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는 머리가 아프네요. 일단, 비가 와서 경기 개시 여부를 알 수 없어서 그랬는 지, 투수들의 볼질이 너무 심했죠. 그래서 경기를 보는 것 자체가 너무 지루했습니다. 9이닝 정규이닝을 하는데 4시간을 넘겨 버리는 건 팬들에겐 죄악이에요. 주말 경기니까 좀 참았지, 평일 경기였으면 진짜 더 화났을 것 같네요.
경기 내용을 한 줄로 표현하면 '구위가 약한 투수들의 단점'을 잘 보여 준 경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선발인 황동하와 마무리인 성영탁 둘 다 하위 라운드에 지명된 이유가 '느린 구속' 때문이었고, 하위 라운드 지명된 투수 치고는 굉장히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결국 '느린 구속'이라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 한 경기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스탯티즈에서 선수 이름을 검색할 때 메인에서 보여지는 황동하의 직구 구종가치는 리그 내에서 28%, 성영탁의 직구 구종가치는 5%에 불과합니다. 둘 다 구위가 떨어지는 대신 커맨드로 던지는 투수들이죠. 그리고 오늘 경기가 이 두 투수가 가진 단점을 잘 보여 준 경기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는 성영탁을 마무리로 쓴다는 감독의 구상을 보고 불안하다 생각했습니다. '삼진율'이 떨어지니까요. 삼진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구속' 때문입니다. 성영탁의 투심 평균 구속은 144.5km/h 입니다. 그래도 작년 143.1km/h 보다는 좋아졌어요. 그러니까 마무리 투수까지 올라온 거죠.
지난해 성영탁의 삼진율은 9이닝 당 5.16개, 올해는 7.71개로 좋아졌습니다. 문제는 이번 주 3경기에서 구속이 떨어졌다는 거죠. 6월 17일에 144km/h. 6월 18일 142.7km/h. 오늘 143.9km/h 입니다. 타자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드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구속이죠.
성영탁이 마무리 투수로 성공하려면 평속 145km/h 이상. 최고 구속 148km/h 이상은 꾸준하게 던지는 밸런스와 체력이 필요합니다. 올해 잘 나갈 때는 분명 이런 모습이 나왔어요. 한 때 삼진율이 거의 1이닝 당 1개꼴로 잘 나오기도 했죠. 그런데 여름이 오면서 체력이 떨어진 탓인지 구속이 떨어지고 그러면서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에 컨택이 되고 있죠.
마무리 투수의 삼진 능력이 왜 중요하냐면, 경기 후반에 인플레이 타구가 나와서 발생하는 변수를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오늘 성영탁이 허용한 안타 대부분 배럴 타구였는데, 딱 1개. 권동진의 안타는 성영탁의 머리 위로 넘어 가는 코스 안타였죠.(타구가 느려서 유격수가 병살 잡을 줄 알았습니다만...) 마무리 투수는 이런 타구를 허용하는 빈도를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플레이 타구를 억제하는 피칭을 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삼진'이고요.
그나마 우타자 상대로는 슬라이더가 잘 들어가서 상대를 잘 합니다. 똑같은 폼에서 우타자 몸쪽으로 변하는 투심과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커터)를 사용하니까 우타자들은 성영탁의 피칭에 어려워 하죠. 문제는 좌타자입니다. 좌타자 상대로는 투심이든 슬라이더든 유효한 무기가 되지 못 합니다.
아래는 올 시즌 성영탁의 좌타자, 우타자 상대 기록입니다.

좌타자 피출루율이 거의 4할에 가깝습니다. 커맨드로 먹고 사는 선수인데, 좌타자들에게 너무 많은 출루를 허용하고 있는데 성영탁이 던지는 투심과 슬라이더를 좌타자들이 어렵지 않게 컨택을 하죠.
