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KIA 타선이 참 안 좋습니다. 오늘도 빈타는 여전했어요. 9이닝 동안 안타 7개 볼넷 2개 얻은 게 전부였습니다. 오늘 경기까지 해서 이번 주 KIA는 팀타율이 .214, OPS는 .591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번 주 상대하는 투수들이 어렵기도 했어요. 한화의 왕옌청, 화이트, 류현진에. 두산의 최민석, 그리고 벤자민. 여기에 내일은 또 곽빈은 만나네요.
이런 처참한 타선의 성적에도 2승(3패)를 거둔 건, 마운드의 힘에 있습니다. 오늘 경기가 대표적인 경기라고 생각해요. 최근 두산 공격의 핵심 양의지가 살아나면서 두산의 승률이 좋아지고 있었는데, 네일이 6이닝 동안 두산 타선을 1실점으로 잘 막았고, 이어 나온 곽도규, 조상우, 정해영, 성영탁이 두산 타선을 잘 막았죠. 곽도규와 정해영은 투구 내용이 좋지 못 했습니다만.
게다가 오늘 경기는 운이 따르기도 했죠. 변우혁의 2루타부터 두산 좌익수 김민석의 잘못된 판단으로 만들어진 거고, 가장 큰 위기였던 7회 무사 1, 2루. 8회 무사 1, 2루 위기에서 연거푸 행운이 따랐습니다. 7회에는 카메론의 황당한 수비 방해. 8회에는 양의지의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박민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면서 더블 아웃.
만약, 카메론의 수비 방해가 없었으면 1사 1, 2루 상황이 아니라 1사 2, 3루 상황이었을테고, 다음 타자 조수행의 뜬공이 나왔을 때 동점을 허용했겠죠.(물론, 주자가 3루에 있었으면 조상우가 그렇게 정면 승부를 하지도 않았을테지만) 양의지의 더블 아웃은 정말 운이죠. 사실, 이 타구 하나가 오늘 경기 후반 승패를 결정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올 시즌 KIA 국내 선발진의 성적이 별로이지만, 그래도 선발 ERA가 리그 3위. WAR 리그 2위, 피OPS 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올러와 네일 두 원투펀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한화의 폰세 - 와이스 정도의 위력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올러는 리그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선발 투수고, 네일도 작년보다 조금 못 하다해도, 리그에서 여덟 손가락 안에는 드는 투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황동하가 잘 해주고 있고, 양현종도 5선발(?)치고는 잘 던지고 있기 때문에 선발진이 유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주 언급하는 건데 네일과 올러의 장점은 두 투수 다 MLB 진출 가능성이 낮다는 데에 있죠. 둘 다 MLB에서 던지기엔 포심 구위가 떨어지고(특히, 네일은 포심이 없다시피함) 두 투수 다 선발투수로 뛰기에는 가지고 있는 레퍼토리가 다양하지 않습니다. '불펜으로 뛰어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면 모를까, KBO에 최적화된 투수들이라 전 이 두 투수들이 MLB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네일은 93년생, 올러는 94년생으로 아주 젊은 나이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에이징 커브가 올 나이도 아니라는 점도 장점이죠. 이들이 기량만 잘 유지하면 적어도 3년은 외국인 투수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이 둘의 존재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전력을 구상할 때 변수가 적죠.
