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는 오승환의 은퇴식으로 관심이 갔던 경기였죠. KBO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멋진 마무리를 보인 경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KIA에서도 최형우가 대타로 나와서 오승환과 상대하며 상징성을 부여했고요. KIA의 순위 싸움이 끝나 8위가 확정되었기에 이런 경기가 연출된 것 같습니다.
경기 이야기를 하자면, 당연히 승부에 진심인 팀과 진심이 아닌 팀의 경기력 차이가 컸습니다. 특히, 수비에서 양팀 차이가 정말 컸는데 삼성에서는 오늘 오승환 은퇴식 그리고 5강 확정이라는 결과가 걸려있기에 수비 집중력이 엄청나게 좋더군요. 초반에 까다로운 타구가 제법 갔는데 3루수 김영웅, 중견수 김지찬, 1루수 디아즈, 좌익수 이성규까지 잘 맞은 안타성 타구를 모조리 건져 냅니다.
반면, KIA는 오늘도 풋내기 야수들의 잇단 수비 미스로 실책이 3개가 나왔죠. 3루 주자의 홈 득점을 막을 수 있었던 김규성의 알까기 실책, 오늘도 고교야구 수비로 공을 흘리면서 주자의 추가 진루를 허용했고, 박재현의 송구가 그래도 강하게 가서 포구만 했다면 아웃이 될 수 있었는데 이걸 뒤로 흘린 윤도현의 수비.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제도 최원준의 타구를 포구하지 못 했는데 오늘은 리버스 병살이 가능한 상황에서 2루에 악송구를 하고, 바로 다음 수비에서도 강한 타구를 한 번에 포구하지 못 해 아웃 카운트 하나만 잡고 끝낸 오선우의 어설픈 수비까지. 역시 종합 수비 실수 세트였습니다.

수비 이야기를 하자면, 실책한 선수들이 죄다 젊은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오선우나 김규성이나 나이로 보면 젊지 않지만(둘 다 20대 중후반)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들입니다. 2군에서 비실비실한 타구들 보다가 강한 타구들이 오니까 정신 못 차리죠. 여기에 오선우는 1루와 외야를 오가면서 수비 경험치도 제대로 못 쌓고 있고요. 계속 이야기하지만, 오선우는 1루로 포지션 고정시키고 플래툰으로 쓰는 게 베스트라고 봅니다.
경기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 짓고,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김태형의 투구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김태형, 변화구 구사 능력이 몰라보게 좋아지다.
제가 지난 김태형 리뷰에서 빠르고 움직임 좋은 포심을 던지지만 변화구 구사 능력이 너무 떨어지고 그 때문에 삼진을 너무 못 잡는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 경기를 제외하면 김태형은 19.1이닝 동안 탈삼진을 6개 밖에 못 잡고 있었습니다. 150km/h을 상회하는 포심을 가진 투수 답지 않은 형편 없는 탈삼진율이죠.
그런데 오늘 김태형은 투지가 넘치고 어떻게든 경기를 잡고자 혈안이 되어 있는 삼성의 베스트 라인업을 상대로 4.1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8개나 잡아 냈습니다. 지난 경기까지 변변찮은 변화구가 안 보였던 선수가 선발 등판 4경기 째에 커브와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던지면서 삼성 타자들을 잡아 냈죠. 아래는 오늘 김태형이 삼성 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아 낸 구질입니다.
삼진 8개 중 6개가 헛스윙 삼진이고 변화구를 던져서 잡아 낸 삼진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삼진 장면은, 정확성이 뛰어난 김성윤을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몸쪽 낮게 슬라이더를 떨어뜨려서 헛스윙을 유도한 장면이었어요. 스트라이크존에서 횡으로 크게 떨어지던대, 김성윤도 헛스윙을 한 다음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듭니다. 이런 슬라이더를 꾸준히 던지면 좌타자 상대로도 유용한 무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늘 경기 전까지 김태형은 변화구보다 포심을 더 많이 던졌습니다. 당장에 지난 경기에서 포심 비율은 55.4%였고, 그 전 경기에서는 포심을 60% 비중으로 던졌어요. 그런데 오늘은 포심 비율이 33.7%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커브 25%, 슬라이더 28.3%, 포크볼 12%의 비율로 구사를 했고요.
포크볼의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커브와 슬라이더의 완성도는 이 선수가 지난 경기까지 제대로 된 변화구를 못 던진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금방 변화구를 익히고 써먹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정도 습득 능력이면, 기대를 걸지 않을 수가 없네요.
다만, 김태형이 아직 선발투수로 완성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늘 잘 던진 건 '낯설음'도 한 몫했을 겁니다. 삼성 타자들도 지난 경기까지의 투구를 보고 포심 하나만 보고 들어섰을텐데 변화구가 더 많이 들어오니까 적응을 못 한 것도 있겠죠. 소위 말하는 초심자의 행운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커요.
게다가 100구를 안정적으로 던질 체력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1회에는 153km/h까지 던지는 등, 대부분이 포심이 150km/h을 웃돌았는데 5회에는 포심 3개 중 1개만 150km/h, 나머지 2개는 146km/h에 머물렀습니다. 4회에는 7개의 포심 중 150km/h을 넘는 공이 하나도 없었고, 145km/h 내외에서 형성됐습니다.

그런데 김태형 나이를 생각해야죠. 2006년 12월생입니다. 아직 20살도 안 된 선수가 선발 등판 4경기 만에 변화구를 존에서 떨어뜨리면서 무수한 삼진을 잡아 낸 것만 해도 엄청난 결과물입니다.
지난 리뷰에서 김태형을 3년 안에 1군에 안착만 시켜도 성공이라고 봤는데 오늘 투구가 우연이 아니라면, 오프 시즌에 열심히 훈련해서 커맨드 능력을 향상시키고 변화구만 존에서 떨어뜨려도 5선발 경쟁은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김도현의 성장을 기대했지만, 올해 후반기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이의리는 제가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선수이지만, 지금의 제구력이면 군대 부터 가는 게 맞고, 윤영철은 구속 못 올리면 1군에서 쓰임새가 없죠. 양현종은 내년까지 뛰어 주면 고마운 거고.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김태형이 비루한 KIA 마운드에 희망이 되어 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당장에 공 좋다고 마무리나 불펜으로 쓰지 말고 당장은 100구 던질 체력이 안 된다고 해도 긴 시각으로 선발투수로 체계적인 육성을 했으면 좋겠어요. 마무리가 미덥지 못 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무리보다 더 미덥지 못 한 건 선발 마운드입니다. 국내 선발이 강해야 오랜 기간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다는 걸 구단이나 코칭스태프, 그리고 팬들이 모두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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