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06/18] KIA : LG 후기 - 양현종의 190승, 이범호의 작전, 비주전의 반란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6. 6. 18. 23:25

본문

 

오늘 경기는 양현종과 톨허스트의 맞대결이라 힘들 거라고 봤고, 양현종 1회 공 보면서 승부는 포기했습니다. 공이 느려도 너무 느리더라고요. 1회부터 무사 만루로 시작했는데, 정작 실점은 양현종의 견제 실책이었고, 그 이후에는 위기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막았습니다. 오늘 경기 양현종의 피칭은 그냥 '기적을 던졌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에요.

 

 

양현종에게서 '전병호'가 보인다.

 

오늘 양현종은 그야말로 제가 여태까지 본 모습 중 가장 '똥볼'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공에 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운드에서 다리를 크게 박차고 포수 미트에 강하게 공을 때려 박았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오늘 나의 목표는 스트라이크 같은 볼을 던지는 것이다'라는 마음이 느껴질 정도로 가운데 들어가는 공은 하나도 없었어요.

 

올해 양현종의 포심 평균 구속은 138.7km/h 입니다. 작년보다 1.6km/h나 하락했습니다. 심지어 지금 경기를 거듭할수록 구속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양현종의 포심 평균구속은 136.5km/h에 불과했습니다. 이러다 유희관의 평균 구속까지 불러올 것 같습니다. 

 

구위가 떨어지다보니 정확성이 뛰어난 LG 타자들을 '낚으려는' 피칭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볼넷이 나왔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던지다 보니 LG 타자들이 타석에서 말렸습니다. 존에서 살짝살짝 떨어지는 변화구 건드려서 범타가 많이 나왔죠. 제가 오늘 LG 타자들을 보면서 든 느낌은 '어? 왜 공이 이렇게 느리지? 어, 왜 포심인데 변하지?' 이런 생각 때문에 당황해서 타이밍을 잃은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수비 도움도 많이 받았죠. 가장 결정적인 수비가 3회에 나온 김도영의 수비였습니다. 연속 볼넷 주고 무사 1, 2루에서 리그 최고의 타자 오스틴이 친 타구가 3루 라인선상으로 강하게 지나가는데, 김도영이 몸을 던지며 막아낸 덕분에 병살타로 연결시켜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아마 이 타구가 빠져나갔더라면, 5회도 못 막았을 거에요.

 

오늘 투구를 보니까 흑마구 투수 전병호가 생각나는 투구였습니다. 전병호가 삼성 전성기 시절에 5선발 역할로 오늘 양현종처럼 던졌던 걸로 기억해요. 다만, 전병호보다는 양현종이 조금 더 구속이 빨랐던 것 같고, 실제로 전병호는 5선발로 뛰던 시기에 9이닝 당 탈삼진이 많아 봐야 5.1개로 철저히 맞춰 잡는 투수였는데 올해 구위가 완전히 가버린 양현종의 9이닝당 탈삼진은 5.83개로 이보단 좋습니다.

 

그런데 오늘 투구를 보니, 앞으로 양현종의 구위가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더 좋아질 일은 없을 것 같아서, 진짜 전병호의 기록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가능성도 커 보여요. 다만, 전병호는 볼넷은 극히 안 줬다는 걸 감안하면, 양현종이 전병호처럼 살아남고 싶으면 제구력을 조금 더 날카롭게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아무튼,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있는 선수인데, 190승을 달성해서 다행입니다. 딱 10승만 하고 200승을 달성한 뒤 멋지게 선수 생활 마무리했으면 싶은데, 올해 구위를 보니, 남은 10승이 결코 만만해 보이지 않네요. 오늘 야수들이 평소보다 더 집중하고, 불펜투수들 역시 평소보다 더 열심히 던진 것 같은데, 후배들이 힘을 잘 모아서 양현종의 200승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염경엽 감독을 지략에서 이긴 이범호 감독

 

초반부 양현종의 '기적을 던진 피칭'으로 간신히 대량 실점은 면했지만, 점수가 좀처럼 나지 않았는데 5회에만 한꺼번에 3득점이 나와서 경기를 뒤집었죠.

 

톨허스트 천적(상대 전적 5타수 4안타 ㄷㄷㄷ) 김규성이 깔끔한 클린 힛으로 선두타자 출루에 나섰고, 박민 타석에서 이범호 감독이 히트 앤드 런을 걸었는데, 박민이 잘 밀어치면서 히트 앤드 런이 대성공해서 무사 1, 3루 찬스를 잡을 수 있었죠.

 

그리고 김호령이 좋아하는 코스로 톨허스트의 변화구가 들어오면서 좌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로 박민과 김규성이 홈을 밟아서 동점. 여기에 박재현마저도 페이크 번트 슬래시로 안타를 치면서 무사 1, 3루 찬스를 또 만들었죠. 두 번의 작전이 연거푸 성공하면서 김도영의 땅볼 때 3루 주자 김호령이 홈을 밟아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습니다.

 

이범호 감독의 지략은 경기 후반에도 발휘됐는데 8회 선두타자 오지환이 정해영 상대로 안타를 치고 나가자, 2-2 카운트에서 풀카운트 되는 걸 각오하고 피치 아웃을 걸어 1루 주자 오지환을 견제 아웃으로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지략 대결에서 이겼던 것도 오늘 경기를 잡고 1위팀 LG를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다만, 8회 무사 1, 2루 찬스에서 변우혁 대신 김태군을 대타로 써서 번트 작전을 걸었는데, 이게 실패한 게 오늘 이범호 감독의 '작전'에서 유일한 아쉬움이 됐네요. 다만, 번트를 위해 대타를 내세운 판단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딱 1점만 뽑으면 2점 차이가 되어서 성영탁이 훨씬 안정된 상황에서 등판할 수 있었으니까요.

