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는 개인적으로 선발 투수가 큰 불만이었습니다. 화요일에 등판한 올러가 아니라 풋내기 막내인 김태형이 선발로 예고됐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렇게 여유가 넘치나?' '2연패 했는데 여기서 김태형을?' '시즌 길게 보긴 해야겠지만 너무 느긋한대?' 라는 생각이었어요.
아무리 최승용이 두산의 하위 선발이라고 해도, KIA 타자들이 최승용의 공을 잘 공략 못 하기도 했고, 아무리 최승용이 약하다고 해도, 김태형에 비할 바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김태형이 7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면서, 이 경기를 잡았습니다. 답답하던 타선이 김호령의 투런 홈런, 김도영의 솔로 홈런 등과 상대 투수의 제구 난조와 김호령의 결정적인 주자 일소 2루타까지 나오면서 모처럼 속 시원한 승리를 거두기도 했고, 김태형이 두산 타선을 무사사구 1실점으로 막은 게 가장 컸죠.
시즌 전에 김태형의 단점으로 저는 '쓸만한 변화구가 없다'는 것을 꼽았습니다. 그런데 이 선수 올러에게 이것저것 구종을 배우더니, 스위퍼를 점점 자기 것으로 만들기 시작하고, 스위퍼를 던지니까 슬라이더의 각도를 줄이는 대신 스피드를 더해서 커터를 던지고, 오늘은 체인지업까지 던지더라고요.
스탯티즈에서 구종별 구사율을 찾아보면 4월 2일 올 시즌 첫 선발 등판(5이닝 2실점)일 때 김태형은 포심 59.3%, 슬라이더 29.6%, 체인지업 9.9%를 던졌는데, 오늘은 포심 36.2%, 커브 3.2%, 슬라이더 43.6%, 체인지업 17%를 던진 것으로 나타납니다. (스탯티즈에는 커터 구사율을 0%로 표기했는데, 커터를 슬라이더로 표기한 건지, 커브가 스위퍼인지 헷갈리네요)
포심 비율은 시즌 첫 등판 때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였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비율이 크게 늘었습니다. 솔직히, 오늘 피칭만 보면 '파워 피쳐'가 아니라 '피네스 피쳐'라고 봐야 할 정도입니다. 기록만 봐도 볼넷은 단 1개도 주지 않고, 삼진은 7이닝 던진 것치고는 적은 3개에 그쳤으니까요. 소위 '맞춰 잡은 피칭'을 한 겁니다.
그리고 이런 맞춰 잡는 피칭이 가능했던 이유는 오늘 던진 거의 모든 변화구들이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이죠. 두산 타자들이 당황할 법도 한대, '아니, 이 친구 150km/h 던지는 파워 피처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다가 존 근처에서 공의 큰 움직임 때문에 정타를 만들어 내는 걸 어려워 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오늘 안타 3개 중에 2개는 포심을 던지다가 맞은 안타였고, 7회에 박정우의 호수비 역시 김민석에게 던진 포심이 몸쪽 낮게 들어갔는데 정확한 타이밍에 통타 당한 구종이었습니다. 두산 타자들은 빠른 공에 맞춰 타이밍을 잡았는데 존 근처에서 계속 변화구가 들어오니 당황할 수밖에 없죠.

결과적으로 7이닝 1실점이라는 훌륭한 피칭을 했지만, 저는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지금보다 더 강한 공을 충분히 뿌릴 수 있는데, 오늘 던지는 걸 보니까 존에 공을 강하게 던지는 것보다는 '일단 변화구를 존에 넣자'는 의도가 느껴졌거든요.
이런 피칭은 한 경기에서는 통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상대 팀에서 분석을 시작하면 난타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오늘 김태형의 피칭은 운이 따랐다고 생각해요.
물론, 실제로 운이 따른 건 최승용의 피칭(한준수의 타구는 잠실이 아니었으면 홈런이었을 타구였고, 나성범, 카스트로의 잘 맞은 정면 타구가 많았음)이라고 생각하고, 김태형은 정타를 많이 허용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상대 팀의 전력 분석 실패 등 '의외성' 때문에 나온 결과가 7이닝 1실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태형의 피칭을 비하하는 의도는 없습니다. 19살의 선수(06년 12월생)가 벌써 1군 마운드에서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존에 넣는 것만 해도 대단한 재능이고, 시즌 전만 해도 변변한 변화구가 없던 선수가 여기까지 발전 시킨 건 정말 어떤 칭찬을 해도 부족하지 않아요.
