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는 단 한 번도 리드를 잃지 않은 채 시종일관 우위를 점하고 경기를 잡았습니다. 중간중간 위기인 상황도 있었지만, 올러는 특유의 삼진 능력으로 위기를 넘겼고, 키움 타선이 쫓아올 때마다 KIA 타선의 가장 큰 장점인 장타력을 기반으로 달아났죠.
키움 쪽에서도 계속 아쉬운 모습이 나왔죠. 5회 1사 1, 3루 찬스에서 3루 주자가 중견수 플라이 때 홈에 못 들어 온 모습(다만, 뱅뱅 타이밍 정도는 됐다고 생각) 그리고 7회에 나성범의 타구를 내야안타로 만들어 준 키움 유격수의 판단 착오 등. KIA 입장에선 행운이었습니다.
막판에 김범수가 큰 점수 차이에도 타자를 한 명도 못 잡아내고 두 명의 주자를 출루시키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낙승'을 거둔 경기였습니다.
카스트로는 KBO 전체 타자들 중 독보적으로 몸쪽을 잘 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 KIA의 득점 중 가장 결정적인 점수를 나성범의 투런포였다고 생각하지만, 승부를 결정 지은 타점은 만루에서 나온 카스트로의 2타점 2루타였죠.
김성진이 던진 좌타자 몸쪽으로 꺾여 들어가는 투심인데 이 타구를 페어 지역으로 보낸 건 정말 대단한 타격 기술입니다. 아마 현재 리그에서 이 코스의 투심을 페어 지역으로 보낼 수 있는 스윙을 할 수 있는 선수는 리그에서 카스트로가 유일할거에요. 당연히 파울이겠거니 했는데 페어 지역으로 넣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9회에 나온 쐐기를 박은 투런 홈런도 몸쪽 높은 코스의 146km/h 평범한 포심이었죠. 몸쪽에 강한 타자한테 이렇게 던지는 건 장타 쳐달라는 피칭 밖에 안 됩니다. 실제로 키움 포수는 바깥쪽으로 앉아 있었음에도 김윤하의 공이 몸쪽으로 들어갔죠.
이를 잘 보여주는 지표가 카스트로의 투구 위치별 타율입니다.

몸쪽 코스가 아주 뜨겁다 못해 불타오를 지경인데, 제가 상대팀 감독과 코치라면 카스트로 상대로는 몸쪽은 단 1개도 안 던지고, 바깥쪽으로 던질 것 같습니다.
게다가 카스트로는 타석에서 인내심도 없는 수준이라 상대 투수가 바깥쪽 낮게 변화구만 잘 떨어뜨려도 생산적인 결과를 낼 수가 없어요. 부상 복귀 전에 카스트로가 고전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데 자꾸 바깥쪽 낮은 코스의 공들을 툭툭 갖다 대서 나쁜 타구를 만들어 냈죠.
그래서 제가 주구장창 쓰는 이야기가 바깥쪽 존에 대한 대응에 따라 카스트로의 KBO 성공 여부가 갈린다는 겁니다. 그 쪽 코스를 골라 내던지, 아니면 롯데 레이예스처럼(KIA 스카우트가 레이예스처럼 해주길 바라면서 데리고 왔죠.) 바깥쪽 코스는 결대로 컨택한다는 생각으로 타구를 좌측으로 보내는 스윙을 하던지 해야죠.(참고로 레이예스의 바깥쪽 낮은 코스의 타율은 무려 .440 입니다.)
카스트로의 경우, 메이저리그나 AAA 성적만 보면 교타자에 가까운데, 작년만 유독 AAA에서 홈런이 늘었죠. 이게 올해처럼 타석에서 접근법을 바꿔서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몸통 회전으로 타구에 힘을 실어서 그렇게 나온 결과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 선수인데 미국에서는 바깥쪽 코스는 골라 낸 것인지(타출갭을 보면 골라낸 것 같진 않음) 그 부분이 의문입니다. KBO에서 바깥쪽 코스에 자꾸 나가는 게 ABS 탓도 있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타출갭이 너무 안 좋은 유형이라, 지금의 타출갭에서 개선이 안 되면, 재계약은 반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 이후에는 상대 투수들은 주구장창 카스트로 상대로는 바깥쪽으로만 던질 건데 이를 카스트로가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선수 개인에게도, 그리고 KIA 구단에게도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수훈선수는 카스트로이지만, 결승점은 나성범의 투런 홈런이었습니다. 박준현의 구위에 밀려서 타자들이 좀처럼 좋은 타구를 못 만들고 있었고, 좋은 집중력으로 볼넷으로만 찬스를 잡았는데(볼넷 고른 것도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타자들의 타석에서 집중력이 좋았습니다.) 나성범의 3회 투런 홈런이 이 경기를 잡는 결정적인 한 방이 됐죠.