오늘 경기가 대표적인데, 좌타거포 힐리어드에게 홈런 허용한 이후 좌타 교타자 김민혁에게 공 12개를 던지고 홈런성 장타 맞았고, 경험이 많지 않은 좌타 류현인에게 조차 공 10개를 던지면서 볼넷을 허용했죠. 좌타 안치영을 상대로도 승부가 안 됐고, 좌타 권동진에게 코스 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오게 됩니다. 심지어 오늘은 우타자 오윤석에게 조차 배럴 타구를 허용했고요.
좌타자를 잡기 위해 체인지업을 간간히 던지는 데 성영탁이 던지는 체인지업은 아직 완성도가 뛰어나지 않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김민혁에게 체인지업 4개를 던졌는데, 2개는 볼, 2개는 파울이 됐고. 류현인에게 던진 체인지업 2개 중 1개는 볼, 1개는 파울이 됐습니다. 안치영에게 던진 초구도 체인지업이었는데 볼이었고, 권동진에게 던진 체인지업 1개도 볼이었습니다.
체인지업이 좌타자의 방망이에 안 닿아야 하는데, 볼이 되거나 파울이 되어 버리니 좌타자 상대로 어렵게 승부할 수밖에 없죠. 결국, 좌타자를 잡으려면 시즌 초처럼 구속을 회복하거나, 체인지업을 더 가다듬어야 합니다.
전, 성영탁을 당장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성영탁이 풀타임 마무리를 하려면 두 가지 약점을 극복해야 하는데, 하나가 구속이고 하나가 좌타자 잡는 구종입니다.
이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성영탁의 역할은 우타자 라인업을 상대하는 불펜투수에 그쳐야죠. 선수가 스스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고졸 3년차로 2004년생의 아직 어린 선수니까 오늘의 경험이 성장에 디딤돌이 되어 주길 바랄 뿐입니다.

오늘 경기 포함해서 이번 주 성영탁 기록이 너무 안 좋죠. 수요일 LG전에서도 2실점을 했고, 목요일에도 안타 1개 허용했고, 오늘 KT전에 제대로 난타 당하면서 5실점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3경기에서 성영탁은 16명의 타자를 상대했는데 탈삼진을 1개 밖에 못 잡았습니다.(수요일 경기 박해민 상대로 잡은 마지막 아웃 카운트)
아마 성영탁의 야구 인생에서 현재까지는 가장 힘든 한 주가 된 것 같은데 그렇다고 당장 내일부터 '이제 성영탁 마무리 탈락'이라고 함부로 선언하기도 뭐하죠. 성영탁의 밸런스가 다시 좋아지길 바랄 수밖에 없고, 제 생각에는 매 경기 실점하지 않는 한, 당분간은 계속 마무리에 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감독이라면 전 다시 정해영을 마무리 투수로 원복시킬 것 같습니다. 정해영도 최근 안 좋긴 한데, 그래도 성영탁보다 나은 점은 포심 구속이 빠르다는 점이죠. 정해영이 최근 부진한 것도 최근 구속이 떨어져서 그렇지 셋업으로 나와서 한창 잘 던질 때는 150km/h도 쉽게 찍고, 5월 22일 경기부터 5월 31일까지 6경기를 던졌는데 포심 평속 가장 느렸던 게 147.1km/h이었고, 가장 좋았던 게 149.1km/h 입니다.
정해영의 올 시즌 9이닝 당 탈삼진은 7.7개로 성영탁과 별 차이는 없습니다만, 작년에 10.5개를 찍었고, 5월에 한창 좋을 때는 9이닝 동안 탈삼진 8개, 피OPS가 .394에 불과했죠. 다만, 6월부터는 성영탁도 흔들리고 정해영도 흔들리고 있습니다만. 오늘 전상현이 건강하게 돌아 왔으니 부담은 조금 줄었죠.
그리고 정해영은 그래도 마무리 투수를 오래 한 경험이 많습니다. 보직이 변경되면서 본인도 많은 생각이 들었을테고, 선수 생각은 모르겠지만 아마 다시 마무리 투수로 돌아 가고 싶은 생각도 있을 거에요. 다만, 정해영이 올 시즌 끝나면 상무 입대가 유력하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성영탁 마무리로 그대로 밀고 가는 게 팀 입장에서도 더 바라는 그림이긴 할겁니다.
