는 수비는 못 하는 팀이다.
지난해 KIA는 10개 구단에서 가장 많은 실책을 저질렀습니다. 146개로 압도적인 1위고, 2위 롯데(123개)보다도 23개가 더 많습니다.
물론, 수비 실력을 '실책'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냉정히 살펴봐도 전 KIA 전 포지션 중에서 수비력이 리그 평균 이상인 포지션은 '유격수' 말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유격수마저도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대신(특히,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에 애매하게 뜬 공은 MLB급으로 잘 잡음) 실책이 많은 편이지요. 하지만 박찬호야말로 '에러'로 평가할 수 없는 유격수이긴 하죠. 괜히 KBO에서 수비상을 준 게 아닙니다.
자, 그러면 포지션별로 살펴 봅시다. 김태군은 안정적인 블로킹을 보여주나 도루 저지율이 떨어지고, 타격이 너무 약해서 한준수와 수비 이닝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한준수는 공격력은 뛰어나나, 수비력이 함량 미달입니다. 특히, 블로킹을 너무 못 합니다. 오늘도 양현종의 평범한 변화구를 제대로 블로킹 하지 못 하면서 2루 주자를 3루로 보내줬고, 이게 문보경의 희생타가 됐죠.
1루수는 작년까지 주전이 없었습니다. 이우성이 가장 많이 뛰었는데 외야수만 줄곧 보던 선수라서 바운드 송구에 굉장히 취약했죠. 서건창은 말 하기도 싫습니다. 그나마 올해 위즈덤이 1루수에서 좋은 수비를 보여줘서 개선이 되긴 했습니다.
2루수 김선빈은 리그 최고의 컨택 히터이지만, 리그 최악의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2루수입니다. 솔직히, 김선빈의 2루수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3루수 김도영은 하드웨어는 뛰어난 선수이지만, 아마 때 주로 유격수로 뛰어서 그런지 3루수로서의 소프트웨어가 탑재가 안 되어 있고, 그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0개가 넘은 실책은 경험 부족에서 나온 결과이지요.
그나마 내야수는 정면 타구는 잘 잡는 김선빈, 수비 범위는 넓은 김도영과 박찬호라도 있지만, 외야수 수비력이 정말 처참한 수준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수비력으로 많이 까였는데 좌익수 수비가 문제였지 중견수 수비는 곧잘 했습니다. 그래서 전 소크라테스가 수비가 약하다는 표현은 반만 동의합니다.
좌익수는 이우성과 이창진이 주로 맡고 있는데 둘 다 수비가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창진 원래 포지션은 3루수고, 이우성은 어깨가 약하죠.
문제는 중견수와 우익수 수비죠. 중견수 최원준은 그냥 운동능력으로 수비를 하는 선수입니다. 오늘 문보경의 타구를 미스한 게 대표적인 장면이죠. 미리 가서 공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냥 공을 쫓아 가는 게 전부입니다.
우익수 나성범은 '주자 억제 능력' 원 툴입니다. 햄스트링 부상 이후로 전력 질주를 꺼리는 게 보이고, 그 때문에 수비 범위가 굉장히 좁습니다. 솔직히, 최형우가 은퇴하면 나성범은 지명타자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유격수 말고는 수비에서 리그 평균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포지션이 없죠. 그럼에도 지난해 압도적으로 우승한 이유는 '압도적인 공격력'과 에러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기 공을 던진 선발/불펜진. 여기에 좌타가 많은 삼성과 LG를 잡아 낸 왼손 불펜투수들의 활약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KIA의 수비력이 개선될 수 있을까요? 그나마 내야수는 유망주를 많이 모았지만, 공수 균형이 뛰어난 유망주는 안 보이고, 외야수는 좋은 수비력을 갖춘 선수 자체가 안 보입니다. 박재현에게 기대를 많이 하지만, 작년까지 고등학교 3학년이었고 박재현도 외야수로 전향한 지 1년 밖에 안 됐습니다. 김호령이라는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외야수가 있지만, 신이 김호령에게는 아마추어 선수틱한 타격 재능을 줬죠.
결국, 약한 수비력은 개선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냥 작년처럼 약한 수비력을 상쇄하는 공격력과 투수력으로 승부를 봐야 할 것 같은데, 시즌 초반에 김도영, 박찬호, 김선빈이 이탈하면서 공격력에서 날카로움을 잃었고, 투수들은 계속 볼질을 해대면서 자멸하고 있죠.
불펜투수들, 왜 자꾸 볼넷을 내줄까
10경기를 치른 현재 KIA 불펜투수의 ERA는 7.78로 리그 9위 입니다.(10위는 NC) KIA 불펜진의 높은 ERA의 이유는 '볼넷'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37이닝 동안 볼넷을 무려 28개나 내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리그 최악의 기록이고, 피출루율이 .438나 됩니다.
오늘도 비교적 팽팽하던 경기가 망가진 건 황동하의 볼질 때문이었죠. 볼넷만 연속 3개를 주면서 무사 만루를 만들어 놓고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이준영이 올라와서 문보경을 상대로 빗맞은 땅볼을 유도했는데 그게 하필 바운드가 크게 튀면서 2루타가 됐고, 김현수를 상대로도 빗맞은 뜬공을 유도했는데 전진 수비를 하는 통에 좌익수와 유격수가 잡을 수 없었습니다.
운이 없었다고요?
황동하가 볼질만 안 했으면 문보경의 타구는 주자가 없었기에 1루수가 뒤에서 수비해서 평범한 1루 땅볼로 잡았을 것이고, 김현수의 타구는 유격수가 정상 수비 위치였으면 엉덩이 긁으면서 뛰어가도 잡을 수 있었던 평범한 타구였습니다. 황동하가 볼넷 3개 연속 준 것이 이준영에게는 억울한 2루타와 안타가 된 거죠.
반면, 상대였던 LG는 올해 현재까지 실책이 단 2개입니다. LG의 가장 큰 장점은 센터라인의 수비죠. 2루수 신민재와 유격수 오지환의 키스톤 콤비는 넓은 수비 범위로 그물망 내야를 구축했고, 중견수 박해민이 넓은 잠실 그라운드를 휘젓고 있죠. 나성범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잡은 신민재의 수비, 그리고 변우혁의 잘 맞은 타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 낸 박해민의 수비.
그 자리에 서건창이 있었다면, 그 자리에 최원준이 있었다면, 잡을 수 있었을까요? 전, 양팀의 승패를 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수비와 그리고 '볼질' 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도 이야기했지만 수비력은 개선의 여지가 없습니다. 박찬호가 돌아와야 유격수 수비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고(다만, 생각보다 김규성이 박찬호의 빈 자리를 잘 매워주고 있긴 합니다.)... 어, 이게 끝입니다. 누가 온다고 수비력이 달라지지 않아요. 수비가 좋은 외야수를 키워야 하고, 공수 균형을 갖춘 내야수 유망주를 만들어 내야죠. 이게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리고 한준수는 홈런 칠 스윙 연구할 시간에 블로킹 연습이나 많이 했으면 좋겠네요.
선수 단평은, 오늘 야구를 제대로 보지 않아서 생략... 글이 늦어진 이유도 하이라이트 보고 글을 적으려고 해서 그렇습니다. 오늘, 무슨 날인가?(아, 무슨 날이긴 하지) 하이라이트가 되게 늦게 올라왔네요.
* 사진 출처 - https://tig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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