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원인
개막하고 7경기를 했는데 패배의 원인이 매경기 비슷합니다. 불펜진의 방화와 어설픈 수비 때문이죠. 오늘 경기도 마찬가지였는데 초반 와이스가 스위퍼를 아끼는 동안, 1회에만 3득점을 뽑으며 앞서 나갔지만 이후에 1득점 추가에 그쳤으며, 3회에는 양현종의 수비 미스로 인해 3실점을 하면서 추격을 허용했죠.
그래도 1점 차이 리드를 지키면서 8회 수비에 들어 섰는데, 이때는 그냥 운이 좀 안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채은성의 땅볼 안타는 어쩔 수 없다 쳐도 대타 문현빈의 타구는 완전히 빗맞았는데 이 타구가 하필이면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에 뚝 떨어지는 바람에 안타가 되고 말았죠. 어제 경기 플로리얼의 2타점 적시타도 생각나는데, 대전 신구장 개장을 기념해서 하늘이 한화 이글스를 도와준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상우의 완전히 죽어 버린 구위
승부에 '운'이 작용하는 영역을 줄이기 위해서 불펜투수는 '삼진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조상우의 피칭은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어요. 오늘 조상우의 포심 평균구속은 143.7km/h에 불과했습니다. 145.5km/h 였던 지난해보다 낮았고, 군입대 이전이었던 2021년 147.6km/h과 비교하면 무려 4km/h나 줄었습니다.
떨어진 구속은 떨어진 삼진율과 연결이 됩니다. 상대타자 대비 탈삼진율이 2021년 25.1%에서 2024년 21.1%, 그리고 올해는 아직 스몰샘플이지만, 7.7%에 불과합니다. 통산 탈삼진율이 24.3%, 커리어 최고 탈삼진율이 29.5%. 여기까진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작년 수준으로만 끌어 올려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지금의 구위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늘 날이 추워서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시범경기부터 지금까지 빠른 공으로 상대 타자를 압박하는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죠. 그래서 2021년 62.5%였던 포심 구사율이 작년에 60.6%, 그리고 올해 58.3%로 낮아졌습니다. 오늘은 심지어 포심보다 슬라이더를 더 많이 던졌습니다. 자기도 아는거죠. 포심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없다는 것을요.
비록 치명적인 실투를 던지면서 역전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세부 지표만 보면 황동하가 조상우 역할을 하고, 조상우가 황동하의 역할을 하는 게 구위상 맞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다만, 경험치를 감안하면 조상우가 더 낫긴 하죠)
실제로 황동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실투가 들어가서 문제지, 1이닝 불펜으로 전력 피칭을 하니 포심의 평균구속이 2024년 141.7km/h에서 2025년 143.8km/h으로 증가했고, 무엇보다도 삼진율이 작년 17.5%에서 올해 22.2%로 좋아졌습니다. 오늘도 안치홍에게 던진 2구째가 하필 가운데 몰리면서 실점했지, 이후 두 타자는 모두 탈삼진으로 잡아 냈죠. 경험 많은 안치홍이 황동하의 초구 포심에 헛스윙을 하기도 했고요.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벌써부터 트레이드가 망했다. 조상우 망했다 소리를 할 건 아니지만, 선수 본인이 포심 구위를 더 끌어 올리지 못하면 장현식의 빈 자리는 조상우로 채우긴 어려워 보입니다. 그리고 선수 본인도 FA 자격을 갖추는 시즌인데, 지난해 홍건희처럼 좋은 대접을 받지 못 하고 첫 FA 계약을 낭비할 수도 있는 거죠.
수비는 여전히 엉망진창
실점 과정에서 수비도 참 어설펐죠. 특히 문제가 되는 수비가 한준수입니다. 한화에서 쓰리 번트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 있었는데, 조상우의 평범한 슬라이더를 뒤로 흘리면서 1사 1, 2루가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을 무사 2, 3루로 만들어 버렸죠. 결국 땅볼로 3루 주자가 홈에서 죽었으니 상관없느냐고 하기엔 만약 번트 실패가 됐다면 1사 1, 2루 상황이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안치홍의 안타가 2타점 역전타가 아니라 동점타에 그쳤겠죠.
안치홍의 안타를 2타점으로 만들어준 것에는 한준수의 수비 뿐만 아니라 박정우의 수비도 있었죠. 타구가 강하게 좌익수 앞에 가서 송구만 정확하게 갔으면 2루 주자 이도윤을 홈에서 잡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제가 한화팬이 아니라 이도윤의 주력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지난해 6개의 도루를 하는 동안 4번의 실패를 한 선수가 특별히 빠른 발을 가졌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박정우의 더듬거리는 수비가 더욱 아쉬운 거죠.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된 양현종의 수비도 문제죠. 양현종이 다른 투수에 비해 수비 능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심우준의 기습 번트를 악송구 하면서 무사 2, 3루가 됐고, 이때 황영묵의 좌익수 왼쪽 2루타가 나왔는데 3루수 위치가 너무 앞에 있는 바람에 타구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황영묵 역시 지난해 도루 실패가 도루보다 많을 정도로 다리가 빠른 선수로 생각되지 않는데, 3루에 주자가 있는 바람에 앞에서 수비하느라 2루타가 됐다고 봐야죠.(다리가 느린 선수인데 3루수가 앞에서 수비할 이유가?)
