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드라이하게 이야기하면 NC의 마운드가 더 높았고, 올러의 볼배합을 읽고 두 차례 하이패스트볼을 노려서 적시타를 친 NC의 전략이 성공했어요. 그리고 양팀 감독의 대조적인 '작전'도 다른 결과를 냈고요. (도루에 미친 이호준, 번트에 미친 이범호)
NC에 이렇게 좋은 투수가 많은데 순위는 왜?
화요일과 수요일 경기 NC에서 불펜 소모가 많았기에 선발과 불펜 마운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화요일 경기 투수들을 물량 투입한 이호준 감독의 용병술에 다 이유가 있었네요. 테일러도 오늘 굉장히 좋은 투구를 했는데(이 친구는 왜 KIA전에만 이렇게 잘 던지는 지) 8회부터 9회를 순삭한 전사민의 공이 너무 좋더군요.
지난 번도 그렇고 이번 맞대결도 그렇고 NC의 순위가 왜 이렇게 아래에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불펜에 젊은 투수들의 공이 다들 너무 좋아요. 마무리 류진욱의 공만 별로였고, 전사민, 김영규, 임지민, 배재환, 김진호 이 친구들 공이 너무 좋습니다. 특히, KIA에 가장 부족한 유형인 우완 파이어볼러들이 불펜에 잔뜩 있는 게 너무 부럽더라고요.
그리고 배재환이나 김진호 이런 투수들만 보더라도 빠른 공을 가진 투수들은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됩니다. 배재환은 배구장 트리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만년 유망주 소리를 들었는데, 올해 제구를 잡으면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고, 임지민은 어제 비록 결과는 좋지 못 했어도 지금 당장 마무리 투수로 뛰어도 위화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김진호도 표면적인 성적은 그리 좋지 못 한대, 작년부터 불펜에서 대활약하더니, 화요일 경기에서 보니 무브먼트가 진짜 현란하더라고요.
아무튼 NC의 불펜 투수들이 이번 시리즈에서만 특별히 커맨드가 좋았던 걸 수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전부 150km/h을 상회하거나 육박하는 평균 구속을 갖고 있고, 볼 끝이 정말 지저분하더라고요. 전사민 같은 경우 투심이 커맨드가 되니까 정타가 안 나옵니다. 여기에 NC는 신영우, 이준혁 같은 선수들도 아직 대기 중에 있죠. 화요일에 왜 이렇게 투수들을 쏟아 붓나 싶었는데, 다들 공이 좋습니다. 괜히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반면, KIA는 마운드 쪽에서 젊은 우완 투수의 성장이 정말 미진하죠. 성영탁 하나 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해영, 전상현 이후 팀에서 자체적으로 기른 우완 투수가 없습니다. 성영탁을 제외하면 황동하 정도? 황동하도 아직 믿고 맡길만한 구위는 아니고, 황동하도 파이어볼러와는 거리가 멀죠. 오늘 마운드에 오른 우완투수 한재승과 홍민규 모두 외부 영입입니다. 작년에 선발 로테이션 돌았던 김도현도 외부 영입이고요. 게다가 한재승과 홍민규 둘 다 좋은 성적도 아니고, 홍민규는 파이어볼러도 아니죠.
이야기가 잠깐 옆으로 샜는데(상대 팀에서 우수한 우완투수가 계속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이 또 떠오를 수밖에 없네요.) 오늘 경기 패배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상대 투수의 공이 좋았어요. 특히, 테일러는 오늘 매덕스의 영혼이 강림했는지, 포수가 요구하는 코스로 정확히 커맨드를 해내더군요. 빨간 유니폼을 보면 갑자기 힘이 솟는 지, 도저히 쉽게 공략할 구위가 아니었습니다.

올러가 못 던졌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5이닝 동안 안타 5개 밖에 맞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이 중 3개가 5회에 몰아 나왔고, 가장 결정적인 안타가 데이비슨의 안타였죠. 첫 타석에서 데이비슨이 올러의 포심에 전혀 타이밍이 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서 유리한 카운트에서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데이비슨이 알고 있다는 듯이 방망이를 돌렸고, 실투가 아니었음에도 정타가 되면서 결정적인 2실점을 합니다.
이순철 해설도 이때 한준수의 볼배합이 아쉽다고 했죠. 타자가 무엇을 노리는 지 생각하지 않고 너무 쉽게 들어 갔다고. 데이비슨은 횡으로 변하는 변화구에 약한대, 화요일 경기에서 네일의 스위퍼가 계속 공략당한 게 생각났는 지, 슬러브가 아닌 하패로 결정구를 던진 게 아쉬운 선택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 경기는 그냥 이게 전부에요. "상대 마운드가 높았고, 볼배합이 읽혔다." 그런데 너무나도 열받는 장면이 5회에 연출이 되죠.