더 대단한 건, 박준현의 몸쪽 높은 코스(다만, 보더라인 경계는 아니었음)의 153km/h 포심을 받아 쳐서 우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는 겁니다. 시즌 초까지만 해도 하이 패스트볼 공략이 안 되어서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는데, 이제 드디어 하이 패스트볼을 공략하고 있어요.
제가 시즌 초 나성범이 못 할 때 매우 부정적인 글을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나성범의 포심 타율이 해마다 추락해서 지금 2할 5푼도 못 치고 있다며, 30대 후반의 선수의 포심 타율이 다시 올라 올 일이 있을까라며 매우 회의적인 전망을 했는데, 제 글을 봤는지 지금 나성범의 포심 타율과 OPS는 아래와 같습니다.

2023년은 표본이 적어서 빼더라도 2022년보다 더 성적이 좋습니다. 회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포심 상대 성적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졌어요. 나성범 상대하는 투수들의 패턴이 늘 똑같았는데, 하이 패스트볼로 카운트 잡고, 몸쪽으로 떨어지는 종 변화구로 잡아내는 게 나성범 잡는 공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공식을 쓸 수 없게 됐죠.
제가 이전에도 진단했지만, 포심을 공략하기 위해서 히팅 포인트를 조금 앞에 뒀을 수도 있고(이건 선수가 말하지 않으면 모르겠죠.) 타격 준비 자세를 조금 더 간결하게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뭐, 그동안의 부상 때문에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는데 드디어 최상의 컨디션으로 돌아왔을 수도 있고 알 수 없죠.
하지만 일단 선수 생활 후반기에 스탯이 나아졌다는 점에서 잘 하면 최형우처럼 롱런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듭니다. 최형우도 커리어 성적을 보면 38세 시즌이었던 2021년에 104경기 뛰며 OPS .729까지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눈 부상의 영향도 있었지만, 나이가 나이다보니 노쇠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죠.
2022년(39세 시즌)에도 OPS .787에 그치며 이제 다음 시즌이 마지막이겠거니 했는데 뜬금없이 40세 시즌에 커리어에 반등을 하며 OPS .887로 회복하더니, 42세 시즌인 2025년에는 OPS .928을 찍으며 미친 괴물이 됐죠.
나성범 올해 나이가 37세입니다. 물론, 최형우와 비교하면 클래스 차이가 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올 시즌 그동안의 하락세에 반등을 하며 타격 스킬의 완성도를 높이면, 나성범도 40세 시즌까지 뛰지 말란 법이 없죠. 게다가 올해 더 놀라운 점은 수비까지 좋아진 겁니다. 아장아장 뛰는 모습이 없어요.
시즌 초에 못 할 때만 해도 최형우를 잡고, 나성범을 풀어 버리는 게 옳은 판단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나성범이 잘 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딱 하나만 좋아졌으면 하는 건, '지명타자'로 뛰었을 때의 성적입니다. 그런데 오늘 수비하는 거 보니 지명타자 안 서도 될 것 같습니다.

카스트로, 나성범과 함께 타선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한 건 김도영과 변우혁을 꼽을 수 있는데, 김도영은 이제야 라인 드라이브 타구가 자주 나오며 2024년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홈런 욕심을 버렸는 지 타구를 띄우기보다는 정확한 타격을 하는 데 집중을 하는 느낌이 들어요.
변우혁은 오늘 조영건의 초구 커브를 놓치지 않고 아주 강한 스윙으로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며 2경기 연속 홈런을 쳤습니다. 이 득점도 2점에서 3점 차이로 벌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주전이 아닌 변우혁의 타구라서 더 의미가 있죠.
