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는 류현진의 피칭에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40살이 다가오고 있고, 한 살 어린 양현종과 김광현은 지난 시즌부터 부침을 겪고 있는데, 류현진은 흔들림이 없네요. 5회 김도영을 삼진으로 잡는 150km/h 몸쪽 포심 보고 아, 아직 쌩쌩하구 싶었어요. 농담아니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국내 최고 투수는 류현진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경기였습니다.
이런 경기를 잡으려면, 우리 투수도 잘 던지면 됩니다. 마침 KIA는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카드인 올러가 선발로 올라 왔는데, 오늘 올러는 '볼'이 너무 많았죠. 다르게 말하면 대전구장의 ABS와 궁합이 안 맞았다는 생각도 듭니다.(뭐, 선수들 말대로 구장마다 ABS 위치가 다르다면)
올러의 투구 레퍼토리는 하이 패스트볼로 카운트 잡고, 슬러브를 결정구로 던지는 건대, 오늘 하이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윗 쪽에 거의 안 묻었어요. 심지어 좌타자 상대로 백도어로 던지는 슬러브도 모두 ABS에 한 끗 차이로 안 걸리더라고요. 이렇게 살짝살짝 빠지는 볼들 때문에 4개의 사사구가 나왔고, 이 사사구들이 모두 실점으로 연결됐죠.
1회부터 오재원 상대로 ABS에서 살짝살짝 벗어나는 공들이 연달아 나오며 출루를 허용했고, 페라자에게 운 없는 빗 맞은 안타로 실점을 하게 됐고(강백호의 투수 땅볼 때 3루 주자 홈인) 4회 3실점 과정에서도 강백호 상대로 카운트 유리하게 잡고 던진 슬러브가 많이 벗어나면서 사구를 허용해 실점의 빌미가 됐습니다.
그리고 4회 실점 과정에서는 가운데 몰리는 실투가 많았고, 오늘 이도윤 타격감이 유독 좋아 보여서 경계해야 한다고 봤는데 이도윤에게 계속 걸리면서 실점이 됐죠. 이도윤 8회말에 타점 올리는 스윙 보고 헛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니, 몸쪽에 저렇게 잘 떨어졌는데 저걸 좌익수 앞으로 보낸다고? 상대 팀 타자가 이렇게 치면 그 경기는 어렵게 갈 수밖에 없어요.

류현진의 피칭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불펜이라도 잘 공략했으면 했지만, 한화 불펜 상대로는 오히려 출루를 더 못했죠. 류현진 상대로 6이닝 동안 8번의 출루를 만들었는데, 박상원-이상규-이민우 우완 투수 3명을 상대로 주자 1명 나갔습니다. 이번 시리즈 타자들이 출루를 못 한 게 아니었는데, 번번히 찬스 상황마다 범타로 물러난 것도 루징 시리즈의 이유가 됐습니다.
오늘 경기 타선에서 잘 했다고 할 선수는 별로 없어요. 그나마 아데를린이 멀티 히트를 쳤는데 그 전보다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높아지고(1회 2루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스윙도 간결해져서 아, 이 정도면 연장 계약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타석에서는 홈런 나오는 줄 알았고요.(다만, 발사각이 너무 높았음)
그리고 오늘 경기 가장 결정적인 아웃은 어제 홈런 친 변우혁에게서 나왔죠. 6회에 어느 정도 힘이 떨어진 류현진을 공략해 1사 1, 3루의 찬스를 잡았는데 변우혁이 친 초구가 3루수 정면으로 가면서 병살타가 되었고, 이 병살타가 사실상 오늘 경기 승부를 결정 짓는 치명적인 한 방이었습니다.
변우혁의 스윙 타이밍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류현진이 볼이 많은 투수가 아니기에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한 건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결과가 잘 따라오지 않았네요. 뭐, 어쩔 수 없습니다. 10번의 타석에서 3번만 쳐도 억대 연봉 받는 게 타자인데, 이 부분을 잘못이라고 하고 싶진 않네요.