게다가 둘 다 볼넷이 적은 유형이라는 점도 장점입니다. 올러는 9이닝 당 볼넷이 작년 2.84개, 올해 2.77개로 S급은 아니어도 3개 이하이니 나쁜 수치가 아니고, 네일은 작년 2.25개, 올해 1.66개로 볼넷이 정말 적죠. 오늘도 볼넷 1개도 내주지 않고 두산 타선을 막았고요. 네일은 단지, 올러처럼 삼진형 투수가 아닌 땅볼 유도형 투수라서 경기의 운에 따라 상대적으로 성적의 부침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오늘 경기 불펜에서 잘 막아 준 투수는 조상우와 성영탁입니다. 조상우는 앞서 곽도규가 좌타자 오명진을 상대로 볼넷을 허용하고(지저분한 공을 던지는 곽도규의 유일한 단점이죠. 많은 볼넷) 안재석 대신 카메론이 대타로 들어서자 마운드에 올랐는데, 카메론에게는 볼넷을 허용했지만, 이후 이유찬의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때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고(땡큐! 카메론!) 3루에 주자가 없고, 파워가 없는 조수행이기에 빠른 공을 존에 적극적으로 넣어서 뜬공으로 두 번째 아웃을 잡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투구는 까다로운 정수빈을 상대했을 때 였는데, 초구 슬라이더는 벗어났지만, 2구와 3구째 슬라이더를 정수빈의 바깥쪽 보더라인에서 살짝 떨어뜨려 스트라이크와 헛스윙으로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았고, 오늘 최고의 공이라고 할 수 있는 몸쪽 낮게 빨려 들어가는 148km/h 포심(투심의 움직임을 가진)으로 정수빈의 방망이도 나오지 못 하게 하고 삼진을 잡고 이닝을 끝냈죠.
이전까지만 해도 조상우가 좌타자 잡는 변화구가 없어서 좌타자 상대로는 김범수나 곽도규 같은 좌승사자들을 내보내는 게 올바른 투수 운용이라고 봤는데, 조상우는 구속을 잃은 대신 커맨드를 향상시켜서 좌타자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조상우의 좌타 상대 성적은 피안타율 .298, 피OPS .791으로 매우 안 좋았습니다만, 올해는 현재까지 좌타 피안타율 .262, 피OPS .621까지 낮췄습니다. 우타 상대로는 피OPS .558에 불과해 당연 뛰어나고요.
작년에는 막을 때도 뭔가 되게 힘들게 막는 게 느껴졌습니다. 공이 느려서 존에 자신있게 넣지 못 하고 보더라인 피칭을 신경 쓰다가 볼넷이 많이 나왔죠. 그런데 올해는 적극적으로 승부를 잘 하고 있어요. 보더라인 피칭도 잘 되고 있고요. 여전히 볼넷이 많은 편이긴 합니다만, 존에서 많이 빠지는 볼들이 아니라 살짝 살짝 빠지는 공들이라서 제구력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커맨드를 다시 잡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8회에 정해영이 운을 던지면서 이닝을 끝내고(그래도 박지훈을 삼진으로 돌려 세운 바깥쪽 147km/h 하이 패스트볼은 정말 잘 던졌습니다.) 9회 1점 차이에 성영탁이 나왔는데, 성영탁의 5월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에(7.1이닝 피안타율 .286, 피OPS .787) 1점 차를 막을 수 있을까 걱정을 했습니다만, 모처럼 최상의 컨디션으로 두산 타선을 막았죠.
오늘 경기 성영탁이 못 던진 공은 카메론을 상대로 한가운데 들어 간 커터 밖에 없었고, 오명진과 이유찬을 상대로는 이보다 더 완벽한 구위와 커맨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투구를 했습니다. 특히, 오명진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운 148km/h 투심은 정말 멋진 공이었어요. 어제 최민석의 투구를 보면서 많이 부러웠는데, 성영탁도 좌타자 바깥쪽 보더라인으로 148km/h 투심을 던지는 걸 보면서 그런 부러움이 사라졌어요. (게다가 최민석은 2라운드지만, 성영탁은 10라운드임)
성영탁이 5월에 안 좋았고, 구속도 떨어졌기에 시즌 초의 활약이 플루크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생각을 완벽히 지워주는 완벽한 피칭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전 성영탁도 아직 '성장 중'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겨우 풀타임 2년차이고, 마무리 투수로 뛰는 첫 시즌입니다. 어린 투수가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해도 대단하죠. 오늘처럼 투심 커맨드가 완벽하면 앞으로도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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