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네일이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등(무사사구) 스위퍼 빨로 7회까지 한화 타선을 3실점으로 잘 막았고(오늘도 어김없이 투구 수 80개부터 몰리기 시작하는 스위퍼) 초반 실점을 하며 리드를 당했지만, 나성범과 김선빈 두 베테랑이 지난 삼성 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좋은 활약을 보인데다가, 김도영까지 나성범과 마찬가지로 2경기 연속 홈런을 치면서 경기를 뒤집었습니다.(한 경기 쉬었다지만, 이전 경기에서 홈런 친 두 타자에게 홈런 치기 딱 좋은 실투가 연거푸 들어가는...)
여기에 9회에 김규성의 뜬금 안타와 데일의 적시 2루타가 나오며 3점 차이로 경기를 벌리고 9회에는 예상대로 정해영이 올라왔죠. 오늘 경기는 사실상 여기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이겼지만, KIA에 마무리 투수는 이제 없다.

오늘 정해영은 공 10개를 던졌는데, 모든 공들이 프로에서 통하기 어려운 공들이었습니다. 문현빈 상대로 던진 첫 공부터 145km/h 포심이 빠졌는데, 이 공 보자마자 제가 든 생각... '조졌구나...'
공에 힘이라곤 하나도 없고 문현빈에게는 볼만 4개 연거푸 던지고 주자를 출루 시켰습니다. 그리고 노시환 상대로도 초구 각 없는 슬라이더, 2구 힘 없는 포심 볼, 3구에 운 좋게 보더라인으로 들어간 포심, 4구째에 파울(공이 너무 느려서 노시환 타이밍이 너무 빨랐음 ㅋㅋ) 그리고 5구째 던진 포크볼이 그래도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가라앉는 바람(?)에 잘 맞은 타구가 김도영 정면으로 갔죠.
정해영의 첫 공을 보면서 아 이 경기 잡으려면 BABIP신이 보우하사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서 막는 방법 밖에 없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신이 제 기도(?)를 들어주셨는 지 노시환의 잘 맞은 땅볼 타구가 라인선상 수비를 하고 있었던 김도영의 정면으로 가면서 병살타성 타구가 된 겁니다.
김도영이 2루로 공을 뿌릴 때 몸을 틀고 던져야 해서 악송구가 나올까 걱정했는데 김도영의 송구는 너무나도 정확하게 2루수 글러브로 향하더군요. 그리고 뒤늦게 하이라이트를 보니 김도영 송구가 왜 이렇게 좋아졌는지 놀랄 정도로 송구가 너무 정확하게 들어가는 하루였습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9회 2사 1, 2루 김도영 타석에서 상황 판단이 늦어 포수의 포일미수에 낚인 정현창이 2루로 뛰다가 귀루에 늦어서 큰 찬스 상황을 허망하게 놓치게 했는데, 이 주루 플레이가 영향을 준 것인지 정현창의 1루 송구가 너무 안 좋게 갔죠. 제가 작년에 정현창이 나이 답지(이제 고졸 2년차) 않게 수비를 침착하게 잘 한다고 했는데 풋내기이긴 합니다. 주루에서 실수를 하니까 만회하려다보니 송구를 너무 강하게 해버렸죠.
1루 대수비로 들어간 김규성이 잡아 줄 수 있었던 바운드이긴 했는데, 애초에 송구를 그딴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겁니다. 여튼, 처음에 노시환의 타구가 김도영의 정면으로 가고 김도영의 송구가 2루에 정확히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신이 정해영을 돕는 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타구가 빨라 천천히 했어도 병살이 가능했을 상황에서 풋내기의 과욕이 겹쳐 노시환이 1루에서 살았죠.
그리고 강백호는 정해영의 빌빌 대며 들어가는 145km/h 포심을 놓치지 않고 강한 스윙으로 연결시켜 라인드라이브로 우중간 담장을 넘겨 버립니다. 이때 잘 보면, 포수는 바깥쪽 높은 코스를 요구했는데 몸쪽 낮게 들어갔죠. 정해영의 구위가 살아 있을 때는 포심이 낮게 들어가는 게 아니라 타자 바깥쪽 높게 살아 들어가면서 많은 뜬공 아웃을 잡아내는 데, 이런 궤적으로 들어가는 것만 봐도 구위가 얼마나 망가져 있는 지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팀을 구한 김범수의 정확한 커맨드와 판단력
이범호 감독과 이동걸 코치도 알고 있었을 거에요. 정해영의 초구를 보면서, 아 빨리 김범수와 전상현을 대기시켜야겠다는 것을요. 다행히 김범수가 올라와서 오늘 타격감이 가장 좋았고, 좌투수 공을 잘 치는 채은성(지난해 좌투 상대 OPS .898)을 상대로 기가막힌 변화구 커맨드를 보이면서 삼진으로 잡아 1차 위기를 넘겼죠. 3구 삼진으로 채은성을 잡아냈는데, 변화구가 우타자가 속기 쉽게 정말 절묘하게 던졌습니다.

