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는 초반 네일이 흔들렸음에도 KIA 타선이 삼성 선발 양창섭을 일찌감치 공략하며 낙승을 하나 했지만, 오늘 불펜에 정해영과 성영탁이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네일이 6회에 주자 2명을 내보내면서 7회까지 막지 못 하면서 불펜에서 변수가 많이 나오겠구나 싶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최근 안 좋은 김범수가 7회에 올라와서 대타 박승규에게 홈런성 3루타를 맞고, 전병우에게 희생타 맞아서 실점하고, 그나마 좌투수라도 잘 막으면 모를까 김지찬에게 볼넷 내주고, 김성윤에게 안타 맞으면서 1사 1, 3루 위기에 몰렸죠. 그제야 곽도규가 등판했는데, 전 처음부터 7회는 곽도규가 나왔어야 한다고 봤어요. 김범수 최근 투구 내용이 좋지도 않았고, 그나마 곽도규가 최근 피칭 내용이 좋았는데, 곽도규를 처음부터 쓰지 않은 결과가 1점 차까지 쫓긴거죠.
곽도규는 이번 시리즈 가장 타격감이 좋았던 구자욱을 특유의 투심 움직임으로 병살타도 할 뻔 했던 유격수 땅볼로 잡았고, 디아즈를 상대로 반대 투구이긴 했는데 보더라인에 투심이 잘 들어가면서, 역시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로 이닝을 끝냈죠. 오늘 경기를 기점으로 이제 김범수에게 왼손 셋업을 맡길 게 아니라 곽도규를 왼손 셋업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솔직히 8회에도 곽도규가 그대로 나왔어야 한다고 봤어요. 어제 던졌다고 해도 직전 이닝에서 투구 수가 5개 밖에 안 됐고, 어제도 공 4개 밖에 안 던졌습니다. 그런데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는 제구가 크게 흔들리는 한재승 썼다가 경기 내줄 뻔 했죠. 한재승은 예상대로 첫 타자부터 볼넷 내주고, 류지혁에게 안타 맞은 이후에 그제야 조상우로 교체됩니다.
오늘 경기 결과는 좋았어도 솔직히 투수 운용은 너무 안이했다고 봅니다. 최근 감이 안 좋은 김범수를 마운드에 먼저 올린 7회의 선택, 그리고 리드 상황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인 적 없는 한재승을 8회에 올린 점. 모두 잘못된 선택이었고, 7회 처음부터 곽도규를 쓰던지, 아니면 8회 처음부터 조상우를 썼으면 네일의 승리가 그렇게 허무하게 날라가진 않았을 것 같아요. 아니, 조상우는 9회 마무리를 위해 아꼈더라면, 곽도규를 1이닝 더 밀고 가는 게 맞았죠. 상대가 좌타 라인으로 도배된 삼성인데 말이죠.

그나마 오늘 경기 승리를 잡은 건 마운드에서 조상우가 2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 좌타 라인 상대로 쉽지 않을 거라고 봤는데, 8회에 전병우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이 있긴 했지만, 공 자체는 평소보다 강하게 들어갔고, 빠진 볼들도 ABS 존에서 크게 빠지지 않은 공들이었죠.
그리고 김도환 상대로 던진 초구 슬라이더가 내야 뜬공이 나왔는데, 류지혁의 의도는 알 것 같아요. 내야수가 그 타구를 잡으면 홈까지 강한 송구를 할 수 있는 동작이 안 나오기 때문에 홈 승부를 했죠. 그런데 박민의 잡은 자세가 그렇게 역방향이 아니었습니다. 내야수가 머리 뒤로 넘어가는 뜬공을 간신히 잡았다면 모를까 나름 몸 중앙에서 잡았는데 홈 태그를 시도한 건 너무 무리한 시도였고, 다음 타자가 오늘 타격감이 좋은 김성윤이라는 점, 조상우가 좌타자에게는 안 좋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플레이를 했어야죠.
