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어제 4안타 치고 경기 졌고, 오늘도 4안타 쳤는데 오늘은 이겼습니다. 달라진 건, 오늘 KIA 투수진은 단 1실점만 했다는 것, 안타도 4개 밖에 안 맞았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임스 네일의 완벽투
네일이 오늘 삼성의 베스트 라인업을 완벽하게 봉쇄했습니다. 한국시리즈보다 더 좋은 피칭을 했는데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똑바로 오는 공이 거의 없고, 무브먼트가 심한 공들을 던지니, 정타가 거의 안 나왔죠.
올해 네일의 페이스가 굉장히 좋은데 작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체인지업'이 작년보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 네일 구종별 피안타율>
지난해 네일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321에 이를 정도로 좋지 못 했는데 올해는 현재까지 3경기에서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182에 불과합니다.
제가 네일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불투명하게 본 이유가 '구종이 단순하다'는 점이였어요. 최소한 3개의 구종을 플러스급으로 던져야 MLB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수 있다고 보는데, 네일은 투심과 스위퍼라는 좋은 플러스급 구질이 있지만, 체인지업이 그 정도급은 아니기 때문에 MLB 진출 확률을 낮게 봤습니다.
반면, MLB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카일 하트의 경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모두 잘 던졌죠. 하트가 MLB에 못 간 건 구속이 낮아서 였는데, 구속마저 KBO에서 끌어 올리니 MLB 무대에 복귀해 선발로테이션 합류까지 해냈죠. 하지만 그런 하트도 MLB 진출 했을 때의 대우는 KBO 잔류만도 못 했어요.
그런 와중에 네일이 MLB에서 하트 이상의 대우를 받긴 어렵다고 봤고, 그래서 재계약 가능성을 높게 봤습니다. 불펜으로 본인이 돌아간다면 모를까, 계속 안정적으로 선발 투수로 뛰고 싶다면 KBO 만큼 좋은 무대는 없죠.
<제임스 네일 이닝별 피OPS>
네일이 올해는 스태미너 문제도 해결하는 기색인데, 작년엔 4~6회 피OPS가 .708, 7회(4이닝 밖에 안 됨) 피OPS가 1.055로 좋지 못 했는데 올해는 아직 3경기 뿐이라 스몰 샘플이지만 4~6회 피OPS .444에 불과합니다. (물론, 1~3회 피OPS는 더 낮은 .281에 불과함) 오늘은 7회에 공 7개로 삼성 타선을 퍼펙트하게 막았고요.
시즌 끝까지 네일이 체인지업의 위력을 유지하고, 스태미너에서도 향상했다는 걸 증명한다면 MLB 입질도 있을 거라고 봐요. MLB에서는 타자는 넘칠 지 모르지만, 투수는 항상 부족하니까요. 게다가 네일의 나이도 93년생이라 아직 데리고 갈 만 합니다. 당장에 카일 하트가 92년생이었고, 에릭 페디는 93년생이었습니다. 네일도 못 가리란 법 없죠.
다만, 올해 좋은 피칭에도 불과하고 MLB로 가지 않는다면 쿠에바스, 니퍼트급으로 오랜 기간 동안 KBO에서 뛸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그러면 KIA는 외국인 투수 슬롯 하나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죠.
이우성과 변우혁의 대활약
타선에서는 이우성과 변우혁의 활약이 좋았죠. 이우성이 지난 주말 3연전에서는 10타수 1안타로 부진하긴 했지만, 그래도 개막 첫 주에는 20타수 6안타로 나쁘지 않았어요. 6안타 중 장타가 3개(홈런 1개, 2루타 2개)일 정도로 장타력도 보여줬고요. 그리고 오늘 KIA 킬러 후라도를 상대로 결정적인 상황에서 2루타 두 개를 뽑아줬고, 1개는 변우혁의 결승타로 연결이 되었죠.
앞으로도 이우성은 5-6번 정도에서 정확성보다는 장타 한 방을 노리는 스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수 본인도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깨닫고 올해는 발사 각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고, 현재까지는 괜찮은 결과로 연결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우투수의 공을 못 친다고 깠던 변우혁이 오늘은 홀로 3타점을 날리면서 승리의 1등 공신이 되었네요. 2회에는 후라도의 빠른 공을 받아 쳐서 중견수 앞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렸고, 3회에는 후라도의 가운데 들어 오는 커브를 놓치지 않고 받아 쳐서 역시 빠른 타구를 날려 2타점을 더 했습니다.
