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요인
경기 초반은 네일과 폰세의 명품 투수전이었습니다.(폰세는 순간 헥터가 던지는 줄) KIA는 어제 나성범처럼 오늘 위즈덤이 희생타와 시즌 2호 홈런으로 리드를 잡았고, 네일은 개막 이후 11이닝 무자책 행진을 했죠. 네일과 위즈덤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오늘 경기 내준 건 순전히 불펜진이 볼질을 했기 때문입니다. 참 어이가 없는 게 불과 하루 전 경기도 볼질 해서 경기를 내줬는데 또 볼질을 하면서 경기를 내줬다는 점이죠.
한화 타선이 시즌 초반 굉장한 슬럼프에 빠져 있습니다. 네일의 공이 좋기도 했지만, 정타를 좀처럼 만들지 못 하더군요. 다만, 유일하게 KIA 킬러 김태연만 타격감이 좋아 보였어요. 첫 타석에서도 잘 맞은 중견수 플라이를 치더니, 두 번째 타석에서도 수비 쉬프트만 아니었으면 선취점을 올리는 적시타를 쳤을 겁니다. 그런데 김선빈의 위치가 참으로 절묘했죠.(플로리얼의 도루를 막으려고 거기 서 있던 게 좋은 결과가 되었죠)
전상현이 첫 두 타자는 완벽하게 잡고, 김태연을 상대로도 투 볼 이후에 스트라이크 두 개를 만들어 내며 유리한 카운트가 됐는데 6구째 슬라이더가 홈런치기 딱 좋은 코스의 행잉 슬라이더가 되면서 추격의 점수를 허용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팀은 2:1 리드를 가져 가고 있었고, 주자는 한 명도 없었으며 아웃 카운트 1개만 잡으면 이닝이 끝나는 상황이었는데 이후에 무려 5연속 사사구가 나옵니다. 그걸로 동점이 됐고, 역전을 허용했지요. 그리고 플로리얼이 친 팝플라이가 행운의 2루타가 되면서 승부는 결정이 나 버렸죠.
곽도규 초반 제구 난조가 우려스럽다.
전상현이 2아웃 잡고 흔들린 건 그럴 수 있다고 봤습니다. 종아리에 타구를 강하게 맞았는데 투구 밸런스 잡기 쉽지 않죠. 오히려 타구를 맞은 이후에도 2아웃까지 잘 잡아낸 건 칭찬받을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여튼, 홈런 이후에 전상현도 밸런스를 잃었는 지 공이 빠지면서 볼이 날렸는데 홈런 맞은 이후에 바로 교체하지 않은 부분이 첫 번째로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한화 벤치에서 좌타자 문현빈을 대타로 내세우자 좌타 킬러 곽도규를 올리면서 경기를 끝내려고 했죠. 문제는 곽도규가 정말 말도 안 되는 볼질을 했다는 점입니다.
올해 곽도규는 4경기에서 1.1이닝을 투구하면서 4개의 볼넷과 2개의 사구를 내주고 있습니다. 12명의 타자를 상대했는데 절반을 사사구로 내보내고 있어요. 곽도규는 작년에도 9이닝당 볼넷이 5.5개일 정도로 안 좋긴 했는데 그래도 사기적인 무브먼트의 투심과 변화구로 9이닝 당 10.35개의 삼진을 잡을 정도로 삼진 잡는 능력은 뛰어난 선수죠. 그런데 시즌 준비를 어떻게 했길래 사사구만 남발하고 있는 지 모르겠고. 투구 밸런스를 완전히 잃어 버린 듯한 모습입니다.
이 정도면 곽도규는 1군에서 제외하고 밸런스를 잡을 때까지 2군에서 조정기를 거쳐야 할 것 같습니다. 2군에 김대유가 있으니 번갈아 써도 되죠. 이준영과 어제는 안 좋았다지만 최지민도 괜찮은 편이고. 여튼, 어제 경기는 정해영이 날려 먹었다면, 오늘 경기는 그냥 곽도규가 다 날려 먹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김도영과 박찬호의 공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시즌 초
지금 KIA가 부진한 시즌 출발을 한 이유는 불펜진의 제구 난조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야수진도 김도영과 박찬호의 공백이 참으로 아쉽죠. 박찬호의 공백은 김규성이 그래도 30% 정도 매워주는 것 같지만, 김도영이 빠진 자리는 10%는 커녕 마이너스 수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체 선수들이 못 하고 있습니다.
윤도현이 처음으로 기회를 잡았지만, 송구에 문제를 노출하며 결국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변우혁이 일단 기회를 우선 받고 있는데 어제 오늘 결정적인 찬스에서 삼진으로 계속 찬스를 무산시키고 있죠. 심지어 수비에서도 윤도현이 송구 불안, 변우혁이 포구 불안으로 3루 수비에도 구멍을 내고 있고요.
김규성이 의외로 좋은 타격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무래도 수비 능력에서 박찬호와 비교하면 박찬호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김규성을 장기적인 박찬호 대체자로 보기엔 둘 나이는 2살 밖에 차이가 안 나요.(김규성이 얼굴이 앳되보여서 그렇지 97년생이라 곧 서른입니다.) 두 살 밖에 차이가 안 나는 두 선수들인데 수비 능력에서 차이가 크죠. 타석과 베이스에서도 박찬호가 김규성보다 클래스가 높은 선수이고요.