아무튼, 김도영이 슈퍼 스타 기질을 보이면서 배찬승 상대로 다시 리드를 잡는 홈런을 친 이후에도 이 경기 놓칠 수도 있겠다고 본 게, 9회에 삼성 타선이 너무 좋아서 그렇습니다. 조상우는 올 시즌 좌타자 상대로 피안타율 .282, 피OPS .666으로 좋지 못 합니다.(이거 오늘 경기 잘 던져서 나온 스탯이고, 그 전에는 더 안 좋았어요.) 그런데 좌타자 김성윤, 구자욱, 디아즈가 연달아 나오는 지라 이거 쉽지 않겠다고 봤죠.
그런데 9회 조상우의 피칭은 KIA 이적 이후에 이렇게 좋았나 싶을 정도로 구속, 무브먼트, 커맨드가 모두 좋았습니다. 전성기 시절보다 구속이 5km/h 이상 떨어졌지만(전성기 구속으로 오늘 같은 커맨드로 던지면 김성윤, 구자욱, 디아즈 모두 삼진 잡았음) 김태군이 요구하는 코스대로 모든 공들이 다 들어갔고, 빠른 공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많은 움직임을 보였죠. 그 결과 김성윤과 구자욱은 빠른 공의 커맨드와 무브먼트로 평범한 플라이로 잡았고, 디아즈 상대로도 유리한 카운트에서 존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역시 평범한 플라이로 이닝을 끝내 버렸습니다.
지난 시즌, 아니 올 시즌 초만 해도 자신의 구위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못 했는데, 최근엔 자신의 구위를 믿고 적극적으로 존을 공략하고 있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상우 스스로에게도 오늘 경기는 정말 큰 의미가 되었을 거에요. 이제는 마무리 투수에서 밀려났고, FA 때도 타 구단의 관심을 못 받고 기대 이하의 계약을 했으며, 시즌 초에도 추격조 역할에 머물렀으니까요. 그런데 리그에서 가장 강한 좌타 라인을 보유한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 막은 오늘의 모습에서 자신감을 많이 찾을 것 같습니다.

올 시즌 KIA 불펜이 다른 해보다 강하긴 해도 아직 변수가 많죠. 성영탁이나 정해영이나 한창 좋을 때보다 구속이 떨어진 모습이고, 전 여전히 성영탁에게 풀타임 마무리를 맡기는 게 맞나 의구심이 강한 쪽입니다. 삼진 능력이 떨어지니까요. 그래서 정상적인 컨디션이면 삼진 능력이 좋은 정해영이 마무리를 하는 게 맞아 보이는데, 정해영도 최근 흔들리고 있어서, 불펜을 완벽하게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조상우가 이렇게 잘 해줄 지 몰랐습니다.
이제 곧 전상현과 이태양까지 돌아오면 불펜 뎁쓰가 더 좋아질 것 같아요. 이 경우, 설령 조상우, 성영탁, 정해영이 조금 흔들리는 모습이 나오면, 전상현, 이태양이라는 카드를 쓸 수 있으니 좋죠. 게다가 지금도 투수 관리가 잘 되고 있는데 전상현, 이태양이 돌아오면 불펜진의 체력 누수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곽도규의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김범수와의 보직 변경도 생각해봐야죠. 김범수는 지금 모습이라면 셋업 쪽에 쓸 게 아니라 작년 이준영 룰로 써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준영 지금 2군에서 계속 던지고 있는데, 여차하면 김범수에게 휴식을 주고 당분간 이준영을 써도 되죠. 김범수의 경우, 너무 과한 임무를 띄고 있어서 흔들리고 있다고 봐서, 조금은 편할 때 올려주면서 자신감을 찾게 도와주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타자들은 7득점을 뽑으며 해줄만큼 해줬습니다. 다만, 16안타 5사사구를 얻은 것 치고는 점수가 적었죠. 그리고 7점 중에 4점이 홈런으로 난 점수였어요. 이런 답답한 경기를 해결해 준 건 김도영이었죠. 오늘 5타수 4안타 3타점 2홈런 1도루를 하며, 타율도 .279까지 끌어 올렸고, 홈런 단독 선수를 유지했습니다. 그동안 경기가 안 풀려서 답답했을 법도 한대, 오늘 모처럼 타석에서, 그리고 베이스에서, 그라운드에서 존재감을 어필했죠.
