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경기는 선발 매치업부터 많이 밀렸죠. 한화에서는 1선발이라고 할 수 있는 오웬 화이트가 등판했고, KIA는 5선발인 시라카와였으니까요. 그리고 경기는 1회말 문현빈의 쓰리런이 나오면서 한화가 세 발자국 먼저 앞질렀고, KIA 타선은 6회까지 화이트를 상대로 1점도 내지 못 하면서, 경기를 내줬습니다.
시라카와의 경우, 지난 번 리뷰에도 언급했는데 커맨드가 일본 투수 답지 않습니다. 제가 흔히 인지하는 일본 투수들 이미지는 포크볼이 좋고(중요) 커맨드가 좋은 투수들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시라카와는 커맨드. 특히, 포심 커맨드가 매우 좋지 못해요. 좋은 포크볼을 갖고 있음에도 한화 타자들이 어렵지 않게 시라카와의 투구에 대응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커브도 던지긴 하는데, 오늘 시라카와의 커브는 안 던지는 게 나을 정도로 별로더라고요. 문현빈에게 허용한 쓰리런도 커브였는데, 좀 이해가 안 가는 볼배합인 것이, 초구에 커브로 카운트 잡고 또 커브를 던진 겁니다. 속도도 비슷하게 110km/h 미만이었어요. 좌타자에게 우투수가 이런 느린 커브를 두 개 연속 던진다는 건 장타 맞고 싶다고 어필하는 것과 같죠. 문현빈에게 똑같은 커브 두 개 던진 건 그냥 요행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봅니다.
3실점 이후에 시라카와가 나름 4회까지 잘 버티긴 했지만, 그건 포크볼의 위력 덕분이었지, 그 외에 구종들이 플러스급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포크볼이 잘 떨어져도 한화 타자들은 오로지 포크볼 타이밍에만 포커스를 잡고 있어서, 파울이 많이 나왔습니다. 운이 없기 때문도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기본적으로 포심 커맨드가 정교하지 못한 결과가 오늘의 부진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시라카와의 호투 여부는 포심 커맨드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리그 최강 한화 타선을 상대로 후속 투수들이 정말 잘 막아줬죠. 최지민이 오로지 김태연에게 홈런 딱 1개 허용한 게 전부였는데, 오늘 최지민의 공은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포심의 움직임과 커맨드가 완벽했습니다. 홈런 맞은 구질은 제대로 꺾이지 않은 행잉 슬라이더였죠. 우타자 상대로 잘 던지지도 않은 슬라이더였는데, 역시 무모한 볼배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포심의 힘이 있었기에, 체인지업을 선택했거나, 아니면 포심으로 그냥 몸쪽 붙여서 노시환처럼 팝플라이로 잡는 볼배합을 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KIA가 오늘 경기 팽팽하게 계속 끌고 간 건 시라카와가 1회 실점 이후에 잘 버텨준 것. 그리고 이형범, 최지민, 김범수, 한재승이 나머지 이닝을 1실점만으로(아이러니하게 공이 가장 좋았던 최지민만 실점)으로 막아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KIA의 강점이 여기에 있다고 봐요. 불펜진의 양과 질이 그 어느 해보다 두텁습니다. 그리고 김범수가 오늘 지고 있을 때 나온 걸 보면, 곽도규와 보직은 바뀐 것 같고요.

아쉬운 건 타선의 모습이었죠. 오늘 화이트의 커맨드가 완벽하긴 했습니다만, 홈런으로만 1점을 뽑은 건 아쉬운 부분이고. 특히 가장 문제가 된 게 김규성을 6번 타자로 배치한 거죠. 제가 아마 리뷰를 쓰면서 김규성은 타격 재능은 없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우측으로 장타가 나왔을 때의 타격폼만 멋지다라고 주구장창 이야기하고 있는데, 김규성도 나름 프로 경력이 오래 됐는데, 타석에서 유의미한 기록을 남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물론, 박찬호나 김호령처럼 어느 순간 타격에 눈을 뜰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기록이 하나 있으니, 바로 2군 성적입니다. 박찬호는 2군에서 한 시즌(2016년) 125타석에서 .336 / .400 / .555를 친 적이 있고, 김호령도 주로 2군에 있었던 2024년에 133타석에서 .325 / .398 / .513을 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김규성은 2군에서 449타석을 소화하는 동안 통산 타율이 .225입니다.
통산 성적은 억까일 수 있으니 최근 성적으로 찾아보면 김규성도 김호령과 마찬가지로 2024년에는 주로 2군 경기를 뛰었는데 161타석에서 .225의 타율에 그쳤습니다. 다만, 이 해 김규성은 적은 타석에서 홈런 8개(장타율 .465)를 치긴 했어요. 하지만, 그래봐야 출루율 .311에 삼진 41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은 16개 밖에 못 얻은 타자입니다. 전 단언코, 김규성은 1군 경험을 더 쌓아도 타격이 더 좋아질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이런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6번 타순으로 나왔다는 게 비극이죠.

