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홈런 5개를 치는 등 타선이 맹활약하면서 초반 3실점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올러는 얼마나 좋은 투구를 할 것인가', '위즈덤은 언제 배럴 타구를 만들어낼 것인가' 이 두 가지인데, 이 두 가지가 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죠.
올러의 4실점이 불안? 6이닝 동안 주자는 5명 나갔다.
4실점(3자책) 한 것 때문에 불안해 할 수 있는데, 내용을 봐야죠. 6이닝 동안 안타 5개를 허용했는데 이 중 4개가 1회에만 나온 피안타입니다. 즉 2회부터 6회까진 안타 딱 1개(어준서에게 맞은 홈런) 밖에 맞지 않았고 주자는 단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4실점했다고 불안하다고 할 순 없죠.
그리고 1경기 평가에 불과하지만, 오늘 경기만 놓고 보면 전 '네일'보다 더 좋은 성적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발견한 네일보다 뛰어난 점이 2가지인데, 구종이 더 다양하고 6회까지 지친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전, 네일이 메이저리그 가더라도 선발투수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불펜투수로 갈 수 있다고 본 이유가 구종이 너무 단조롭고, 스태미너가 약해서 였습니다. 지난해 네일의 구종별 구사율은-
위와 같이 투심, 슬라이더가 전체 투구의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구종의 무브먼트가 뛰어난 것이 네일의 장점이지, 구종이 다양하지 못 해서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뛰기엔 아쉽죠. 특히 좌타자 잡는 구종의 완성도가 부족한 것이 네일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반면, 올러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던 선수이고 오늘 경기에서 구종별 구사율은
위와 같이 빠른 공과 스위퍼 조합은 75% 정도로, 네일보다는 그 비중이 조금 더 낮습니다. 특히, 좌타자 상대로 던지는 체인지업이 상당히 움직임이 좋더라고요. 네일의 체인지업이 그냥 좌타자들에게 '보여주는 용'의 역할이 큰 편인데, 올러의 체인지업이 오늘처럼만 들어가면 좌타 상대로도 더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스위퍼의 무브먼트도 네일 못지 않고 거의 비슷한 위력을 갖고 있고요.
올러가 오늘 실점이 많았던 건 첫 타자 송성문에게 빗맞은 안타를 허용하는 등, 시작이 안 좋았고, 1회에 던진 빠른 공들이 높은 쪽에 형성됐는데 그게 모두 안타로 연결되더군요. 네일은 투심의 움직임으로 땅볼을 많이 만들어 내는 반면, 올러는 포심을 높게 던지면서 피칭 디자인을 하는 차이가 있는 듯 싶어요.
올러의 빠른 공이 오늘 높은 존에 커맨드가 잘 되었음에도 신인 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정타 허용이 잦았는데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높은 포심을 던질 때의 디셉션 동작이 타자들에게 쉽게 노출이 되는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여튼, 오늘 4실점은 했다지만, 1회 흔들린 것을 제외하면 굉장히 훌륭한 투구를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터진, 위즈덤의 홈런
지난 주 주말 개막 2연전에서 가장 찝찝한 부분은 김도영의 부상도 부상이지만, 위즈덤의 부진한 타격이 가장 별로였습니다. 안타는 커녕 배럴 타구 조차 만들어 내지 못 했으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3번째 타석에서 김윤하의 높은 쪽 포심을 짧고 빠른 스윙으로 돌려서 좌측 담장을 넘겨 버리는 라인 드라이브를 만들어 냈습니다. 마지막 타석에서도 변화구를 공략해서 좌익수 앞에 잘 맞은 적시타를 만들어 냈고요.
오늘 경기까지도 홈런이나 안타가 안 나왔으면 선수 본인도 심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어 보였는데 오늘 홈런도 치고 적시타도 치면서 자신감도 조금 오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만, 여전히 존에 들어 오는 실투를 정타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떨어져 보이긴 해요. 특히, 한가운데 들어 오는 빠른 공과 변화구에 평범한 팝업 플라이가 나오는 부분이 가장 좋지 못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히팅 포인트를 조금만 조정해도 지금보다 배럴 타구를 만들어 내는 비율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위즈덤이 비록 컨택에 약점이 있다고 해도, '선구안'과 '수비능력'은 KBO 최상급으로 보입니다. 3경기에서 10타수 2안타로 타율이 .200에 불과하지만 볼넷을 3개나 골라 내면서 출루율 .38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극 스몰샘플에 불과하지만 불리한 카운트에서 들어오는 상대 투수의 유인구를 정말 침착하게 잘 골라 내더라고요.
