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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KIA : 삼성 - 달라진 최원태 또 볼질 하는 불펜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5. 4. 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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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9이닝 동안 안타를 4개 밖에 치지 못 했으니 지는 게 당연한 겁니다. 특히, 오늘 경기에서는 타자들이 컨디션 관리를 어떻게 했는 지 몰라도 빠른 공에 죄다 방망이가 늦더군요. 그래서 삼진을 무려 12개나 당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불펜에서 패전을 안았는데 첫 타자 김지찬부터 볼넷을 준 게 문제죠. 아니, 김지찬에게 볼넷을 준 것까지는 그렇다 치는데(워낙에 공을 잘 보니까) 박병호를 상대로 3-1 상황을 만든 것 자체가 문제죠. 박병호가 아무리 나이가 들어서 이전만 못하다해도, 3-1에서 빠른 공 하나만 노리고 컨택 스윙을 했는데 심지어 3-1에서 들어 온 빠른 공도 치기 좋은 한 가운데 넣어 버립니다. 그러니 우중간 라인드라이브를 허용하면서 경기를 내줬죠.

 

 

내가 알던 최원태가 아닌데?

 

전, 상대 투수의 투구가 좋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오늘 최원태가 그랬습니다. 일단, 제가 기억하고 있는 최원태가 아니더라고요. 

 

최원태는 포심이 아니라 투심의 커맨드로 상대 타자를 제압하는 유형인데, 오늘은 파워 피처 그 자체더군요. 하이 존의 포심을 아주 잘 활용하면서 KIA 타자들의 방망이가 허공을 가르게 했습니다. 타자들도 당황한 기색인 것 같았어요. '어라? 최원태의 공이 이렇게 빨랐나?'

 

 

실제로 오늘 최원태 포심의 평균 구속은 147.2km/h에 달했고, 투심도 145.6km/h 였습니다. 아직 2경기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905에 달했던 최원태의 투심 피OPS가 .650으로 떨어졌고, .680으로 준수한 편이었던 포심 피OPS는 .477로 매우 좋습니다.

 

 

지난해 최원태의 투심 평균 구속은 142.7km/h, 포심 평균 구속은 144.1km/h 였습니다. 그런데 유니폼을 갈아 입고, 투수 친화 구장에서 오히려 타자 친화 구장(그냥 친화도 아니고 투수 입장에선 지옥 같은 구장)으로 왔는데 오히려 구속이 작년보다 3km/h나 올랐습니다.

 

최근 2년 LG에서의 최원태 모습을 보고 아무리 나이가 젊다고 하지만(97년생 ㄷㄷ) FA로 데리고 올 급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투구만 놓고 보면 국대 우완 투수라고 봐도 흠 잡을 데 없을 정도로 공이 좋더군요. 어떤 일이 있어서 최원태의 구속이 갑자기 3km/h나 붙어 버렸는 지 모르겠습니다. 

 

 

구속이 붙으니까 포심 구사율도 높아졌죠. 지난 5년간 최원태의 포심 구사율은 0%(2021년), 0.6%(2022년), 11.8%(2023년), 21.5%(2024년). 그리고 두 경기 뿐이지만 올해 최원태는 포심 구사율이 52.3%로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애초에 포심을 던졌어야 하는 선수를 억지로 '투심 투수'로 만든 게 최원태에게 시련이 된 게 아닐까요?

 

여튼, 오늘 최원태의 투구를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이 정도의 발전이라면, 삼성이 최원태에게 지불한 FA 금액(4년 70억)은 국내 투수들의 처참한 수준을 감안하면 '헐값'이죠. 

 

최원태가 지금의 구속을 계속 유지한다면, 삼성에는 국내파 우완 에이스가 2명(원태인, 최원태)이나 되는 겁니다. 이러면 아무리 라팍이 타자 친화적이라고 해도 선발 투수로 기선 제압을 할 수가 있고, 새롭게 합류한 불펜의 젊은 피가 활약해준다면 강력한 우승후보가 될 것 같아 보이네요.

 

최원태가 오늘 허용한 점수는 위즈덤에게 허용한 2점 홈런이 전부였는데, 홈런 더비에서 나올 똥볼 실투 뿐이었고, 그 외에는 '힘'으로 지난해 리그 최강 타선이었던 KIA 타선을 압도해버렸죠. 기교가 아니라 '힘'이 느껴지는 투구라서 더 인상깊었습니다. 최원태가 이 정도 수준이면 KIA도 FA 때 관심을 가졌어야 했는데, 작년의 최원태는 지금보다 구속이 3km/h나 덜 나오는 투수였으니 관심을 안 가진 건 당연하죠.

