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는 양팀 선발이 약해서 타격전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양현종도 오늘 공이 괜찮았고, 삼성 선발 장찬희가 오히려 공이 더 좋더라고요. 구속이 빠른 건 아닌데 마치 황동하 한창 잘 던질 때처럼 포크볼을 좌타자 바깥쪽에서 정교하게 떨어뜨리는 거 보고 공략이 쉽지 않겠구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거의 안타를 못 쳤고요.
이런 경기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건 역시 실책과 홈런 한 방이죠. 박재현의 기습 번트 시도 때 장찬희의 송구가 벗어나면서 1사 2루 찬스가 됐고, 오선우가 몸쪽 141km/h 포심을 자신있게 휘둘러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극적인 선제 2점 홈런을 날립니다. 아, 이제 불펜의 힘으로 잘 지키기만 하면 되는구나 싶었죠.
7회 정해영의 투구 때는 김지찬의 내야 안타가 안타까웠는데, 이 때 박민이 공을 한 번에 잡지 못 하면서 송구 타이밍을 놓쳤어요. 다만, 정확하게 잡고 던졌어도 아웃을 시킬 수 있었을까 싶긴 합니다. 문제는 정해영 대신 나온 김범수의 투구였죠. 구자욱에게 처음 던진 슬라이더 2개가 아쉽게 볼 판정이 되면서 어렵겠다 싶었는데, 4구째 포심이 높게 들어가 구자욱이 잘 밀어 쳐서 동점 2루타를 맞았습니다.

정해영, 김범수가 항상 잘 던질 수도 없고 실점할 수도 있죠. 그런데 진짜 문제는 7회부터 10회까지 매 이닝 찬스를 잡은 타선에서 단 1점도 못 냈다는 점입니다.
7회 선두타자 아데를린이 3-유간으로 깊숙한 땅볼을 치면서 살아 나갔고, 유격수의 송구가 벗어나면서 2루까지 진루했어요. 무사 2루 찬스에서 한준수의 초구 공략이 평범한 뜬공이 된 것도 문제였고, 그 이후 박정우가 김선빈으로 교체된 건 당연한 운용이었습니다. 올해 우투수 상대로 못 쳐서 그렇지 좌투수 상대로는 4할 넘게 치고 있으니까요.
이승민은 더 정교하게 던져야 한다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 하고 김선빈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고(애초에 정면 승부할 생각도 없었을 겁니다.) KIA 벤치에서는 상대가 좌투수이니까 김규성 대신 윤도현을 기용합니다.
이 기용 가지고 말이 좀 나오고 있는데, 전 잘못된 교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김규성이 최근에 잘 친다고 해도 그래봐야 공격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는 아니고, 윤도현이 올해 못 하고 있는 건 맞는데, 윤도현은 지난해 좌투수 상대로 .382의 타율과 1.029의 OPS를 기록할 정도로 좌투수에는 강점이 있었어요. 그리고 2군에서 못 하고 올라온 것도 아니고, 감독이 직접 본 경기에서 4안타 치고 올라왔으니 기회를 부여 받을 수 있죠.
그래서 윤도현을 김규성 대신 기용한 게 그렇게 큰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당장의 컨디션이야 김규성이 더 나을 지 몰라도, 어찌됐든 왼손타자 대 왼손투수의 대결이었고, 삼성 이승민은 올해는 좌우 스플릿 차이가 크진 않아도 작년에는 우타자에게 피안타율 .294, 좌타자에게 피안타율 .185였을 정도로 좌우 스플릿 차이가 꽤 있었던 선수였습니다.
다만, 삼성에서도 윤도현이 대타로 나오자 이승민 대신 최지광을 기용했고, 결과적으로 윤도현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기에 실패한 기용이 됐는데, 김규성 대신 윤도현 대타로 쓴 게 이 경기의 패배를 가르는 기용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많은 요인 중 하나일 뿐이죠.
