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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KIA : SSG - 졌지만 잘 싸운 대표적인 경기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5. 7. 2.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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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오늘 선발 이도현에게 '기적'은 없었습니다. 3이닝을 버텼다는 것은 칭찬해줄만 하나, 4실점을 하면서 1이닝 당 1실점 이상을 했고, 가장 큰 문제는 볼넷을 무려 5개나 내줬다는 겁니다. 어제 6개의 볼넷을 내 준 SSG 김건우처럼 볼이 아슬아슬하게 빠진 것도 아니고, 그냥 티가 나게 많이 빠졌습니다. 그리고 어제 김건우처럼 커맨드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가운데 몰리는 공도 굉장히 많았죠.

 

솔직히 4실점도 운이 따랐다고 생각해요. 정준재의 도루 아웃이 없었다면 2회에도 실점을 했을 겁니다. 그 정도로 최악의 피칭이었고, 오늘 피칭에서 더 나아지지 않으면 1군에 또 올라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엉망이었던 투수가 김민주였죠. 김민주가 4회에 올라와서 한꺼번에 3실점을 했는데, 빠른 공도 140km/h을 못 넘겼을 뿐더러 첫 타자 정준재부터 한가운데에만 던지다가 3루타 맞고 실책으로 점수 바로 내주더니 다음 타자 최지훈을 상대로는 존 안에 공을 하나도 못 넣고 스트레이트 포볼, 에레이다에게 맞은 2루타는 운이 없었지만, 최정 삼진 잘 잡고, 한유섬에게 사구를 내줬죠.

 

그러더니 고명준부터는 구속도 뚝 떨어져서 안타, 박성한의 희생타로 3점째를 내줬습니다. 오늘 투구만 보면, 차라리 임기영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장점이 안 보이는 투구였습니다. 좌타자를 잡아낼 수 있는 무기도 전혀 안 보였고요. 체인지업이 괜찮긴 했는데 김민주 역시 1군에서 통할 정도의 구위는 안 되어 보였습니다. 이도현과 김민주 둘 다 내일 2군으로 내려갈 것 같네요.

 

 

SSG의 승리계투조를 끌어 올린 것만으로도 잘 싸운 경기

 

이도현과 김민주가 대량 실점하고 그래도 비교적 잘 던진 이호민도 1실점을 하면서 8대2까지 벌어집니다. 오늘은 이렇게 완패를 당하는 구나 싶었는데 6회에 힘 떨어진 김광현을 매섭게 공략하면서 3득점을 뽑아내며, 3점 차이까지 좁혔죠.

 

그 덕분에 SSG의 승리계투조 3명(노경은, 이로운, 조병현)을 모두 마운드에 끌어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로운은 내일 나오면 3연투라 안 나올 가능성이 크고(주중 3연전에서 핵심 불펜투수에게 3연투를 할 가능성이?) 노경은과 조병현은 내일도 나올 수 있겠지만, 노경은은 오늘 26개를 던졌고, 조병현은 28개를 던졌습니다.

 

내일 노경은과 조병현을 안 보고 경기를 끝내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지만 경기가 팽팽할 때, 노경은과 조병현을 상대로 어느 정도 피로 누적을 시켰으니 기대가 되긴 하죠. 게다가 KIA는 승리계투조들이 모조리 다 쉬었고, 성영탁 정도만 올라왔는데, 성영탁은 오늘 10개 밖에 안 던졌습니다.

 

노경은, 이로운, 조병현을 상대로 1점도 못 낸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겁니다. 지금 구원진 WAR 1위 팀이 SSG 입니다. (한화가 근소한 차이로 2위) 7.02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2.59에 그치고 있는 KIA보다 훨씬 좋죠. 구원투수 WAR TOP 10에서 SSG 선수만 3명입니다.(2위 조병현, 4위 이로운, 7위 노경은) 이 선수들을 상대로 점수를 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게다가 올 시즌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고 할 수 있는 조병현을 상대로 1사 만루까지 끌고 갔다는 것만으로도 칭찬해줄 수 있어요. 1사 만루에서 연속 삼진 당한 것은 아쉬우나, 조병현이 만루 위기에 몰리자 그제서야 컨트롤이 잡혀서 좋은 공들을 던지더라고요. 조병현의 실투는 김석환 상대로 던진 한가운데 포크볼이었으나, 김석환 커리어에 이 포크볼을 공략하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본인은 하이 패스트볼이라고 생각하고 히팅 포인트를 앞에 뒀을 거에요.

 

스코어 차이가 벌어지자 최형우와 박찬호를 제외한 선택에 대해 아쉬움을 표할 수 있으나 8대2 상황에서는 그동안 많이 뛴 이 선수들을 쉬게 해주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밤에도 무더운 오늘 같은 날씨에 팀에서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하고 있는 40대의 노장 선수와 두 번째로 많은 타석을 소화하고 있는 데다가 체력 소모가 큰 유격수 포지션까지 뛰고 있는 박찬호를 빼는 게 나쁜 선택은 아니죠. 그리고 8대2에서 8대5 상황 1사 만루 상황이 9회에 올 거라고 예상했다면 그 사람은 감독이 아니라 점술가입니다.