 

여튼, 최원태가 지금의 빠른 공을 시즌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 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 같고, 어떻게 포심 투수로 완벽하게 변신을 했는 지도 흥미로운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졌지만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부분

 

 

위즈덤은 올해 홈런왕 할 것 같습니다. 실투가 들어 오면 용서치를 않네요. 여전히 존에 들어오는 투구에 컨택툴이 떨어지지만, 일단 컨택만 이루어지면 애매한 타구도 아니고 그냥 담장을 훌쩍 넘겨 버리니, 타율 .280만 쳐도 홈런 기록 갱신을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타석에서 위압적입니다. 나쁜 공도 잘 고르니 볼넷도 많고. 부족한 건 오로지 컨택 그 하나죠. 

 

 

가장 위안을 삼을 부분은 김도현의 '성장'이죠. 위에 최원태 칭찬을 많이 했는데 김도현도 그에 못지 않게 아주 잘 던졌습니다. 다만, 김도현은 최원태가 올해 '기교'가 아닌 '힘'으로 변신을 한 반면, 김도현은 '힘'이 아닌 '기교'로 변신을 했네요. 2실점도 빗맞은 안타로 인한 실점이었으니 운이 없었고요.

 

오늘 김도현이 던진 구종의 구사율은,

 

- 투심 13.0%

- 포심 19.6%

-  커브 14.1%

-  슬라이더 25.0%

-  체인지업 28.3%

 

등으로 5개의 구종을 현란하게 구사했습니다. 박재홍과 정민철 해설이 커터 칭찬을 많이 했는데 스탯티즈에는 커터가 아마 슬라이더로 잡힌 게 아닐까 싶고 그러네요. 네이버 문자 중계 기반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선수의 정보가 아직 많지 않아서 그런 지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5개의 구종을 대부분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형성했다는 점이 중요하죠. 아직 날이 차서 그런지(최원태는 왜?) 포심 평균 구속은 지난해 147.9km/h에서 올해 145.3km/h으로 떨어지긴 했는데, 지난해 김도현의 포심은 피OPS가 무려 .861에 달할 정도로 결과가 좋지 못했어요. 

 

김도현의 포심이 좋지 못한 결과를 낸 이유는 '커맨드'에 있다고 봅니다. 커맨드 능력이 떨어져서 몰리는 포심이 많았죠. 그래서 올해는 포심과 투심의 구사 비율을 줄이고,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의 구사 비율을 높였는데 일단 현재까지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포심의 비율을 높여야 하다고 생각해요. '힘'이 아닌 '기교'를 부리는 건 4-5선발이나 취하는 전략이죠. 150km/h을 능히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변화구를 남발하면서 경기를 운영하는 것은 좋은 시도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김도현은 경험치를 먹고 성장세에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아직 2000년생입니다.) 전 여기서 포심 커맨드만 이루어지면 더 완벽한 투수가 될 거라고 장담합니다. 그러면 진짜 농담아니라 '윤석민'이 또 나오는 거에요. 김도현의 포심 커맨드가 성장할 수 있느냐가 1-2선발로 성장할 수 있느냐, 아니면 그저 그런 하위 선발에 머무르냐를 가늠할 것 같습니다.

 

 

이 외에는 딱히 경기 리뷰할 게 없네요. 삼성의 이재희는 경험도 부족한 투수가 나성범, 최형우를 상대로(비록 위즈덤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하이 패스트볼로 삼진을 잡아 버렸는데 경험 먹을만큼 먹은 전상현은 박병호 상대로 뭐가 무서워서 3-1 카운트까지 몰렸고, 김지찬을 볼넷으로 내보냈는 지 모르겠네요. 

 

곽도규, 최지민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김도현과 함께 긍정적인 부분은 조상우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네요. 여전히 구속은 전성기 구속에 턱 없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오늘 커맨드가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구속이 붙지 않은 조상우는 여전히 시한폭탄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안정감을 주지 못 하네요.

 

 


 

선수 단평

 

  • 최원준 - 이대로면 FA 쪽박 확정
  • 나성범 - 8회에 욕심이 너무 과했다.
  • 최형우 - 악마 같은 김지찬
  • 이우성 - 이창진 온다?
  • 변우혁 - 역시 좌투수 상대로만 써야 하나...
  • 박재현 - 공은 잘 보지만, 아직 2군에서 경험을 쌓아야 함
  • 최정용 - 뽀록 안타 하나 빼곤 임팩트를 주지 못 함, 올해가 마지막 같은데...
  • 한준수 - 악마 같은 김헌곤 심지어 2개나...(하나는 운이 없었지만)
  • 김규성 - 김도영, 김선빈 빈 자리를 못 채워도 박찬호 빈 자리는 부지런히 채우고 있음
  • 곽도규, 최지민 - 둘 다 잘 하는 시즌이면 진짜 불펜으로 리그 씹어 먹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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