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아, 오늘은 정말 이길 거라고 생각을 못 했습니다. LG 1선발 치리노스와 KIA 5선발 윤영철이 맞대결이었으니까요. 그런데 12득점이나 뽑아 내면서 경기 후반부를 누워서 볼 수 있게 했고, 6월 들어 많은 공을 던졌던 전상현, 조상우, 정해영을 이기는 경기였음에도 쓰지 않았습니다.(6회부터 당연히 전상현 올라올 줄) 심지어 젊은 투수들이 불펜으로 나와서 4이닝을 1실점으로 잘 막았어요.
KIA는 현재 주전 라인업의 3분의 1이 빠져 있습니다. 하위 타순도 아니고, 지난해 3번을 쳤던 김도영, 4번을 쳤던 나성범, 6번을 쳤던 김선빈(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보인 KIA 타선이니까 타율 .329 OPS .827을 찍은 김선빈이 6번이지, 중심타선 치고도 남을 기록)이 모조리 전력 외인 상황입니다.
심지어 이번 주 선발 투수들에게 휴식을 돌아가며 주려고 선발 로테이션도 최악이었죠. 윤영철(5선발) - 올러(2선발) - 김건국(임시선발) - 양현종(4선발) - 김도현(3선발) - 윤영철(5선발) 이었습니다. 5선발이 2차례 나오고 임시 선발이 끼어 있는 주였는데, 무려 3승 1무 2패로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뒀어요. 진 경기도 아쉬운 패배였고요.(아... 그 놈의 체인지업 실투)
윤영철, 이닝 소화 능력 빼면 완벽했던 두 달
오늘 경기 잡은 건 키움 전에서 3이닝 5실점을 한 윤영철이, 오늘은 LG 타선을 상대로 5이닝 1실점으로 잘 막아준 것이 컸습니다. 오늘 근무여서 초반 윤영철의 투구를 유심히 보지 않았는데, 변화구가 존 근처에서 잘 떨어지더라고요. 빠른 공의 평균 구속도 138.1km/h을 기록하면서 괜찮았습니다.
윤영철의 올 시즌 월별 성적을 보면, 3~4월에는 그야말로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수준이었는데(5.2이닝 동안 15피안타, 9볼넷 2탈삼진) 5월에 18.1이닝 동안 12피안타 12볼넷 17탈삼진으로 반등하기 시작하더니, 6월에는 24이닝 동안 23피안타 6볼넷 23탈삼진으로 잘 해주고 있어요.
5월 피OPS .607, 6월 피OPS .639를 기록하고 있는데, 5~6월 성적만 보면 윤영철은 5선발이 아니라 4선발입니다. 게다가 이닝 당 1개 가까이 삼진을 잡아주고 있는 게 가장 좋고, 시즌 초에 많았던 볼넷이 6월에는 급격하게 줄었죠. 5번 등판해서 볼넷 6개 준 게 전부이니까요.
다만, 피칭 퀄리티는 나아졌으나 이닝 소화 능력은 아쉽죠. 5번 등판해서 투구 이닝이 24이닝이니까, 평균 5이닝이 안 됩니다. 오늘도 5회까지 잘 던졌으나 6회부터는 다른 투수가 나와서 던졌고요. 물론, 윤영철을 빨리 내리는 선택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구위가 약하다보니, 3번째 상대할 때부터는 상대가 윤영철의 공을 어렵지 않게 쳐낼 수 있기도 하고요.
아마, 이의리가 돌아와서 제대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 윤영철은 임시 선발 혹은 롱릴리프 역할로 빠져야 할 것 같은데(사실, 기록만 보면 양현종이 빠져야 함) 어디까지나 이의리가 정상적인 로테이션을 돈다는 전제가 필요하죠. 8월까지는 6선발 로테이션을 돌리지 않을까 싶어요. 이의리도 처음부터 100개를 던질 수 있지도 않을테고, 서서히 투구 수를 늘려 나가야 하니까요.
주전이 아닌 선수들의 대활약
시즌 전에 이순철 해설위원이 KIA를 1강도 아닌 '1특강' 그리고 KIA팬들은 누워서 야구 본다고 된다고 할 정도로 KIA 전력을 높게 평가한 것은 '뎁쓰'가 두텁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전과 백업 격차가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특히, 마운드에서 좋은 투수들이 많았죠.