그런데 전, 김태형이 '파워 피처'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150km/h 이상을 쉽게 쉽게 던지는 투수이니까요. 김태형의 아쉬운 포심 위력을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는게, 올 시즌 김태형의 포심 헛스윙률은 6.3%에 불과합니다.

김태형보다 평균 구속이 훨씬 떨어지는 양현종, 황동하보다도 포심 헛스윙률이 낮습니다. 이런 투구로는 리그에서 상위 선발로 뛸 수가 없어요.
지금 던질 때 모습을 보면 강한 팔 스윙으로 공을 던지지 못 하고, 자연스럽게 팔을 회전시켜서 포심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게 문제점일 수도 있지만, 전 오히려 여기서 발전 가능성을 봅니다. 지금보다 강한 팔스윙으로 포수 미트에 포심을 스트라이크로 넣을 수 있다면? 곽빈처럼 155km/h를 던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곽빈이 프로 첫 해부터 155km/h를 던진 것도 아니에요. 곽빈 첫 해(2018년)에는 포심 평균구속이 145.3km/h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2021년 146.1km/h, 2022년 147.6km/h, 2023년 147.8km/h, 2024년 148.5km/h, 2025년 151.4km/h, 2026년 153.3km/h 까지 끌어 올렸습니다. 무려 10km/h 가까이 올린 거죠.
프로 첫 시즌에야 일단 존에 넣는 투구폼을 완성하는 게 중요하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투구 밸런스를 잡고, 강한 공을 던지는 팔 스윙을 익히고, 존에 넣게 되면 그때는 엄청난 투수가 될 수 있어요. 김태형은 현재 느린 팔 스윙으로도 평균 구속 148.3km/h을 던지고 있습니다. 곽빈 첫 시즌보다 2km/h가 빠르죠.
그래서 전 오늘 경기 투구 결과는 좋아도, 아쉬움이 있고, 반대로 생각하면 더 큰 희망과 기대도 갖고 싶습니다. 저렇게 살살 던지는데도 151km/h까지 던지고, 변화구도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이제 남은 건 '강한 팔 스윙'으로 '강한 포심'을 존에 넣는 투구 밸런스를 완성하는 겁니다.
이것만 되면 포심의 헛스윙률을 10% 이상으로 만들 수 있고, 곽빈처럼 20% 이상(곽빈의 올 시즌 포심 헛스윙률은 무려 21.9% 입니다.)까지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제가 김태형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1군에서 쓰면 안 된다. 2군에서 3년은 굴러야 한다고 했는데, 올해 1군에서 46.1이닝 동안 ERA 4.86을 기록하고 있으니 기대 이상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여기에 그쳐선 안 됩니다. 강한 공을 존에 넣는 투구 폼을 완성해야 합니다.
올해 변화구를 존에 넣는 것까지는 만들었으니 다음 스텝은 포심을 강하게 던지는 연습인거죠. 150km/h을 던지는 투수의 포심 헛스윙률이 양현종, 황동하보다 못 하다? 이건 김태형 선수가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변화구 잘 들어간다고 손 장난은 적당히 하고, 오늘 같은 피네스 피처가 아닌 '파워 피처'로서의 모습이 내년엔, 내후년엔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7이닝 1실점 매우 훌륭한 피칭입니다. 하지만 3개의 탈삼진은 아쉬움을 가져야 합니다. 게다가 상대 팀은 김태형의 구종에 대한 분석이 안 되어 있었습니다. 1군은 그리 만만한 무대가 아닙니다. 오늘 피칭으로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다음 경기에서는 지금보다 강한 공을 존에 넣는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섰으면 좋겠어요.
어쩌다보니 김태형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리뷰가 됐는데, 절대 그런 건 아닙니다. 전 김태형이 지금보다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직 19살이고, 150km/h을 쉽게 던지고, 변화구까지 시즌 초에 비하면 엄청나게 발전 시켰기 때문입니다. 남은 건, 강한 공을 존에 넣는 능력이죠. 이것만 되면, KIA는 몇 년간 우완 파워 피처 선발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오늘의 피칭이 김태형의 커리어 최고 피칭이 되지 않길 바라며, 오늘 같은 피칭이 김태형의 평범한 피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질을 충분히 가진 투수라고 생각해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면 됩니다. 강한 포심이 상대 타자의 방망이를 헛돌게 하는 그 경기를 보길 바랍니다.
