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 매치업에서 우위에 있는 경기였지만, 성영탁, 정해영, 곽도규, 조상우 등 승리계투조 4명이 3연투에 걸리는 지라 경기 후반의 지키는 야구를 기대할 수 없는 경기라서 불안감이 컸는데 결과적으로 11 대 3의 큰 점수 차이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한 줄 평을 하자면, '생각대로 다 풀린 경기'라고 할 수 있네요.
다만, 위기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는데, 5대2의 3점 차이에서 6회 네일이 안타, 볼넷, 안타로 흔들리며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죠. 이때 네일을 구해준 공이 '스위퍼'였습니다.
무사 만루가 되자 KT 이강철 감독은 정확성이 뛰어난 김민혁을 대타로 내보냈는데, 김민혁을 삼진으로 잡은 스위퍼 두 개가 정말 예술적으로 떨어졌죠. 좌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3구째 스위퍼. 횡적 변화가 컸던 3구와 달리 종적 변화가 컸던 4구째 스위퍼. 오늘 네일을 구해준 구질은 '역시나' 스위퍼였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만루 위기에서 KIA 상대로 강한 허경민이 들어섰기에 쉽지 않았는데, 우타자 상대로는 거의 안 던지는 체인지업을 바깥쪽 낮게 잘 떨어뜨려서 3루 쪽으로 평범한 땅볼을 잘 유도했습니다.
사실, 네일의 체인지업은 위력이 좋진 않습니다.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 .400이니까요. KT 이강철 감독이 네일은 좌타자에 약하다는 생각을 해서 오늘 라인업을 좌타로 도배했는데, 실제로 올해 네일은 우타자 상대로는 피OPS가 .535에 불과하지만, 좌타자 상대로는 피OPS가 .662를 기록하며, 우타 상대할 때보다 확연히 안 좋습니다. 그 이유는 체인지업의 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타 허경민에게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져서 땅볼을 유도했죠. 전, 이건 볼배합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조성환 해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네일은 전적으로 김태군의 볼배합을 믿고 던진다고 했는데, 이 역으로 가는 볼배합은 김태군이 정말 좋은 수를 던진 거죠. 우타 상대 체인지업이기에 컨택이 될 위험이 있지만, 바깥쪽으로 던지면 살짝 가라앉아 컨택이 이루어지면 병살타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허경민도 경험이 많은 타자였기 때문에 1사 만루에서는 병살타를 유도할 거라고 생각하고 네일이 던지는 몸쪽 낮은 투심을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바깥쪽 체인지업이 왔기에 타이밍이 조금 빨랐고, 공 끝이 살짝 가라앉았기에 3루 땅볼을 치지 않았나 싶어요. 충분히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할 자격이 있었던 김태군의 볼배합이었습니다.

네일이 KT 강타선(오늘 주전이 좀 빠지긴 했지만)을 상대로 6이닝 2실점(그 2실점마저도 이정훈의 말도 안 되는 홈런이었음) 호투를 하며 팀 승리에 기여를 했지만, 오늘 경기 MVP를 꼽으라면 당연 카스트로입니다.
결승타였던 홈런 뿐 아니라,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타점인 7회 6득점째 타점을 올려줬어요. 7회에 김호령의 안타와 김도영의 안타로 1사 1, 2루의 찬스를 잡았지만, KT에서 좌완 파이어볼러 전용주를 나성범 타깃으로 올렸고, 나성범 상대로 던진 스트라이크 3개는 도저히 칠 수 없는 마구 같은 공이었습니다. 나성범이 삼진 당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공이 위력적이었어요.