1구부터 바깥쪽 낮게 코너로 박히는 포크볼로 카운트 잡고, 2구째 슬라이더를 몸쪽에서 떨어뜨려 이전 타석 네일의 몸쪽 공을 받아 쳐서 담장을 넘겨 버린 채은성의 방망이가 헛돌게 했고, 결정구는 1구째와 같은 코스에서 공 하나 정도 낮은 포크볼을 떨어뜨려 헛스윙 삼진 잡았죠. 헛스윙을 하지 않았더라도 ABS가 스트라이크로 판정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완벽한 공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 허인서가 나오자 의도적으로 적극적인 승부를 하지 않았죠. 허인서가 경험이 부족하긴 하지만, 시범경기 때 홈런을 5개나 치면서 장타력은 검증된 선수이고, 지난해 퓨처스에서도 42경기에서 홈런 9개를 쳤을 정도로 파워가 있는 타자라서 신중하게 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홈런 한 방이면 승부가 리셋이니까요. 게다가 다음 타자가 좌타자 이도윤이라는 것도 계산에 있었을 거에요. 그래서 허인서를 상대로 포심 하나 던지지 않고 변화구만 5개 던져서 1루로 내보냅니다.
여담으로 이 해에는 정말 호남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긴 했네요. 전국 1, 2위 유망주였던 김도영과 문동주. 여기에 1라운드에 SSG에 지명된 신헌민, 한화에 2라운드 지명된 허인서와 윤도현까지. 허인서도 김도영, 문동주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1차 지명 받을 수 있는 인재였죠.
여튼, 허인서는 사실상 고의사구(?)로 내보냈고, 이도윤을 상대로 초구가 빠졌지만, 2구째 147km/h 포심을 몸쪽에 집어 넣으며 스트라이크를 잡아 셋업 피치를 끝냈고, 좌타자가 속을 수밖에 없는 슬라이더 두 개를 바깥쪽 존에서 살짝 떨어뜨리며 쉽게(?)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만약, 다음 타석에 이도윤이 아니라 김태연이 대타로 나올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면 허인서와 정면으로 붙었겠지만, 김태연이 이미 대주자로 소모된 상황이라 허인서를 승부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죠. 전략의 승리가 아닐까 싶었던 장면이었습니다.
구위 회복 될 때까지 정해영은 마무리에서 탈락. 그렇다면 대안은?
정해영은 지금 1군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가 아닙니다. 구위 회복이 먼저입니다. 작년에 안 좋았다고 해도 정해영이 지난 해 안 좋은 건 운이 안 따랐던 탓도 있었고, 작년에는 적어도 150km/h은 던졌습니다. 아래는 정해영의 연도별 포심 평균 구속입니다.

지난해 구속이 커리어에서 가장 좋았어요. 그 덕분에 9이닝 당 탈삼진이 10.51개로 커리어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평속 145km/h를 기록하기 이전에는 9이닝 당 탈삼진이 최고 7.51개(2020시즌)이었던 선수가 평속 145km/h 이상을 넘긴 2024년부터 9이닝당 탈삼진이 이닝 당 1개 이상(2024년에는 8.88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탈삼진 수치 외에 나머지가 나빠지긴 했는데 어쨌든 마무리 투수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덕목은 '삼진 잡는 능력'이긴 하니까요.
올해 평속도 145.2km/h 이상이긴 한데, 쳐맞았던 개막전 경기는 144.9km/h, 오늘은 143.4km/h 였습니다. 구속을 떠나 한 눈에 봐도 공이 살아 움직여 들어가는 게 아니라 홈플레이트에서 공 끝이 무뎌져 떨어지는 느낌이 들죠. 손을 떠나 포수 미트까지 힘 차게 들어가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2024년 KIA가 우승할 때 정해영이 마지막 타자 김성윤을 삼진 잡은 공이 150km/h에 육박하는 하이 패스트볼이었습니다. 변변찮은 변화구가 없는 정해영이 지금까지 마무리 투수로 버텼던 이유가 이 하이 패스트볼 덕분이었어요. 그런데 공이 무뎌지고 하이존으로 스트라이크 콜을 못 받고, 가운데 몰리니까 강백호 같은 힘 있는 타자들은 어렵지 않게 포심을 담장 밖으로 넘겨 버리죠.
일단, 당장에 정해영을 마무리 자리에서 내릴 지는 의문이지만, 지금 정해영은 마무리 투수로 나와서 150km/h의 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아니라, 2군 내려서 150km/h 찍을 때까지 1군에 올리면 안 됩니다. 2023년이었나 정해영이 한창 헤맬 때, 구속이 140km/h도 안 나와서 데드암 증상 아니냐고 걱정했다가 서재응 코치가 재활군에서 전담으로 개조시켜서 구속이 다시 살아났던 시기가 있었죠. 지금 정해영에게 필요한 게 그때의 그 처방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해영 대신 마무리 투수는 누굴 써야 할까?
정해영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면 누굴 마무리로 써야 할까요? 제 의견을 먼저 말씀드리면.
"적임자는 없습니다."

