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는 선발 매치업에서 밀리는 경기였고, 용케 구창모 상대로 3득점을 뽑아내긴 했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투타, 그리고 수비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면서, 팀이 가진 단점이 제대로 드러난 경기였어요. 그리고 이 단점들을 메꾸지 못 하면 결국 상위권 경쟁은 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한 경기였습니다.
구창모를 상대로 이기려면 투수가 잘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황동하는 4.1이닝 동안 4피안타 3사사구 2피홈런 4실점으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지 못 하고, 5회도 못 마치고 강판되어 패전투수가 됐죠.
그리고 솔직히 오늘 황동하는 4실점이 아니라 10실점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구위였습니다. 제가 NC팬이었으면 화딱지가 났을 정도로 잘 맞은 타구들이 전부 수비 정면으로 가더라고요. 와 이렇게 운이 좋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실점이 적었습니다.
황동하가 오늘 못 던진 이유는 '구속이 안 나와서' 입니다. 올 시즌 평균 구속 143.4km/h를 기록하며, 그래도 이전에 비해서 구속을 많이 끌어 올린 시즌인데, 오늘 경기 황동하의 포심 평균 구속은 140.0km/h으로 시즌 평균 구속보다 무려 3.4km/h나 떨어졌습니다.
황동하가 많이 던졌나요? 아닙니다. 고작 68이닝 던졌습니다. 휴식일이 짧았나요? 아닙니다. 6일 쉬고 7일만에 등판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즌 최저 구속이 나왔습니다. 오늘 황동하의 포심 피안타율은 .400 입니다.
황동하가 선발로 롱런하고 싶으면, 최고 145km/h 이상, 평균 145km/h 내외의 구속은 찍어줘야 합니다. 이렇게 해도 4선발까지가 한계입니다. 평속 145km/h도 못 던지는 투수는 솔직히 3선발 이상 하면 안 됩니다. 슬픈 사실은 올 시즌 현재까지 황동하가 팀의 3선발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단 겁니다.
황동하가 오늘만 컨디션이 안 좋을 순 있어요. 그리고 전 황동하의 구속이 느려도 슬라이더가 위력적이고, 포크볼이 긁히는 날이면 QS를 기대할 수 있는 투수라서 풀타임 선발 자격은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짜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고 싶다면, 황동하의 역할은 스윙맨 이상은 기대해선 안 됩니다.

경기가 가비지 이닝으로 가버리니까 올 시즌 신인 '지현'이 마운드에 올라왔습니다. '지현' 투수가 앞으로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팩트 폭행을 하자면, '지현' 같은 유형의 투수는 지금 1군 엔트리에 있는 게 죄악입니다.
마운드에서 첫 공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 '아, 오늘 경기 안 끝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구속도 느리고, 변화구도 평범하고 제구도 안 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구속이죠, 아무리 투심이라도 평균 구속이 141km/h 입니다. 이런 구속으로는 전성기 매덕스 급 제구력이어도 ERA 4점대 찍습니다.
도대체 '지현'의 뭘 보고 마운드에 올렸을까요. 2군에서 그나마 스트라이크는 던질 줄 아니까? 지현의 올 시즌 퓨처스 리그 성적은 54.1이닝 동안 ERA 4.47, 피안타율 .292입니다. 2군에서 피안타율이 3할에 육박한대 어떻게 1군 타자들의 파워를 이겨낼 수 있나요?
54.1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이 14개 밖에 안 되니까 '스트라이크는 던질 줄 아는 투수'인 건 맞네요. 이런 유형의 투수는 더더욱 1군에 올려서는 안 되고, 그냥 2군 로테이션용으로 써야 합니다. '구위'가 너무 떨어지니까요.
제구력은 불안하더라도, 140km/h 후반대의 공을 던지는 투수가 '가비지 이닝'에 올라와서 1군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지금 1군에 '스트라이크만 던질 줄 아는 투수'는 필요 없습니다. 상대 타자의 방망이를 압도하는 투수가 나와야죠.
제가 리뷰 쓰면서, 특히 NC와 경기 리뷰를 할 때마다 늘 쓰는 말인데, NC는 오늘 가비지 이닝에 나온 투수 두 명이 모두 150km/h 가까이 던졌습니다. 김태훈? 김준원? 처음 들어봤습니다. 찾아보니 김태훈은 상위 지명(25 드래프트 2라운드), 김준원은 하위 지명(24 드래프트 11라운드)네요.
