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 초반까지만 해도 어제의 패배 충격이 그대로 이어 지는 듯 했습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최원준에게 초구 홈런 허용하고, 힐리어드에게 또 대형 홈런 허용하면서 2실점을 먼저 해버렸고, 2회에 추격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나온 한준수의 황당한 도루 아웃(작전 소통 미스인 듯), 그리고 병살로 이닝을 끝낼 수 있었던 상황에서 나온 김선빈의 어설픈 수비, 5회에 변우혁의 홈런으로 따라가나 했는데 곧바로 나온 실점
아, 어제의 패배 기운이 오늘 선수들을 지배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제 KT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은 KIA 타선이 로건이 내려간 이후 경기 후반 KT 불펜을 맹폭합니다.

경기를 뒤집은 건 7회였지만, 그래도 5회에 나온 변우혁의 홈런이 전 시발점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로건의 피칭에 끌려가고 있었는데 그 한 방이 나오면서 뭔가 추격의 의지를 보여줬다고 할까요. 그리고 저 역시 좀 졸면서 보고 있었는데, 변우혁 홈런 콜을 외치는 캐스터의 외침에 순간 잠이 달아 났습니다.
7회 선두타자 한준수가 친 타구는 빗맞았는데, 한준수가 힘으로 밀어내면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가 나왔고, 이어 홈런으로 추격 의지를 보인 변우혁이 사실상 2루타나 다름 없는 안타를 치면서 무사 1, 3루 찬스를 잡았죠. 그리고 변우혁 대신 김민규가 들어 가 도루로 무사 2, 3루를 만들고. 김규성과 김호령이 의도적으로 희생타를 치며 1점 차이로 쫓아 갑니다.
2사 이후 카스트로 복귀와 함께 타격감을 찾은 박재현이 안타로 출루하고, 김도영이 친 타구는 빗맞았는데 김도영의 장타를 의식한 우익수 최원준이 뒤에서 수비한 덕분에 안타가 됐습니다. 나성범은 볼넷을 골라 나가 만루가 됐고, 카스트로가 타석에 들어서서 안타를 쳤는데, 이 타구가 절묘하게 수비 쉬프트를 뚫고 역전 2타점 적시타가 됐죠.
운이 따른 타구이긴 햇는데 카스트로가 어찌됐든 컨택을 하며 인플레이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장면도 연출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김선빈도 2루수 옆을 절묘하게 빠져 나가는 특유의 우익수 앞 안타를 치고 추가 득점까지 하며 경기를 뒤집었죠.
하지만 3점 차이의 리드 밖에 안 되었고 어제 성영탁이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투구 수도 많았기에 경기 후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8회에 또 다시 대거 4득점을 뽑아내며 어제처럼 '5점 차' 리드라는 변수 없이 '6점 차'로 만들어서 쉽게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8회에는 첫 타자 정현창의 뜬금 3루타가 충격을 줬네요. 타구를 정확하게 맞히기도 했지만(엊그제도 타구 속도 170km/h을 기록하기도 했죠.) 정현창의 타격을 우습게 본 KT 외야수들이 극단적인 전진수비를 한 덕분에 3루타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어서 김규성이 이전 타석처럼 컨택을 해내며 타점을 올렸고, 박재현의 안타, 6월 팀 내 최고 타자인 나성범이 초구 빠른 투심을 결대로 밀어 쳐서 2타점 2루타. 또 다시 컨택해 낸 카스트로의 희생타로 추가 득점을 쉽게 해냈습니다. 타자들의 집중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던 7회와 8회 공격이었어요.
타선에서 다들 고루 잘 해줬기에 누구 하나 수훈 선수를 주기 애매한대(굳이 따지자면 역전타를 친 카스트로라고 봐야겠죠.) 개인적으론 변우혁을 수훈 선수로 꼽고 싶습니다. 일방적으로 밀릴 수 있었던 경기에서 홈런으로 시발점을 찍어줬고, 7회 무사 2, 3루 상황을 만들어 준 안타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타자들 칭찬을 해주고 싶은 부분은 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큰 스윙이 아니라 컨택 스윙으로 야금야금 점수를 냈다는 점(김규성과 김호령의 희생타, 나성범의 8회 2타점 적시타) 그리고 8회와 9회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정현창이 잠깐 정신을 놨지만) 지속적으로 KT 마운드를 두들겨서 어제 충격의 패배를 씻으려는 노력을 해줬다는 점에서 고마움을 표하고 싶네요.
특히, 박재현, 변우혁, 정현창, 김규성 등 경험이 없는 타자들이 오늘 경기에서 활약을 해 준 부분이 앞으로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재현은 슬럼프를 세게 한 번 겪고 다시 올라오는 거라 분명 클래스에 발전이 있을 거라고 보고, 변우혁도 오늘 경기 활약을 발판으로 타석에서 더 자신감을 가지고 스윙했으면 좋겠어요.
