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타자들은 어제와 동일하게 6득점을 뽑아줬습니다. 다만, 어제와 다른 것은 투수들이 어제는 9실점을 했지만, 오늘은 3실점을 하면서 키움 타선을 막았죠. 오늘도 위즈덤은 혈막 역할을 했지만, 하위 타선에서 김호령의 2타점 2루타가 결정적이었고, 7회에는 고종욱의 대타 홈런이 나오면서 승기를 굳혔죠. 9회 무사 만루에서 박찬호의 적시타로 1득점을 더 내면서 가비지 이닝을 만들 수 있었지만, 위즈덤의 삼진과 최형우의 병살로 9회에 정해영이 등판한 것은 오늘 경기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선발투수들도 휴식 없이 고생하고 있지만, 지금 전상현, 조상우, 정해영도 많은 공을 던지면서 고생하고 있죠. 그런데 6회까지 78개 투구에 그친 올러는 7회에 올리지 않고 전상현, 조상우, 정해영을 또 기용한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화요일 경기도 아니고, 올러에게 7회까지 맡겼으면 8회 전상현, 9회 조상우로 끝낼 수 있었죠. 한 명이라도 덜 쓸 생각을 해야지, 왜 이런 투수 운용을 했는 지 매우 불만입니다.
올러, 어떻게 보면 위즈덤과 비슷한 증상(?)
초반 올러의 공은 그야말로 쩔어줬습니다. 150km/h을 상회하는 포심을 하이 존에 우겨 넣으면서 3회까지 삼진을 4개 잡아내며 키움 타선을 1볼넷 무피안타로 막았죠. 초반에는 변화구를 거의 던지지 않고 포심만 주구장창 던졌는데 타자들의 방망이가 따라 나오질 못 했습니다.
다만, 올러의 가장 큰 단점인 '몰아서 실점하기'가 오늘 경기에서도 반복됐습니다. 오늘 올러는 6이닝 동안 안타를 5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는데 이 중 4개가 4회말 수비에서 몰아서 나왔습니다.
4회 실점 과정을 복기해보면, 첫 타자 임지열에게 빠른 공을 던졌는데 빗맞은 안타가 나옵니다.(여담으로 이동현 해설은 정말 못 듣겠더군요. 빗맞은 안타가 나왔는데도 타자가 잘했다고 칭찬;; 심지어 이주형의 빗맞은 내야안타마저도... SPOTV는 KIA 따라 다닐 거면 이대형이나 쓰지 왜 계속 민훈기에 이동현인지) 최주환은 2루수 뜬공으로 잘 잡았는데 이주형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아주 절묘하게 잘 떨어졌는데 방망이 끝에 맞으면서 3루수 앞 내야안타가 되면서 위기가 찾아왔죠.
문제는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의 모습입니다. 이때부터 마운드에서 신중한 투구는 없어지고, 너무 쉽게 승부하려고 합니다. 이주형의 내야 안타로 만들어 진 1사 1, 2루에서 스톤에게 가운데 149km/h 포심을 넣었습니다. 스톤이 아직 적응을 못 해서 그렇지, 타구 자체는 아주 잘 맞았죠.
여튼, 스톤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고 하위 타선이 나오니 이대로 무실점으로 이닝 끝나나 싶었는데 주성원에게 던진 2구째 포심이 한가운데로 들어가면서 깔끔한 좌중간 적시타가 됩니다. 오늘 나온 안타 중 가장 깔끔하게 허용한 안타였어요. 이어서 어준서를 상대로도 유리한 카운트 잡고 던진 슬라이더가 또 존으로 들어가면서 안타가 됐죠.(물론, 이 타구도 살짝 빗맞긴 했습니다.)
심지어 3루 땅볼로 끝난 8번 타자 김동헌의 타구도 굉장히 잘 맞은 타구였습니다. 2구째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밋밋하게 들어가면서 정타가 됐죠. 위즈덤의 수비 정면으로 가서 다행이지, 1m만 옆으로 갔으면 3실점 째도 가능했습니다. 첫 두 타구는 운이 없었지만, 마지막 타구에서 운이 따랐죠.
올러의 이런 모습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올 시즌 올러의 득점권, 주자 있을 때, 주자 없을 때의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자가 없을 땐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투수이자 곧 메이저리그로 갈(제발 가라) 폰세의 기록(ERA 0.75, 피OPS .516)보다 뛰어납니다. 그런데 주자가 있으면 윤영철(피OPS .734)보다 못한 투수가 됩니다.
물론, 주자가 있을 때 투수들의 기록이 더 나빠지는 것은 맞습니다. 주자를 묶기 위해서 수비수들이 수비 쉬프트를 걸지 못 하니, 내야가 넓어지면서 안타가 나올 확률이 높아이죠. 그런데 곧 메이저리그로 갈 폰세는 주자가 있을 땐 피OPS가 .425까지 떨어지고, 폰세의 득점권 피OPS는 .297 입니다.(놀랍게도 피안타율이 아님)
폰세만큼 하라는 건 아닙니다. 팀 동료인 네일만큼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네일은 주자 없을 때(피OPS .588) 주자 있을 때(피OPS .614), 득점권일 때(피OPS .612) 기록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요. 그런데 올러는 그 격차가 너무 큽니다. 주자가 없으면 메이저리그 갈 투수고, 주자가 있으면 KBO에서 퇴출될 투수입니다.