 

어차피 이기면 좋고, 지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경기였고, 기적을 바랬던 신인 선발은 마운드에서 쫄았고, 역시 기대를 걸었던 불펜 투수(김민주)마저도 흔들리면서 그때 사실 승부가 결정났죠. 솔직히, 전 8대2로 벌어진 이후에는 졸음과 싸우며 간신히 경기를 봤을 정도였습니다.

 

내일 경기를 진다면, 오늘 SSG의 승리계투조를 소모시킨 건 의미를 가지지 못하지만, 내일 경기에서 SSG와 마운드 싸움에서 이겨낸다면, 오늘의 끈질긴 모습이 내일 승부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지나친 분석은 아닐 겁니다.

 

 

위즈덤, 고척돔을 벗어나면서 개안을 하다

 

오늘 타석에서 가장 활약이 좋았던 선수는 위즈덤이었죠. 첫 타석에서 몸쪽 떨어지는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공략해서 솔로 홈런, 두 번째 타석에서 주자가 2명 깔리자 바로 2루수 플라이(-_-), 세 번째 타석에서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루타, 네 번째 타석에서도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안타. 그리고 조병현 상대로 무사 1, 2루 상황에서는 침착하게 볼들을 다 골라내며 볼넷. 위즈덤의 장점과 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한 경기이지 않았나 싶어요.

 

지난 주에 키움과의 고척 3연전에서는 위즈덤은 그야말로 최악의 모습이었죠. 13타수 1안타에 삼진만 8개(볼넷 2개)를 당했으니까요. 퇴출 소리가 정말 목구멍까지 튀어 나왔습니다.

 

그런데 실내 구장 공포증(?)을 벗어난 위즈덤은 지난 주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5경기에서 17타수 7안타 3홈런을 치면서 .412 / .545 / 1.000의 엄청난 스탯을 기록 중에 있습니다. 5경기 OPS가 1.545로 당연히 팀에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현재 위즈덤은 리그 OPS 3위(1위 최형우, 2위 디아즈), WRC+ 166.9로 리그 2위(1위 최형우)를 기록하고 있어요. 여전히 득점권 활약은 형편 없는데, 타율 .268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활약을 하고 있는 걸 보면, 퇴출 소리가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 소리인지 알 수 있죠. 물론, 저도 고척 3연전에서는 퇴출 소리가 튀어나오긴 했습니다만

 

득점권에서 안 좋은 모습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득점권에서 안 좋은 모습이 정말 계속 된다면 위즈덤을 1번으로 쓰는 방안도 확실히 고려해볼만 합니다. 올해 KIA 타선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1번 타순이기도 하니까요.

 

위즈덤은 일단 출루율이 좋고, 발도 빠른 편입니다.(현재 3도루 0실패) 1번으로 쓰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김선빈, 김도영, 나성범이 모두 복귀하면 위즈덤 1번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이 경우 베스트 라인업은 아래와 같이 짤 수 있죠.

 

1번 위즈덤(1루수)

2번 박찬호(유격수)

3번 김도영(3루수)

4번 최형우(지명타자)

5번 김선빈(2루수)

6번 나성범(우익수)

7번 오선우(좌익수)

8번 김태군/한준수(포수)

9번 김호령(중견수)

 

이렇게 짜면 공수균형을 모두 고려할 때 가장 이상적인 타순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 김선빈과 나성범이 돌아온다고 하니, 1루수 오선우, 3루수 위즈덤으로 일단 가고, 좌익수 한 자리는 이창진, 고종욱, 김석환 등을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기용하면 되죠.

 

하지만, 주전 멤버들이 돌아온다고 지금보다 더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6월 승률에서 더 높은 승률을 기록하는 건 현대 야구에서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다만, 주전 멤버들이 다 돌아오면 5할 밑으로 쳐질 가능성은 매우 낮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의리가 돌아와서 마운드의 깊이를 두텁게 해준다면 6월에 근접한 승률을 또 기대할 수 있고요.

 

 


선수 단평

 

  • 이창진 - 오늘이 마지막 기회였을텐데... 
  • 최원준 - 6회 찬스를 더 이어가지 못한 건 아쉽지만, 9회에 끈질긴 승부 끝에 안타를 치고 나간 모습은 좋았다.
  • 박찬호 - 뱃 컨트롤이 이렇게 좋았나?
  • 최형우 - 충분한 휴식, 내일 기대 걸어도?
  • 김석환 - 조병현의 공을 치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함
  • 고종욱 - 마지막 조병현의 공은 그야말로 지렸다.
  • 오선우 - 병살만 아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 한준수 - 슬슬 올라오나?
  • 박민 - 유격수 시범. 박찬호보다는 확실히 투박하다.
  • 김규성 - 볼넷 나간 게 어디냐
  • 이호민 - 이도현이 아니라 이호민을 선발로 썼어야 했다.
  • 성영탁 - 삼진은 못 잡지만, 정교한 커맨드와 무브먼트로 SSG 타선을 완벽히 잠재우다.
  • 김대유 - 오늘처럼 던지면 곽도규, 이준영이 아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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