 

 

박민의 8회 귀중한 적시타와 비주전의 반란

 

김태군의 번트 실패와 김규성의 내야 플라이(그냥 톨허스트 때만 타석에 세워야)로 이대로 추가 득점을 뽑지 못 하고, 터프 세이브 상황을 맞이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박민의 2루타가 나왔습니다. 2-1 카운트에서 함덕주에 한가운데로 몰린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아주 자신있게 잘 돌렸어요.

 

이 득점으로 성영탁은 편한 상황에서 9회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고, 천성호에게 안타 하나 허용했지만, 나머지 타자들을 깔끔하게 막으면서(김호령의 수비 집중력도 좋았음) 경기를 잡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습니다.

 

제가 어제 리뷰에서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큰 게 KIA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햇는데, 오늘 경기 만큼은 비주전 선수들이 주전 선수들보다 훨씬 잘 했습니다. 

 

주전 타자들(김호령, 김도영, 나성범, 카스트로, 한준수)는 오늘 19타수 4안타를 치는 데 그쳤는데, 비주전 타자들(박재현, 윤도현, 김규성, 박민)이 14타수 7안타. 타율 5할을 찍어 버렸네요. 이러면 더 값어치가 있는 승리죠. 풋내기들의 활약으로 경기를 잡았으니까요.

 

그리고 그동안 부진했던 박재현이 3안타를 치면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고(1회 견제 아웃은 옥의 티), 박민이 최근 계속 타석에서 경험치를 먹이면서 좋은 타구들이 늘고 있습니다. 

 

첫 타석부터 유격수 직선타로 잡히는 타구를 날리더니(다만, 타구 자체가 배럴 타구는 아니었음) 두 번째 타석 히트 앤드 런 때 절묘한 뱃 컨트롤로 안타. 그리고 3번째 타석에서 잡히긴 했지만, 우익수 앞으로 날카로운 타구. 마지막 타석에서는 3루 베이스를 뚫어 버리는 2루타를 치는 등 모든 타석에서 스윙 타이밍이 좋았어요.

 

수비도 좋았죠. 특히, 가장 중요했던 수비가 7회 박해민의 애매한 땅볼 타구 때 빠른 대쉬와 런닝 스로로 그 빠른 박해민을 1루수에 잡은 수비였는데, 전 타구 보자마자 '아... 내야 안타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박민이 잘 들어와서 빨리 잘 던졌고, 변우혁도 최대한 몸을 앞으로 찢어서 포구를 해준 덕분에 박해민을 1루에서 잡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어요.

 

오늘 좋은 활약을 했지만, 박민은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오늘 비교적 잘 쳤어도 WRC+ 78.3에 불과하고, OPS도 .656에 불과하죠. 하지만 박민의 올해 나이는 25살에 불과합니다. 박찬호는 25살 때 WRC+ 40.3에 OPS .551에 불과했어요. 박찬호가 처음으로 WRC+ 90을 넘긴 게 27세였던 2022년 시즌부터였으니, 박민도 3년 정도는 더 기다려줄 수 있죠. 

 

다만, 박찬호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 박민은 박찬호가 가진 주루 능력과 수비 능력은 갖추지 못 했다는 점 때문에 타석에서 박찬호보다는 더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김규성은 박찬호보다 불과 2살 어린 선수이니 장기적인 유격수 주전 카드로 보긴 어렵고, 올해와 내년까지는 박민 유격수를 밀어 줘야죠. 

 

 

아무튼, 시리즈 시작 전만 해도 스윕 안 당하고 1승만 해도 성공적인 시리즈라고 봤는데, 불펜투수들이 LG 타자들을 잘 막아 준 덕분에 두 경기를 연거푸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좌타자 잡는 '곽도규'와 '김범수'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해요. 

 

곽도규는 2경기에서 3명의 타자를 상대로 모두 범타로 잡아냈고, 김범수는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긴 했는데 홍창기를 삼진으로 잡고, 박해민을 빗맞춰서 내야 땅볼로 잡아냈습니다. 제가 어제 리뷰에서 곽도규와 김범수를 어떻게 쓰느냐가 LG와의 경기에서 우위를 가져갈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봤는데, 오늘 그 예상이 들어 맞아서 뿌듯할 정도입니다.

 

 

선수 단평

 

  • 김호령 - 1번 타자로 나와 안타 1개에 그쳤지만, 그 안타 1개가 매우 소중했다.
  • 김도영 - 안타는 못 쳤어도 오스틴 타구 병살 잡은 것만으로도 잘 함
  • 나성범 - 어제 홈런 2개 치더니, 퍼올리기만...
  • 카스트로 - 아데를린과 확실히 다른 유형의 타구들. 안타 2개를 쳤지만(1개는 재수) 아직 잘 모르겠음
  • 김민규 - 이전에는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더니 왜 갑자기 쫄았을까?
  • 한준수 - 주자만 있으면 왜 약해지는가
  • 정현창 - 아웃은 못 잡았지만, 왜 수비를 가장 잘 하는 지 보여준 수비
  • 윤도현 - 제발 존을 좀 좁혀...
  • 김선빈 - 대타도 못 하네
  • 김태군 - 번트도 못 대네
  • 조상우 - 이제는 정해영이랑 보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 정해영 - 여전히 구속은 덜 나왔지만, 변화구 떨어지는 위치가 매우 좋았다.
  • 성영탁 - 좌타자 줄줄히 만난 것치고는 결과가 괜찮았음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