처음에는 단순 우연인 줄 알았는데, 시즌 반이 되도록 이 기록이면, 그냥 올러의 문제라고 봐야해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봐야죠. 주자가 나가면 슬라이드 스텝을 하면서, 공의 위력이 줄어들거나(문제는 투구폼이 커서 도루 허용이 잦음) 그게 아니면 주자가 나가면 멘탈이 흔들려서 제구력이 나빠지거나.
확실한 건 올러의 모습을 보면, 이러니까 메이저리그에서 롱런을 못 했다는 걸 알 수 있다는 겁니다. 거꾸로 말하면? 주자가 있을 때의 기록만 조금 나아지면 KBO에서 장수할 수도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는 거죠. 팀에서나 선수 본인이 이 문제에 대해서 잘 진단하고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하지만 너무 개선되면 메이저리그로 가버린다구~)
김호령, 이렇게 꺾이나 했는데 반등의 활약을 보인 하루
오늘도 위즈덤이 KIA팬들을 괴롭히면서 어려운 경기가 됐는데 경기의 실마리를 풀어 준 게 김호령이었죠. 4회 최형우의 행운의 코스 안타와 이제는 나성범보다 잘 하는 오선우의 우전 안타, 그리고 황대인의 아쉬운 라인드라이브(불리한 카운트에서는 최선의 타격이었음) 이후에 타석에 들어섰는데, 김선기가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는 걸 이미 알았다는 듯이 초구에 존으로 들어 오는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힘찬 스윙으로 좌측 라인 선상으로 떨어지는 명품 2루타를 칩니다.
김호령은 6회에도 2사 이후에 김선기의 빠른 공이 가운데 몰리는 걸 놓치지 않고 좌익수 앞으로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렸죠. 수비는 오늘도 든든했고, 좋은 타격까지 하면서 오늘 팀이 이기는 데 타자 중에서는 1등 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김호령은 타율 2할 5푼만 쳐도 가치가 있다는 말을 많은 야구팬들과 해설가들이 했는데 현재 .250을 치면서 증명을 해내고 있죠. 심지어 WRC+도 94.1을 기록하면서 리그 평균에 가까운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요.
다만, 여전히 김호령이 타격에서 눈을 뜨고 스텝업 했다고 하기엔 더 지켜봐야 합니다. 타격에서 눈을 떴다고 평가하려면 WRC+ 100은 넘겨야죠. 그리고 컨택률이나 순장타율 등에서 예전 커리어와 비교할 때 크게 발전한 것도 아닙니다. 올해가 투고타저라서 세이버 스탯이 상대적으로 잘 나오고는 있는데 클래식 스탯에서 2017년(OPS .732), 2020년(OPS .698)보다 크게 나아진 건 아니에요.
여전히 김호령은 9번을 쳐야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나이 33살이라 사실, 여기서 더 발전을 기대하는 것도 욕심이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수비력 하나만큼은 확실한 선수이니, 지금처럼 하위 타선에서 딱 한 방씩만 쳐주면 그걸로 고마운 거죠. 수비력만 계속 유지한다면 김호령은 아마 5~6년은 더 1군에서 버틸 수 있을 겁니다.
타선의 짜임새가 좋아지고 있는 와중에 3번 타순은 고민
이창진이 복귀하면서 KIA 타선의 짜임새가 상당히 좋아졌죠. 아래는 오늘 KIA 라인업의 6월 성적입니다.
1. 이창진 - .205 / .415 / .333 / .748
2. 박찬호 - .325 / .391 / .458 / .849
3. 위즈덤 - .282 / .371 / .500 / .871
4. 최형우 - .279 / .410 / .500 / .910
5. 오선우 - .286 / .390 / .486 / .876
6. 황대인 - .172 / .219 / .310 / .529
7. 김호령 - .278 / .365 / .389 / .754
8. 김태군 - .216 / .367 / .297 / .664
9. 박 민 - .188 / .235 / .438 / .673
좌완이라서 황대인과 박민이 나왔는데, 우투수가 나오면 최원준(6월 OPS .682)이나 김석환(6월 OPS .742), 한준수(6월 OPS .807)이 라인업에 들어와서 조금 더 기록이 이뻐지죠.
위 기록만 보면, 위즈덤 활약은 여전히 빼어납니다만, 어제 오늘 9타수 0안타 삼진 7개는 도를 넘었죠. 뚜껑이 덮인 곳에서 뛰면 기분이 안 좋아지나?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인데, 지금 이창진과 박찬호가 출루율 4할 이상 또는 그 근접한 기록으로 찬스를 많이 만들어주고 있는데 위즈덤이 계속 끊어 먹으면서 팀 득점력에 저하를 가져오고 있죠.
지금 오선우가 나성범보다 잘 하고 있는데, 3번은 오선우를 쓰는 게 맞는 것 같고, 위즈덤은 5번으로 내리는 게 나아 보입니다. 3번에 들어 오니까 앞에 주자들을 자기가 들여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지 못 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고요.
위즈덤은 올해 이국 생활이 처음일테니, 타순 적응에 대한 배려는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득점권에서도 지금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이면, 그때는 재계약인 거고, 끝까지 득점권에서 약한 모습을 극복하지 못 하면, 이대로 안녕이죠.
여튼, 이창진이 복귀하고 박찬호가 날아 다니면서 타선 짜임새가 좋아지고 있는데, 위즈덤이 참 걱정 거리입니다. 3번에 김도영이 들어오는 게 역시 가장 이상적인 그림인데, 김도영이 올 날짜는 아직 멀었고... 언제쯤 베스트 라인업이 가동될 지 깝깝하네요.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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