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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KIA : LG - 팽팽한 투수전을 이겨내다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5. 4. 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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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오늘 양팀 투수들이 정말 좋은 공을 던졌죠. 특히, 임찬규의 경우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투구가 돋보이더라고요. 지금의 임찬규를 보면 롯데 에이스 손민한이 생각납니다. 구위가 엄청 뛰어난 건 아닌데, 수 싸움을 잘 하고, 대부분의 구종 커맨드가 좋다보니 수 싸움에서 말리면 찬스를 잡고도 무산시키는 경우가 많네요.

 

네일도 좋은 공을 던졌습니다. 다만, 6회에 첫 타자 홍창기(9구 승부)와 김현수(6구 승부)에게 많은 공을 던지면서 흔들렸죠. 스위퍼나 투심이나 악력 소모가 큰 구종들이라서, 첫 두 타자에게 많은 공을 던지다보니 손에서 빠지는 공이 늘었습니다.

 

 

막상, 네일의 2실점은 오스틴의 1-2루간 코스 안타여서 운이 없었다 볼 수 있는데, 오지환에게 허용한 2루타도 그렇고, 다음 타자 박동원의 좌익수 플라이가 등골을 서늘하게 했죠. 스위퍼가 풀려서 가운데에 형성됐고, 타구음도 경쾌했는데 다행히 담장 앞에서 잡혔습니다. 만약, 이 타구가 담장을 때렸거나 넘겼으면 오늘 경기 내줬을 것 같아요.

 

타선에서는 2번 타자 김선빈이 존재감을 어필했죠. 1회에 2루타를 치면서 선취점의 디딤돌을 놔주기도 했고, 7회 1사 2, 3루에서 3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당하며 2아웃 상황. 점수를 뽑기 어려울 수 있었는데, 김영우의 변화구를 아주 정확하게 받아 쳐서 결승타를 쳐줬습니다. 단연코 오늘 타자들 중 승리의 1등 공신이라고 생각해요.

 

 

조상우 안 데리고 왔으면 어쩔 뻔

 

네일이 6회에 많은 공을 던지면서 한계 투구수에 도달하는 바람에 나머지 3이닝을 불펜진이 오롯이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죠. 그리고 7회 전상현, 8회 조상우, 9회 정해영이 위기를 맞이했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며 1위 팀을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후술하겠지만, KIA는 타선보다는 투수진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승리계투조는 확실히 만들어 뒀습니다. 아직도 트레이드를 아쉬워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조상우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전년도 우승팀이 최하위권에 떨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 같습니다.

 

물론, 1라운드 픽과 4라운드 픽(이 픽이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지만)을 소모했기에 우승을 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조상우 오늘 투구를 보니 향후 FA 잔류까지도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팀에 우완 정통파 강속구 투수가 없으니 더더욱 필요한 존재이고요.

 

 

그 전까지 조상우는 구위가 아닌 '관록'으로 막는 모양새였는데, 오늘은 확연히 구위가 좋아진 모습입니다. 3월 29일부터 4월 19일 사이에 조상우 포심의 평균 구속이 145km/h를 넘은 경기가 한 경기도 없었는데, 오늘 포심 평균 구속이 147.4km/h를 찍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타석이 오스틴을 삼진으로 잡아낸 투구였죠. 4개의 공을 모두 포심으로만 던졌는데, 2구째는 파울이라 151km/h까지 찍혔다지만, 초구부터 149km/h 그리고 3구째 볼도 149km/h를 찍고, 마지막 헛스윙으로 돌려 세운 포심은 오스틴의 몸쪽 높게 솟아 오르는 느낌이 드는 146km/h 포심이었습니다.

 

시범경기 때만 하더라도 구위에 자신이 없어서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낚는 투구 일변도였는데, 오늘은 전성기의 60% 수준(조상우 전성기는 어마어마했죠.)으로 구위를 회복한 모습이라 힘으로 윽박지르는 투구를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포심 구사율도 58.8%를 기록해 시즌 평균(48%)보다 10%p나 높았습니다.

 

 

스텝업한 정해영?

 

그리고 전 계속 주장하는 바인데 정해영은 스텝업했다고 생각해요. 이를 잘 보여주는 지표가 '포심 평균구속'입니다. 아래는 정해영의 데뷔 이래 연도별 포심 평균 구속입니다.