가장 먼저 최근 폼이 좋은 성영탁을 떠올릴 수 있어요. 저도 지금 당장은 성영탁이 가장 좋은 대체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런데 성영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마무리 투수'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강속구 투수'가 아니라 '투심의 커맨드'로 맞춰 잡는 투수이니까요.
성영탁이 오늘 오재원을 잡은 것처럼 좌타자의 몸쪽 보더라인으로 145Km/h의 투심을 꾸준히 꽂아 넣으면 마무리 투수로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금은 KIA에서 방출이 머지 않아 보이는 이형범의 2019년 시즌입니다. NC에서 두산으로 양의지의 보상선수로 이적해서 깜짝 활약을 하며 19세이브 10홀드의 대활약을 했죠. 이때 이형범의 투심 구사율은 72.5%였고 평균 구속은 140.3km/h였습니다.
맞춰 잡는 투수이다보니 2019년 그 좋은 활약에도 9이닝 당 탈삼진이 4.57개 밖에 안 됐습니다. 정교한 투심 커맨드로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는데 문제는 이형범의 이 같은 활약은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죠. 구위가 떨어지는 투수의 한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성영탁의 미래를 '이형범'이라고 낙인 찍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성영탁이 마무리 투수로서 성공하려면 지금보다는 구속이 더 붙어야 하고, 투심으로 맞춰 잡는 투수가 아니라 삼진을 잡을 줄 아는 피칭 디자인을 완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성영탁이 마무리 투수로서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성영탁은 나이 답지 않은 강심장을 갖고 있지만, 고작 프로 풀타임 2년차고, 고졸 3년차입니다. 21세로 아직 창창하죠. 게다가 이형범과 비교하긴 했지만, 이형범의 투심 평균 구속은 140km/h을 간신히 넘었지만, 성영탁의 올 시즌 투심 평균 구속은 144.5km/h로 이형범보다 4Km/h 이상 더 빠릅니다. 심지어 지난해 보다 투심 평균구속이 1.4km/h 더 붙었어요. 탈삼진율도 5.79개까지 올랐습니다. 여전히 리그 탑 마무리 투수에 비하면 부족한 수치이지만요.
아무튼, 성영탁은 미래가 매우 밝은 고졸 3년차의 뛰어난 자원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 마무리 투수를 뛰기에는 삼진을 잡는 주무기가 없다는 점. 맞춰 잡는 투심러라는 점. 아직은 프로 통산 57이닝 밖에 던지지 않은 풋내기(?)라는 점 때문에 선뜻 그 역할을 주기가 꺼려집니다. 조금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요.
베테랑 중에 고르라면 역시 전상현과 김범수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전상현은 잠시지만 정해영이 흔들릴 때 마무리 투수로 뛴 경험도 있고, 정해영처럼 볼질을 하는 투수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투수라서 믿음이 갑니다. 하지만, 전상현 역시 성영탁과 던지는 스타일이 다르더라도 구속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라서 장기적인 마무리 투수감으로 보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자, 그러면 올해 FA로 영입한 김범수? 전, 김범수는 어느 정도 피칭의 눈을 떴다고 생각합니다. 변화구를 존 안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커맨드 하는 능력을 가진 투수는 쉽게 망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오늘 전략적으로 허인서를 거르고, 이도윤을 선택한 걸 보면(물론, 코칭스태프의 사인도 있겠지만) 노련함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범수가 아무리 구위가 좋아도 우타자마저 포심으로 윽박지르는 타입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오늘 채은성을 상대할 때처럼 포크볼을 정교하게 던진다면 우타자 상대로도 잘할 수 있어 보여요.
김범수는 좌타자가 많은 삼성이나 LG 상대로 할 때 마무리로 나오면 잘할 것 같습니다. 슬라이더가 너무 좋아서 몸쪽 포심으로 셋업 피치하고, 바깥쪽으로 슬라이더 던지면 좌타자들은 정말 공략하기 어려울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김범수는 왼손타자 상대로 피안타율이 .176에 불과하고 피OPS는 .480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좌타자에게든 우타자에게든 홈런은 단 1개도 허용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힘이 있는 우타 상대로도 압도할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김범수는 좌타자는 124명, 우타자는 66명 밖에 상대하지 않았습니다. 한화에서도 김범수를 셋업맨으로 활용한 게 아니라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기용했어요. 이런 투수를 갑자기 좌타자 우타자 가리지 않고 상대해야 하는 마무리투수로 기용한다? 글쎄요. 리스크가 커 보입니다.
가장 베스트 시나리오는 정해영이 구위를 회복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정해영보다 안정적인 마무리 투수를 '발굴'해내는 겁니다. 정해영의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다고 정해영이 대표팀을 갈 정도로 구위, 커맨드, 변화구 구사 능력이 좋은 투수도 아니고요. 그냥 미련 없이 올 시즌 끝나면(맘 같아서는 시즌 중도에) 군대 문제부터 해결하길 바랍니다. 이의리도 올해 반등 못 하면 사이 좋게 광주일고 선후배가 손잡고 군대 가야죠.
6회부터 야구를 봐서 선수 단평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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