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요인 - 정해영의 흔들리는 커맨드
오늘 경기 패배의 지분이 가장 큰 선수는 누가 뭐래도 정해영이죠. 좋은 공을 가지고도 볼질을 하니까 3실점이나 해 버렸습니다. 첫 타자 이주형을 상대할 때만 해도 퍼펙트하게 막는다고 봤어요. 특히, 바깥쪽 하이 존에 박히는 포심은 누가 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최주환이 치더라고요?)
첫 아웃 카운트 잘 잡고, 카디네스와 송성문 둘 다 볼넷으로 내보낸 게 가장 큰 미스입니다. 이주형을 삼진 잡았을 때처럼 완벽한 커맨드를 하려고 그렇게 던진 것 같은데, 그게 안 되면서 두 타자를 모두 볼넷으로 내보낸 것은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죠.
그리고 최주환 상대로 2스트라이크 먼저 잡고 드디어 위기 넘길 수 있나 했는데 이주형을 삼진 잡은 그 코스의 빠른 공을 최주환이 정말 제대로 받아 쳤습니다. 그냥 최주환 머릿 속에는 '자꾸 바깥쪽 높게 던지네?' 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최주환이 받아 친 투구 위치를 보면 한가운데 실투도 아니고 딱 속기 좋은 위치의 포심이었어요. 오히려 한 가운데 151km/h 포심에는 밀렸는데 최주환의 게스 히팅에 당했다고 봐야죠.
최주환에게 한 방 맞고는 구위도 떨어졌습니다. 전태현을 상대할 때는 포심이 146km/h까지 밖에 안 나왔어요. 힘이 떨어진 거고, 어준서에게 맞은 날카로운 타구도 146km/h 한가운데 높은 포심이었습니다. (이때 위즈덤의 수비도 문제죠. 한 번에 포구했으면 추가 실점 없이 더블 아웃으로 이닝 끝인데)
나성범, 상대 투수의 투구에 당황하다
제가 오늘은 지인들과 잠실 야구장에 가서 LG:한화 경기를 보느라(외야 시야방해석만 간신히 구함) KIA 경기는 9회 나성범 타석만 TV로 볼 수 있었어요. 그 전에는 KIA 경기 틀어 놓고 LG:한화 경기도 현장에서 같이 봐서 야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는 환경.
전, 당연히 키움에서 주승우가 그대로 나올 줄 알았는데 어제 그다지 좋지 못 했던 박윤성이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전, 비록 2실점은 했지만,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늘 박윤성은 평범한 구위에도 불구하고 좋은 커맨드를 보여줬습니다. 하이 패스트볼을 던질 거면, 오늘 박윤성처럼 존에서 살짝 높게 던졌어야 했죠.
첫 타자 김규성을 상대로 포심을 존 구석에 넣고, 변화구도 존 구석으로 스트라이크를 넣어 버리니 당황한 김규성은 박윤성의 빠르지 않은 포심(144km/h)에도 방망이가 헛돌았습니다. 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컨택이 뛰어난 김선빈은 박윤성의 커맨드를 전부 이겨내면서 9구 승부 끝에 우중간 2루타를 만들면서 찬스를 잡았습니다.
위즈덤이 한 방 쳐주면 동점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 위즈덤은 좋은 선구안으로 3-1 타자의 카운트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존에 들어오는 투구를 정확하게 타격만 하면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메이저리그에 비하면 평범하기 그지 없는 박윤성의 포심(141km/h)이 존 안에 들어 옵니다. 하지만 위즈덤의 약점은 역시 컨택이네요. 선구안은 좋은데 존 안에 들어 오는 투구에 대한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처음에는 좀 뻗나 싶었는데 빗맞으면서 중견수 플라이 아웃.
뒤에 최형우가 있긴 했지만, 앞 타석에서 나성범이 홈런을 쳤기 때문에 전 나성범 상대로는 고의사구 작전을 쓸 줄 알았습니다. 아니, 고의사구는 하지 않더라도 나성범 상대로 좋은 공은 던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일개 팬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선수도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겠죠. 실제로 나성범 상대로 초구 포심을 낮게 넣었지만, 이후 포심 3개는 정교한 커맨드를 신경 쓰다 보니 존에서 많이 벗어나 3-1 또 다시 타자의 카운트가 됐습니다. 위즈덤과 동일한 상황이죠.
위즈덤은 3-1 카운트에서 스윙을 했는데 나성범은 스윙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성범은 당연히 5구째는 변화구가 들어올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5구째 포심이 나성범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낮게 형성됐는데 방망이가 돌아가지 않았어요. 나성범은 이 포심을 놓치고 정말 너무나도 아쉬운 표정을 짓습니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의 '평범한 구속'의 포심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박윤성의 6구는 좋은 위치에서 형성되어 파울이 됐고, 7구째 김규성을 삼진 잡은 것처럼 하이 패스트볼로 나성범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습니다. '박윤성이 누구지?' '어떤 공을 던지지?' '주무기는 뭐지?' 이런 것들이 하나도 분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삼진으로 연결된 셈입니다.
우당탕탕 수비 실력, 볼질하는 불펜투수들
오늘 키움 선발인 윤현을 상대로 5이닝 동안 안타를 3개 밖에 치지 못한 것도 낯설음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사구를 무려 6개나 골라 냈지만, 결정타가 나오지 않은 것은 윤현 선수의 주무기가 뭔지 모르고, 투구의 궤적이든 뭐든 다 낯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김규성의 적시타가 이형종의 좋은 송구로 홈에서 잡힌 것도 컸고요. 투수 출신 야수이다보니 홈 승부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다고 안 들어올 수도 없는 타구였죠. 상대 수비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주형도 계속 좋은 수비를 하는 등, 수비에서의 차이도 패배로 연결됐다고 생각해요. 상대적으로 KIA는 변우혁의 어설픈 바운드 처리로 인한 실책, 한준수의 불안한 포구 능력과 2-3루 사이에서 걸린 푸이그를 견제하지 못 하고, 유격수 김규성에게 악송구를 하면서 추가 실점 허용. 여기에 전상현 덕분에 무사 만루 위기를 벗어났지만, 김선빈과 나성범도 푸이그의 평범한 뜬공을 처리하지 못 해 1루 주자를 살려줬죠.
어제 오늘 타구 운이 전반적으로 안 따르기도 했습니다. 그냥 이번 주중 3연전은 운이 잘 안 따랐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실력이 좋으면 경기를 잡을 수 있는데, 미숙한 수비, 그리고 승부하지 못하는 투수들 때문에 경기를 내줬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것을 오늘 키움의 박윤성과, KIA의 전상현이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운데 던진다고 모두 안타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투수들이 다시금 알았으면 좋겠어요. 심지어 전 시즌 우승팀인데 뭐가 무서워서 볼질만 해대는 지 모르겠습니다.
선수 단평
사진 출처 - https://tig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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