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타선이 일찌감치 대폭발하면서 경기를 쉽게 잡나 했지만, 풋내기 선발 김태형이 4회에 흔들리면서 아, 또 2년 전의 악몽(롯데 전 14점 차 경기 동점 만든 경기)을 떠올려야 하나 했는데, 조상우와 이태양이 4회 2사 이후부터 9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 내면서 별 일 없이 경기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김선빈, 나성범 두 명의 베테랑들의 활약
오늘 타자들이 무려 19개의 안타와 10개의 사사구를 만들어 내면서 침체된 타격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장 크게 활약한 선수는 김선빈, 나성범 두 명의 베테랑 선수들이죠. 김선빈은 5타석 2안타 3볼넷으로 전 타석 출루. 나성범은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1볼넷 5타점으로 두 명의 선수가 중심을 잘 잡아준 덕분에 대량 득점을 만들어 낼 수 있었어요.

특히, 김선빈은 타격 천재 그 자체 같네요. 개인적으로 KIA 타자 중 ABS의 도움을 가장 잘 받고 있는 선수는 김선빈이라고 봅니다. ABS 도입 전에는 심판들이 김선빈의 키를 감안하지 않은 스트라이크 콜을 하면서 김선빈이 손해를 많이 봤는데, ABS 도입이 되면서 높은 존들이 다 볼이 되니까 타격 성적이 확실하게 올랐죠. 아래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김선빈의 비율 스탯입니다. (타율 / 출루율 / 장타율 / OPS 순서)

ABS 도입이 되면서 높은 존에 방망이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면서 존을 좁힐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커리어 통산 OPS .760이었던 '교타자'가 강한 타구를 만드는 스윙을 망설임 없이 하게 되어 타율도 높아지고, 순장타율(IsoP)이 2년 연속 0.1을 넘겼습니다.
제가 아마 KIA팬 중에 김선빈을 가장 많이 까는 팬일텐데, 제가 까는 건 김선빈의 수비 능력이지, 김선빈의 타격 능력은 의심할 수가 없죠. 여름마다 퍼지는 게 김선빈의 단점이라고 했는데 지방을 잘 축적(?)해서인지 최근에는 여름에 잘 퍼지지도 않습니다. 잘 다쳐서 문제죠.
게다가 올해는 감량까지 하며 2루 수비 범위도 작년보다는 넓어진 느낌(?)입니다. 수비 범위 스탯을 보면 좋을텐데 그런 스탯은 스탯티즈에서 확인이 불가능하고, 스포츠투아이에서만 비공개로 집계하다 보니 이건 좀 아쉽네요. 아마 찾아보면 일단 작년보다는 좋을 것 같은데, 이런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 합니다.

나성범도 오늘 잘 하긴 했지만, 아직까진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 하겠습니다. 오늘 나온 홈런은 나성범이 가장 좋아하는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걷어 내서 나온 홈런이었고, 오늘 선발인 이승현은 구속이 위력적인 선수가 아니었죠. 첫 타석 안타는 142km/h 포심을 공략해서 나온 안타였고, 두 번째 타석 안타 역시도 142km/h 포심이었습니다. 145km/h 이상의 투구를 잡아 당겨서 장타로 만들어내야 나성범 타격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선빈도 그렇고 나성범도 그렇고 둘 다 나이가 많아서 체력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하고, 김선빈은 수비 이슈, 나성범은 빠른 공을 공략하지 못 하는 이슈가 있어서, 이런 단점들이 시즌 내에 나아질 지는 계속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풋내기 투수가 하지 못 했던 것. 베테랑 투수는 해냈다.
똥볼이라고 많이 까긴 했지만, 조상우와 이태양의 장점이라면 그래도 경험이 많아서 이런 점수 차이가 큰 경기에서는 안정적으로 경기 운영을 할 줄 안다는 겁니다. 김태형과 최지민 이 두 풋내기 투수들이 큰 점수 차이에도 볼질을 하면서 계속 불리한 카운트로 시작하니 타자들의 노림수에 걸려서 얻어 맞으니까 조상우, 이태양 두 명의 투수는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 들어가 중반 이후에 삼성 타선을 잠재웠죠.
여전히 구위가 약한 투수들이라 타이트한 상황에서 올리긴 위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오늘처럼 점수 차이가 7점, 10점 차이가 나는 경기에서는 조상우, 이태양 처럼 던져야 합니다. 1~2점은 준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거. 김태형과 최지민은 이 두 투수들이 던지는 걸 보면서 많이 반성하고 많이 배워야죠.

특히, 조상우보다는 이태양이 정말 좋았는데, 오늘 이태양은 145km/h도 안 되는 포심으로도 하이존에 연신 스트라이크를 잡으면서 타자와의 카운트 싸움에서 계속 주도권을 쥐었습니다. 3이닝 동안 10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스트라이크보다 볼이 앞선 카운트를 만든 적이 딱 1차례(마지막 타자 함수호 상대로 2-1) 밖에 없었습니다. 큰 점수 차이에서는... 아니 투수라면 이렇게 던져야죠.
오늘 김태형이 이태양보다 평속 5km/h가 더 빨라도 안타를 무려 9개나 허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계속 볼부터 시작하고 불리한 카운트에서 시작한데다가 변화구를 아직 존 안에 스트라이크로 던지는 능력이 떨어지니 삼성 타자들이 유리한 카운트에서 빠른 공을 코스만 보고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고 이게 많은 피안타로 연결됐죠.
4회에 류지혁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을 때 카운트가 3볼 1스트라이크였고, 최형우에게 2점 홈런 맞았을 때, 3볼 1스트라이크까지 몰렸다가 포심으로 겨우 스트라이크 잡아서 풀카운트가 되고, 다시 그 쪽 코스로 또 포심 던져서 노림수에 걸린겁니다.(물론, 그걸 감안해도 최형우의 홈런은 대단한 홈런이었습니다. 몸쪽 포심을 노리고 휘둘러도 페어 지역으로 넘기는 건 쉬운 기술이 아니죠.)