 

2020년 143.1km/h

2021년 144.0km/h

2022년 144.6km/h

2023년 143.2km/h

2024년 145.5km/h

2025년 148.4km/h

 

데뷔 해와 비교하면 평균 구속이 5km/h 이상 상승했고, 작년과 비교해도 3km/h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고교 시절만 해도 하드웨어만 좋지, 공이 느리다며 박시원(NC)을 1차 지명하지 않고 공 느린 정해영을 뽑았다고 비판도 많이 받았는데, 스카우트의 시각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고 있죠.

 

 

제 리뷰를 유심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정해영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박한 팬 중 한 명입니다. 마무리 투수치고는 구속이 떨어지고, 구속이 떨어져서 탈삼진율이 낮은 게 문제라고 비판했죠. 마무리 투수의 가장 큰 덕복은 '탈삼진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컨택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게 9회에요.

 

정해영이 낮은 구속에서도 버틴 이유가 좋은 디셉션에서 나오는 하이 패스트볼로 뜬공 아웃을 잘 잡아냈기 때문인데, 올해는 디셉션을 유지하면서도 구속을 끌어 올리면서 탈삼진율에서 커리어 하이 기록을 쓰고 있습니다. 아래는 데뷔 이래 정해영의 탈삼진율(상대타자 대비 탈삼진 확률)입니다.

 

2020년 18.6%

2021년 18.0%

2022년 18.1%

2023년 13.8%

2024년 23.8%

2025년 31.5%

 

2023년과 비교하면 탈삼진율이 두 배 이상 좋아졌습니다.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24살에 이르러서 정해영은 기량의 완성을 이루어낸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풀시즌 기록이 아닌 한 달 뛴 기록이기에 지금의 탈삼진율이 시즌 내내 유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정해영의 구속이 빨라지면서 탈삼진율이 높아지긴 했는데 투구 패턴이 너무 단조로운 점은 수정할 필요가 있어요. 정해영 피칭 디자인을 보면,

 

 

바깥쪽 포심 150km/h 꽂기 - 어? 안 되네? 볼 - 바깥쪽 포심 150km/h 꽂기 스트라이크 - 성공? 그보다 더 높은 포심으로 헛스윙 삼진, 혹은 떨어지는 슬라이더나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이렇게 던지는 데 바깥쪽 포심 일변도라서 타자들이 예측 스윙하기 딱 좋습니다. 여기에 제대로 한 방 맞은 게 최주환에게 맞은 뼈 아픈 2루타였죠.

 

그래서 오늘 박동원에게 던진 것처럼 커터를 섞어 던지려는 시도를 하는 것 같은데, 커터 각이 무뎌서 140km/h 포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죠. 그러니까 배럴 타구를 허용했고요. 아직 커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정해영은 타자 몸쪽을 꽂아 넣을 수 있는 투구법만 깨우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할 지 모르겠습니다. 정해영이 150km/h 포심을 타자 몸쪽으로 꽂아 넣는 날은, 그가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릴 날로 보거든요. 쉽지 않겠지만, 아직 젊은 선수이다보니, 몸쪽으로 꽂는 커맨드도 완성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메이저리그 안 가는 한 10년 넘게 마무리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김도영, 아직 정상 타격감은 아닌 듯?

 

복귀 첫 날, 대타로 나와 적시타를 치며 존재감을 뽐냈고, 어제는 홈런까지 치면서 괜히 슈퍼 스타라는 모습이 아니라는 평을 들었지만, 확실히 경기 감각이 떨어지다보니 오늘은 4타수 무안타에 그쳤습니다. 어제 홈런도 완벽한 스윙에서 나온 게 아니라 운이 따랐다고 생각하고요.

 

첫 두 타석은 임찬규의 공이 너무 절묘하게 들어갔습니다. 3구 삼진을 당했는데,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 모두 ABS 끄트머리에 걸렸죠.

 

문제는 마지막 두 타석이에요. 마지막 두 타석 때 김도영이 친 투구의 코스를 보면-

 

 

임찬규의 체인지업이 가운데 높게 들어 갔는데 평범한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 났고.

 

 

김진성의 주무기인 포크볼이 역시 가운데 높게 제구됐는데, 2루수 평범한 팝업으로 끝났습니다. 이전 타석과 동일하죠.