어찌됐든 성영탁이 다시 회복하는 걸 바랄 수밖에 없고, 엔트리에 한 번 빼서 10일 정도 휴식을 주고 다시 복귀시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수 같습니다. 이 기간에는 정해영, 조상우, 곽도규 등을 써봐야죠.
사견임을 밝히고 말하자면, 전 궁극적으로 KIA 마무리 투수는 곽도규로 가야 한다고 보는 편입니다. 곽도규의 경우 '제구력' 빼고는 다 갖췄다고 생각하고,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깡따구'죠. 곽도규가 9이닝 당 볼넷 숫자를 4개 이하로만 줄여도 마무리 투수로 쓰는 데는 전혀 문제 없을 겁니다.
곽도규가 좌타자 상대로 더 강점이 있긴 한대 우타자를 못 잡는 것도 아니거든요. 스몰샘플이지만, 올해는 우타자 성적이 더 좋기도 합니다.(우타 피안타율 .111 / 좌타 피안타율 .304) 경험만 쌓이면 더 잘할 선수가 곽도규라고 보고, 만약 성영탁이 부진을 극복하지 못 하면 정해영에게 먼저 기회가 가겠지만, 정해영도 극복 못 하면 그때는 곽도규도 고려해봤으면 싶습니다.

오늘 경기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긴 했는데, 그래도 타자들의 컨디션은 다시 올라오고 있어서 그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네요. 지난 주에 팀타율 .205, 팀OPS .592 였는데, 이번 주에는 팀타율 .294, 팀OPS .816 입니다. 오늘도 안타를 무려 13개나 쳤고요.
지난 주까지 최악의 모습이었던 박재현이 이번 주 .318의 타율과 오늘도 주자 일소 3루타를 치는 등 맹활약을 했고, 카스트로가 오늘은 좀 아쉬웠지만, 타격의 정확성을 더해주고 있죠. 나성범은 오늘 타점을 올리는 모습에서 상황에 맞는 가벼운 타격까지 하면서 팀에 기여하고 있고요. 안 좋았던 김선빈도 점점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한준수도 김태군의 한 마디에 자극 받았는 지 오늘은 블로킹도 좋았고, 타석에서도 정말 잘 해주고 있어요. 전 한준수와 김도영 이 두 선수가 그나마 KIA 타선의 젊은 중심축 역할을 해주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한준수는 수비만 조금 더 좋아지면, 앞으로 긴 시간 동안 포수 걱정 안 하게 해 줄 선수라고 생각하고, 올해 선구안에서 눈을 떴기에 저점도 보장이 될 타입 같습니다.
박재현의 경우, 지금보다 더 꾸준한 모습을 보여야 겠지만, 오늘 경기 활약을 계기로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배워 나가야 겠지요. 일전에도 언급했는데, 박재현은 장타 능력을 보여줬기에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앞으로 더 더워질텐데 체력 관리의 요령을 깨우치지 못 하면 또 다시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이상하진 않을 것 같아요.
오늘 경기 또 하나 긍정적인 부분은 전상현의 복귀죠. 오늘 오랜만에 등판해서 1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으로 잘 막아줬습니다. 여전히 커맨드는 살아 있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써먹기 시작한 포크볼도 잘 들어갑니다. 다만, 포심 평균구속이 해마다 떨어지는 부분은 걱정이 되긴 하네요. 그래도 145km/h 이상은 던져야 할텐데 말이죠.
9회에 5점 차이 리드를 못 지키고 경기 내주긴 했는데, 그렇다고 내일 야구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빨리 극복해야죠. 우승 시즌에도 더 큰 패배를 경험한 적이 있는 걸요. 이런 걸 극복할 줄 알아야 선수도 성장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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