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온 풋내기 수비
오늘 경기는 웬일로 풋내기 타자들이 1회부터 소형준을 상대로 5연속 안타를 치며 '풋내기들의 유쾌한 반란'이 시작되는 줄 알았으나, 1회 5안타를 친 이후에 2회부터 9회까지 안타 2개 더 쳤습니다. 1회 5연속 안타도 잘 맞은 타구라기보다는 코스 안타가 많았죠. 이래서 야구에서 꾸준함이 중요한 겁니다.
수비는 오늘도 여전했습니다. 찰나의 기술이 요구되는 타격은 재능이라지만 수비는 훈련으로 늘릴 수 있는 영역이죠. KIA 젊은 야수들의 수비를 보면, 이 팀이 얼마나 수비 훈련을 게을리 했는 지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오늘 기록된 실책은 1개(윤도현의 송구 에러) 뿐이었지만, 7회에 나온 수비들은 그야말로 풋내기 그 자체였죠. 선두타자 허경민의 타구는 그냥 '프로' 외야수면 충분히 잡고도 남을 타구인데 박헌이 타구만 보고 쫓아 가다가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를 2루타로 만들어 줍니다.
1사 2, 3루 상황에서 김민혁이 친 타구는 투수 최지민의 정면으로 가는 땅볼 타구라 한 번에 포구만 됐으면 3루 주자는 홈에서 아웃 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혹은 3루 주자가 못 들어 왔거나) 최지민이 3루 주자 쳐다 보느라 한 번에 포구를 못 해서 또 다시 실점을 하고 맙니다. 그리고 폭투까지 나오면서 또 다시 실점을 하고요.
8회에는 윤도현이 평범한 3루 땅볼을 악송구 하면서 또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죠. 박헌, 윤도현 모두 수비 연습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걸 잘 보여 준 장면이었죠,
풋내기 중에서도 빛났던 정현창
처참했던 경기력 중에서도 당연 눈에 들어 온 선수는 최원준, 이우성, 홍종표 트레이드 때 한재승, 김시훈과 함께 건너 온 유격수 정현창입니다. 1군에서 보여 준 건 홍종표가 더 많기 때문에 그냥 복권 한 장 데리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고졸 신인이라는 걸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유격수 수비가 뛰어 났습니다.

정현창은 작년 드래프트에서 NC에 7라운드로 지명된 2006년생 어리디 어린 선수입니다. 오늘 수비 하는 모습을 보고 아무리 공격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수비가 좋은 유격수가 7라운드까지 내려올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수비면에서 완성도가 굉장하더라고요. 솔직히, 1라운드에 지명돼 입단한 박민보다도 오늘 경기 수비는 더 좋았습니다.
정현창 수비에서의 가장 큰 장점은 '송구 능력' 입니다. 사실, 유격수 포지션이 되느냐 마느냐는 '송구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내야수 중에서 가장 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 가장 긴 거리에서 송구를 해야 하는 포지션이 유격수죠. 그래서 송구가 안 되면 유격수로 쓸 수가 없습니다.
아마야구에서 숱한 '유격수 유망주'들이 유격수가 안 되고 프로 무대에서는 다른 포지션으로 가는 것도 송구 능력 때문이죠. 풋 워크야 훈련을 잘 하면 성장의 여지가 있지만, 어깨는 타고 나는 겁니다. 정현창 오늘 수비를 보니 송구 동작이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고 빠르게 갑니다. '강견'인지는 플레이 하는 모습을 더 봐야 겠지만, 적어도 포구 후 송구까지 이어지는 동작, 그리고 송구의 정확성은 천재 유격수 김재호를 보는 듯 했어요.

