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 선발 매치업은 안우진과 양현종이라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봤는데, 1회부터 안우진을 상대로 집중타가 나오면서 3득점하며 최근 공격력이 좋은 팀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는 건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안우진은 안우진. 오늘 KIA 타자들은 안우진의 빠른 공에만 포커스를 뒀기에 변화구 위주로 볼배합을 바꾼 이후에는 삼진만 계속 적립했습니다. 그리고 양현종이 잘 버티다가 빗맞은 안타와 정타를 연달아 계속 맞으며 2회와 3회에 실점하여 경기가 동점이 됐죠. 그래도 나머지 4~5회를 잘 막았기에 양현종도 승리의 자격은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해요.
지난 주 토요일 5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 하고, KT를 상대로 9회에만 연달아 6점을 내줘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는데 그 이후에 팀 타선이 방심하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치 '아, 우리 불펜 강한 줄 알고 마음 놨는데 그게 아니구나'라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였어요.
토요일 경기 이후 3경기를 치르는 동안 KIA 타선은 타율 .347, 홈런 4개, 출루율 .398, 장타율 .525, OPS .923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날카로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상대팀 선발 투수가 약한 것도 아니었어요. 일요일 경기 KT의 로건, 화요일 경기 키움의 박준현, 오늘 안우진까지 만만한 투수들이 없었죠. 특히, 오늘 가장 어려운 상대라고 봤던 안우진을 상대로 집중타를 치는 모습에서 타자들의 발전을 볼 수 있었어요.
6회에만 한꺼번에 6득점을 하며, 승패를 결정지었는데, 한준수의 결승타 이후 계속된 무사 2, 3루 상황에서 대타 김선빈이 삼진을 당하고, 김규성도 바뀐 투수 박정훈의 공에 삼진을 당하며, 무사 2, 3루 찬스에서 점수를 못 내면 오늘 경기 후반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4회에 안우진의 제구력이 흔들리며 잡은 무사 1, 2루 찬스에서 7, 8, 9번 하위 타순에서 타점은 커녕 진루타 조차 치지 못 했고, 6회 무사 2, 3루에서도 7, 8, 9번 하위 타순이라서 추가 득점을 뽑는 게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어. 심지어 믿었던 '컨택의 신' 김선빈이 안우진의 하이 패스트볼을 참지 못 하고 헛스윙 삼진 당한 게 너무 결정타였고요.
이런 상황에서 박민이 박정훈의 몸쪽 145km/h 낮게 제구된 투심을 짧고 간결한 스윙으로 2루타를 치며 2타점을 올린 순간이 오늘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무사 2, 3루에서 연속 삼진으로 추가 득점을 뽑지 못 하고 어려운 불펜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을 박민이 막아준 거죠. 치기 쉬운 코스도 아니었는데 제대로 노려서 잘 쳤습니다.
그 다음부터 타자들의 집중력이 대단했죠. 박재현이 초구 존에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적시타. 김호령이 불리한 카운트에서 바깥쪽 투심을 결대로 밀어쳐서 또 적시타. 김도영이 초구 바깥쪽 벨트 라인으로 들어 오는 147km/h 투심을 잡아 당기지 않고 결대로 받아 쳐서 엄청난 타구 속도의 1타점 2루타.
박민의 2타점만으로도 충분했는데, 그 이후에도 상대 투수의 스트라이크 잡으러 들어오는 공들을 '인플레이 타구'로 만들려고 하는 타자들의 집중력과 마음가짐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토요일 경기 이후로 다들 '빡쳐 있는 게' 보인다고 할까요.
2경기 연속 카스트로 이야기로 리뷰를 할애해서 오늘은 언급 안 하려고 했는데, 오늘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게 3타수 3안타에 2루타 1개, 볼넷 1개의 대활약을 해 준 카스트로입니다.
첫 두 타석의 안타는 카스트로가 강한 몸쪽 공들을 받아 친 중견수와 우익수 앞에 라인드라이브 타구였는데, 마지막 타석의 2루타는 카스트로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바깥쪽 코스의 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코스를 정확히 타격하며 좌중간으로 라인드라이브를 만드는 모습에서, 타격 기술만큼은 확실히 외국인 타자 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최근 잘 맞기 시작해서 그런지 오늘은 볼도 잘 골랐습니다. 4회 첫 타자로 나와서 볼넷을 골라 내는 모습을 보였는데, 주자가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승부하지만, 주자가 없는 상황. 특히, 무사 상황에서는 타석에서 나름 인내심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카스트로는 부상 복귀 이후 현재 1군에서 28타석 동안 .500 / .500 / .808 / 1.308이라는 가공할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홈런 아니면 평범한 내야 뜬공 혹은 유격수 땅볼에 그쳤던 아데를린과 달리 카스트로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줄 안다는 점에서 아데를린과 차이가 크죠.
지금 모습에서 바깥쪽 코스의 낮은 변화구를 참아 내고, 바깥쪽 코스의 공들은 억지로 잡아 당기지 않고 롯데 레이예스처럼 결대로 컨택을 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서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지금 KIA 타선이 매 경기 활화산 같은 타력을 보이고 있는 것은 6월 들어 전성기 폼을 되찾은 나성범의 모습에, 카스트로의 복귀. 그리고 홈런 대신 컨택에 주력하고 있는 김도영의 모습이 어우러지면서 나오고 있는 거죠. 그리고 박재현도 심각한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고요. 한준수도 꾸준하고. 지금 타선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는 선수는 김선빈 밖에 없습니다.
