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는 올 시즌 팀 홈런 1위 팀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말 3연전에서는 단 1개의 홈런을 치지 못 했습니다. 리그에서 가장 홈런을 치기 어려운 잠실 구장에서 경기를 했다? 그런데 상대팀인 LG는 이번 주말 3연전에서 KIA의 가장 강점인 '홈런포'를 앞세워서 경기를 잡았어요.
금요일 경기 송찬의의 결정적인 쓰리런과 오지환의 승부에 쐐기를 박는 쓰리런. 토요일 경기 KIA 에이스 올러를 공략한 오지환의 투런포와 오스틴의 홈런, 그리고 오늘 경기 오스틴의 결승 2점 홈런. 송찬의, 오지환, 오스틴 모두 홈런을 칠만한 선수들이고 칠 선수들에게 맞았죠.
주말 3연전 이전까지만 해도 연승 기간 홈런은 무지하게 치고, 홈런은 허용 안 했는데 홈런 하나도 못 치는 와중에 홈런만 5개를 맞았습니다. 모두 승부에 결정적인 홈런이었죠. LG 타선은 홈런 타자들이 홈런을 쳤지만, KIA는 홈런 타자들이 홈런을 못 쳤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못 한 타자는 김도영이네요. 이번 3연전에서 유일한 타점을 하나 기록했지만, 손주영이 하나 준 거죠. (박재현에게 모든 힘을 다 쏟았나. 박재현 상대로 완벽한 공 3개 던진 투수가 왜 갑자기 볼질을 하는 지)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들어가는 공이 단 1개도 없었고 그 덕분에 김도영 타점 하나 주웠습니다. 자기가 잘한 게 아니에요.
다시 보기로 스윙 하나씩 봤는데, 경기 초반 톨허스트의 커맨드가 그렇게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1회 박재현의 내야안타와 김선빈의 14구 승부 끝에 1사 3루 상황이었는데, 김도영이 초구 쳐서 매우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가 됐죠. 초구 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때 톨허스트의 커터는 그냥 한가운데로 딱 치기 좋은 위치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완전히 빗맞았습니다.
아데를린이 다음 타석에서 행운의 내야 안타를 쳤는데, 한준수도 문제였죠. 1-1 카운트에서 들어 온 톨허스트의 포크볼이 존에서 떨어지지 않고 높은 존으로 밋밋하게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매우 평범한 2루수 플라이로 끝. 타자들의 타격감이 정말 엉망이구나라고 느꼈던 상황이었습니다.
3회에도 김도영에게 또 찬스가 왔죠. 오늘 혼자 맹활약한 김규성의 안타 이후에 박재현과 김선빈의 타구에 김규성이 3루까지 진루했고, 이때 톨허스트의 151km/h 포심이 김도영이 좋아하는 위치로 딱 들어 왔습니다. 그냥 벨트 라인으로 들어왔고, 김도영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어요. 그런데 역시 매우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로 끝났습니다.

4회부터 6회까지는 톨 허스트의 구위가 붙었고, 커맨드도 정교해졌습니다. 1~3회에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질질 끌려 갔고, 5회 2사 이후에 박재현의 행운의 적시타로 동점은 만들었지만, 그 뿐이었죠. 그리고 박재현의 행운의 적시타는 이후 LG에서 곽도규 상대로 홍창기와 박해민의 빗맞은 안타가 연달아 나오면서 오히려 더 세게 돌려 받았습니다.(야구의 신이시여...)
반면, KIA 타선은 김규성 혼자 4안타 치고, 박재현이 2안타 치면서 타선에서 존재감을 어필했지, 나머지 타자들. 특히, 중심타자들이 너무 못 해줬습니다. 이번 주말 3연전 김선빈, 김도영, 아데를린, 나성범이 올려 준 타점은 단 1개였습니다. 오늘 김도영 상대로 나온 손주영의 밀어내기.