문제는 시즌 전에 장현식이 FA로 이적했고(조상우의 영입으로 메꾸긴 했습니다만) 곽도규가 부상으로 빠졌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당쇠 역할을 해줬던 황동하가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로 이탈(이때 멘붕 온 팬들이 많았죠)하면서 투수력이 약해졌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MVP 김도영이 햄스트링으로 팀이 치른 79경기 중 52경기에 빠졌어요. 김도영 대신 지난해 가능성을 보인 변우혁이 처음에 기회를 받았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소크라테스가 빠진 중견수 자리를 초반에 채워줄 것으로 봤던 박정우마저 햄스트링으로 제외되면서, 외야 뎁쓰가 형편 없는 수준까지 낮아졌죠.
여기에 최원준과 이우성 등 지난해 잘 해 준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지고, 이창진까지 햄스트링으로 빠지면서, KIA가 자랑하던 뎁쓰가 정말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지난해 두터운 뎁쓰의 기여했던 서건창, 이우성, 이창진, 변우혁, 홍종표 등이 모두 부상과 부진으로 제 실력을 못 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난해 오롯이 2군에만 있었던 선수들이 지금 1군에 올라와서 새롭게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죠. 오선우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오선우는 주전인 나성범보다 더 잘 하고 있어요.
이번 주말 3연전 오선우는 금/토요일 경기에서 수비에서는 실책을 저지르고, 타석에서는 결정적인 상황마다 삼진을 당하면서 LG와의 3연전을 어렵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는데, 오늘은 5타수 2안타(2루타 2개) 3타점으로 부진을 완벽히 씻어냈습니다.
특히, 치리노스에게 5회까지 끌려 갔는데 1사 1, 3루에서 3구째 헛스윙한 투심이 4구째에 한 번 더 오자, 이번엔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희생타만 치겠다는 생각으로 가벼운 스윙을 돌렸는데 워낙 가진 힘이 좋으니까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가 됐죠.
9회에도 오선우는 2사 1, 2루에서 함덕주의 가운데 들어 오는 슬라이더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성 우중간 2루타를 만들어 냅니다. 오늘마저 부진했으면 슬럼프에 길게 빠졌을 수도 있었을텐데 치리노스의 낮은 투심을 힘들이지 않고 정확한 스윙으로 2루타를 만들어 내면서 본인도 자신감을 크게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이번 3연전 김석환의 활약도 정말 좋았죠. 키움과의 주중 3연전에서는 6타수 1안타 3삼진으로 부진했지만, 주말 3연전에서는 6타수 3안타(3루타 2개) 2볼넷 2삼진으로 뛰어난 활약을 했습니다. 오늘은 김진성의 포크볼 두 개를 잇달아 침착하게 골라 낸 이후에 3구째 존으로 들어 오는 포크볼을 놓치지 않고 강한 스윙으로 1루수 옆을 뚫어 냈죠. 아주 제대로 맞은 3루타였습니다.
시즌 시작 전에 "김석환과 오선우가 오랜 2군 생활을 청산하고 드디어 1군 멤버가 된다"라고 했으면 "미친놈"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김석환과 오선우가 2군에서 잘 해도 KIA 1군 뎁쓰가 두터웠으니까요. 그런데 이우성과 최원준의 부진. 그리고 나성범과 이창진의 부상으로 외야가 황폐화된 상황에서 오선우와 김석환이 짠~하고 나타나서 전력이 되고 있습니다.
65타석에 그친 김석환은 아직 더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전보다 타석에서 여유가 보이고, 삼진을 당하더라도 다음 타석에서 만회한다는 생각을 갖고 타석에 임하는 게 보여요. 오선우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랜 기간 같이 2군 중심타자 역할을 했던 김석환도 많이 느끼고 배웠을 겁니다. 두 명의 좌타 거포가 서로 의지하면서 성장해 나가고 있는 셈이죠.
오늘, 김석환이 3루타를 치고 대주자 최원준으로 바뀌며 덕아웃으로 들어왔을 때, 오선우와 포옹하는 장면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드디어 내가 1군 자원이 되고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잊혀졌던 고종욱의 대활약, 다시 생겨 난 '뎁쓰'
올시즌 KIA가 우승하지 못 하더라도,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 등 베테랑 야수들의 후계자들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마냥 실패한 시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6월 함평 멤버들의 대활약으로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내고 있습니다.