진짜 치명적인 장면은 아데를린과 정현창이었죠. 특히 해줘야 할 외국인 타자가 해결해주지 못 했고, 정현창의 경우 1군 타석에 절대 서면 안 될 정도로 기량이 떨어진다는 것만 확인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어요. 아, 생각해보니 윤도현을 기용함으로써 정현창이 타석에 서 버렸으니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할 순 있겠네요.
정현창의 경우 타격을 시킬 게 아니라 그냥 쓰리 번트로 아웃 되는 게 나았을 겁니다. 정현창의 문제는 힘이 너무 없어서 내야를 못 넘긴다는 겁니다. 존에 실투가 들어 와도 내야를 넘길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안 되요. 정현창은 수비 능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지금 이럴 게 아니라 2군 내려서 웨이트 시키고 몸을 키우게 한 다음에 타격 기회를 많이 줘야 합니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가장 치명적인 상황은 9회 무사 1, 2루 상황이 아니라 8회 1사 만루 상황 아데를린의 타석이죠. 아데를린의 더 큰 문제가 '밀어내기 볼넷을 거부'했다는 겁니다.
배찬승은 앞 타자 나성범을 몸에 맞히면서 제구가 흔들리고 있었고, 아데를린에게 던진 공 2개도 볼로 빠졌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첫 스트라이크가 들어 올 때까지는 방망이 돌리는 걸 참았어야죠. 그런데 3구째 몸 쪽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하면서 3볼 상황을 거부했어요. 이것만 참았어도 밀어내기로 리드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4구째 포크볼도 밀려 들어왔는데 그 코스에 강점이 있는 타자가 헛스윙하며 카운트가 불리하게 갔고, 5구째 포크볼은 많이 빠져서 참았지만, 6구째 슬라이더 건드려서 병살로 이닝이 끝나 버렸죠. 그리고 이때 삼성에서도 2루수가 베이스 위에 있었는데, 이것도 아데를린 타구가 대부분 홈런 아니면 땅볼이 나올 때 2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많이 간다는 걸 알고 쓴 수비 쉬프트였죠.
아데를린이 한 달 간 10개의 홈런을 날리며 팀에 기여한 건 분명합니다만, 약점이 너무 확연하기에 계속 끌고 가긴 어렵습니다. 기록만 보더라도 출루율이 .287에 불과합니다. 보통, 홈런을 많이 치면 상대 투수들이 적극적으로 승부를 안 하기에 볼넷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아데를린은 볼넷을 거부하고 있죠.
그리고 아데를린의 장점이자 단점이 '컨택'이 생각보다 좋다는 겁니다. 보통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는 컨택률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아데를린의 컨택률은 79.7%를 기록하며 박재현, 김도영, 김호령, 나성범보다 좋습니다.
KIA 타자들 컨택률을 보면 홈런 많이 치는 선수들 컨택률이 80%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아데를린은 80%가 넘습니다. 이 높은 컨택률과 나쁜 선구안이 합쳐지면서 평범한 땅볼이 많이 나오죠.
제가 아데를린을 비판하는 포인트 중 하나가 또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올해 아데를린의 라인드라이브 비율은 3.7%입니다. 당연히, 올 시즌 KIA 타자들 중 가장 낮고, 리그 전체로 따져도 아데를린의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가장 낮습니다. 아래는 올 시즌 KIA 타자들(규정 타석의 50% 소화 기준) 중 라인드라이브 비율입니다.