정현창의 경우 타석에서 구제 불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제 안타도 그렇고 오늘 안타 2개도 그렇고 컨택만 되면 타구 속도가 붙는 게 타격에서 아주 엉망이라고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팬들이 간과해선 안 될 게 정현창은 이제 고졸 2년차죠.
KT에서는 아직도 심우준 다음에 유격수가 없어서 고생이고(상대팀이긴 한대 권동진 어깨가 너무 안 좋아서 유격수 하면 안 됨) 키움도 유격수가 없어서 돌려 막기를 하고 있는데, 수비라도 되는 고졸 2년차가 있다는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반대 급부가 최원준, 이우성 등 현재 타팀에서 맹활약해주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트레이드 결과가 아깝다고 해도 정현창 아직 어려서 타석 경험만 더 쌓으면 5~6년 뒤에는 주전 유격수로 뛰고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선발 김태형은 2이닝 짧게 던지고 내려갔고, 시라카와가 3회부터 6회까지 4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줬는데, 경기가 여기서 더 벌어지지 않게 잘 해줬습니다. 다만, 시라카와는 한 타자에 너무 많은 볼들을 던지는데,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타자들을 상대했으면 좋겠어요. 시라카와 투구 보다가 인터벌도 길고 볼도 너무 많아서 이때 너무 졸렸습니다.
곽도규, 최지민, 전상현은 그야말로 완벽했죠. 제가 어제 곽도규의 마무리 투수 기용을 주장했는데, 6월 10경기 등판해서 7.1이닝 동안 무실점이고, 피안타율 .125, 피OPS .33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이 볼질인데, 볼넷도 2개 밖에 내주지 않았고요. 최근 김범수가 안 좋은데, 곽도규가 좋아져서 이젠 김범수보다 더 좋은 투수를 좌타 셋업으로 쓸 수 있죠.
리그 최고의 우타자 안현민 상대로도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낮게 148km/h 투심 던져서 평범한 유격수 땅볼로 잡아냅니다. 우타자 상대로도 이렇게 던지면, 곽도규는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계속 빗맞출 겁니다. 투심의 움직임이 너무 좋아서 곽도규 공은 낮게 보더라인으로 들어가면 때려봐야 땅볼이에요. 오히려 너무 빗맞아서 내야 안타가 나올까봐 걱정일 정도죠.
8회에 또 다시 점수 차이를 벌리면서 타이트 한 상황에서 던진 건 곽도규 뿐이었고, 최지민과 전상현은 큰 점수 차이에서 KT 타선을 완벽하게 막았죠. 특히, 최지민이 8회 KT의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이닝을 끝내 버린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지민 세부 스탯은 커리어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빠른 공에 비해 탈삼진 숫자가 적은 투수였는데, 올해 9이닝 당 탈삼진이 7.52개로 커리어에서 가장 좋고, 가장 고질적인 문제가 볼질이었는데 9이닝 당 볼넷이 2.4개 밖에 안 됩니다. 작년에는 8.6개, 2024년에도 7.8개나 됐고, 잘 던졌던 2023년에도 3.9개로 많았죠.
최지민 올해 ERA가 안 좋은데 이건 그냥 운이 안 따라서라고 생각해요. BABIP가 무려 .342나 됩니다. ERA는 5점대에 피OPS도 .800이 넘어 가서 결코 좋은 피칭을 하고 있다고 해줄 순 없지만, 150km/h에 육박하는 빠른 포심. 그리고 우타자를 잡아낼 수 있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갖고 있어서 공 자체만 보면 지금의 성적이 납득이 안 가는 선수죠.
곽도규 2004년생, 최지민은 2003년생. 다른 팀은 팀에 1명도 있기 어려운 좌완 파이어볼러를 두 명이나 갖고 있는 건 현재 KIA 마운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 신인 드래프트에서 팀에 좌완 투수 없다고 상위픽에 우완 투수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좌완 투수를 뽑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KIA는 이럴 필요가 없어요. 지금 보유하고 있는 젊은 좌완들만 잘 유지하고 성장시키면 됩니다. 오히려 젊은 우완 파이어볼러가 너무 없어서 문제죠.
그리고 어제 전상현의 구속이 너무 안 나와서 걱정이라고 했는데, 오늘은 전상현의 평소 구속이 나왔습니다. 어제 포심 평균 구속 141.8km/h, 오늘 전상현의 평균 구속 143.6km/h 입니다. 여기서 1km/h 정도만 더 나오면 전상현 커리어 평균 구속이죠.
전상현은 140km/h 후반을 던질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처럼 144km/h 내외만 찍어도 커맨드가 워낙 좋고,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직구 높이에서 떨어뜨릴 줄 알아서, 앞으로도 꾸준히 ERA 3점대 WHIP 1.2~1.3 정도의 불펜투수 역할을 하고도 남을 클래스가 있는 투수라고 생각해요. 마무리로 뛰기엔 구위가 아쉽지만, 정확한 커맨드를 발판으로 매년 꾸준히 50~70이닝을 불펜으로 소화해줄 수 있는 전상현을 팀에 투수 많다고 FA 때 붙잡지 않는 어리석은 짓만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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