박상준과 오선우가 부상만 안 당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고 오늘 김도영이 지명타자로 수비에서 휴식을 취하면서(그런데 진짜 지명으로 뛰면 몸이 안 풀려서 못 하나... 마지막 두 타석은 전혀 김도영 답지 않은 헛스윙이 나옴) 선수 기용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긴 했어요. 결과적으로 변우혁을 6번으로 썼으면 시소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지만, 죽은 자식 X알 만지기죠. 오늘 변우혁의 모처럼만의 1군 선발 경기였으니, 7번 박은 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습니다.
박재현이 잘 치고 박상준이 잘 칠 때도 한 말인데, 경험이 없는 야수들은 풀 시즌을 단 한 번도 뛰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체력 배분이 안 됩니다. 그래서 슬럼프가 오곤 하죠. 오늘은 그래도 안타를 치고 볼넷도 얻긴 했지만, 박재현이 지금 이 단계에 있죠. 그리고 이 단계를 극복하면 성장하는 거고, 이 단계를 극복 하지 못 하면 '잠깐 반짝하고 만' 선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만, 전 박재현이 '잠깐 반짝하고 만 선수'라고 보이진 않아요. 가진 툴이 좋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렇게 잠깐 반짝하는 경우에는 BABIP타가 많이 나와서 타율이 잠깐 올라간 케이스입니다. 과거 KIA에 대표적인 선수가 유민상이라고 생각해요. 컨택 능력이 좋아서 인플레이 타구는 많이 만드는데, 장타가 없고 선구안이 나빠서 금방 한계에 부딪혔죠. 박재현도 선구안이 없긴 한대, 그래도 파워가 좋다보니, 슬럼프 극복만 잘 하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 박찬호가 떠난 유격수 자리에서 돌려돌려 돌림판으로 나오고 있는 박민, 김규성, 정현창은 타석에서 별로 기대가 안 됩니다. 박민이야 갭 파워가 있어 보이지만, 그 뿐이고. 김규성과 큰 차이가 없어요. 오른쪽 타석에 서는 지, 왼쪽 타석에 서는 지 그 차이 밖에 없고, 둘 다 타격에서 이렇다 할 장점이 전혀 안 보입니다. 박민이야 아직 나이도 젊은 편이고, 1군 소화한 타석도 적다지만, 김규성은 박민보다 2배 이상 타석을 소화했음에도 통산 타/출/장이 .215 / .284 / .294 입니다.
좀 잔인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김규성은 주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서는 안 되는 선수이고,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97년생으로 이젠 어린 나이도 아닙니다. 박민 조차도 1군 주전으로 쓸 수 있을 지 없을 지 알 수 없는 수준의 타격인데, 김규성은 더 하죠. 차라리 정현창이 김규성 나이에 더 잘 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정현창도 코어 파워가 없는 선수이니까 이대로면 김규성 Ver.2일 뿐. 1군 주전 유격수는 언감생심이죠.
게다가 변우혁이 오늘 잘 하다보니, 변우혁을 위한 자리를 어떻게든 만들고 싶단 생각이 드는데, 지금 변우혁 자리가 없습니다. 3루수에 김도영이라는 리그 최고의 슈퍼 스타가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1루수로 쓰자니, 지금 아데를린이 1루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1루수에 오선우, 박상준 같은 선수들도 있죠. 그나마 변우혁이 우타라 플래툰으로 기용할 수 있다고 쳐도, 기회가 제한적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김도영이 유격수로 가는 건대, 이건 올 시즌 중에는 시도할 가능성이 제로라고 보고, 이범호 감독이 내년부터 김도영을 유격수로 쓴다고 해도, 김도영이 유격수를 잘 소화할 지 장담할 수 없고, 유격수 뛰면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타격 성적에 악영향이 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김도영 유격수를 시도해볼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변우혁이 3루수로 잘 할 지 못 할 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김규성, 박민, 정현창보다는 공격력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하니까요.
다만, 김도영이 유격수로 성공적으로 안착하더라도 2028년 이후에는 MLB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보니, 공수 균형을 갖춘 유격수 자원을 준비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래서 엄준상이 탐났는데, 사실상 MLB 진출이라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네요. 모처럼 전체 3번 안에 드는 상위픽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고, 딱 좋은 자원이 나왔는데...
최근 프로야구 흥행이 역대 최고 기록을 쓰고 있는데 KBO 구단들도 MLB에 우수한 자원 더 이상 빼앗기지 않으려면 신인 계약금을 더 화끈하게 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투수건 야수건 최소 10억, 최대 20억까지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오늘 경기 내주긴 했지만, 선발 매치업의 불리함을 딛고 생각보다 잘 싸웠다고 생각합니다. 6번으로 김규성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게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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