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이번 주는 야간 근무라 생방송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집에 와서 하이라이트 보고, 다시 보기로 방금 다 보고 리뷰를 적어 봅니다. 이번 주는 목요일을 제외하면(토요일도) 계속 야구 시청이 어려워서 계속 이 시간에 글을 쓸 것 같네요.
일단, 오늘 경기는 황동하, 곽도규, 김도영 이 3명이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황동하의 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한화 타선이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강력합니다. OPS .793으로 1위, 유일하게 WRC+가 110이 넘어 가는 팀이에요. 현재 팀 홈런은 KIA가 1등이지만, 마지막까지 한화와 KIA 중 누가 팀홈런 1등을 할 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그 강력한 타선을 6이닝 동안 안타 딱 2개만 허용하고 막았습니다. 지난 롯데 전에서 5회도 못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와서 걱정했는데, 1경기 만에 바로 반등에 성공했죠.
오늘 황동하의 호투 비결은 '변화구 제구력'에 있습니다. 황동하의 주무기라면 역시 슬라이더와 포크볼인데(그 중에서도 슬라이더) 오늘 슬라이더와 포크볼이 존에서 낮게 잘 변했죠. 오늘 던진 슬라이더 중 가장 멋지게 들어 간 슬라이더라면, 1회에 페라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삼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몸 쪽 낮게 정말 잘 떨어졌어요.
황동하의 슬라이더가 얼마나 뛰어나냐면, 규정 이닝 70% 이상 소화한 투수들 중 황동하의 슬라이더 구종 가치가 0.5를 기록하며 리그 12위 입니다. (1위는 올러의 슬러브, 3위는 네일의 스위퍼) 국내 투수 중 황동하보다 위에 있는 선수는 박세웅(2위), 구창모(8위), 하영민(10위) 셋 밖에 없어요.
더 놀라운 건 포크볼이죠. 올해 황동하의 포크볼 구종 가치가 0.9를 기록하며 규정 이닝 70% 이상 소화한 투수 중 3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실, 황동하의 주력 구종은 작년까지는 슬라이더였는데, 올해부터 포크볼의 위력이 정말 좋아졌어요. 본격적으로 1군 레귤러 투수가 된 2024년 이후 황동하의 슬라이더와 포크볼의 피OPS는 다음과 같습니다.

슬라이더는 매해 꾸준하게 괜찮았는데, 지난해까지는 평범한 수준이었던 포크볼이 올해 정말 좋은 위치에서 떨어집니다. 이 포크볼을 주로 좌타자 상대로 던지는데 그 덕분에 올해 좌타자 상대 기록이 엄청 좋아졌어요. 2025년에 좌타자 상대 피OPS가 무려 1.114나 됐는데, 올 시즌에는 좌타 피OPS가 .703으로 우타 피OPS(.821)보다 더 좋습니다.
재밌는 건, 황동하 스스로도 포크볼을 제어(?)하지 못 하고 있다는 거죠. 중계진도 황동하의 포크볼이 좋아진 걸 알고, 존에 넣고, 존에서 떨어뜨리는 걸 마음대로 하느냐고 물어 보는데, 황동하는 그냥 던진다고 했죠. 이런 투구 마인드 역시 황동하의 성장을 이끌어 낸 기반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변화구를 존에 스트라이크로 넣고, 스트라이크존에서 떨어뜨리고. 이게 되면 메이저리그 가야죠.
아무튼, 오늘 경기 잡은 건 한화의 강타선을 상대로 6회 동안 주자 출루를 3명 밖에 허용하지 않고 삼진도 6개나 잡아 낸 황동하의 공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난 등판에서의 부진을 1경기 만에 씻고 반등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고요. 앞으로도 오늘처럼 슬라이더와 포크볼이 존에서 잘 변하면, QS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어 보입니다.

오늘 이범호 감독은 타선에 많은 변화를 줬죠. 백업 멤버였던 김민규를 최근 부진한 박재현 대신 톱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장시켰고, 역시 백업 요원인 정현창을 유격수로 선발 출장시켰습니다. 상대가 좌완이라 변우혁에게 기회가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김선빈에게 지명 자리를 주면서 2번 타자로 기용하며 활로를 뚫으려고 했죠.
김민규도 1번의 출루를 만들어 내며 아주 안 좋진 않았고(다만, 주루 플레이에서 과욕이 문제) 김선빈이 두 번의 출루를 만들어 내며 왕옌청을 흔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친 건 역시 김도영이었죠. 첫 득점에 기반이 된 내야 안타(노시환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2루타였을) 그리고 오늘 모처럼 경기 초반 라인드라이브 타구 2개를 날린 아데를린이 합작하며 선취점이 나왔습니다. (아데를린은 첫 두 타석은 좋았는데 이 후 3타석은 너무 실망스럽네요.)
2회에 2득점은 한화 수비 도움을 받았고, 3대1 상황에서 경기를 결정 지은 건 2사 1, 2루 상황에서 나온 김도영의 3점 홈런이었죠. 이 한 방으로 KIA가 경기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왜 김도영이 슈퍼 스타인지 월요일 하루를 쉬고 오늘 다시 알 수 있던 경기였어요.

