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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 KIA : 한화 후기 - 한준수의 날, 박재현의 발견, 줍줍 불펜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6. 4. 1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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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현재 가장 폼이 좋은 투수인 올러의 등판 날이라 꼭 잡았어야 하는 경기였는데, 올러는 평소보다 제구력이 흔들리면서 고전한 반면, 한화의 수비가 흔들리고 타자들이 이번 주 내내 이어진 좋은 타격감을 이거 가면서 큰 위기 없이 경기를 잡았습니다.

 

오늘 경기는 5타수 무안타 타자가 두 명(김호령, 김선빈)이나 나왔고, 김도영도 첫 타석 2루타 외에는 잠잠했는데 한준수가 5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의 맹타를, 그리고 그간 부진했던 카스트로가 5타수 3안타(2루타 2개)로 맹타를 휘두르면서 다득점에 힘을 보탰죠. 물론, 타선보다는 한화의 수비에서의 실수가 더 두드러긴 했습니다.

 

5회에 한화가 추격하면서 2점 차이,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는데 6회에 눈을 의심하게 한 채은성의 포구 실책과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한화 쪽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경기 분위기가 KIA 쪽으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었고, 승부가 갈린 7회에는 2사 1, 2루 상황에서 한준수의 타구가 잘 맞긴 했지만,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던 점, 그리고 낙구 지점 판단에 대한 미스로 중견수 이원석이 타구를 놓치며 결정적인 2타점 장타가 됐죠. 이어서 기대하지 않았던 김규성의 뜬금 적시타까지.

 

KIA에서도 데일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후반에 실점하긴 했지만, 오늘은 한화 수비 실책이 사실상 KIA의 스윕을 만들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준수, 지난해의 부진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KBO 역사상 최악의 선수 한준수는 첫 풀시즌에서의 좋은 모습(타율 .307 / OPS .807)을 이어가지 못 하고, 지난해는 .225의 낮은 타율과 .673의 OPS로 부진했는데, 전 한준수의 부진은 '배럴 타구'에 비해서 아웃된 타구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봐서 올해는 충분히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지난해 한준수의 BABIP는 규정타석을 소화한 타자 중 아래에서 3번째(박병호, 이원석 다음)로 낮았습니다. 

 

한준수의 잘 맞은 타구들이 1루수나 2루수 직선타로 걸리는 장면이 지난해 참 많았죠. 이런 타구들이 하나 둘 수비 정면으로 가면 타자는 슬럼프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최형우 마인드로 대응해야죠. 수비 정면으로 가더라도 아, 잘 쳤는데 운이 없네 다음에도 이렇게 쳐야징~ 이런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준수도 똑같은 마인드로 타석 준비를 해야 합니다. 수비에 걸리더라도 1-2루간으로 강하게 치자. 이 생각으로 하다보면 좋은 타구가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한준수의 비율스탯이 나빠졌지만, 타석에서 삼진율은 큰 차이가 없었고(15.2% -> 17.4%), 볼넷율은 6.6%에서 9.4%로 나아졌습니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나쁜 볼을 골라낼 줄 아는 '눈'이 생긴거죠. 그리고 이런 한준수의 선구안에서의 성장은 시즌 초반이지만, 수치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지금 한준수의 볼넷율은 24.4%, 반면 삼진율은 7.3%에 불과합니다. 볼삼비가 무려 3.3대1입니다. 선구안에서 확실한 발전을 만들어 내고 있죠.

 

2024년 한준수의 발견으로 박동원을 허망하게 잃어 버린 상황(여기에 주효상 얻겠다고 2라운드 픽 낭비까지)에 위안을 받았다가 작년 부진으로 다시 박동원에 대한 아쉬움이 생겼는데, 올해 현재까지 타석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면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의 포수를 드디어 만들어 냈다는 기대감을 감출 수가 없네요.

 

 

여전히 수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블로킹 능력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올해 9이닝 당 폭투/포일 허용율이 .957로 작년(.668)보다 더 나빠졌습니다. 어제 오늘 발 빠른 이원석을 2루에서 잡아내긴 했지만, 도루 저지율도 16.7%(어제, 오늘 두 번 잡은 게 올 시즌 첫 번째와 두 번째 도루 저지)에 불과합니다. 수비 면에서는 아직 발전이 많이 필요하죠. 하지만 이 모든 수비에서의 아쉬움을 한준수는 공격력으로 상쇄하고 있습니다. 수비 부담이 큰 포수 포지션에서 이 정도의 타격을 보인다? 그건 팀 입장에서 복 받은 겁니다.

 

아직 시즌 초이지만, 한준수는 10개 구단 주전 포수 중 압도적으로 뛰어난 공격 수치를 보이고 있어요. WAR 0.85, .379의 타율과 .525의 출루율, 1.249의 OPS. WRC+가 228.3입니다. 지금 리그에 WRC+ 100 이상 기록하고 있는 포수는 김형준, 박동원, 한준수까지 셋 밖에 없습니다. 한준수가 200이 넘는 WRC+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은 제로이지만, 지금의 선구안이 시즌 끝까지 유지된다면 올 시즌 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수 자리는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박재현, 비루한 KIA 외야진의 희망이 될까?

