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는 곽빈과 황동하의 매치업이라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KIA가 만난 박준현, 안우진, 알칸타라 모두 평속 150km/h 이상. 특히 박준현과 안우진은 곽빈과 비슷한 포심 평속을 지난 투수들이라 이 선수들을 공략했기에 곽빈도 공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곽빈 상대로 6이닝 동안 1점도 못 뽑으며 완벽히 밀렸고, 특히, KIA 최근 타선의 핵심인 김도영 - 나성범 - 카스트로가 곽빈 상대로 9타수 1안타에 그쳤습니다. 그 1안타도 김도영의 코스 안타였고요. 힘으로 곽빈의 위력적인 포심을 밀어내지 못 했죠.(MLB 스카우트들이 이 경기를 꼭 잘 체크했으면!)
중심타선에서 곽빈을 이겨내지 못한 것도 있지만, 찬스 상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3회 1사 이후에 박정우의 안타와 박재현의 빗맞은 안타로 1사 1, 3루 찬스를 잡았는데 김호령이 곽빈 상대로 9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했지만, 155km/h 몸쪽 하이패스트볼은 커트해내지 못 했죠. 솔직히, 이 공은 김호령이 아니라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김도영이 다음 타자라 김호령이 설령 물러나도 곽빈을 힘으로 이겨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곽빈은 김도영 상대로 구속을 한껏 끌어 올리며 158km/h, 157km/h, 156km/h 포심을 연거푸 던져 김도영을 평범한 유격수 파울 플라이로 이겨냈죠. 이 장면에서 상대 팀이지만, 이래서 강속구 투수가 높은 대우를 받는구나 싶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상황은 5회였죠. 곽빈의 제구가 갑자기 흔들리며 한준수 상대로 볼넷을 내줬는데 박민이 곽빈의 하이 패스트볼을 번트 시도했다가 평범한 뜬공으로 실패에 그쳤고(심지어 박민은 타구 감상을 했기 때문에 곽빈이 원바운드로 타구를 잡았으면 병살타로 2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음) 오늘 경기 유일하게 혼자 야구한 박정우의 안타, 그리고 폭투가 나오며 또 다시 1사 2, 3루라는 매우 좋은 찬스를 잡았습니다.
두산 배터리에서는 박재현을 상대로 체인지업만 4개 연거푸 던졌는데, 전력 분석대로 던진겁니다. 박재현은 올해 포심 타율은 .353로 매우 뛰어나지만, 체인지업 상대로는 타율이 .182 밖에 안 됩니다. 타석에서 지나치게 적극적인데다가 풋내기 외야수이니까 이런 약점은 어쩔 수가 없죠. 결국, 평범한 투수 앞 땅볼이 되며 아웃 카운트만 올라가고 계속 2, 3루 상황.
김호령이 3회에 이어 또 다시 타석에 들어섰는데, 곽빈의 몸쪽 154km/h 포심에 방망이가 밀려 평범한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끝납니다. 곽빈의 포심 구위가 150km/h을 상회하지 않았다면 3회와 5회 찬스에서 KIA는 1점이라도 냈을 겁니다. 그런데 곽빈 공이 너무 위력적이었죠. 이게 바로 강속구 투수의 위력이고, 이런 투수를 보유하지 않은 KIA 입장에서는 그저 부러울 뿐인 장면입니다.
글 서두에 KIA가 박준현, 안우진, 알칸타라를 모두 공략했다고 했지만, 박준현 상대 5이닝 동안 안타 3개 밖에 못 쳤고, 안우진은 잘 공략했지만, 실점은 후속 투수 때문에 더 많이 나온 거고, 안우진 상대로 정작 삼진을 5.1이닝 동안 9개나 당했죠. 알칸타라를 무너뜨린 건, 포심 공략을 한 게 아니라 슬라이더 2개 실투를 공략해서 나온 거고요.
키움의 강속구 투수들을 이겨낸 KIA 타선을 깎아 내리는 건 아니고, 그만큼 투수는 구위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근 KIA가 하위 라운드에서 성영탁, 황동하, 전상현(좀 이전이지만) 같은 선수들을 연거푸 성공적으로 성장시키긴 했는데, 이 3명의 선수들은 모두 구속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죠.
야구에서 구속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현재 팀 내에 구위로 상대를 압살하는 투수가 부족한 것. 아니 단 1명도 안 보이는 건 현재 KIA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이 아닐까 싶어요. KIA 스카우트 기조가 공 빠른 투수보다는 제구가 되는 선수를 먼저 지명한다는 식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솔직히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구속은 재능의 영역이니까요.

황동하 오늘 5이닝 2실점으로 나름 잘 막았다고 생각합니다. 황동하의 포심 평속은 143.6km/h. 곽빈의 포심 평속은 153.3km/h 무려 10km/h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그런 것치고는 6이닝 무실점 대 5이닝 2실점이면 그럭저럭 납득 할 수 있는 결과 같아요. 다시 말하자면 구속의 차이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도 맞습니다.
황동하의 포심 피OPS는 .860입니다. 포심은 결정구가 아니라 슬라이더, 포크볼이 잘 통하기 위한 셋업 피치 역할 이상을 할 수 없어요. 대표적인 장면이 1회 김민석을 상대로 결정구가 계속 커트 당하다가 10구 143km/h 포심이 난타당하며 실점을 허용한 장면입니다.
이 외에도 좌타자 상대로 슬라이더와 포크볼이 계속 커트가 되면서 류승민 상대로 9구, 안재석 상대로 10구를 던지기도 했죠. 황동하의 그 날 피칭 성적을 가르는 건, 포심이 아니라 포크볼이 잘 떨어지느냐 잘 구사가 되느냐인데, 오늘은 포크볼이 안 듣는 날이었습니다. 아니, 최근 2경기에서 계속 포크볼이 마음대로 구사가 안 되고 있습니다.
황동하의 구속이 여기서 5km/h만 더 붙었어도 김민석, 류승민, 안재석을 상대로 공을 10개 내외로 던질 일도 없었을 겁니다. 곽빈처럼 하이존에 우겨 넣으면 타이밍이 늦어서 뜬공이 나오거나 헛스윙이 나오니까요. 이런 공을 던지지 못하는 게 황동하의 한계이자 비극입니다. 포크볼이 긁혀야 하는 '운'에 기대야 하니까 3선발 이상의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죠.

