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KT 투수들의 공이 좋았습니다. 솔직히, 3점 낸 것도 잘 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로 김민수를 제외하면 고영표, 손동현(특히, 좋았음), 박영현(이 친구는 혹사 당하고 왜 구속이 더 올랐는 지) 셋 다 공이 좋더라고요. 반면, KIA는 작은 부분에서 실수가 실점으로 연결됐고, 8회말 역전 찬스에서 나성범이 1사 만루에서 병살타를 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 됐습니다.

양현종을 괴롭힌 KT 타자들의 컨택
오늘 양현종 투구 수가 너무 많았죠. 주자를 많이 내보내기도 했지만(4이닝 5피안타 4사사구) KT 타자들의 타석에서의 접근법도 좋았습니다. 지금 시즌 초반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타자들의 클래스가 높아졌는 지 몰라도 KT 타자들의 컨택률이 너무 좋네요. 1회부터 최원준, 김현수, 장성우 상대로 23개를 던졌습니다. 최원준과 김현수의 영입으로 KT는 타선의 정확도를 높였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운 건 장성우였어요. 이렇게 타석에서 정교했던 타자인가 싶을 정도로 KIA전에서 컨택이 좋습니다.
3회에도 최원준이 양현종을 괴롭히며 8개의 공을 던지게 한 끝에 볼넷으로 나갔고 김현수가 똑같이 8개의 공을 던지게 했어요. 1회와 2회에만 이 두 명이 양현종 상대로 투구 수를 무지하게 빼냈습니다.
양현종이 전성기 시절 모습도 아니고, 이제 40대를 향해 가는 선수인데 경기 초반부터 이렇게 많은 공을 던지니 악력이 떨어지고 한 이닝에 던지는 공들이 늘어나니까 그렇게 제구력이 좋은 선수가 흔들리기 마련이죠. 결국, 장성우에게 큰 타구를 맞았는데, 전 당연히 뜬공이라고 봤는데 나성범이 간신히 공을 잡았습니다.(나성범 아닌 다른 외야수였으면 슬라이딩 캐치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때 최원준이 오판을 하는 바람에(우익수 쪽이니까 성범이형은 당연히 공을 못 잡겠지?) 1루 귀루가 늦었습니다. 더블아웃으로 끝날 상황이었는데 박민이 1루로 송구를 하지 못 했죠. 1루수 데일의 위치가 최원준과 주루 선상에서 겹쳤기 때문입니다. 박재홍 위원이 잘 지적했는데 이때 데일은 재빨리 귀루를 할 게 아니라 박민의 송구를 잡은 이후에 베이스를 밟았어도 늦지 않았습니다. 포구부터 하고 귀루를 했어야 했는데 그냥 야구 지능이 부족한 탓이죠.