타석에서보다 더 뛰어난 건 수비 능력이네요. 주말 2연전에서도 1루수로 나와 온갖 좋지 못한 송구도 전부 다 잡아 냈는데 오늘 3루 수비에서는 188cm, 99kg 답지 않게 순발력도 뛰어나고 수비 범위도 정말 넓습니다. 가장 감탄한 부분은 5회초 1사 이후에 푸이그의 3루 라인 선상으로 달아나는 땅볼을 잡아 낸 수비였는데, 포구한 것도 놀라운데, 푸이그의 발이 비교적 빠름에도 불구하고 1루까지 정확한 '바운드 송구'로 아웃을 잡아내는 장면은 '이것이 바로 메이저리그 클래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이 수비가 대단하냐면, 경험이 적은 3루수는 타구를 잡은 이후에 1루에 강하게만 던지려다가 정확하지 못한 송구를 할 가능성이 큰데, 위즈덤은 포구 위치가 깊숙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1루에 '강한 송구'가 아닌 '정확한 송구'를 했다는 점입니다. 이건 정말 3루 수비 경험이 많고, 수비BQ가 뛰어나야지만 할 수 있는 수비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하면 1루수로 쓰는 게 '재능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도영 대신 3루수로 뛰는 게 팀 내야 수비 조직력면에서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 3루 수비에서의 수비 범위, 판단력, 송구 능력 등 모든 면에서 감탄스러웠습니다. 물론, 1경기 수비에 불과하지만, '안구가 정화'되는 수비였습니다.
정리하면, 아직 타격에서는 검증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적어도 수비 측면에서는 걱정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정적이고, KBO 최상급의 선구안으로 쉽게 망할 타입 같지도 않아요. 존 안에 들어오는 투구에 얼마나 정확한 컨택을 할 수 있느냐가 위즈덤이 올해 성공하느냐 마느냐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나성범, 이우성, 김선빈의 좋은 출발
지난해 KIA와 올해 KIA의 다른 점이 있다면 초반에 나성범이 있고 없고의 차이겠죠. 김도영 부상 이탈도 있지만, 다행히 경미한 햄스트링이라서 빠르면 2주, 늦어도 3주 안에 돌아온다고 치면 지난해 5월에야 팀에 합류한 나성범의 상황과 비교하면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나성범이 올해는 시즌 준비를 잘 해서인지 시범경기에서 빠른 공에 그렇게 밀리지 않더라고요. 물론, 오늘은 김윤하의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긴 했는데 그래도 본인이 가장 잘 치는 한가운데 떨어지는 변화구는 정말 기가 막히게 치더군요.
나성범에게 존에서 '덜' 떨어지는 변화구는 한가운데 140km/h도 안 되는 똥볼보다 더 홈런치기 좋은 구질입니다. 오늘 김윤하에게 친 2개의 홈런 모두, 존에서 떨어지는 포크볼이었죠.(첫 번째 홈런은 홈런 더비급 실투, 두 번째 홈런은 존 아래에서 형성되는 변화구) 나성범을 떨어지는 변화구로 잡으려면 정말 땅바닥에 일찍 처박힐 정도로 잘 떨궈야 합니다. 오늘 경기 7회에 나온 김선기의 포크볼처럼 말이죠.
이우성도 시즌 출발이 아주 좋습니다. 작년에도 시즌 출발이 좋았지만, 작년과 올해 시즌 초 이우성이 다른 점은 '장타력'이죠. 개막 3경기 만에 홈런 1개에, 2루타 2개를 치고 있는데 2루타 2개가 전부 중앙 담장 상단을 때리는 초대형 타구였죠. 타구 방향만 조금만 옆으로 치우쳤으면 홈런 1개가 아니라 3개를 쳤을 겁니다. 지난해는 4월 내내 홈런 4개를 쳤는데 운만 좀 따랐다면 매경기 홈런도 가능했죠.
무엇보다도 이우성은 시범경기 때부터 남달랐죠. 시범경기 타율이 .214에 불과했지만 3개의 안타 중 2개가 홈런, 1개가 3루타였습니다. 이우성이 이제야 자기가 가진 장점을 살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우성이 이렇게 휘두르는 이유는 'KIA 타선'의 일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입니다.
앞에 위즈덤, 김도영, 나성범, 최형우, 김선빈이 있으니 이우성이 팀 타선의 핵심 역할을 해줄 필요가 없어요. 6~7번 타순에서 큰 거 한 방만 노리고 큰 스윙을 해줘도 팀에 부담이 되지 않죠. 그리고 지금까지는 큰 타구를 날리는 스윙을 하면서 결과도 잘 따르고 있습니다.
이우성이 올해 목표로 해야 할 건 '3할 타율'이 아니라 '20홈런'이라고 생각해요. 3할 타율은 이미 2023년에 달성했으니까요. 게다가 2023년 3할 타자 이우성의 장타율은 .417에 불과했습니다. '대전고 김동주'의 명성에 걸맞지 않고, 182cm, 95kg의 덩치에도 걸맞지 않은 타격 결과죠.
장타율 4할 초반을 기록하면서 3할 타율 간신히 넘기고, 여태까지 두 자릿수 홈런 한 번도 달성하지 못 한 이우성의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요. 6-7번 타순을 오가며 .270~.280의 타율을 치더라도 홈런 15개 ~ 20개를 치는 이우성의 모습이 올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선빈은 타격 기계 그 자체네요. 다만, 김선빈은 늘 여름에 퍼지는 타입이라 경기 후반에는 제깍제깍 바꿔주고, 10경기 정도 연속으로 뛰었으면 한 경기 정도는 휴식을 주는 형식으로 체력 관리도 잘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선빈은 성실함이 아니라 순전히 '재능'으로 야구를 하는 타입이라 관리는 필수죠.
선수 단평
사진 출처 : https://tig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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