아데를린도 매우 실망스럽죠. 계속 지적하는 부분인데 아데를린은 바깥쪽 변화구에 너무 쉽게 방망이가 나오고, 몸쪽 대응이 늦습니다. 대표적인 타석이 8회였는데, 우강훈의 몸쪽 포심에 방망이가 늦고(2구째는 하이 패스트볼이었음) 3구째 많이 빠지는 커브에 역시 헛방망이. 허무하게 3구 삼진으로 물러났죠.
6주 꽉 채워서 써봐야 하겠지만, 지금 봐서는 약점이 너무 확연합니다. 오스틴처럼 '150km/h 넘는 포심을 공략하지 못한다' 같은 KBO에서는 티도 안 날 약점이면 모를까.(오히려 이 약점은 오스틴의 KBO 영구 집권을 가능하게 함) 아데를린의 약점은 존에 정직하게 승부하기보다는 유인구를 남발하는 KBO 무대에서는 너무나도 치명적이죠.
이제 아데를린도 KBO에서 거의 100타석(88타석)을 소화했는데, 포심 타율이 존에서 횡적으로 변하는 구종은 잘 치는데, 포심의 상대 타율이 .250에 불과한 건 아쉬운 부분이죠. 위즈덤처럼 선구안이 좋은 타입도 아니고, 갖고 있는 무기라면, 밋밋한 변화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는 능력인데, 이제 상대팀 분석 들어가기 시작하니, 아데를린 상대로는 일단 빠른 공으로 카운트 잡고, 바깥쪽 멀리 벗어나는 변화구로 삼진을 잡거나 범타를 만들어 냅니다.
김도영이야 잠깐 타격감이 안 좋겠거니 하겠지만, 아데를린은 그게 아니죠. 일단 6주 끝나면 다시 카스트로가 대신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이고, 카스트로마저도 여전히 나쁜 공을 자꾸 건드리면, 올해 외국인 타자 농사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여요. 외국인 투수는 몰라도 외국인 타자는 리그 적응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두산의 카메론과 KT의 힐리어드죠. 초반에 부진하단 소리 들었던 카메론의 5월 OPS는 .914 힐리어드의 5월 OPS는 1.081입니다.
두산 카메론, KT 힐리어드 두 선수 모두 출루율이 크게 나아졌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카메론의 월별 출루율을 살펴보면, 4월 .318, 5월 .425. 힐리어드의 월별 출루율을 살펴보면 4월 .297에서 5월 .411으로 두 선수 모두 선구안에서 크게 나아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ABS에 완전 적응하는데 이 두 선수 모두 한 달 이상의 걸렸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와중에 외국인 타자를 다시 데리고 오면, KIA는 한 달 간 또 그 선수 적응하는데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큽니다.

아데를린이 5월 5일부터 뛰었으니까 이제 4주차이고, 남은 기간은 2주 입니다. 2주일 내에 아데를린이 ABS에 적응할까요? 글쎄요. 매우 부정적입니다. 원래도 선구안이 뛰어난 타입이 아닌데다가 오늘도 크게 빠지는 바깥쪽 변화구에 방망이가 나오는 걸 보면, 10년 넘게 이런 야구를 해왔던 것 같아요. 일단, 카스트로 복귀 후에 카스트로가 계속 ABS에 적응 못 하면 그때는 바꿔야 겠지만. 결과가 좋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위즈덤 다시 데리고 와?

전, 꽤나 긍정적인 성격이라(정말?) 이번 3연전 패배가 실망스럽긴 해도 마냥 암울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일단, LG의 선수 컨디션이 투타 모두 좋았어요. 특히, 이번 3연전에서 LG 투수들이 가장 잘 한 건 '볼넷 억제'입니다. 오늘 경기 3개의 사사구 밖에 내주지 않았고, 이 중 2개는 손주영이 막판에 흔들리면서 내준 사사구였죠. 8회까지 사사구가 단 1개 였습니다. 톨허스트는 무사사구였고요.
어제 경기에서도 송승기 5.1이닝 무사사구였고. 경기 전체 사사구가 1개 뿐이었어요. 금요일 경기는 스코어 차이가 커서 가비지 게임이었는데 그 가비지 게임에서도 LG 마운드가 KIA 타선을 상대로 내준 사사구는 단 2개였습니다. 3경기에서 사사구가 단 6개였습니다. 최근 KIA 타자들의 홈런포가 두려울 법도 한대, 큰 구장을 믿고 적극적으로 존을 공략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최근 분위기 좋았던 KIA 마운드는 볼넷 허용도 LG보다 많았고(3경기에서 13개 허용으로 LG보다 2배 이상 많이 허용) 오늘 경기는 18명의 주자를 내보낼 정도로 마운드가 흔들렸어요. 다만, 내보낸 주자에 비하면 투수들이 잘 막았던 것 같네요. 불펜의 두께가 많이 두터워졌구나 싶었습니다.
LG 타선이 베스트가 아닙니다. 주전급 타자 중 태반이 커리어 로우를 찍고 있는데, 이번 주를 기점으로 살아난 모습이죠. 마운드에서 투수들은 상대 타자를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져 상대하고, 타자들은 실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체급 차이' 딱 그게 느껴졌던 3연전이라서 져서 억울하다. 분하다. 이런 느낌보다는(아 주말 경기를 라이브로 못 봐서 그런 것도 있겠구나) 아, 아직 강팀이 아니구나 (타어강 외친 놈 누구임?) 그런 생각만 듭니다.

여전히 올 시즌 겸손하게 봐야 할 것 같아요. 라인업에 베테랑들은 실력이 녹슬고 있고, 젊은 타자들은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부지런히 많은 선수들을 경쟁시키면서 원석을 보석으로 가공하는 시즌만 됐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단지, 김도영이 2024년의 모습을 아직 보여주지 못 하니 그 부분이 좀 아쉽네요.
주말 경기는 계속 라이브로 못 봤으니 선수 단평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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