다만, 이후에는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아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경기가 됐죠. 충분히 득점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하필 정현창에게 타석이 많이 걸린 게 문제였습니다.
득점하긴 했지만, 2회 찬스에서 삼진을 당하고, 4회에도 박민의 중전 안타 이후에 번트를 또 대지 못 해서 삼진으로 물러났죠. 이때 정현창의 스윙을 보면, 스윙할 때 몸을 활용 안 하고 팔만 움직입니다. 스윙부터 다시 배워야 할 정도로, 몸을 활용하지 못 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미스는 5회 1사 만루에서 병살타였죠. 역시 강한 타구를 만들지 못 하고, 툭 건드리기만 하니까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질 못 합니다.
스코어 차이가 애매하게 5점 차이라서 정현창 대신 대타를 안 쓴 것 같은데, 이것 때문에 초반에 많이 꼬였죠. 오늘 수비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와서 대타 요원이 많이 있었는데, 정현창을 안 뺀 건 아마 5점 차이는 쉽게 뒤집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실제로 그렇기도 했죠.) 정현창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감독의 의도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뭐, 어찌됐든 경기는 잡았으니...

지난해 KIA 불펜이 붕괴된 이유로 황동하의 불의의 교통사고도 있었지만, 전 곽도규의 시즌 아웃도 상당한 타격이라고 봤습니다. 곽도규는 나이만 어리지, 마운드에서 마인드가 보통이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특한 투구폼에서 불 같은 강속구(맘만 먹으면 150km/h 이상도 던질 수 있죠.)를 던지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커맨드와 무브먼트에 신경 쓰고 지금의 피칭 디자인을 완성했죠.
성공적으로 재활을 마치고 1군에 올라와서 초반에 많이 맞긴 했는데, 그건 순전히 '불운'이었습니다. 빗맞은 안타가 대부분이었고, 정타 허용은 거의 없었어요. 오늘도 강백호에게 허용한 안타는 정타가 아니라, 강백호가 간신히 커트해낸 타구였어요. 그리고 한화 타자들이 곽도규의 피칭에 굉장히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 많이 나왔죠.
작년까지 곽도규의 주무기는 투심과 횡으로 변하는 슬라이더(커브에 가깝죠.)였는데, 올해 커터를 던지기 시작했는데 이게 위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 커터 비중을 크게 늘렸는데, 그게 실전에서 굉장히 잘 통하고 있죠. (시즌 커터 구사율 5.6%, 최근 3경기 평균 커터 구사율 21.3%) 주로 우타자 상대로 몸쪽 낮게 던지는데, 이 커터의 피안타율이 '0' 입니다.
곽도규는 그 특유의 딜리버리 동작 때문에 좌타자가 굉장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등 뒤에서 투심과 슬라이더가 날라 오니까요. 그래서 2024년에 곽도규의 좌타 상대 피OPS는 .538에 불과했죠.(우타 피OPS .724) 올해는 반대입니다. 좌타 상대 피OPS는 .938이나 되지만, 우타 상대 피OPS가 .347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전 곽도규의 좌타 상대 피OPS는 작은 표본 때문에 오염된 데이터라고 생각해요. 피안타율이 무려 .438이니까요. 곽도규의 투구 동작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지 않는 피안타율이고, 대부분은 빗맞은 안타입니다. 좌타자 상대로 통타 당한 기억이 제 기억에 없어요. 실제로 올해 곽도규는 단 1개의 장타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곽도규가 투심, 커터, 슬라이더 이 3개의 구종에 대한 피칭 디자인을 완성했다면, 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 써도 무방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제구력이 들쭉날쭉한 게 단점인데, 존 근처에 이 구종들이 들어가면 그 어떤 타자도 쉽게 공략하기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140km/h 후반대의 투심, 그리고 우타자 몸쪽 파고 들어서 떨어지는 130km/h 후반대의 커터, 그리고 좌타자 바깥쪽으로 큰 각을 그리며 벗어나는 120km/h 중반대의 슬라이더. 곽도규의 3신기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곽도규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멘탈이죠. 저는 곽도규가 더 발전하면 KIA 마운드에서 가장 압도적인 피칭을 할 수 있을 자질을 충분히 갖춘 선수라고 봅니다. 이런 선수를 5라운드에 지명해서 키워낸 건 정말 대단한 성과에요.

7라운드 황동하, 10라운드 성영탁. 오늘 등판한 KIA 마운드의 젊은 선수 3명은 스카우트와 육성의 최고 성공 사례 같습니다. 이 선수들이 건강하게 마운드만 잘 지켜줘도, KIA는 오랜기간 가을야구를 노려볼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그만큼 오늘 황동하, 곽도규, 성영탁의 피칭은 좋았습니다. 비록 홈런은 허용했지만, 정해영과 김태형도 공이 나쁘진 않았어요. 둘 다 실투 하나 때문에 홈런을 맞았을 뿐이죠. 전, 투수가 홈런은 맞을 수 있다고 봅니다. 승부 안 하고 볼넷 주느니 홈런 맞는게 나아요. 김태형도 오늘 존에서 크게 벗어나는 공이 없었고(단지, 박정현에게 던진 포심이 한가운데로 들어간 게 문제) 정해영도 오늘 149km/h까지 찍더군요. 성영탁도 오늘 구속이 올라 오는 걸 보면, 컨디션 자체가 나쁘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만큼 한화 타선의 파괴력이 좋다고 봐야죠.
김도영이 타선의 중심을 지켜주고 있는 와중에 젊은 야수 자원이 한 두 명 더 레귤러가 된다면(박재현, 박상준, 김민규 그 누구든) 올해 생각보다 좋은 위치에서 시즌을 마무리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라이브로 보지 않은 경기는 선수 단평을 적기 애매해서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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