박재현을 포함해서 박민, 김규성, 변우혁 등 주전이 아닌 선수들도 경험치를 쌓고 좋아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특히, 오늘 경기 가장 결정적인 안타를 친 박민의 경우, 이제 1군 투수들의 공에 어느 정도 컨택을 하고 있는 모습이고, 이제는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을 토대로 자기가 잘 치는 코스의 강한 스윙을 할 줄 알면, 한 단계 기량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투타에서 가장 기대했던 이의리와 윤도현이 발전하는 모습은 커녕 기량을 까먹는 모습이 나와서 아쉬운데, 이제 시즌 절반을 치렀을 뿐입니다. 이의리나 윤도현이나 벌써부터 포기할 이유가 없죠. 다만, 윤도현은 아쉬운 게 지금 김선빈이 제 기량이 아니라서 2루수 주전 자리 차지하기 딱 좋은 시기인데 타선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못 보여주고 있으니 그 부분은 좀 아쉽습니다.
양현종, 비록 5이닝 3실점에 그쳤지만 지난 LG전보다는 투구 내용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구속이 직전 경기보다 더 잘 나왔어요. 지난 LG전 포심 평속이 136.5km/h에 그쳤는데 오늘은 간간히 140km/h 이상도 찍고, 평균 구속 139.6km/h을 기록하며, 올 시즌 포심 평속이 가장 좋았던 경기였습니다.(140km/h도 못 찍고 있는데 가장 좋다고 위안을 해야 한다니)
오늘 실점 과정에서는 운이 안 따르기도 했죠. 2회 선두타자 박찬혁의 안타는 뱃 끝에 맞은 빗맞은 타구였고, 3회 선두타자 여동욱의 안타도 빗맞은 안타였습니다. 하지만, 적시타는 배럴 타구였어요. 2회 김웅빈(현재 키움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선수인듯)의 3루타. 그리고 3회 서건창의 2루타와 김건희의 2루타까지 모두 잘 맞은 타구였습니다.
그래도 위기 상황에 삼진을 계속 잡아 내며 추가 실점을 막았는데, 오늘 좌타자 상대로 슬라이더가 좋은 위치에서 떨어졌죠. 3회 실점 이후 와르르 무너질까 걱정했는데 4회와 5회도 잘 막았고, 전 내심 6회까지도 나왔으면 했는데, 일찍 바꿔준 판단도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올 시즌 양현종의 룰은 '5선발 같은 4선발'이니까요.
현재 양현종은 68.1이닝을 투구하며 ERA 4.21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4~5선발 치고는 나쁘지 않은 ERA에요. 다만, 전 지금 성적도 운이 많이 따르고 있는 성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시즌 BABIP가 .263에 그치며 커리어에서 가장 낮고, 포심 평속이 떨어지면서 9이닝 당 탈삼진도 풋내기 시절인 2012 시즌(5.71개) 이후 5.93개로 가장 낮습니다.
지금의 구위로 ERA 4점대 초반을 찍어 주고 있는 건 '행운' 그리고 '경험' 말고는 설명이 안 됩니다. 지금으로서 바라는 건 6이닝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앞으로도 오늘처럼 5이닝 3실점 정도만 목표로 뛰었으면 싶고, 타자들이나 불펜투수들이 양현종이 200승을 달성할 때까지는 더 집중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양현종 다음에는 전상현, 한재승, 최지민, 김태형이 나왓는데 4명 모두 좋은 피칭을 했습니다. 특히, 가장 좋은 공을 던진 건 전상현이었어요. 1이닝 동안 공 13개로 삼진 2개를 곁들어 키움 타선을 완벽하게 막았는데, 커맨드와 무브먼트 모두 흠 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포심 구속도 평소 전상션의 구속 그대로였고요.
아직 1군 복귀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리고 6회라서 오늘 큰 점수 차이에도 전상현이 투입된 거지, 지금 구위와 커맨드로 전상현이 오늘 같은 경기에 나올 이유는 없죠. 조상우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시즌 마무리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됩니다. 솔직히, 안정감만 따지면 전상현만한 불펜투수가 팀내에 없다고 생각하고요.
2024년에 맹활약한 곽도규, 전상현이 건강하게 복귀하면서 장현식 대신 조상우가 합류한 KIA 불펜이 2024시즌의 강력한 불펜진을 다시 찾았습니다. 성영탁이 최근 성장통을 겪고 있고 정해영 아직 오락가락 하는 편이지만, 코치진이 조합만 잘하면, 왼손 오른손 균형이 10개 구단 중 이보다 더 잘 밸런스 있게 갖춰진 팀이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불펜이 믿음이 갑니다.

후반기에 이의리만 다시 신인 시절의 모습을 되찾으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지금 팀에 가장 큰 약점이 부실한 국내 선발진이고(황동하나 양현종이나 파워 피처가 아니라 부진할 때는 크게 흔들릴 유형) 김진욱이 좋아졌다던 일본 캠프에서 뭔가를 깨닫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 제구 좀 잡고 잘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의리만 조금 더 힘내주면 상위권 경쟁도 꿈은 아닐 것 같습니다.
경기를 치르면서 타선도 점점 밸런스가 좋아지는 모습이고, 카스트로가 돌아 와서 불안했던 외국인 타자 슬롯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고 있으며, 나성범이 회춘하고, 김도영은 여전합니다. 여기에 타석에서는 큰 기여를 못 한다고 해도 젊은 유격수 자원 3명(박민, 김규성, 정현창)과 외야수 자원 4명(김호령, 박정우, 박재현, 김민규 등)이 경기 후반 수비력을 강화하는 역할은 잘 해주고 있죠. 지키는 야구를 할 조건은 만들어 졌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빠진 자원들이 많아서 순위 욕심을 부리면 안 될 시즌인데, 카스트로가 잘 해주면서 팀 득점력이 좋아지니 더 높은 순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요. 여전히 KIA는 전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육성과 성적을 둘 다 잡는 시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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