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위로 순위가 결정되어서 그런지 오늘 KIA 라인업은 제법 힘을 주고 나왔습니다. 큰 쉼터가 되었던 박재현, 박헌, 정해원, 주효상 등이 라인업에서 빠졌고 나성범, 위즈덤, 최형우, 김호령, 오선우 등이 라인업에 포함됐어요.
하지만 오늘 KIA 선발은 이도현. SSG에서 정예 멤버들을 모조리 제외하긴 했지만,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거라고 봤는데 이도현이 경험이 부족한 SSG 타선을 상대로 좋은 투구로 5이닝 무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둡니다.
타선에서는 1군 멤버들이 역시 제 역할을 해줬죠. 1번 타자로 나온 김호령이 3안타를 쳤고 위즈덤과 나성범이 백투백 홈런을 날리면서 앞서 나갔습니다. 나성범은 오늘 홈런으로 실패할 뻔 했던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수비가 좋다던 이율예가 두 차례나 실책을 했는데 그게 전부 실점으로 연결됐죠. 역시 포수 키우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래 쉬었던 김선빈도 최형우 다음에 대타로 나와서 2타수 2안타 3타점으로 경기 후반을 지배했고요. 타격만 보면 뺄 수가 없는 선수인데 왜 이리 수비를 못 하는 지...
이도현, 왜 2군에서 모두 선발로 나왔는 지 알 것 같은 변화구 구사 능력
이도현은 오늘 5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좋은 투구를 하며 데뷔 첫 승을 거뒀습니다. 다만, 오늘 상대했던 SSG 타선에서 주전 타자는 박성한, 최지훈, 고명준 셋 밖에 없었고, 대부분 경험 없는 2군 선수들이었습니다. 박성한 최지훈도 2타석씩만 소화하고 교체됐고요.
이도현 공이 그렇게 빠르진 않습니다. 140km/h 초반대의 빠른 공이었으니까요. 다만, 이도현이 그렇게 빠르지 않은 구속에도 2군에서 선발로만 등판한 이유는 알 것 같은데, 변화구 구사 능력은 1군급에 가깝습니다. 특히, 체인지업 무브먼트가 상당히 좋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오늘 포심(39%)보다 체인지업(55%)을 더 많이 던졌습니다. 이 체인지업의 움직임으로 범타를 많이 유도했고요.
하지만, 1군급 투수가 되려면 갈 길이 멉니다. 오늘 SSG 타선이 변화구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2군급 야수가 아니라 온갖 변화구에 익숙한 1군급 선수 위주로 구성됐으면 1회를 버티기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무브먼트는 좋은데, 제구가 안 좋습니다. 사사구가 1개 뿐인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는데, 스트라이크존에 공이 들어갈 뿐이지, 포수가 요구하는 곳으로 정확히 던지려면 멀었습니다. 그냥 지금은 체인지업 원툴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도 커맨드만 완성되면, 체인지업이 좋은 투수이기에 스팟 선발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갈길이 멀다는 것, 그리고 이도현 정도의 투수가 선발 기회를 받을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KIA 팀내에 완성도가 높은 우완투수가 얼마나 적은 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 8위한 덕분(?)에 150km/h 던지는 투수만 20명이 넘는다는 내년 드래프트에서 상당히 전체 3번 픽을 행사할 수 있게 됐는데 내년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택을 했으면 좋겠네요. 강속구 투수, 특히 우완 강속구 투수를 상위 라운드에 지명하고 올해 드래프트에서 많은 팀들이 야수 위주의 지명을 했기에 내년에는 1-2라운드에는 투수가 많이 나갈 것으로 보여, 3라운드에는 툴이 좋은 야수를 지명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애매한 좌완 투수는 그만 뽑고요.
정현창, 오늘도 수비에서 눈도장
정현창 오늘은 유격수에 박찬호가 선발로 나왔기에 2루수로 나왔는데, 첫 타자 박성한의 타구 부터 굉장한 호수비를 보였죠. 1-2루간으로 빠르게 빠져 나가는 땅볼 타구였는데 타구를 끝까지 보고 정확하게 바운드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친구 펑고를 30,000개쯤 받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비 기본기가 너무 좋네요.
박성한의 타구가 안타였으면 이후 1회에 만루까지 갔기에 대량 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5회에도 채현우의 안타성 타구를 넓은 수비 범위를 보이면서 다이빙 캐치로 1루 아웃까지 잡아 냈고요. 김선빈 수비 보다가 정현창 수비를 보니까 안구가 정화되네요. 그리고 박찬호 빠지고 유격수로 가서도 안정적인 수비를 보였습니다.
이 선수 수비에서의 가장 큰 장점은 포구 후 송구까지 이어지는 동작입니다. 자면서도 훈련을 했는 지 포구 후 공을 빼고 송구까지 가는 동작에 불필요한 동작이 없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네요. NC에서 김주원이 아니었다면 아마 정현창을 쉽게 안 보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수비가 너무 좋습니다.
어제도 언급한 내용인데 이 선수가 19살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고졸 신인 내야수들은 수비 동작에서 쓸데없는 스텝이 많고(김도영, 윤도현이 대표적이죠) 그 와중에 송구마저도 부정확한 경우가 많은데 정현창 어제 오늘 송구에 있어서, 1루수 글러브에서 크게 벗어나는 송구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던지더라도 높은 위치로 던지는 게 아니라 낮게 던지면서 악송구 가능성을 줄이고 있고요.
정현창 겨울에 웨이트 많이 하고 식단 병행하면서 몸 좀 키우면 좋은 선수가 될 자질이 보입니다. 일단 수비가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1군에 얼굴 많이 비출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겨울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이면 드디어 시즌 마지막 경기입니다. 삼성은 와일드 카드 전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주전은 대거 제외할 것 같고, 일단 투수는 모두 2진급을 쓸 것 같은데(당장에 내일 선발이 육선엽), KIA는 그래도 시즌 마지막 경기이니까 베스트 라인업을 꺼내지 않을까 싶어요. 홈팬들 앞에서 마지막 마무리는 잘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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