하지만, 오늘 김선빈의 타석은 정말 할 말이 많습니다. 2회 2사 1, 2루 찬스 상황에서 평범한 유격수 땅볼로 끝났고, 5회 1사 2루 상황에서도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로 끝났으며, 7회에도 주자가 있었는데, 박상원의 바깥쪽 빠져 나가는 변화구를 골라내지 못 하고 삼진으로 물러났죠.(투수가 잘 던진 공이긴 했습니다.)
김선빈 현재 타율이 .266까지 떨어졌습니다. 통산 .305 타자인데 그보다 훨씬 못 치고 있고 커리어에서 가장 타율이 낮았던 시기가 신인 시절을 제외하면 .281이었던 2012년이 마지막입니다. 그런데 지금 .266 치고 있죠. 그나마 공은 잘 고르고 있어서 출루율은 높은데, 타율이 너무 낮은 게 문제입니다.
BABIP가 엄청 낮은 것도 아니에요. .303이니까 운이 없다고 할 것도 아닙니다. 컨택률도 92.6%로 여전히 뛰어 납니다. 삼진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니고, 볼넷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오히려 볼넷 비율은 커리어에서 가장 좋음) 컨택률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BABIP가 통산 성적보다 .030 정도 낮긴 합니다만... 결과적으로 너무 안 맞고 있죠.
김선빈은 수비와 주루에서 기여하는 바가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이런 타격 성적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범호 감독도 윤도현도 써보고, 김규성도 써보고, 박민도 써보고 하는데, 김선빈이 아무리 부진해도 이 선수들보단 낫죠.

아무튼, 작년까지 건강하기만 하면 팀 타선의 정확성을 책임졌던 선수가 이렇게 부진해버리니 경기가 잘 안 풀립니다. 특히 더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성적이 꼬라 박고 있으니 문제에요.

최근 2개월 성적을 살펴보면, 김규성, 박민보다 딱히 더 낫다고 할 수준도 아니긴 합니다. 이범호 감독이 윤도현을 성급하게 올렸다가 한 두 경기 부진하니까 다시 내렸는데, 그냥 김선빈 자리도 장기적으로 대체한다고 생각하고 윤도현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써봤으면 싶긴 해요.
올해 윤도현이 많이 부진하긴 한대 그래도 지난해 1군에서 160타석 동안 WRC+ 112를 기록한 타자입니다. 출루율이 낮은 건 문제이지만, 그건 하위타선으로 쓰면 된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윤도현은 붕붕대도 좋으니 하위타선에서 부담감 덜면서 윤도현의 장기인 장타 능력을 보여주면서 성장해도 된다고 보거든요. 다만, 윤도현의 경우 수비에서 강점이 있는 선수가 아니니 그게 또 문제이긴 합니다.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KIA가 리툴링을 해야 한다면 박찬호가 떠난 유격수 자리. 그리고 최형우가 떠나면서 나성범과 김선빈은 지명타자로 돌려야 하고(굳이 따지자면 나성범을) 외야수 자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외야 자원은 박재현이 등장했고. 박상준도 짧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면서 가능성을 보였는데, 박찬호가 떠난 유격수 자리. 그리고 김선빈의 장기적인 대체자원은 아직 뚜렷하게 싹수를 보이는 선수가 없네요. 올해 투수력이 좋아서(리그 평균자책점 1위팀) 순위 싸움이 되고는 있는데, 욕심이 생긴다면 역시 타선의 리빌딩이겠죠.
아싸리 이렇게 된 거, 아데를린은 아쉽지만 1루수 밖에 소화하지 못 하기 때문에(그마저도 수비가 별로) 집에 보내고 1루수는 오선우, 박상준, 변우혁 돌려 쓰고, 김선빈 대신 카스트로를 2루수로 쓰는 게 차라리 어떨까 그런 생각까지 듭니다. 카스트로가 원래 2루수를 보던 선수이고 김선빈은 우타 대타 요원으로 쓰거나 가끔 2루수로 넣으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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