김태훈은 2군 통산 19이닝 투구라서 큰 의미 부여할 수 없는 성적이지만(그래도 투구 이닝보다 많은 삼진을 잡고 있음), 김준원은 2군에서 올 시즌 23이닝 동안 삼진 23개 볼넷 10개 밖에 안 줬고 피안타율은 .224 밖에 안 됩니다. 같은 프로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양팀 우완투수 뎁쓰가 심각하게 차이 납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전 KIA의 스카우트 전략과 육성 방향이 맞는건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성영탁과 황동하라는 훌륭한 성공 사례가 있죠. 그런데 이 두 명 모두 구속을 더 끌어 올리지 않으면 지금 모습에서 더 발전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2025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에 이호민을 뽑았죠. 정우주가 아니라 이호민이 실질적인 전주고 에이스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건 고교 무대니까 그런거죠. 고교나 2군이나 '스트라이크만 던질 줄 알면' 일정 성적을 냅니다. 그런데 이호민의 지난 시즌 포심 평균 구속은 139.3km/h에 불과했고, 올해 2군에서도 상무 입대 후에 3.1이닝 동안 10실점이나 했습니다.
이호민 물론, 06년생으로 아주 젊습니다. 그나마 최근 드래프트에서 KIA가 건진 가장 좋은 선수인 김태형과 동기이고요. 그런데 증속 없으면 이호민 2라운드 지명은 대실패입니다. 구속 느린 투수를 키워서 성공시키는 건 성영탁이나 황동하처럼 하위 라운드에서나 기대해야죠. 왜 공 느린 투수에게 상위픽을 행사할까요.
물론, 이호민이 제 이런 비판을 이겨내고 증속에 꼭 성공하길 빕니다. 하지만, 앞으로 드래프트에서는 '저 선수가 마운드에서 운영 능력이 좋은지', '프로에서 통하는 변화구가 1개 있다든지' 이런 쪽에 포커스를 둘 게 아니라 무조건 '구속', '발전 가능성', '체구' 이런 쪽에 포커스를 두고 지명했으면 합니다.

KIA가 올 시즌 기대 이상의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준수한 투수력과 김도영, 나성범, 한준수가 라인업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타자의 도움은 크게 못 받고 있지만, 망했다 수준은 아니고요. 여기에 올 시즌 수비가 정말 좋아졌죠. (유격수 빼고)
준수한 투수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올러와 네일, 외국인 원투펀치가 기여하는 바가 가장 크고, 불펜투수들도 좋습니다. 실제로 올해 KIA의 팀ERA는 4.16으로 리그 3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꽤나 준수한 수치죠.
문제는 FIP 입니다. KIA의 팀 FIP는 4.74를 기록하며 리그 7위에 불과합니다. 하위권에 쳐져 있죠.(가장 간극이 큰 팀은 삼성. FIP 8위 ERA 2위) KIA 투수력의 BABIP는 .291로 리그에서 가장 낮습니다. 한 마디로 지금의 좋은 ERA는 '운'이 많이 작용했다는 거죠.
이 운이 시즌 끝까지 갈 지, 아니면 후반기에 '실력'이 뽀록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낮은 BABIP. 그리고 두 번째로 낮은 탈삼진율(9이닝 당 7.24개) 등을 감안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마무리 투수에 적임자가 없다는 게 현재 투수진의 가장 큰 불안 요소죠. 여기에 공 느린 투수들이 구속이 여름 들어 더 떨어지면서 타자를 압도하지 못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황동하, 성영탁 이 두 투수가 대표적이죠. 구속이 조금만 떨어져도 배팅볼이 됩니다.
그나마 시라카와라도 데리고 와서 좀 나아졌지, 시라카와도 일본 투수 답지 않게 볼넷이 많은 타입이라 많이 불안하죠. 당장 내일 경기에서 난타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범호 감독이 '이의리'에게 미련을 못 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팀에서 유일하게 힘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국내 선수'이니까요. 김태형은 공만 빠르지, 속구를 강하게 못 뿌리고 있고, 황동하나 양현종은 커맨드가 안 되는 날이면 대량 실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구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KIA의 후반기 성적은 매우 불안하다고 봅니다. 지금 팀이 잘 나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야수진의 부상이 없다'는 데에 있는데, 김도영, 나성범, 카스트로, 한준수 네 명 중 한 명이라도 다치면 팀 공격력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저 매일 기도하며 부상이 없기만을 바래야죠.
투수력은 반등의 요소가 있을까요? 글쎄요.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양현종, 황동하가 여름을 넘길 수 있을까? 선발 로테이션에서 두 명의 외국인 투수 말고 QS를 기대할 수 있는 투수가 있을까? 이의리가 좋아지긴 할까? 기대보단 우려가 큽니다.
지난해 KIA가 후반기 들어서 와르르 무너졌는데 그 이유가 투수진의 붕괴에 있죠. 올해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고, 많은 지표가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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