오늘 정현창 수비가 다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장면 2개를 꼽자면, 2회에 장성우의 3-유간 깊숙한 타구를 건져낸 후 재빠르게 2루 쪽으로 몸을 눕히면서 빠르게 송구를 했는데 정확하게 2루수 글러브에 갔고, 병살까지 이어진 수비를 꼽을 수 있고, 앞서 언급한 최지민의 김민혁 땅볼 타구를 포구 못 했을 때,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최지민의 글러브에 튕긴 타구를 1루에 정확히 송구해 아웃을 잡아 낸 장면입니다.
장성우를 병살타로 잡은 수비에서는 정현창의 운동 능력을 볼 수 있었고, 7회 최지민의 글러브에 맞은 타구를 처리한 수비에서는 순발력과 수비 센스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 경기 만으로 너무 고평가를 하고 있는 것도 맞는데, 고평가 할 수밖에 없는 수비였어요. 무엇보다 이 선수의 나이(19세)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놀랄 수밖에 없고, 역시 수비에서 고평가 받은 박찬호(5라운드 지명) 고졸 시절 모습보다 완성도는 훨씬 낫습니다. 박찬호는 좋은 운동 능력을 보였지만, 에러가 너무 많았죠. (프로 3년차에 유격수 수비율 92.6%)
오늘이 유독 수비가 좋았던 하루였을 수도 있지만, 프로 스카우트들도 정현창의 수비 능력을 높게 평가했으니 오늘 수비가 우연이라고 하긴 어려울 겁니다.
다만, 이 선수의 문제는 '수비만 좋다'는 점이죠. 타격을 할 때 보니 아직 1군 투수들의 공을 힘이 있는 타구로 연결시키는 능력은 매우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선수가 7라운드까지 내려 왔겠죠. 다만, 아직 19세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과 식단으로 몸을 좀 키우면 타격에서도 힘이 붙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찬호처럼 말이죠. 다만 그때까지는 꽤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겁니다.

박찬호가 떠나면 유격수는 누가 할 것인가
시즌 종료가 가까울수록 박찬호를 노리는 구단들이 늘고 있습니다. 당장에 확실한 움직임을 보인 구단이 롯데와 키움이고 KT 역시 박찬호를 노릴 가능성이 매우 큰 구단이죠. 그래서 KIA 구단이 박찬호를 잡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아마 우리가 상상하는 금액 이상으로도 좋은 대우를 받을 수도 있어 보여요.
리그 평균 수준의 공격력, 3년 연속 수비상이 유력한 유격수 수비 능력, 여기에 7시즌 연속 130경기 이상을 소화한 내구성. 싸게 잡을 수가 없는 선수죠. KIA 구단에서도 박찬호가 떠난다는 것에 무게감을 두고 내년 전력을 짤 겁니다.(그리고 계속 하는 말이지만, 악질 팬들 때문에 제가 박찬호면 KIA에서 더 싸게 제시해도 다른 구단 갑니다.)
오늘 정현창이 좋은 수비력을 보였다지만, 몸을 만드는 게 먼저입니다. 물론, 수비 능력만 보고 정현창을 주전으로 쓸 수 있겠지만, 만약 정현창이 풀타임 주전으로 내년을 뛰면 타율 2할도 못 친다에 500원 겁니다. 당장은 김규성이나 박민 같은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질 것 같아요. 다만, 김규성이나 박민이나 타격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에 장기적인 주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여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일전에도 언급한, 김도영이 하체 보강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햄스트링 부상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지고, 이를 토대로 원래 KIA 구단이 구상한 '유격수 김도영'을 보는 건대, 당장 내년 시즌은 '유격수 김도영'을 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확실히 나아졌다고 판단이 되면 그때나 한 번 간을 보는 거죠.
윤도현 3루 수비가 그래도 다른 포지션에 비하면 나아 보여서 3루 윤도현, 유격수 김도영으로 가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면 삼성의 3루 김영웅 - 유격 이재현과 좋은 맞대결도 될 것 같고요. (다만, 수비력에서 비교 불가...)
어찌됐든 박찬호가 팀을 떠나면 KIA는 내야수에 전면 개편을 해야 합니다. 어떤 식으로 박찬호가 떠난 다음을 준비할 지 정말 막막하네요. 그래도 오늘 정현창이라는 '수비가 좋은 19세 선수'를 봤기 때문에 마냥 절망적인 상황 같진 않아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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