그 다음 타자 카스트로가 치지 못하면, 단 3점 리드를 3이닝 동안 막아야 하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곽도규, 조상우, 정해영, 성영탁이 모두 나올 수 없는데 어떻게 3이닝을 막을까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죠. 남은 투수 중 가장 믿을 만한 투수는 김범수였고, 최지민과 한재승으로 비벼봐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한재승과 최지민의 경우 이기고 있을 때는 피칭 내용이 안 좋은 투수들이라는 게 문제였죠. 그렇기에 3점 차이의 리드는 3이닝 수비를 남긴 상황에서 리드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3점 차이에서 7회말 수비를 해야 하는 상황을 깨부순 게 카스트로의 우익수 앞 적시타였죠. 오늘 결승타였던 홈런보다 이 적시타가 더 중요했습니다. 이 점수로 4점 차이가 됐고, 3이닝을 막는 것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죠. 게다가 전용주가 이후에 제구력이 크게 흔들리면서 볼넷 폭투 볼넷으로 추가점을 뽑아서, 사실상 남은 3이닝을 '가비지 게임'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저는 이전에도 아데를린보다 카스트로가 더 팀에 도움이 된다고 봤습니다. 아데를린의 '홈런'은 분명 팀에 큰 도움이 되지만, 지금 KIA에는 아데를린과 같은 유형의 타자가 너무 많아요. 김도영 조차도 타율이 .280이 안 되고, 팀에 3할 타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잘 쳐줘봐야 2할 5푼이 한계로 보이는 아데를린은 공격 밸런스 측면에서 그렇게 유용한 자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리뷰에서도 자주 하는 말인데 야구에서 기록은 비키니 수영복과 같아서 '많은 걸 보여주지만 모든 걸 보여주지 않습니다.' 제가 주로 인용하는 세이버스탯인 WRC+, OPS 모두 아데를린(122.4, .862)이 카스트로(99.1, .768)보다 낫습니다. 기록만 보면 아데를린에게 정식 계약을 제안하는 게 맞죠.
하지만, 카스트로는 아데를린보다 홈런은 적게 치더라도, 아데를린보다는 인플레이 타구를 더 기대할 수 있고(다만, 기록을 보면 카스트로가 아데를린보다 삼진을 더 많이 당했습니다.) 타구가 큰 포물선을 그리는 아데를린과 달리 카스트로는 라인 드라이브를 칠 수 있는 스윙을 하고 있죠. 야구에서 기록은 '과거'를 보여줄 뿐, '미래'를 담보하지 않습니다. 카스트로가 KBO의 ABS존에 적응만 하면, 전 아데를린보다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그리고 제가 아데를린보다 카스트로를 더 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타격의 정확성도 있지만, '포지션'도 있습니다. KIA 1루수는 박상준, 오선우라도 쓸 수 있는데, 외야수는 '공격력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별로 없습니다. 박재현이 꾸준함을 보여주면 모를까, 꾸준함을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카스트로를 외야수와 지명타자로 번갈아 기용하는 게 더 낫죠. 그리고 카스트로의 본 포지션이 2루수라는 걸 감안하면 김선빈이 부진할 때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이 카스트로를 2루수로 안 쓰겠죠.
카스트로가 2루수를 소화해줄 수 있으면 나성범, 김선빈, 카스트로를 번갈아 휴식을 줄 수 있죠. 김선빈의 처참한 2루수비를 덜 봐도 되고요.(안 볼 순 없음) 다만, 감독 구상에서 카스트로 2루수 구상은 아예 없는 것 같고, 카스트로 역시 오늘 경기를 보니 아직 정상적인 주루를 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카스트로의 2루 수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도 없기에 애매하긴 합니다.
아, 그리고 카스트로는 1루수도 소화할 수 있으니 멀티 포지션 측면에서 지명과 1루수. 그 1루수 수비마저 좋지 못한 아데를린보다는 더 쓰임새가 있기도 해요. 전 리그 적응만 잘 해내면, MLB 커리어도 그렇고, 아데를린과 카스트로는 비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카스트로가 앞으로 잘 할 지에 대한 관건은 '스트라이크존 적응'이에요.