2024년 좌투수 상대로 좋은 활약을 하며 가능성(OPS .839)을 보이다 지난 해 OPS .543에 그치며 실패한 유망주로 끝나나 싶었고, 캠프에서 부상으로 조기 복귀를 하는 등 야구가 참 안 풀리는 모습이었는데, 부상 복귀하자마자 2군에서 맹타 휘두르고 1군 올라와서 현재까지 잘 버텨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변우혁의 가장 답답했던 점이 변화구에 삼진을 당하는 게 무서워서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지 않고 뒤에 두고 지나치게 컨택 스윙을 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는데, 올해는 이런 부분이 없습니다. 카운트가 몰리더라도 자기 스윙하고 타석을 끝냈죠.
제가 정말 자주 하는 말인데 홈런 타자에게 삼진은 '훈장'에 가깝습니다. 이대호나 최형우 같은 천재들이나 삼진 덜 당하고도 홈런을 치는 거지, 원래 홈런 많이 치는 선수는 삼진 당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상대 투수의 잘 던진 변화구도 못 치는 게 당연합니다. 150km/h 포심에 타이밍 두다가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떨어지는 변화구는 극단적으로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는 교타자들 아니면 컨택 못 하는 게 당연한 거에요. 변우혁은 자기 하드웨어를 생각하는 스윙을 해야 하는 선수인데, 작년 스윙하는 모습은 교타자처럼 휘둘렀죠.
변우혁, 3할 못 쳐도 됩니다. 3번 타자로 뛰는 게 아니니까요. 이범호 감독의 현역 시절처럼 타율은 2할 5푼만 쳐도 좋다. 홈런 20개만 넘기자 이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으면 합니다. 이범호 감독 선수 시절 통산 타율 .271 밖에 안 됩니다. 통산 홈런 329개를 친 대선수이고, 통산 OPS도 .849, WRC+도 123이 넘는 선수에요.
아무도 변우혁에게 OPS .900 이상(물론, 넘기면 좋죠), WRC+ 150 이상을 요구하지 않고 전 변우혁이 그렇게 칠 거라는 생각 조차 안 합니다. 변우혁은 그냥 OPS .800 이상, WRC+ 120 이상만 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서고, 팬들도 그런 시각으로 기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최고 5번, 못 하면 7번 정도의 타선에서 장타 한 방씩만 날려도 족합니다.

변우혁이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이다보니 1루수 자원이 갑자기 풍족해졌는데, 카스트로는 원래 구상대로 좌익수 혹은 지명타자로 쓰고, 박재현은 톱타자로 쓰기 보다는 제4의 외야수 정도로 쓰는 게 어떨까 싶어요. 박재현은 이제 고졸 2년차고, 톱타자로 뛰기엔 출루율이 너무 떨어지고, 볼넷을 많이 골라내지 않고 있죠.
어디까지나 박상준, 변우혁의 1루수에서 플래툰으로 잘 해주고, 카스트로가 외야수로 뛸 몸 상태를 회복한다는 전제 하에서 하는 말이지만, 카스트로가 계속 좋은 정확성을 보이면, 김호령은 하위 타순으로 내리고 카스트로를 테이블세터로 쓰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박상준이 돌아오면 박상준은 2번으로 쓰고요.
일단 지금 당장은 박재현 톱타자로 간다고 쳐도, 김호령은 무조건 카스트로와 자리를 바꿔야죠. 제가 생각하는 베스트 타선은 아래와 같은데, 테이블 세터진에 어울리는 타자들이 진짜 없네요. 김도영 1번 쓰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감독이 쓸 생각 조차를 안 하고 있으니...
1번 (5) 김도영
2번 (3) 박상준
3번 (7) 카스트로
4번 (9) 나성범
5번 (2) 한준수
6번 (D) 김선빈
7번 (8) 김호령
8번 (4) 김규성
9번 (6) 박 민
그런데 이렇게 짜보니 2번부터 5번까지가 좌타자라서 중간에 우타자 마렵긴 하네요. 역시 외국인 타자를 우타자로 다시 뽑아야... 그리고 라인업 짜다보니 이범호 감독의 고민에 공감도 어느 정도 됩니다. 테이블 세터로 쓸만한 타자가 이렇게 안 보여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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