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올러가 사구 2개로 고생하긴 했으나, 투수진이 한화 타선을 9이닝 동안 6피안타로 막았고, 위즈덤이 류현진에게 끌려 가던 6회에 결정적인 동점 솔로 홈런을 날렸고, 변우혁이 중요한 상황마다 안타를 쳐주면서 경기를 힘들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조상우가 최지민이 흔들린 와중에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첫 밥값을 했고요. 여기에 7회 주자 일소 2루타가 될 수 있었던 타구를 호수비로 건져 낸 박재현의 수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위즈덤, 터지면 규격 외의 타자가 될 것
위즈덤의 칭찬은 더 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이번 3연전에서 가장 돋보인 KIA 타자였죠. 나쁜 볼은 모조리 고르고, 몸쪽으로 들어 오는 공들은 모두 좌측 담장을... 아니, 좌측 경기장 밖으로 타구를 훌쩍 넘겨 버립니다. 위즈덤을 보면 왜 이 선수가 MLB에서도 최상위권 타구 속도를 보였는지, 그리고 왜 3년 연속 MLB에서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는 지 알게 됩니다.
시범경기와 개막 시리즈에서 배럴 타구가 안 나온 부분을 걱정했는데 배럴 타구가 일단 나오면 무조건 장타 네요. 이번 3연전의 대활약으로 리그 OPS 3위, 홈런 공동 1위, 볼넷 공동 1위를 기록 중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올해 홈런, 볼넷 1위 정배는 위즈덤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쳤다 하면 홈런이고, 골랐다 하면 볼넷이네요.
다만, 위즈덤의 모든 홈런이 몸쪽 코스에 쏠려 있다는 점이 유일한 걱정(?) 거리라고 할까요. 홈런이 모두 몸쪽 코스에서 형성되었기에 상대 투수진이 집요하게 바깥쪽 승부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타자의 횡적으로 변하는 변화구에 얼마나 대응이 되는 지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오늘도 류현진의 바깥쪽 체인지업에 삼진을 당하기도 했고. 바깥쪽 유인구에 얼마나 잘 대응 하느냐가 남은 시즌 관건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몸쪽 코스에 강한 선수이다보니, 체인지업이 약한 왼손 투수들은 위즈덤 상대로 정면 승부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소크라테스의 약점이 왼손 투수에 약한 점이었는데(다만, 작년엔 왼손과 오른손 편차가 적은 편) 위즈덤은 왼손투수에 대한 약점은 덜 할 것 같아서 나성범, 최형우 두 왼손 타자 앞에서 압박감을 주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최형우는 나이가 들면서 왼손투수 상대로 약해지고 있고(지난해 우투 OPS .893, 좌투 OPS .790), 나성범은 딱히 왼손/오른손 편차가 적은 선수(지난해 우투 OPS .871, 좌투 OPS .862)라 위즈덤을 나성범/최형우 앞에 배치하는 게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구안이 좋은 선수라 지금처럼 2번 타자에 위치하는 게 확실하게 좋고요.
좌완 계투가 강한 팀이 상대라면 지그재그 타선으로 배치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경우, 김도영(우타) - 나성범(좌타) - 위즈덤(우타) - 최형우(좌타) - 김선빈(우타)로 구성해버리면 상대 팀에서 좌완 계투를 밀고 나가는데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튼, 좌상바 소크라테스가 빠지면서 타선의 짜임새도 상당히 좋아 졌습니다.
변우혁, 올해가 주전 발돋움의 가장 좋은 기회
오늘 경기 위즈덤과 함께 좋은 활약을 해 준 선수가 변우혁과 김규성입니다. 특히, 변우혁은 3타석에서 친 타구가 모두 잘 맞은 타구였죠.(첫 타구는 심우준의 호수비에 막힘) 확실히 좌투수 상대로 강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류현진은 체인지업이 주무기라 우타자를 잘 잡는 대표적인 좌투수임에도 류현진 상대로 적시타를 때렸고, 마지막 타석에서는 이태양 상대로 선두타자 안타를 치고 나가며 기회를 창출했죠.