 

작년의 박재현의 모습을 보면서, 저런 말도 안 되는 스윙을 하고 저런 말도 안 되는 수비를 하는 선수가 왜 1군에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 정도로 박재현은 공격과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1도 안 보여줬어요. 그래서 김범수 영입에 따른 25인 보상선수 명단에 박재현이 있는 것을 보고, 박재현은 그 정도로 가치가 있는 선수가 아니다. 25인 보호선수 명단에 넣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화의 외야수가 취약하다보니 박재현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했는데, 아직 1군 선수로 뛰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올 시즌에는 확실히 작년보다는 낫네요. 일단, 타석에서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4회 3연속 안타로 1득점을 뽑고 만들어 진 무사 1, 2루 찬스에서 김규성이 번트를 대는 걸 보고, 아니 다음 타자가 박재현인데 굳이 번트를? 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박재현은 황준서의 초구 110km/h 커브를 정확한 포인트에 스윙해서 적시타를 만들어 냈습니다.

 

신인급 타자가 초구에 전혀 예상치 않은 커브 볼을 공략한다? 이거 웬만한 자신감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장면입니다. 그래서 전 이 장면을 보면서, 이 친구 이거이거 타석에서 쫄지 않고 자기 스윙을 하는구나, 고졸 2년차 답지 않은 스윙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고요.

 

 

기록으로도 현재까지 훌륭하죠. 26타석에서 .364 / .417 / .409 / .826을 치고 있으니까요. 작년에는 69타석에서 타율 .081, OPS가 .256이었던 선수였습니다. 특히, 발전된 부분이 컨택률인데 박재현은 교타자 타입임에도 지난해 컨택률이 71.1%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스윙 대비 콘택률이 78.6%까지 나아졌습니다. 

 

물론, 현재까지의 성적은 어디까지나 스몰샘플의 함정(실제로 BABIP도 무려 .444에 달함)이라 나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박재현은 성장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불과 2년 전에 고등학생이었던 선수이니까요. 전 고졸 야수가 프로에서 적응하려면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박재현은 프로 뛴 기간을 감안하면 발전 속도가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외야수가 없으면 박재현이 1군 엔트리를 차지하고 있나 생각은 들지만, 고졸 첫 해에 퓨처스리그에서 206타석 동안 .296의 타율과 .382의 출루율을 기록한 걸 보면 확실히 컨택 재능과 선구안은 갖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1군 무대에서 발전할 수 있을 지는 본인 하기 나름이겠죠. 일단 다음 주에 다시 박아도 이상하지 않지만, 이번 주 박재현의 활약은 확실히 고무적입니다. 아직 배울 점이 많지만, 팀 사정상 1군 경험치는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상황이니 오늘 초구 커브 공략했을 때의 자신감만 그대로 보여주면 꽤 괜찮은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태양, 홍건희 줍줍한 불펜투수들 생각보다 괜찮은데?

 

지난해 KIA가 겪은 가장 큰 문제는 불펜진의 방화였습니다. 그래서 아시안쿼터 불펜 파이어볼러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뜬금없이 박찬호 없다고 데일 영입한 선택을 보고 비판했습니다. 그에 대한 대비책이었는 지 KIA 구단에서도 나름 불펜 보강을 위해 노력했는데 FA로 김범수를 데리고 오고, 자유계약 선수로 풀린 홍건희를 복귀시켰으며, 2차 드래프트에서 이태양을 데리고 왔습니다.

 

김범수는 몰라도, 홍건희와 이태양은 '지는 해'였습니다. 올해 34살인 홍건희는 지난해 16이닝 투구에 불과했고, 올해 36살인 이태양은 지난해 11.1이닝, 그 전해에는 9.1이닝 투구에 불과했습니다. 전성기가 끝난 노장 투수 두 명 데리고 온 걸 '보강'이라고 할 수 있는 지 의문이었고, 이를 보고 전문가들(?)이 KIA가 올해 불펜 보강을 잘 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납득이 안 갔습니다.

 

하지만, 이태양과 홍건희가 아직까지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네요. 홍건희야 오늘 1경기 등판에 불과했고 여전히 구속이 안 나와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더 크지만, 그래도 한화 타자들이 홍건희의 포심에 타이밍이 늦는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구속에 비해 회전력은 살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태양은 정말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해주고 있는데요. 오늘 147km/h까지 던지는 거 보고 눈을 비볐어요. 오늘 포심 평속이 145km/h였고, 올 시즌 포심 평속이 4경기에서 141.8km/h 입니다. 단순 숫자 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기에도 공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도 원래 볼질을 안 하는 선수라(2022년부터 2024년까지 9이닝당 볼넷이 2개 미만) 쳐맞아도 존에 적극적으로 투구하는 유형이라 KIA의 볼질 하는 답답한 투수들보다는 훨씬 낫고요.

 

물론, 홍건희는 아직 1경기 뿐이고 이태양 역시 지금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만, 김진성, 노경은, 임창민 처럼 전성기가 끝났다고 생각된 투수들이 선수 생활 막판에 구위가 다시 살아나는 케이스가 없지 않다보니, KIA도 이런 배테랑 투수 영입의 덕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하지만 홍건희, 이태양이 지금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해주려면 조금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작년에 줍줍한 불펜투수들이 최악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수 단평

 

  • 데일 - 송구 실책은 옥의 티지만, 그 외에는 타석에서 제2의 김선빈 같은 모습
  • 김호령 - 어제 수비에 모든 걸 썼나...
  • 김선빈 - 체력 관리를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 김도영 - 도대체 언제 타격감 살아날래
  • 카스트로 - 타격감 좋을 때만 보면 빠르고 가볍게 우측으로 2루타 많이 생산할 타입
  • 나성범 - 적시타 하나 쳤으면 됐다.
  • 박상준 - 오선우와 바통 터치가 임박? 한 주 더 기회?
  • 김규성 - 완벽한 두 번의 번트, 기대하지 않았던 적시타까지.
  • 한재승 - 오늘 같은 모습만 꾸준히 보여주면 마무리 감인데...
  • 조상우 - 구속은 여전히 안습이지만, 커맨드는 안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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