변우혁은 공격도 공격이지만, 오늘 수비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습니다. 비록 실책 하나를 했다지만 경험 부족으로 인한 서두름이라고 봤고, 땅볼이 많이 나오는 네일의 경기라서 3-유간으로 무수히 많은 빗맞은 땅볼이 나왔는데 1개 빼고는 모두 잘 처리해줬고, 윤도현과 다르게 송구도 괜찮더라고요. 수비 경험이 부족할 뿐, 하드웨어는 괜찮아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변우혁의 자리는 1루수라고 생각은 하지만, 볼 수 있는 포지션이 많으면 선수에게도 좋고, 팀에게도 좋죠. 3루에는 김도영이라는 확실한 주전이 있다 하지만, 김도영은 지금 추세면 해외 진출 가능 시기에는 무조건 MLB로 갈 선수이고, 당장에 내년에 박찬호가 FA로 타 팀 이적이라도 한다면 김도영 유격수를 시도해볼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1루도 주인이 있는 건 아니죠. 위즈덤이 올해 잘 해서 장수 외국인 타자가 되면 좋고, 위즈덤의 경우 외야수 경험도 많아서 변우혁이 좋은 성장세를 보인다면 위즈덤을 좌익수로 쓰는 방안도 생각해낼 수 있습니다. 그냥 변우혁 본인만 잘 하면 되는 상황이에요.
조상우, 완벽한 커맨드로 위기를 지우다.
네일이 7회까지 87개 밖에 던지지 않은 상황이라 8회에도 올랐으면 했지만, 이범호 감독의 선택은 조상우였고, 조상우가 너무나도 완벽하게 삼성의 타선을 막았습니다.
여전히 구속은 실망스럽습니다. 삼성의 이호성이 150km/h을 찍고, 정해영이 152km/h까지 찍는데 평균 구속이 144.7km/h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서 3km/h만 더 붙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아쉽네요.
그래도 오늘처럼 커맨드가 좋으면 아무리 삼성 타선의 짜임새가 좋고 한 방이 무서워도 어렵지 않게 위기를 넘길 수 있습니다. 김선빈급으로 컨택 능력이 뛰어난 김지찬을 바깥쪽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고, 이재현도 프론트 도어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죠.
구자욱에게 투 볼로 몰리면서 크게 얻어 맞을 수 있는 카운트가 됐는데 3점 차이라는 점수 차이를 믿고 가운데 던졌는데 다행히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로 끝나면서 8회를 깔끔하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구속보다는 커맨드가 참 돋보였던 투구였어요.
9회에 정해영이 올라와서 위기에 몰리긴 했는데 구속이나 구위는 참 좋아졌습니다. 제가 주구장창 정해영을 비판했던 논리가 '삼진을 못 잡는 투수'라는 점이었는데, 올해 결정적인 상황에서 최주환에게 2루타를 맞은 게 문제였지. 구위는 확실하게 좋아졌어요.
지난해 정해영의 포심 평균 구속은 145.5km/h였는데 올해는 150km/h을 상회하는 포심을 던지는 등, 평균 148.6km/h까지 찍고 있습니다. 오늘은 포심 평균 구속이 149.6km/h까지 나왔고요.
그 덕분에 정해영의 삼진율은 31.6%를 기록하며 지난해 23.8%에서 크게 향상됐습니다. 4이닝 밖에 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수치를 가지고 호들갑 떨 필요도 없고, 그래봐야 현재 성적은 피안타율 .313에 피OPS .859에 불 지르는 마무리 투수이지만, 지금의 구위를 유지하면 성적은 작년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상당해 보입니다.
다만, 정해영의 문제라면 포심을 상대 타자 몸쪽에 꽂아 넣질 못 한다는 거죠. 오늘만 해도 박병호를 상대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 김태군에 몸쪽에 앉자 '가운데 넣으면 장타를 맞을 수 있다'는 의식 때문인지 커맨드에 신경 쓰다가 박병호 옆구리에 포심을 던지고 말았죠. 구위는 올라왔는데 아직 커맨드는 완성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만약, 정해영이 커맨드까지 완성한다? 그러면 오승환...은 아니더라도 박영현 정도는 부러워하지 않을 수도 있어 보여요. 그 날이 오느냐가 문제죠.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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