지금 부상으로 빠져 있는 주전들도 태평한 생각은 하지 못 할 거에요. '어? 이러다가 내 자리 없어지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겁니다. 나성범 특히
오늘 경기 MVP인 고종욱이 대표적이죠. SSG에서 방출되고 KIA에 와서 2년간 대타로 쏠쏠한 역할을 해줬는데(2022년 타율 .283, 2023년 타율 .296) 지난해 우승했을 때 서건창에 밀려서 1군에서 36타석 출장한 것에 그쳤죠. 아마 선수 본인은 '은퇴' 생각도 많이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주말 3연전에서 5타수 4안타로 맹타를 휘둘렀죠.
방송사의 승리 인터뷰 때 시작부터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아내 이야기를 할 때(농담아니라 아내가 많이 아픈 줄...) 감정이 터지면서 울음을 멈추지 못 했는데, 지난해 팀이 잘 나갈 때 주역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선수 자신도 서운한 게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때는 서건창이 너무 잘 해줬으니까 어쩔 수가 없긴 했어요.
아직 고종욱 나이는 35살 밖(?)에 안 됐습니다. 최형우보다 무려 5살이나 어립니다.(최형우가 비정상이지만) 작년의 소외감이 올해 현재의 활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김호령도 똑같아요. 작년에 전력 외였던 선수들이 올해 잘 하고 있는 건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두터운 뎁쓰' 이것이 현재 KIA가 '강팀'이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부진한 서건창, 변우혁, 이우성, 홍종표도 포기할 단계가 아니죠. 부지런히 노력해서 지난해 활약을 재현하고 싶을 겁니다. 이런 선순환이 팀을 강하게 만듭니다.
다음 주도 목표는 5할
다음 주도 선발 투수들은 한 차례 씩 휴식을 취합니다. 올러가 쉬고, 양현종도 한 번 등판한 이후에 휴식을 취할 예정입니다. 올러가 지난 등판에서 투구 수는 적었지만, 막판에 구속이 많이 떨어지긴 했죠. 선수 본인도 한국의 무더운 더위가 힘들 겁니다.(원래 어디서 살았는 지 몰라서 잘 모르겠지만) 휴식을 주기로 한 결정은 잘 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음 주도 목표는 5할입니다. 선발 로테이션의 불리함을 안고 싸워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선수들이 주말 3연전을 치르면서 자신감이 생겼을 거라고 생각해요. LG는 상승세였고, 이번 주말 3연전 선발 매치업이 계속 밀렸음에도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으니까요.(박동원만 잘 막았으면 스윕도 가능했을텐데)
다행히 일요일에 크게 이기면서 6월에 가장 많은 공을 던지면서 고생한 전상현, 정해영, 조상우는 이틀의 휴식이 생겼습니다. 성영탁도 오늘 공을 3개 밖에 던지지 않았죠.
투수들의 뎁쓰가 아쉬운 상황에서 김민주와 이호민이 합쳐서 2.2이닝을 1실점으로 막은 것도 긍정적입니다. 김민주는 아직 1군에서 얼어 있는 게 보이고, 이호민은 구위가 아쉽긴 한대, 이 선수들 1군 통산 투구 이닝이 아직 10이닝도 안 됩니다.(이호민 5.1이닝, 김민주 3.0이닝) 롱릴리프 역할을 하면서 경험을 쌓다가 운이 좋으면 성영탁처럼 1군 자원이 되는 거죠.
한 가지 젊은 투수들의 아쉬운 점은 '구위'죠. 이호민, 성영탁 둘 다 구속이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도 아직 둘 다 고졸 1년차, 고졸 2년차에 불과하니까 올해 1군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비시즌동안 구속을 늘리는 훈련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이호민이든 성영탁이든 전상현 수준의 평균 구속만 보여주면(전상현도 느린 구속 때문에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지 못했죠)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의 셋업맨인 전상현의 발자취를 충분히 따라갈 수 있습니다.
여튼, 주전의 3분의 1이 날아 간 상황에서도 6월 최고의 팀이었는데, 7월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일 지 기대가 된다는 점에서 최근에 야구 볼 맛은 확실히 납니다. 남은 기간 더 이상 부상 없이 잘 버텨줬으면 좋겠네요.
선수 단평
[7/2] KIA : SSG - 졌지만 잘 싸운 대표적인 경기 (1) | 2025.0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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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KIA : SSG - 구원진 4.2이닝 1피안타 무실점 (1) | 2025.07.01 |
[6/28] KIA : LG - 수비로 터질 뻔한 경기를 간신히 잡아내다 (0) | 2025.06.29 |
[6/27] KIA : LG - 승부를 가른 체인지업 실투 (0) | 2025.06.27 |
[6/26] KIA : 키움 - 위즈덤 시리즈의 마무리 (0) | 2025.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