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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KIA : SSG 후기 - 존재감 어필한 4번 타자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6. 7. 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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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쉬운 무승부를 당하고(?) 오늘도 네일이 초반에 에레디아에게 쓰리런을 맞으면서 어려운 경기가 됐는데, 이형범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타자들이 야금야금 SSG 불펜을 공략하며 5회부터 8회까지 매 이닝 1득점씩 하며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었습니다. 

 

7회말 1사 만루에서 변우혁의 병살, 8회말 무사 1루에서 김호령의 번트 실패와 김선빈의 병살로 아쉬운 순간은 있었지만, SSG 조병현이 어제 김호령의 타구에 오른쪽 어깨 맞아 오늘까지 휴식일을 취한 게 어제와 오늘 모두 KIA에게는 행운이 됐죠.

 

조병현만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어제 오늘 연패 당하면서 올러-네일이 들어간 로테이션에서 루징 시리즈를 당할 뻔 했는데, SSG에서는 가장 강한 불펜투수를 내보내지 못 했고, KIA 타선은 가장 큰 장기인 '파워'를 자랑하면서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고 어제의 아쉬움을 지우는 끝내기 승리까지 거머쥐었습니다.

 

 

약점을 극복한 나성범의 동점 투런 홈런

 

조병현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9회초 수비만 잘 막으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봤어요. 기대대로 9회 등판한 곽도규가 타석에서 끈질기고 정교한 타격을 하는 정준재아 박성한을 막으며 역시 믿을 건 곽도규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 타격감이 미친 최정이 곽도규의 낮은 투심을 걷어 올려서 홈런에 한 끗 모자란 2루타를 칩니다.

 

전 이 타구를 보면서, 아 홈런이구나 했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죠. 아, 하늘이 KIA를 불쌍히 여기어 몇 센티 차이로 타구가 안 넘어갔구나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몇 분 되지 않아 바뀌었는데 곽도규 다음에 올라 온 전상현이 김성욱을 상대로 높은 존의 144km/h 포심이 가운데 쪽으로 들어 가며 홈런을 맞은 겁니다. 맞는 순간 전상현도 알았어요. 홈런이라는 것을요.

 

이런 점 때문에 전상현 마무리가 불안합니다. 볼질을 안 해서 가장 안정적인 피칭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전상현도 포심으로 상대 타자의 방망이를 밀어 내는 타입이 아니다보니, 조금만 잘못된 투구가 들어가면 장타로 연결된다는 점이죠. 아무튼, 김성욱의 홈런이 나오는 순간, 오늘은 졌구나 싶었죠.

 

그런데 우리에겐 '영웅' 나성범이 있었습니다. 김도영이 운이 따르는 안타로 무사에 출루하고, 나성범은 초구 슬라이더는 고르고, 2구째 바깥쪽 존에 들어오는 슬라이더에는 헛스윙을 했는데, 이때 노경은의 포심 타이밍에 방망이를 돌리고 있구나 싶었죠. 

 

올해 나성범은 바깥쪽 하이존의 타율이 .118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포심에 늘 타이밍이 늘려서 바깥쪽 하이패스트볼에는 빠른 공에 늦어서 파울만 양산하며 불리한 카운트를 쌓았죠. 그래서 SSG에서는 나성범 상대로 포심을 던졌는데, 조형우가 요구한 몸쪽 포심이 아닌, 공이 밀려 들어가며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성범은 정확한 타격을 위한 스윙을 했고, 이 타구가 라인드라이브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며 순식간에 패색이 짙었던 경기가 동점, 아웃 카운트 없는 9회말 공격으로 이어졌습니다.

 

작년까지 나성범의 약점은 하이패스트볼이었는데 올해는 이런 모습이 사라졌죠. 이런 모습을 보면 나성범도 확실히 '클래스'가 다른 타자입니다. 몸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니, 리그에서 10번째로 뛰어난 WRC+를 기록하며 커리어의 반등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그동안 잘 하고도 묻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확실히 나성범, 그리고 한준수가 멱살 잡고 끌고 올라 간 경기라고 봅니다.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박상준의 외모와 실력

 

오늘 경기 수훈 선수는 당연히 나성범이지만, 끝내기 타구는 박상준이 만들었죠. 안타가 아니라 실책으로 기록되긴 했는데(유격수 정면 타구였으니 실책이 맞습니다.) 굉장히 잘 맞은 타구였고, 그 타구를 만들어 내기까지의 박상준의 카운트 싸움 과정이 정말 좋았습니다.