데일이 있을 곳은 1군이 아니라 2군이다.
데일이야 말로 아시아쿼터의 취지에 맞는 선수가 아닌가 싶어요. 아시아 국가 교류를 통해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발굴해 선수 개인도 발전하고 팀에도 도움이 되자는 취지라면, 데일은 적임자일 수 있어요. 2000년생으로 아직 나이가 많지 않고, 경기 뛴 경험도 많지 않은 선수이니까 말이죠. NPB는 외국인 선수 보유에 제한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데일 같은 선수가 2군도 뛰고 그러죠. 그러다 성장하면 1군 멤버가 되는 거고.
그런데 문제는 데일은 KBO 1군에 뛰고 있다는 겁니다. 제 생각에 데일이 있을 곳은 1군 무대가 아니라, 2군입니다. 거기서 수비 연습 단내나게 하고 ABS 적응도 하고 그래야 합니다. 이런 선수에게 포지션을 줄 이유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전, 데일의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드웨어도 괜찮은 편이고 일본에서 야구를 해서 그런지, 팀 퍼스트를 생각하는 자세도 보기 좋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은 선수입니다. 애초에 유격수로 쓰려고 데리고 왔는데 유격수에서 수비가 안 되니까 2루수로 쓰고, 그리고 오늘은 기어코 1루수 선발 출장을 했죠. 아무리 선수가 없어도 이건 아니죠. 상대 투수가 좌투수도 아니고, 언더핸드 고영표입니다. 고영표가 체인지업이라는 마구가 있어서 좌타자에게 특별히 더 약한 선수는 아니어도 올 시즌 성적만 봐도 우타자 피OPS는 .725, 좌타자 피OPS는 .858로 좌타자에 더 약합니다. 작년에도 우타(피OPS .666)보다 좌타(피OPS .724)에 더 약했고요. 그런데 전날 2루타를 친 오선우를 빼고 굳이 데일을 '1루수'로 기용한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데일이 오늘 보여준 수비 미스가 마운드에 있는 양현종을 흔들리게 했죠. 그 장면 나오자마자 양현종 입 모양 보세요. "왜 안 던져?" 였습니다. 박민의 플레이도 너무 소극적이었지만(주자가 겹친다고 해도 과감하게 던졌어야) 이 소극적인 플레이의 원인을 제공한 건 데일이 공 받기 쉬운 위치로 가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범호 감독은 태업 중?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아, 혹시 박찬호 놓친 것 때문에 삐져서 저러나? 박찬호 빠진 자리 체감 좀 해보라고 일부러 박찬호보다 불과 2살 어리고, 박찬호보다 모든 게 뒤쳐지는 김규성을 주전 유격수로 쓰고 있고, 최근 좋은 타격감을 보인 박민은 안 쓰는 건가? 그냥 이 팀 유격수는 다 망했다! 이 팀에 유격수는 없다! 박찬호 왜 안 잡았음? 이라고 꼬라지 부리는 건가?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올해부터 이범호 감독이 부쩍 번트 작전을 많이 대는 이유도 혹시 삐져서 그런가? 최형우도 없고 박찬호도 없고 자기가 망쳤지만, 최원준, 이우성도 없고. 검증된 타자가 없네? 어린 애들로만 야구하는 게 너무 어려우니까 번트나 대자. 이건가?
개인적으로 우승 시즌의 이범호 감독을 높이 평가하는 편입니다. 특히, 선수들을 이끌고 리더십을 보인 모습, 그리고 타자들의 잠재력을 끌어 올린 모습 등 좋은 평가를 해줄 수 있는 구석도 있다고 봐요. 그런데 지난 해의 실패를 겪으면서 사람이 갑자기 바뀐 느낌입니다.

진짜 모습은 '상황이 어려울 때' 드러나는 법이라고 하죠. 이해할 수 없는 데일의 영입, 그리고 데일이 실패했는데 굳이 1루수로 기용하는 모습. 그리고 대수비/대주자 이상의 가치가 없어 보이는 김규성의 중용(마지막 타석 대타를 안 쓰고 그대로 내는 건 무슨 베짱이지?) 도무지 의도를 알 수가 없습니다.
서두에도 적었지만, 오늘 경기는 KT에서 더 잘 해서 졌다고 생각해요. KT 쪽은 수비에서 실수가 나오지 않았고, 마지막 9회초에는 KIA쪽에 운이 따르지 않았고, 김민혁과 김현수의 컨택이 더 대단했죠. 김범수가 잘못한 건 최원준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 뿐이고, 김민혁과 김현수를 상대로는 슬라이더 정말 잘 던졌는데, 이걸 컨택해서 안타로 만들어 낸 방망이 스킬을 보여준 김민혁, 김현수가 좋았어요.
마지막 결승타를 친 장성우도 정말 잘했죠. 물론, 성영탁의 주무기 투심이 바깥쪽 낮은 코스가 아니라 벨트 라인으로 들어가는 실투이긴 했는데, 작년까지 제 기억에 장성우는 잡아 당기는 스윙 위주의 풀히터였는데,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컨택에만 주력해서 적시타를 만들어 냈습니다. 장성우의 타구 위치가 1-2루간일 리가 없다고 판단해서 KIA 내야수들은 1-2루간은 비워두고 있었는데 하필 그 쪽으로 타구가 갔죠. 상대가 잘 했습니다.
그런데 데일과 김규성의 기용, 그리고 무지성 번트(오늘은 딱히 그런 모습이 없었지만) 등을 보면 감독의 용병술에 비판을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성범이 오늘 병살타를 친 건 그냥 그릇이 그 정도 뿐이 안 된다 생각하고 넘기죠 뭐.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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