전 아데를린의 라인드라이브 안타를 어제 처음 본 것 같아요.(어제 좌익수 앞으로 떨어지는 안타) 그리고 이 수치를 보면 김도영이 왜 자기가 부진하다고 생각하는 지도 알 수 있고요. 이렇게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낮은 선수가 KBO 성공을 장담할 수 있을까요? 스윗스팟에 맞은 타구가 너무 안 나오는데, 스윙이 그만큼 투박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이범호 감독이 아데를린 계약을 6주 더 연장하는 뉘앙스로 말하긴 했는데 카스트로의 몸상태가 정상이라면 카스트로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줘보고 안 되면 다른 외국인 타자를 데리고 와야죠. 그리고 지금 박재현 페이스가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에(당연한 겁니다. 이제 처음 풀타임 뛰는 거니까) 아데를린의 포지션이 1루수라는 점도 팀 야수진 구성상 좋은 선택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김도영을 1번으로 쓰면 해결될 문제이긴 한대, 이범호 감독 머릿속에 김도영 1번은 아예 없는 지라, 전, 차라리 버나디나나 소크라테스처럼 테이블세터에 어울리는 외야수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는 게 낫다고 봐요. 장타력까지 갖추면 좋겠지만, 적어도 선구안 괜찮고 외야 수비는 코너 외야정도만 맡아줄 수 있는 선수. 그런 선수가 가장 팀에 필요한 타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발 느려도 됩니다. 선구안만 좋은 외야수만 데리고 왔으면 좋겠어요.
박재현이 지금 잘 해주고 있지만, 최근 안 좋기도 하고, 출루율이 .335 밖에 안 됩니다. 키워 가는 과정이긴 한대, 여러모로 아쉽죠. 그러니까 지금 최원준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고요. 다만, 최원준 KIA에 있어 봐야, 이범호 감독은 '몸 늦게 풀린다' 운운하며 하위 타선에 썼을게 뻔하고 최원준도 팀 이적해서 잘 하고 있는 거라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냥 팀과 안 맞았겠거니 하고 잊어야죠.
그리고 계속 상기해야 하는 건대, KIA 라인업의 태반이 경험이 없는 선수들입니다. 이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여름 시기입니다. 한 번도 풀타임을 뛰어 본 적이 없으니 타석에서든 수비에서든 제 기량이 안 나옵니다. 박재현은 이미 이 과정에 들어가 있고, 김규성, 박민 이런 선수들도 마찬가지죠.
그나마 KIA가 최근 2군에서 좋은 야수를 많이 발굴하고 있고, 변우혁 최근에 복귀해서 2군에서 아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2군과 1군 교환을 자주자주해주면서 야수진도 발굴하고 체력적인 보완도 같이 하면서 리툴링을 완성하는 시즌만 해도 만족합니다. 괜히 상위권 도약하겠다고 주전 선수 체력 갈고, 투수진 갈지만 않고 4~5위만 해줘도 성공적인 시즌이라고 봐야죠. 이의리가 언제라도 다시 정신차리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없고.(다만, 그럴 가능성이...)

불펜진도 그동안 너무 잘 했으니 조정 시기가 왔다고 봐야죠. 정해영과 성영탁이 5월에는 너무 잘 했습니다. 그리고 성영탁의 경우, 구속이 떨어진 점을 보면 역시 아직 1군 풀타임을 보낼 체력적인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봐야해요. 평균구속이 145km/h가 안 되니 삼진이 안 나옵니다. 마무리 투수는 삼진을 잡아야 하는 능력이 필수인데, 147km/h을 던지는 성영탁은 그게 가능했지만, 145km/h도 못 던지는 성영탁은 그게 안 되죠.
오늘 경기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오선우의 투혼이 빛을 바란 점이네요. 2군 다녀와서 삼진율도 극단적으로 줄이고, 볼넷 늘리고 오늘 홈런까지 치면서 좋은 경기를 했는데 8회 김상준의 1루 땅볼 때 곽도규의 1루 베이스 커버가 늦어 몸을 날리다가 부상으로 빠진 게 아쉬운 장면입니다. 곽도규 오늘 잘 던지긴 했는데 이런 기본적인 플레이를 안 해서 다른 선수가 부상 당한 점은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죠.
부디 오선우의 부상이 크지 않길 바라며, 1루에 오선우, 박상준, 변우혁이라는 기회를 줄 수 있을만한 자원들이 있으니 외국인 타자는 테이블세터 소화할 수 있는 코너 외야수로 영입했으면 합니다. 약점이 너무 뚜렷한 아데를린에게 굳이 6주의 기회를 더 줄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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