 

1사 주자가 2루에 있는 상황이었으니 이건욱의 카운트 잡으러 들어 오는 초구에 스윙을 가져갔으나 바깥쪽 보더라인으로 제구가 잘 되어서 파울, 2구째 포크볼이 몸쪽 낮은 코스로 절묘하게 들어가며 0볼 2스트라이크에 몰렸으나, 이후 이건욱의 까다로운 코스로 오는 공들을 죄다 커트해냈죠. 3구째 하이 패스트볼 커트, 가장 놀라운 장면은 2구 스트라이크 코스에서 잘 떨어진 4구째 포크볼을 컨택해 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5구째 하이 패스트볼에 박재현이었으면 헛스윙을 돌렸을텐데(이건 타자 성향 차이이고, 박재현 말도 안 되는 공 컨택해서 타점 올리긴 했으니 마냥 나쁘다고 볼 건 아님) 박상준은 참았습니다. 박상준이 대단한 게, 이제 1군에서 통산 67타석을 소화한 타자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하게 5구를 골라낸 거죠. 이거 프로 경험 오래된 타자들도 참기 쉽지 않은 코스였어요.

 

5구째를 골라내고, 6구째 이건욱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자신있게 스윙을 돌려, 에러를 유발한 강한 타구가 나왔습니다. 정면 타구였으니 안타가 아닌 에러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은 하지만, 타구 속도가 이렇게 빠르지 않았으면 경험 많은 박성한이 뒤로 빠뜨릴 타구는 아니었죠. 

 

바로 어제 경기에서 경험이 없는 박재현은 김민의 변화구에 삼진을 당하고, 역시 경험이 많지 않은 박정우도 초구 땅볼을 치면서 기회를 무산시켰는데, 박상준은 어제 박재현, 박정우와는 달리, 타석에서 신중히 접근하고 까다로운 공들은 컨택해냈으며, 속기 쉬운 위치로 들어 온 포심까지 골라냈습니다. 이 모든 걸 1군에서 고작 67타석 밖에 못 겪은 타자가 했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에요.

 

박상준의 단점은 '나이 들어 보이는 외모' 말곤 없습니다.(슈퍼스타는 될 수 없는) 수비와 주루면에서 플러스가 되는 선수는 아닐 지언정, 자기만의 스트라이크존이 확실히 확립되어 있고, 존에 들어 오는 공들은 강한 타구로 연결시키며, 주눅 들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기 스윙을 했습니다.

 

바로 오늘 경기에서 박상준과 대척점의 모습이 나온 게 변우혁의 타석이었죠. 7회 1사 만루 찬스에서 변우혁은 직구에 계속 타이밍이 늦었고, 3구째 하이 패스트볼에 헛스윙, 그리고 똑같은 높이로 온 4구째 149km/h 포심에 어정쩡하게 '컨택'만 해서 병살타로 물러났죠. 

 

변우혁은 이때 생각을 잘 못 한 게, 1사 만루에서 '컨택'을 할 게 아니라 '자기 스윙'을 했어야 했습니다. 이로운의 3구와 4구는 정말 하이존 보더라인으로 들어 간 좋은 공이었어요. 이런 공을 어정쩡하게 '아, 어떻게든 점수를 내기 위해 컨택해야 겠다'는 생각이 어정쩡한 스윙으로 연결됐고, 그게 병살이 된 거죠. 차라리 헛스윙을 하는 게 더 나았습니다.

 

변우혁은 히팅 포인트를 조금 더 앞에 두던지, 타격 준비 자세를 조금 더 빨리 가지지 않으면 1군 무대에서 생존이 어렵습니다. 반면, 박상준은 자기 스윙을 한 결과 강한 타구가 나왔고, 그게 끝내기 실책으로 되었죠. 변우혁이 성장하고 싶으면 오늘 박상준의 타격하는 모습을 보고 배워야 합니다. 

 

 

 

골칫거리였던 테이블세터진의 고민이 해결되나

 

아무튼, 박상준이 좋은 선구안을 보여주면서 이제 드디어 '2번 타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우완이 선발일 때는 박상준을 2번으로 쓰면 됩니다. 공도 잘 고르고 좌타자에 컨택도 괜찮습니다. (사실 2번으로 가장 적합한 타자는 한준수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제 더 이상 출루율 .320도 안 되는 김호령이나 박재현을 쓸 필요가 없죠.

 

박재현 1번은 제가 지난 리뷰에도 언급했지만, 선수를 성장시킬 생각이 있다면, 한 시즌 정도는 밀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재현도 확실히 성장하고 있는 건 맞고, 슬럼프 극복한 이후에 최근에는 안타를 잘 만들어 내고 있죠. 그리고 이런 경험이 쌓이다보면, 자기만의 스트라이크존을 확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다만, 타고난 천성이 있으니 타출갭에 극적인 발전은 힘들어 보이긴 합니다.)

 

박상준은 아직 스몰샘플이라 계속 더 두고봐야 하고, 박재현처럼 1군 풀타임을 뛰어 본 적이 없으니 타격 슬럼프에 빠지는 시기가 분명히 올 겁니다. 다만, 박상준은 오늘처럼 타석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기 만의 존을 계속 잘 지켜나간다면, 슬럼프를 겪더라도 박재현보다는 그 기간이 짧을 것 같아요. 