미친 짓이라는 표현으로 밖에 설명이 안 되는 5회 번트 작전
첫 타자 오선우가 좋은 스윙으로 2루타를 치고 나갔습니다. 다음 타자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보이고 있는 포수 한준수. 최근 타격감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한준수는 전날 홈런 포함 안타 3개를 친 타자입니다. 게다가 1대0으로 지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경기 후반도 아니고 5회였습니다. 1점이 중요한 게 아닌데, 이때 이범호 감독의 팀내 최고의 공격력을 보이는 타자 중 한 명의 아웃 카운트를 버리고, 2루 주자를 3루로 보내는 미친 작전을 걸었죠.

다음 타자가 엄청나게 잘 치는 타자도 아닙니다. 김규성입니다. 앞 타석에서 안타를 쳤다고 김규성을 믿나요? 김규성은 단 한 시즌도 리그에서 평균 이상의 공격력을 보인 적이 없는 타자고, 올 시즌에도 타율 .250에 출루율이 3할도 안 되는 타자입니다. 그런데 번트를...? 번트를?
저는 다음 상황이면 무사 2루에서 번트를 이해합니다.
1. 경기 후반 1점이 정말 중요할 때
2. 타석에 들어 선 타자가 컨택이 안 좋은 '우타자'일 때
3. 다음 타자부터 상위 타순이 나올 때
오늘 경기 5회 무사 2루에서 한준수의 번트는 이 3가지 상황 중 단 1개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경기 후반이 아닌 5회였고, 타석에 들어 선 타자는 '컨택이 좋은 좌타자'입니다. 게다가 한준수는 대표적인 '풀 히터'입니다. 올 시즌 한준수의 타구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타구 방향이 오른쪽으로 간 비율이 무려 56.4%입니다. 반면, 타구 방향 왼쪽으로 간 비율은 26.8%에 불과합니다. 타구 방향이 우측이면 번트를 대지 않더라도 2루 땅볼이 나왔을 때, 주자는 2루에서 3루로 쉽게 갈 수 있습니다. 물론, 뜬공이 나올 수 있지만, 깊숙한 뜬공이라면 리터치로 3루 진루도 가능하죠.(물론, 이 경우 2루 주자는 대주자로 바꾸든지 했어야, 그런데 그것도 아님)
그리고 강공을 지시하면 약 25~35%의 확률로 '안타'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웃 카운트 소모 없이 '득점'이 이루어지고, 찬스도 계속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한준수가 강공을 해서 성공하면 그때 김규성이 번트를 대면 될 일이고요. 그런데 다음 타자가 컨택이 좋은 타자도 아니고 파워가 좋은 타자도 아닙니다. 컨택이 좋은 타자면 인플레이를 시킬테니 상황을 만들 수 있고, 파워가 좋으면 짧은 스윙으로도 타구를 멀리 날려 희생플라이를 기대할 수 있죠. 김규성은 이 조건에 하나도 들어 맞는 게 없습니다.
게다가 컨택이 된다고 능사가 아니죠. '힘이 있는 타구'가 나와야 합니다. 1사 3루 상황이 되자 NC에서는 당연히 전진수비를 합니다. 전진수비를 뚫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강한 땅볼' 타구를 날리면 됩니다. 하지만 김규성의 타격은 '일단 맞추고 보자'였고, 그 결과가 평범한 2루 땅볼이었죠. 전진수비를 했기 때문에 약한 땅볼이 나오면 내야수들이 쉽게 대응할 수 있어요. 게다가 3루 주자가 빠른 것도 아니었죠. 결국,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타격은 희생타를 날리는 건대, 그게 쉬우면 게임이지, 야구가 아니죠.
주저리 주저리 길게 썼는데, 요점은 이 상황에서 김규성이 타점을 올려줄 것이라고 믿고 번트를 거는 것 자체가 상식 외의 작전이라는 소리입니다. 텍스트 낭비 같으니 짧게 표현하면.
감독이 병신입니다.
이건 야구가 아니에요. 그냥 '신앙' 입니다. 실력, 전략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운'에 기대는 병신 같은 작전입니다. 저는 모든 전술, 전략적인 선택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 전적, 우리 타자의 스윙 각도와 상대 투수의 릴리스 각도. 그런데 오늘 이범호 감독의 무사 2루의 한준수 번트 작전은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맘 같아선 당장 창원으로 내려가서 이범호 감독 멱살 잡고 물어 보고 싶습니다.
"도대체 무사 2루에서 한준수에게 번트를 댄 이유가 뭐니?"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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