윤석민 이후로 15년 넘게 끊어져 버린 우완 파워 피처 선발 투수의 모습을 김태형 선수가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참고로 전, 김도현을 우완 파워 피처로 보지 않는 게 김태형이 현재 가진 문제와 똑같습니다. 포심 헛스윙률이 6.5%에 불과해요. 그래서 전 김도현은 다시 불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경기 타선에서 수훈 선수는 당연히 김호령이죠. 잘 맞은 타구가 계속 정면으로 가고, 어제도 박찬호의 호수비에 걸리는 등, 운이 안 따르는 두산과의 시리즈였는데, 운이 안 따를 때는 역시 '홈런'만큼 확실한 정답은 없습니다. 최승용의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앞 포인트에 맞춰서 담장을 순식간에 넘겨 버리는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쳤죠.
김호령 현재 홈런 11개로, 잘 하면 홈런 20개도 칠 기세입니다. 올 시즌 전에는 단 한 번도 두 자릿 수 홈런을 기록하지 않은 선수가 34살에 나이에 파워에 눈을 떴어요.
가비지 게임을 만들어 버린 6회 3타점 2루타도 김호령 특유의 망설이지 않은 스윙이 만들어 낸 좋은 타구였죠. 좌중간으로 타구가 가면, 장타가 기대 되는 스윙입니다.
반대 급부로 삼진이 늘긴 했습니다만, 원래 김호령은 삼진이 많은 선수였어요. 통산 삼진율이 26.3%이고, 올해 26.4%로 통산 성적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많은 타석을 소화하다보니 리그 삼진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이죠. (1위는 힐리어드)
제가 김호령은 절대 테이블 세터로 쓰면 안 된다고 어제 맹비난을 했음에도, 오늘 이범호 감독은 굳이 김호령을 1번으로 썼습니다. 아마, 상대 투수가 좌완 최승용이기 때문이었겠죠. 우타자에게 약하고(우타 피OPS .854), 김호령은 올해 좌투수 상대로 무려 OPS 1.013을 찍고 있으니까요.
좋습니다. 상대 좌투수가 우타에 약하면, 김호령을 톱타자나 2번 타자로 쓸 수 있다고 칩시다. 오늘 김선빈을 2번으로 기용한 것도 김선빈이 좌투수 상대로 OPS .938(우투 상대 .559)를 치고 있으니까 오늘 경기 만큼은 데이터를 본 거라고 칩시다.
하지만, 우투수가 나올 때는 김호령은 적어도 하위 타순으로 빼서 타격 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컨택이나 선구안을 현재의 김호령에게 요구할 수 없습니다. 이미 34살이고, 지금의 타격 스탠스가 '작년과 올해 빼고 단 한 번도 야구를 잘 하지 못 했던 김호령'에게는 이미 더 이상의 발전을 요구하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저는 차라리 박재현은 이해하겠습니다. 프로 첫 시즌이라 박재현은 일단, 상대 투수 투구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자기 존을 찾아가는 과정을 밟아야 선구안에서 발전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KIA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구안'을 가진 장성호도 프로 첫 해에는 출루율이 3할을 넘지 못 했고(210타석 소화 출루율 .286) 두 번째 시즌에도 장성호의 순출루율은 .037에 불과했습니다. 고졸 2년차 박재현의 현재 순출루율은 .040으로 장성호 고졸 2년차와 비슷합니다. 장성호의 순출루율이 .100을 넘긴 것은 프로 5년차 시절 부터였습니다. 그래서 전 박재현은 더 잘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올해는 아니죠. 박재현 1번은 사실 리빌딩과 성적을 두 개 다 잡으려는 팀에서 나와야 할 스탠스이지, 순위 경쟁을 해야 하는 팀이 해야 할 스탠스는 아니라고 봅니다. 당장 쓴다면 차라리 박정우를 1번으로 쓰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다만, 이범호 감독이 올 시즌을 성적 뿐만 아니라 육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의도로 운영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박재현 1번 쓰는 건 '참을 수'는 있습니다.
김호령만 하위 타순으로 좀 뺐으면 좋겠어요. 박상준이 점점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는데, 성장통을 겪고 있는 윤도현은 상무 이후를 기대하고, 올해는 박상준 - 변우혁 플래툰으로 돌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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