카스트로의 마이너리그 기록을 보면, 타석에서 침착성이 있는 유형은 절대 아니고 SSG의 에레디아처럼 매우 적극적으로 치는 타입으로 보이는데, 오늘도 초구를 적극적으로 공략해서 좋은 결과를 냈죠. 결승 홈런이 초구 변화구 노려서 나온 홈런이었고(다만, 포심 타이밍에 휘둘렀는데 변화구가 밋밋하게 들어 옴) 오늘 경기 가장 귀중한 득점인 7회 득점도 전용주의 148km/h 포심을 제대로 잡아 당긴 스윙이었습니다.
이런 유형의 선수다보니 카스트로는 아무리 못 해도 3할을 치지 못 하면, 타석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타입 같은데, 전, 리그 적응만 하면 롯데 레이예스와 비슷한 활약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바깥쪽 낮은 공만 억지로 컨택하는 모습만 좀 줄이면 좋을 것 같고, 계속 타석을 소화하다보면 KBO 투수들의 투구 타이밍에도 익숙해질 수 있다고 보여요.

KIA 타격이 지난 주 완전 저점이었는데 이제는 저점을 찍고 다시 반등하는 모습입니다. 어제 경기가 그 시발점이 된 것 같아요. 나성범과 김호령의 타격감이 꾸준히 좋고, 김도영도 오늘 총알 같은 2루타를 치면서 타격감을 조율하는 모습이었죠.
라인업에 풋내기들이 많아서 공격력에서 안정성은 보장할 수 없지만, 카스트로가 정확성 있는 타격을 하면 김도영 - 나성범 - 카스트로 - 김선빈 - 한준수 쪽에서 득점 공식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 수 있어 보입니다. 박상준이 건강하게 복귀해서 2번 타자로 정확한 타격과 출루를 보여주면 더 좋고요. 그리고 오선우도 부상 직전의 모습을 유지한 채 복귀하면 팀 공격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오늘 윤도현이 또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는데, 중요한 2타점 안타를 치면서 1군 생존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타석에서의 접근법은 칭찬할 수가 없네요. 아무리 치기 좋아한다고 해도, 바깥쪽 낮은 코스의 변화구들을 자꾸 컨택하려 하는 건 개선이 안될까 싶습니다.
윤도현이 계속 이런 모습이면 우투수의 슬라이더는 결코 칠 수가 없어요. 오늘 오원석의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적시타로 연결시킨 건 칭찬해줄 수 있는 부분인데, 솔직히 말하면 정타는 아닌 코스타였죠. 조금만 오른쪽이었으면 병살 코스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깜짝 활약을 보여준 건 정현창과 이형범이었네요. 정현창은 대수비로 들어서서 8회에 '어쩔 수 없이' 타석에 들어섰는데, 내야를 못 넘길 것 같던 타자가 내야를 총알 같이 빠져 나가는 라인 드라이브 안타를 치는 걸 보고 놀랐고, 8회 오윤석의 내야 안타성 타구를 아웃으로 만든 걸 보면, 유격수 수비는 확실히 정현창이 가장 낫습니다.
이형범은 투구 수가 20개가 넘어가면서부터 제구력이 흔들려 실점하긴 했는데 2이닝을 1실점으로 잘 막아줬죠. 최근 공들을 보면, 아니 이렇게 투심과 커터의 움직임이 좋았나 싶을 정도로 가비지 이닝을 잘 먹어주고 있습니다. 이형범이 앞으로도 이렇게만 던지면 지금보다 더 중요한 역할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스개 소리로 KIA에는 마무리 투수 출신이 무려 5명이나 있죠. 현재 마무리 투수 성영탁, 작년 KIA 마무리 정해영, 과거 히어로즈의 마무리 조상우, 과거 두산의 마무리 홍건희와 이형범. 물론, 조상우, 홍건희, 이형범은 모두 전성기가 지났지만, 이들이 마무리로 뛰면서 얻은 경험을 허투루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번 주 시작할 때만 해도 1위 LG와 2위 KT를 상대하기에 매우 험난한 한 주가 될 것 같았는데 4경기 중 3경기를 잡아 버렸습니다. 사실상 리툴링 시즌과 다를 바 없는데 선두권 팀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면, 팀이 확실히 나아지고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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