시즌 초 스몰샘플이지만, 올해 변우혁의 왼손투수 상대 타율은 .400 이고, 오른손투수 상대 타율은 .222 입니다. 작년(2024시즌)에는 좌투 상대 .370의 타율과 1.103의 OPS를 기록했고 재작년(2023시즌)엔 좌투 상대 .333의 타율과 .966의 OPS를 기록했으니, 변우혁이 왼손 투수 상대로 좋은 타격을 한다는 건 '증명'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2시즌 합쳐서 130타석이 넘는 샘플이에요.
다만, 문제는 우투 상대죠. 재작년엔 우투 상대 OPS .553, 작년엔 우투 상대 OPS .638 등을 기록하며 '제발 저를 플래툰으로 써주세요'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우투 상대 기록이 나아졌다는 데에 위안을 삼아야 겠지만, 그렇다해도 우투 상대로 OPS .700도 못 치는 코너 내야수는 가치가 없죠.
뭐, 그런데 좌투 상대로만 잘 쳐도 어디냐 싶고. 제가 감독이면 최형우와 변우혁을 플래툰으로 쓰겠습니다. 최형우 클래스가 높은 선수이긴 하나, 재작년엔 좌투 상대 OPS .990으로 좋았지만, 2022시즌엔 좌투 상대 OPS .669로 안 좋았고, 작년에도 위에 언급한대로 좌투 상대 OPS .790으로 나빠졌죠. 아무래도 나이를 먹을수록 왼손투수의 횡으로 벗어나는 변화구를 따라가는 것이 버거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클래스로 이겨내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최형우를 벤치로 바로 내릴 정도로 못 하고 있는 건 아닌지라, 변우혁이 실력으로 최형우를 벤치로 밀어내면 될 일이긴 합니다. 김도영이 돌아오면 아마 벤치로 다시 내려갈 텐데 김도영이 돌아올 때까지 좌투 상대로는 지금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우투 상대로도 좋은 타격을 한다면 위즈덤의 영입으로 좁아진 입지를 '최형우와의 플래툰' 정도로 위상을 격상시킬 수도 있지요.
박찬호 다음 주자? 김규성의 타격에서의 활약
김규성도 지금까지 활약은 정말 좋네요. 어제도 언급했지만, 타석에서는 박찬호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잘 해주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게 지금 4할의 타율(20타수 8안타)에 .455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으니 말이죠. 다만, 유격수 수비가 박찬호와 비교하면 세밀하지 못한 건 있습니다. 오늘도 6회 임종찬의 땅볼(맞나?) 때 병살타를 성공시키지 못한 모습을 보면, 아직 수비 모습이 굼뜬 면이 있습니다.
그래도 김규성이 잘 해주면서 박찬호가 빠졌을 때의 대비책은 어느 정도 있겠다 싶은 안도감은 있어요. 냉정한 이야기지만, 전 올해 박찬호를 잡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팀에 필요한 선수인 것은 확실하지만, KIA가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지금 리그 내에 유격수가 없어서 신음 중인 팀이 제법 되니까요. (당장에 롯데가 대표적이고, 두산과 KT도 유격수 자리에 고민이 많죠. 두산이야 안재석을 기대한다지만 롯데와 KT는 기대하는 유망주조차 안 보이는 상황. 키움도 유격수 주전이 없는데 돈 안 쓸 팀 같으니 논외)
KIA가 롯데, 두산, KT만큼 유격수 자리가 간절한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전 박찬호 잔류파이긴 한대, 못 잡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래서 박찬호 이후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하긴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싹수 있는 내야 유망주를 제법 모아뒀다는 거죠. 김규성이야 30살을 앞두고 있어서 유망주라고 하긴 뭐하지만, 여차하면 김도영을 원래 포지션으로 돌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이 경우 3루는 변우혁에게 줄 수도 있음) 김규성이 올해 백업으로 타율 3할에 수비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KIA 구단에서도 박찬호 잡는 데 큰 투자를 안 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이 문제는 아직 시즌 초반이니 지금 예단하는 건 시기상조이긴 하네요.
선수 단평
사진 출처 - https://tig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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