수비 못 해도 작년에 우승했으니 수비 좀 못 하는 건 괜찮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작년 KIA 타선이 리그를 초월한 공격력의 팀이었고, 불펜 역시도 단단했기 때문이죠. 오늘처럼 1점 차이 경기에서는 수비의 세밀함이 뒤쳐지는 팀이 경기를 내주게 되어 있습니다.
구시대적인 이범호 감독의 라인업 짜기
최원준이 와이스 상대로 지난해 9타수 5안타(1홈런), 서건창이 와이스 상대로 지난해 3타수 1안타를 때려서 최원준과 서건창을 테이블세터로 구성한 건 뭐,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아니, 그런데 3타수 1안타 친 걸로 2번에 배치한 건 좀 아니지 않나?) 작년 데이터 토대로 전진 배치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해도 어제 2번 타자로 홍종표를 배치하는 등, 2번에 자꾸 타격 약한 선수를 배치하는 건 왜 그러는 지 모르겠네요. 물론, 이범호 감독은 세이버 같은 기록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선호도, 그리고 느낌(?), 케미스트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라인업을 짰고, 이게 작년에는 우승이라는 결과로 증명했죠.(이범호 감독의 구시대적인 라인업 때문에 KIA가 더 득점을 못했다는 주장은 '만약'에 근거한 주장이니 증명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작년 KIA 1-2번 라인이 별로였던 것도 아니에요. 지난 시즌 KIA 1-2번 타순의 OPS는 .866으로 리그 1위였고, 출루율은 .391을 기록하며 LG(.403) 다음으로 높았습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타선의 구멍이 적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요. 주로 소크라테스가 1-2번에서 좋은 활약을 했으니까요.
참고로 작년 소크라테스는 1번에서 OPS 1.006(89타석), 2번에서 OPS .908(106타석)을 찍었습니다.(딴 이야기로 느낌에 불과하지만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소크라테스의 얼굴을 여름 쯤에 다시 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7경기 한 것 뿐이지만, 1-2번의 출루율 .329(리그 6위), OPS .684(리그 6위)를 기록하며 별로 좋지 못 합니다. 1-2번에 아직 고정된 선수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답을 못 내리고 있고, 결과도 안 좋게 나오고 있지요.
1번 타자 박찬호를 고집하는 건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박찬호의 작년 1번 타자로서의 출루율은 .347을 기록하면서 1번 타자 리그 평균 출루율(.370)에도 못 미쳤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박찬호는 1번 타자 역할을 잘 해줬으니까요. 그리고 김도영이 1번에서 부담스러워 한다니, 현장의 시각을 존중하겠습니다. 그런데 2번 타자부터는 요즘 트렌드를 따를 필요가 있죠.
김도영이 건강하게 복귀하기 까진 출루율이 좋은 위즈덤을 2번에 넣고, 3번 나성범, 4번 최형우, 5번 이우성 등으로 짜면 됩니다. 1번 타자는 김선빈을 활용하고요. 김선빈의 체력적인 부담이 걱정된다면 김선빈 5번으로 쓰고, 1번은 선수 개인이 몸이 늦게 풀린다지만, 다리가 빠른 최원준을 쓰는 게 가장 나아 보입니다.
그리고 김도영이 건강하게 복귀하면 2번 김도영, 3번 위즈덤, 4번 나성범, 5번 최형우, 6번 이우성 등으로 짜면 되죠. 김도영 1번 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박찬호를 1번으로 고집하는 건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냈으니 일단 지켜보고 싶네요. 박찬호가 올해는 FA도 앞두고 있어서, 1번에서 출루율 .370 이상만 기록해도 괜찮다는 생각도 들고요.
여튼, 시즌 스타트가 굉장히 좋지 못한데, 그래도 그 와중에 외국인 선수들 기량은 기대가 되고, 주전 내야수가 두 명이 빠져 있는 상황. 그리고 불펜투수들의 밸런스가 엉망인 상황이 오래 계속 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조상우를 제외하면 구위에 문제가 있는 선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볼질을 해대서 문제지.
선수 단평
사진 출처 - https://tigers.co.kr/
[4/2] KIA : 삼성 - 달라진 최원태 또 볼질 하는 불펜 (0) | 2025.04.02 |
---|---|
[3/30] KIA : 한화 - 위즈덤의 활약으로 연패 탈출 (0) | 2025.03.30 |
[3/28] KIA : 한화 - 볼질하는 불펜투수들 (0) | 2025.03.28 |
[3/27] KIA : 키움 - 낯설음에 당하다 (0) | 2025.03.27 |
[3/26] KIA : 키움 - 투수들의 엉망진창 제구력 (0) | 2025.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