여튼, 최근 패배를 요약하면 도대체 어떻게 시즌을 준비했는 지 알 수가 없는 불펜진의 볼넷 남발. 그리고 3루수 - 유격수의 수비 불안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박찬호는 10일만 쉬고 돌아올 수 있고, 김도영도 큰 부상은 아니라 이르면 2주 안에 돌아올 수 있을 것 같긴 한대, 이 기간 동안 KIA는 5할 승률 유지에만 목표를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여전히 지저분한 공을 던지는 제임스 네일
오늘 경기는 내줬지만, 도저히 공략할 수 없어 보였던 폰세를 상대로 2점을 뽑은 것은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좌타자 상대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굉장히 위력적이고, 150km/h 아래의 포심을 거의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구위가 좋은 선수인데, 그래도 7회까지는 경기를 주도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외국인 투수 네일과 새 외국인 타자 위즈덤이 있죠. 네일은 정말 명불허전입니다. 지난 경기에서 적은 이닝만을 소화하면서 스태미너 면에서 불만이 컸는데 오늘은 비록 상대가 타격감이 좋지 못 한 한화라 할 지라도 100개의 공을 던지면서 한화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죠.
네일의 투구를 보면 지난해 평균자책 1위를 먹은 이유를 알 수 있어요. 홈플레이트에서 똑바로 정직하게 들어가는 공이 거의 없습니다. 투심은 좌타자 바깥쪽으로 빠져 나가고, 스위퍼는 우타자 바깥쪽으로 큰 각으로 달아나니, 타자들 입장에서 공의 궤적에 익숙해지기란 쉽지 않죠. 여기에 오늘은 위력이 별로인 체인지업까지 괜찮았습니다.
위즈덤, 적응만 하면 홈런왕은 예약?
그리고 위즈덤은 오늘 대전 신구장 첫 홈런을 날리면서 역시 인상적인 활약을 했는데, 공을 오래 지켜 보는 지난 타석과 다르게 홈런을 쳤을 때는 폰세의 초구 몸쪽 빠른 공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빠른 스윙을 돌렸죠. 게스 히팅이 적중하면 굉장히 큰 타구를 계속해서 보내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홈런 친 타석보다 더 칭찬해주고 싶은 타석은 마지막 타석이었어요. 이태양의 포크볼은 아무리 외국인 타자라도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궤적인데 처음에 2번 헛스윙을 하고 나더니, 3번째 포크볼은 커트를 해내고, 그 다음에 1-2 불리한 카운트에서 떨어지는 유인구를 모두 침착하게 골라내며 결국 볼넷을 골라 나갑니다.
아직 6경기를 한 것에 불과하지만, 위즈덤은 벌써 7개의 볼넷을 골라 내며 이재현, 권희동과 함께 리그 볼넷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4개의 안타 중 장타가 3개(2루타 1개, 홈런 2개)라서 타율은 낮아도(.222) 높은 출루율(.423)과 높은 장타율(.611)을 기록하며 KIA가 기대하던 퓨어 OPS 히터 역할을 충분히 잘 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위즈덤은 이제 처음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면 앞으로 성적이 더 나아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올해 처음으로 KBO 무대를 뛰는 외국인 타자가 위즈덤을 포함해, 두산 케이브, 한화 플로리얼까지 3명인데, 케이브는 현재 OPS .684, 플로리얼은 OPS .383으로 둘 다 외국인 타자 다운 모습을 못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 홈런왕 데이비슨의 3월 OPS는 .977을 기록하며, 위즈덤의 OPS(1.034)와 비슷했고요.
현재까지의 모습을 보면 데이비슨이 위즈덤보다 컨택이 더 좋은 유형이라면, 위즈덤은 데이비슨보다 선구안이 더 뛰어난 유형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 다 91년생 동갑의 나이인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라면 흥미로운 부분이고, 둘 다 나이가 많은 편이라 위즈덤이 적응만 잘 하면 MLB나 NPB 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서 위즈덤과 데이비슨 둘 다 KBO 장수 외국인 선수가 될 가능성도 커 보이고요.
작년 한화 페라자처럼 약점이 노출되면서 부진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은 긍정적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위즈덤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선수가 SK에서 5년간 뛴 로맥(85년생)입니다. 로맥은 첫 시즌 .242의 타율에 그쳤지만 좋은 선구안과 장타력으로 재계약에 성공했고 이듬해 43개의 홈런과 OPS 1.0을 넘기는 활약을 하기도 했죠. 위즈덤도 올해 30개 이상의 홈런을 쳐줄 수 있다면 로맥처럼 적어도 5년간은 KIA 중심타선을 지켜주지 않을까 기대가 생깁니다.
여튼 개막하고 6경기에서 2승 4패 저조한 성적이고, 심지어 상대했던 팀들이 하위권으로 예상된 NC, 키움 두 팀에 타격 슬럼프에 빠진 한화라서 더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은 확실히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만, 아직 시즌 초반이고 개막하자마자 주전 유격수와 주전 3루수가 빠진 상황이니까 김도영과 박찬호가 돌아오면 충분히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걱정스러운 부분은 불펜인데, 불펜투수들이 볼질을 해대는 게 문제지, 구위가 떨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구 밸런스만 빠르게 잡아서 적극적인 승부를 통해 스트라이크를 열심히 던지면 뎁쓰의 힘으로 치고 올라갈 시기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불펜투수들의 투구 밸런스 잡는 기간이 길어지면(특히, 곽도규) 2년 연속 우승은 힘들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특히, 초반 LG 선발 투수진과 수비력이 너무 좋아서(아직까지 실책이 0개인게 말이 되는지?) 작년처럼 쉽게(?) 우승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선수 단평
사진 출처 - https://tig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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