문제는 올러와 네일을 제외한 KIA 나머지 선발 투수들은 다 이 수준이라는 겁니다. 양현종, 황동하, 시라카와 모두 구위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들이 아닙니다. 시라카와 포심 평속이 146km/h으로 KBO 투수 치고는 좋지만, 그렇다고 타자들의 방망이를 밀어낼 정도로 압도적인 구위가 아니죠.
선발 뿐만 아니라 불펜에서도 평속 150km/h 이상 던지는 투수가 없어요. 오늘 상대한 두산의 경우 마운드에 150km/h 포심을 구사하는 선수가 오늘 등판한 이영하(151.3km/h), 김택연(150.5km/h), 곽빈(153.3km/h) 뿐만 최지강(150.8km/h), 최준호(149.8km/h)까지 있고, 145km/h 이상은 양재훈, 이병헌, 박신지, 김동주, 윤태호, 김정우, 이용찬, 박치국까지 13명이나 됩니다.
KIA는 올시즌 145km/h 이상 던지는 국내 투수가 김태형(148.3km/h), 이의리(148.2km/h), 정해영(146.7km/h), 장재혁(146.3km/h), 김범수(146.1km/h), 한재승(145.5km/h) 요렇게 6명 밖에 없습니다.
지금 드래프트에서 이승원이라는 좌완 투수를 뽑아야 한다는 말이 들리고 있는데, 전 아마야구에 완전 젬병이고 이 선수가 던지는 걸 본 적도 없지만, 팀에 좌완 투수가 비교적 많고, 그 선수들 나이도 젊은 걸 감안하면 이승원이 아니라 150km/h을 쉽게 던지는 윤예성을 뽑는 게 맞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승원 하드웨어가 괜찮다고 들었지만, 덩치가 크다고 구속이 잘 나오는 건 아니란 걸 '김유신'이 이미 잘 보여줬습니다. 팀에 가장 부족한 게 우완 파이어볼러 인데 우완 파이어볼러 수집을 1차 목표로 세워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공 느린 좌완 투수는 윤영철 한 명으로도 충분하고 윤영철도 아무리 왼손으로 공을 던진다 해도 평속 145km/h 이상 못 던지면 KBO에서 4선발까지가 한계입니다.

오늘 타자들은 두산의 강속구 투수들에게 막혀 5안타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이 5개의 안타 중 3개의 안타를 한 명의 선수가 다 쳤습니다. 만년 백업 외야수 박정우입니다. 빗맞은 타구도 아니고 3개의 안타 모두 타이밍이 좋았던 잘 맞은 안타였어요.
첫 타석에서 곽빈의 155km/h 포심을 받아 쳐서 안타로 만들었고, 두 번째 타석에서도 곽빈의 152km/h 포심을 공략했으며, 마지막 타석에서는 이영하의 152km/h 직구를 공략하며 2타점 적시타를 때렸습니다.
박정우의 또 다른 장점은 '선구안'입니다. 46타석이라 스몰샘플이긴 한대, 볼넷 7개를 얻는 동안 삼진은 6개 당했습니다. 타율 .324, 출루율 .444입니다. 장타는 아예 기대할 수 없으나 3할 타율, 4할 출루율을 찍을 수만 있다면 전성기의 이용규나 다를 바 없죠.
올해만 그런 게 아니라 박정우는 작년에도 75타석에서 출루율이 .400이었고, 통산 성적도 266타석에서 타율 .277, 출루율 .379 입니다. 이 정도면 볼넷 골라 나가는 능력은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빠른 발에 비해 주루 센스가 떨어지고(통산 3도루 5실패), 장타를 아예 기대할 수 없는 게 단점이긴 합니다만.
감독의 성향에 따라 박정우는 박재현, 김호령보다는 더 중용 받을 유형이긴 해요. 다만, 전 박정우 같은 유형보다는 박재현, 김호령처럼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를 조금 더 선호하긴 합니다만, 박재현, 김호령이 안 좋을 때는 박정우를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쓰면서 테이블세터로 써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오늘 잘 했지만, 내일은 좌타자들에게 저승사자 그 자체인 잭 로그(좌타 피OPS .634 / 우타 피OPS .891) 선발이라 라인업에서 빠질 가능성이 큰대(변우혁은 100% 선발 출장 유력) 오늘처럼 빠른 공을 잘 공략하는 모습을 보면, 공 빠른 투수들이 나왔을 때는 대타 또는 선발 출장도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장타 능력이 '제로'이고 전, 외야수는 수비력보다는 공격력. 특히 장타력이 중요하다고 봐서 박정우를 키우느니 박재현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들지만, 박정우가 가진 능력이 아쉽긴 합니다. KIA에서 안 쓸 거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서 외야수와 톱타자가 부족한 구단과 딜이라도 해봤으면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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