뭐, 김태형이 일부러 불리한 카운트에서 시작하고 싶었겠냐만은, 오늘 이태양이 던지는 걸 많이 참고 했으면 좋겠어요. 공이 빠르지도 않은 선수도 하이 존을 활용하면서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하는데, 김태형처럼 구위가 좋은 선수가 하이존으로 포심을 때려 박으면 알고 휘둘러도 장타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오늘 김태형이 던진 포심 피안타는 대부분 벨트 라인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존에서 살아 움직이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던지는 것. 김태형의 과제는 이것 부터입니다.
그리고 이태양 영입에 대해서 그다지 반기지 않은 편이었는데, 오늘 던지는 걸 보니 팽팽한 상황에서 내보내는 게 구위의 한계 때문에 불안하다고는 해도, 선발이 일찍 내려오거나, 지고 있는 상황에서 던져야 하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어 보입니다. 구속은 안 나오지만, 스트라이크존에서 하이 존으로 들어가는 포심에 삼성 타자들이 쉽게 대응을 못 하더라고요. 여기에 결정구로 쓰는 포크볼도 있고, 경험도 많아서 앞으로 상당한 기대가 됩니다.
기대되는 박상준, 아직은 별로인 김도영과 카스트로
오늘 타자들 중 돋보였던 선수를 한 명 더 고르자면, 박상준이었습니다. 4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하며 무려 4차례나 출루했는데, 볼넷 고르는 모습을 보니 자신만의 존이 확실하게 정립이 되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이번 주에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오른 선수 답지 않은 타석에서의 침착함입니다.

컨택 능력도 상당히 좋더라고요. 1-2루 간으로 타구를 강하게 보내는 타격 스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KIA 장타 유망주들의 가장 큰 단점이 컨택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인데(오선우, 김석환, 윤도현, 변우혁, 황대인 등) 아직 스몰샘플에 불과하지만, 박상준의 1군에서의 컨택률은 76%를 기록하며, 나성범(75.8%), 김도영(74.3%), 박재현(70.0%)보다 좋습니다.(윤도현, 오선우는 60%도 안 됨)
16타석 스몰 샘플이라 큰 의미를 두긴 어렵지만, 2군 기록만 봐도 박상준은 적어도 '타석에서의 침착함'만큼은 확실한 것 같더라고요. 지난 해 2군에서 타율 .280에 출루율 .383이면 상당히 인상적인 수치입니다. 128타석에서 삼진이 21개(볼넷 19개)이면 삼진율도 16.4% 밖에 안 됩니다. 현재까지 1군에서의 삼진율도 12.5%로 이보다 좋은 선수는 한준수, 김선빈 둘 밖에 없어요.
박상준의 단점은 '포지션' 입니다. 1루수라는 포지션이라 1군에서 살아 남으려면 정말 앵간히 잘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금 KIA 1루수가 무주공산이고, 외야수 뎁스도 얇아서 그렇지, 1루수에서 자리 잡으려면 최소한 OPS .800 이상은 해줘야 하죠. 여기에 같은 포지션에 경쟁자도 많습니다. 변우혁이야 3루도 된다지만, 당장 작년에 장타를 보여 준 오선우도 있고, 2루수-1루수로 키우고 있는 윤도현도 있죠. 2001년생이라 나이가 마냥 어리지도 않습니다. 뭔가를 보여 줘야 할 선수이기도 하죠.

하지만, 현재까지는 시즌 초 KIA의 젊은 타자 자원 중 가장 앞서 나가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계속 지켜볼만한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포지션 내 경쟁자도 많고 주루와 수비에서 어필할 수 있는 툴이 많은 선수가 아니라(그런 선수였다면 드래프트에서 미지명일 까닭이 없을테니) 포지션을 따내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오늘 다들 맹타를 휘둘렀고, 카스트로 3안타, 김도영도 홈런을 치는 등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지만, 타석에서의 모습을 보면 아직 둘 다 좋은 평가를 해주기 어려웠습니다. 김도영의 홈런은 톨허스트를 상대로 만들었던 홈런과 똑같은 코스로 들어오는 실투였고 나머지 타석에서는 무안타(삼진, 병살 등)로 결과가 좋지 못 했죠. 실투를 계속 놓치고 있는 게 현재 김도영의 문제인데, WBC에서 너무 좋은 공을 봐서 KBO 투수들의 공이 만만해 보여서 저러나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카스트로도 3안타를 쳤다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맞은 건 첫 타석 적시타 뿐이고, 만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2루타는 떨어지는 변화구에 컨택 스윙을 했는데 운 좋게 스윗스팟에 맞아서 좌중간 코스 좋게 들어갔던 타구고, 세 번째 안타도 중견수 앞에 먹힌 안타였죠. 컨택이 좋은 선수이긴 한대, 지금까지의 모습은 애매하게 컨택만 좋은 선수 느낌입니다. 컨택 뿐만 아니라 배럴 타구를 만드는 능력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하지만, 맞히는 재주는 있는 선수이니 KBO 리그에 적응하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계속 지켜봐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외야수로서 포구는 잘 하는데, 어깨는 어제 경기 보니까 심각하더만요. 주 포지션이 2루수인데, 차라리 김선빈 지명 쓰고 2루수로 써야 하나 그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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