부진하다고 팬들이 뭐라고 해도, OPS .957에 WRC+ 155.2를 찍고 있습니다. BABIP가 .261에 불과해서, 운이 더 따라 3할만 쳐도 지금보다 훨씬 성적이 이뻐질 거라고 봐요. 현재 김도영은 MVP를 받았던 2024년 보다 BB%도 나아졌고(10.6% -> 12.7%), 삼진 많이 당한다는 비판이 무색하게 삼진율(14.7%)도 커리어에서 가장 낮습니다. 전, 김도영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봐요. 김도영은 건강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오늘 도루도 했는데, 선수도 이제 자기 몸상태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 같아요. 올해 부상만 없다면 통산 2번째 MVP 수상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나성범이 최근에 너무 좋죠. 오늘도 양창섭의 포크볼 실투를 놓치지 않고 대형 홈런을 치면서 공격력에 힘을 보냈고, 볼넷 2개, 안타 2개로 출루도 네 번이나 했습니다. 삼진율이 늘어나긴 했는데, 그건 홈런 타자의 숙명 같은 거고, 볼을 너무 잘 고르고 있죠. 최근 성적을 끌어 올리면서 OPS도 .885를 기록해 커리어 평균(.914)에 근접하고 있고, WRC+ 139.7를 기록하며 한준수(157.1), 김도영(155.2) 다음으로 좋습니다. 지금 추세면 나성범도 WRC+ 150 이상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KIA의 가장 큰 고민 2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김민규도 장타 포함 2안타로 좋은 활약을 했습니다. 비록 찬스 상황에서 루킹 삼진 당한 부분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인데, 이 선수 이제 고졸 1년차 입니다. 못 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일단 스윙을 하면 컨택이 어느 정도 된다는 점, 그리고 수비와 주루가 1군 수준이라는 점은 김민규가 타석에서 경험치만 더 먹고 성장하면 주전 자리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루킹 삼진이 많다는 점만 개선되면 좋을 것 같은데, 이건 정말 발전이 쉬운 부분이 아닙니다. 그리고 김민규가 오늘 잘 해주긴 했는데 2번 타자로 쓸 기량은 아직 아닌 것 같고, 당분간은 대수비/대주자 요원으로 활용하거나, 2군 내려서 타석 경험치를 더 줘야 할 것 같아요.
타선 운용의 경우, 오늘 특이하게 이범호 감독이 대타를 아꼈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김선빈, 한준수, 고종욱 대타 요원이 3명이나 있는데 셋 다 쓰지 않았죠. 6회 만루 찬스에서 김호령을 밀고 갈 게 아니라 이때 대타를 썼어야 했고(박정우 대수비 쓰면 되니까) 7회 찬스에서도 김민규를 밀고 갈게 아니라 대타를 썼어야 했죠.(박정우 대수비 쓰면 되니까) 8회에도 김태군이 아니라 대타를 썼어야 했어요.(한준수 포수 보면 되니까)
오로지 오늘 1군에 올라 온 변우혁만 김규성 대신 대타로 썼는데, 변우혁도 이닝 첫 타자로 활용할 게 아니라 더 중요한 상황에서 내보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대타를 쓰지 않은 건, 오늘 경기 져도 좋다. 선수들 휴식 주고 젊은 타자들 경험치 쌓으면 그거면 족하다 마인드 아니면 이해가 잘 안 갑니다. 투수 운용도 그렇고, 오늘 타선 운용도 그렇고 너무 느긋한 운용이 아니었나 싶어요. 뭐, 경기 잡았으니까 해피 엔딩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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