 

제가 지난 리뷰에서 시종일관 KIA 타선 다 좋은데, 젊은 타자들의 성장세가 너무 떨어진다는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는데, 올해 시즌 끝나고 박재현, 박상준 두 명만 건져내도 대단히 성공적인 시즌이 될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우타 유망주들의 성장세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네요. 가장 큰 기대를 건 윤도현이 타격의 방향성을 잡지 못 하고 있으니 김선빈의 다음 자리에 대한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사실상 오늘의 승리투수 '이형범'

 

네일은 자신이 약했던 SSG의 타선을 오늘도 극복하지 못 하면서 어려운 경기가 됐는데, 이런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던 건 이형범이 6회부터 등판해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줬기 때문입니다.

 

6회에는 선두타자 최지훈의 안타와 고명준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 상황을 맞으며 힘들게 시작했는데 조형우를 특유의 투심으로 3루 땅볼로 잡았고, 정준재도 147km/h 투심을 몸쪽 낮게 좋은 코스로 던지며 2루 땅볼로 2아웃을 잡았죠. 

 

박성한 상대로도 2구와 4구에 연달아 147km/h 투심을 던져서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는데, 리그에서 가장 정확한 타격을 하는 타자 중 한 명인 박성한이 4구째 한가운데나 다를 바 없는 이형범의 투심에 헛스윙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저 정도 투심이면 성영탁보다 훨씬 나은데?'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이형범을 비판하면서 주로 들었던 논리가 '아무리 투심이라 해도 공이 너무 느리다'는 지점이었습니다. KIA에서 첫 시즌이었던 2024년만 해도 투심 평균 구속이 141.5km/h에 불과했어요. 2019년 두산의 마무리 투수로 뛸 때도 투심 평속은 140.3km/h를 기록하며 올해의 성영탁보다 느렸습니다.

 

그런데 어떤 훈련을 했는 지 몰라도 지난해부터 투심 구속이 부쩍 좋아지더라고요. 2025년에 투심 평속을 143.5km/h까지 끌어 올리더니, 올해도 이 평속을 유지 중이고, 오늘도 대부분의 투심이 145km/h 내외에서 형성됐습니다. 뭐, 타자를 압도할 정도의 구속은 아니지만, 투심이 이 정도 구속만 되어도 먹히죠.

 

박성한은 잘 맞은 타구가 김도영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면서 운이 따랐지만, 무사 1, 2루에서 조형우와 정준재를 연달아 잡아 낸 공의 위치는 좋았고, 7회에는 별 다른 위기도 없이 오늘 타격감이 가장 뛰어난 최정을 루킹 삼진으로 잡아 냈고, 김성욱과 에레디아도 투심을 던져 연달아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3자 범퇴로 이닝을 끝냈습니다.

 

성영탁이 체력적인 한계를 겪고 있으면서 내려온 상태인데, 이형범이 이렇게 해주면 팀 마운드에 큰 보탬이 됩니다. 그리고 이형범 1994년생으로 아직 한창이죠. 지난해부터 투심 구속이 올라와서 '어? 생각보다 공이 좋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올해 이렇게 투심 위력이 좋아지면, 지쳐 있는 팀 불펜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구위는 끌어 올렸지만, 아직 커맨드가 정교하진 않습니다. 구위를 끌어 올리는 대신 반대 급부로 커맨드가 나빠졌다고 봐야죠. 그런데 이형범은 이런 변화를 가져가는 게 맞습니다. 2019년이야 낯설어서 느린 구속에도 타자들을 이겨냈다면, 이젠 아니죠.

 

결국, 투수는. 특히, 불펜투수는 '힘'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형범의 구위만큼은 승리계투조로 뛰어도 문제 없을 정도로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커맨드만 전성기 수준으로 좋아지면, 승리계투조로 뛰어도 이상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선수 단평

 

  • 김호령 - 1번 타자로 그만 봤으면 싶지만, 좌완 선발은 잘 공략했으니 인정. 아? 내일도 좌완 선발이네
  • 김선빈 - 안타는 빗맞은 안타, 찬스 상황에서 삼진과 병살. 타격감 언제 올라오나?
  • 김도영 - 발 느렸으면 1회에 삼중살이었음. 그래도 홈런 치면서 타격감은 유지
  • 카스트로 - 2땅 2안 2땅 우안 2땅... 지긋지긋한 정준재
  • 한준수 - 9회에 그 타구 넘겼으면 멀티 홈런에 끝내기 홈런까지 오늘의 히어로가 될 수 있었는데
  • 박민 - 이제 당신은 유격수 주전이 아닙니다.
  • 김규성 - 당겨치기 일변도의 타격만 하던 선수가 밀어 쳐서 2루타? 혹시 스텝업 한 거니?
  • 박재현 - 8회 적시타는 진짜 이병규가 생각날 정도로 신묘한 컨택을 보여줬다. 
  • 네일 - 랜더스 공포증은 오늘도 극복하지 못 합니다.
  • 정해영 - 다시 마무리 투수로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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