 

타격감이 정상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타격감이 안 좋아도 움직임이 크지 않은 빠른 공은 어떻게 대처는 가능하지만, 타격감이 안 좋으면 존에서 형성되는 변화구에 대한 컨택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아직은 정상 컨디션 같진 않습니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빨리 감을 찾길 바래야죠.

 

 

향후 KIA 성적? 투수진의 뎁쓰 보강이 관건

 

주초 삼성과의 2연전을 모두 내주고, 주말 LG를 상대로 2승 1패로 선전하긴 했습니다만, 투수 대진운이 좋았죠. 첫 경기야 손주영 VS 양현종 매치업이라 이기기 쉽지 않았고. 2차전은 대체선발 VS 올러 라서 당연히 이겼어야 할 경기. 그리고 오늘은 팽팽한 매치업이었지만, 역시 ERA 0점대였던 네일의 경기(심지어 승리계투조도 대기 중)라서 잡았어야 할 매치업이었습니다. 그냥 이길만한 매치업을 이겼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KIA 외국인 투수 2명과 나머지 국내 선발투수 3명의 결과가 대조적이라는 점입니다. 대충 본 건대, 네일과 올러 등판 때 KIA의 전적은 11승 2패. 그리고 국내 선발 투수가 나왔을 때는 2승 13패라고 합니다. 매우 극단적이죠.

 

 

김도현은 승운이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양현종과 윤영철(황동하) 슬롯이 너무 약하죠. 게다가 김도현도 풀시즌 증명된 선수가 아니고 시즌 시작은 5선발이었기에 과도한 믿음은 금물이고요.

 

그나마 6월에 이의리가 복귀한다고 하지만, 아직 6월까지는 한 달 이상이 남아 있고, 그때까지 김도현이 얼마나 버텨줄 지 모르겠습니다. 양현종 역시 반등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고, 차라리 황동하가 잘던져주길 바라는 게 현실적인 기대치 같아요.

 

그리고 선발보다 더 심각한 건 승리계투조와 '추격조'의 차이입니다. 지금 KIA는 추격조가 없어요. 김건국, 임기영, 김대유가 맡아 주고 있는데(이준영은 원포인트) 셋 다 1이닝을 1실점으로 막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없습니다. 추격조에서 실점을 많이 해 버리면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동력이 사라집니다.

 

 

역시 이의리가 복귀하고 황동하가 추격조 쪽으로 빠지면 그나마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해도 투수 뎁쓰가 너무 허약합니다. 지금 각 팀에서 새로운 투수들이 150km/h을 뻥뻥 던지면서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KIA 마운드에는 150km/h을 뻥뻥 던지면서 1군 마운드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투수들 얼굴 보기 힘듭니다.

 

지금 KIA 타력이 저점인데, 김도영이 복귀하고 위즈덤과 나성범까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면 어느 타선과 견주어도 파괴력 있는 타선이 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투수력은 그런 믿음이 없습니다. 이의리가 스텝업을 해야 1위 경쟁이 가능할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선발진과 불펜진 투수 뎁쓰가 처참합니다.

 

결국, 이의리가 복귀할 때까지도 KIA는 버티기 모드를 해야 할 것 같고, 승부를 던져야 하는 시기는 이의리가 돌아 올 6월이 될 것 같아요. 물론, 돌아 온 이의리가 그동안의 볼질을 잊고, ABS 시대에 걸맞는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대며 삼진을 잡아대며 상대 타자들을 우후죽순처럼 쓰러뜨려야 겠죠.

 

 


선수 단평

 

  • 박찬호 - 잇달아 따르는 타구 운. 역시 운은 돌고 돈다.
  • 김선빈 - 어제 2번에서 못 친다고 깠더니, 결정적인 2루타와 결승타를 때려 냄
  • 최형우 - 나 아직 안 늙었다.
  • 오선우 - 삼진 2개를 당하긴 했지만, 두 번째 타석 뜬공도 그렇고. 타이밍은 좋아 보임
  • 변우혁 - 어제 오늘 탄탄한 3루 수비도 좋았지만 홈런이 될 수 있었는데 아까비...
  • 최원준 - 도대체 슬럼프 극복은 언제?
  • 김태군 - 임팩트 없었던 2루타.
  • 한준수 - 우중간 가른다고 봤는데 박해민이 거기 왜 있죠?
  • 김호령 - 지명 수비수. 역시나 지명 수비수.
  • 전상현 -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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