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KIA : 삼성 - 답 없는 수비, 답 없는 투수 뎁쓰

 

패배의 원인

 

어차피 황동하와 원태인의 매치업이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17점이나 내준 것은 팀이 얼마나 망가졌는 지를 보여주는 결과이죠. 1회부터 디아즈의 홈런으로 리드를 내줬는데 그 이후 KIA는 아무 것도 못 했고, 수비가 또 다시 투수를 지켜주지 못 하면서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수비는 오늘도 여전했다.

 

전 홈런 맞고 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투를 상대 타자가 잘 친 거니까요. 하지만 볼넷을 내주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수비에서 처리할 수 있는 타구를 처리하지 못 하는 건 문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황동하는 윤영철 대신 선발로 나와서 생각보다 잘 던져줬습니다. 1회 디아즈에게 맞은 홈런은 심지어 실투도 아니었죠. 몸쪽 낮게 들어가는 포심이었고 스트라이크가 아닌 몸 쪽 바싹 붙은 낮은 볼이었는데 디아즈의 몸쪽 스윙이 날카롭게 잘 나왔습니다.(다시 확인해보니 디아즈는 몸쪽 낮은 코스에 강한 선수고, 포수는 바깥쪽에 앉았으니 반대 투구로 실투 맞네요.)

 

문제는 3회죠. 일단, 김지찬에게 볼넷을 내준 건 황동하의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이후에 나온 김성윤의 1-2루간 타구를 뒤로 흘린 김선빈의 수비는 정말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건 리그 평균 수준... 아니 평균보다 못한 수준의 수비력을 갖춘 2루수라도 잡을 수 있는 타구였어요. 그런데 뒤뚱뒤뚱 걸으면서 글러브를 내밀었는데 그마저도 절면서 타구를 뒤로 빠뜨렸죠.

 

 

김선빈의 수비 문제는 제가 한 2억 번 지적했으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김선빈의 취약한 수비 범위를 감안하더라도 쓸 수밖에 없을 정도로 김선빈은 공격력에서 보완이 가능하죠. 그런데 오늘 김선빈은 첫 두 타석에서 1구 만에 타석에서 물러났고, 박찬호의 안타로 만들어진 2사 1, 2루 상황에서는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수비에서 잃은 손해를 매꾸기는 커녕, 빚만 더 졌죠.

 

3회 김선빈이 김성윤의 타구를 잡고 처리했으면 1사 2루였을테고, 구자욱을 3구 삼진 잡아서 2아웃, 그리고 디아즈의 1루 땅볼 때 공수교대였습니다. 그런데 김선빈이 김성윤을 처리하지 못 하는 바람에 타격감이 살아 난 김영웅에게 장타까지 맞으면서 추가 2실점을 했죠.

 

3회를 무실점으로 마쳤으면 아무리 상대가 원태인이라도 중반부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김선빈의 수비 실수 하나가(에러로 기록도 안 되면서 황동하 자책점만 올라 간) 사실상 오늘 경기에 마침표를 찍어 버립니다.

 

 

마침표를 찍은 경기에 '처참함'을 더한 게 6회에 나온 최원준의 알까기죠. 운동능력으로 수비를 하는 선수이다보니, 김지찬의 짧은 안타 때, 판단력이 떨어져서 '빨리 잡고 홈에 던져야 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는 바람에 제대로 포구도 하기 전에 송구까지 생각하며 원 히트 원 에러로 타자 김지찬을 홈까지 들여 보냈습니다. 

 

평소 수비를 잘 하는 박찬호가 실책을 했으면, 그냥 '아쉽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원래도 수비가 안 좋은 김선빈, 최원준이 실책을 해 버리니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암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니까요.

 

어제도 언급했지만, 팀 포지션에서 수비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포지션이 '유격수'와 '1루수' 말곤 없습니다. (사실, 위즈덤의 1루 수비도 KBO에서 풀 시즌 증명되진 않았죠. 작년 대비 좋은 이유는 작년이 워낙 1루수 수비가 쓰레기 같아서였고) 내야수는 개선의 가능성이라도 있지(김선빈 대신 홍종표나 김규성을 쓴다면) 외야수비는 개선의 가능성도 없습니다. 그냥 '노답' 입니다.

 

 

그리고 최원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게, 타구질이 정말 개구립니다. 오늘 안타 하나 친 것도 데굴데굴데구르르르 굴러 가는 1-2루간 절묘한 코스 안타였죠. 지금 '라인드라이브'를 만들어낼 수 없는 스윙만 하고 있습니다. 변우혁도 마찬가지에요. 찬스에서 컨택 스윙으로 재미를 보더니, 어느 순간, '자기 스윙'을 잊어 버렸습니다. 

 

최원준은 OPS .583을 찍고 있고, 변우혁은 OPS .558 입니다. 수비가 압도적으로 좋은 선수들이 아닌데 1군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둘 다 '라인드라이브'를 만들 수 있는 타격폼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걸 만들 자리는 1군이 아니라 2군입니다.

 

변우혁이야 아직 풀시즌에서 보여준 게 적으니 김도영 올라오면 2군 내려갈 0순위지만, 최원준은 차라리 타격 안 되는 김호령을 쓸 지언정 1군에서 그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당장 함평으로 둘 다 짐 쌌으면 좋겠어요. 

 

 

처참한 투수 뎁쓰

 

6회에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자, 삼성과 KIA 모두 롱릴리프를 경기에 투입했습니다. 문제는 이기고 있는 팀에서 나온 투수들이 '미래'를 더 잘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삼성에서는 04년생 이호성(1라운더)이 150km/h을 상회하는 공을 던지며 1이닝을 삼진 하나 포함해서 막았고, 05년생 육선엽(1라운더)이 역시 150km/h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며 비록 무사 만루는 허용했을 지언정 병살과 삼진으로 1실점으로 이닝을 막았습니다. 

 

 

반면, KIA는 지고 있는 팀인데도 '유망주'가 아니라 한 물 간 투수들이 마운드를 지켜줬습니다. 88년생 김건국이 올라와서 결정구를 전혀 던지지 못 하고 삼진 하나 없이 5피안타 6실점을 했습니다. 

 

그나마 김건국은 140km/h 후반대의 공이라도 던졌죠.(다만, 구속에 비해 위력이 형편 없는 게 문제) 전 94년생 이형범이 나오는 걸 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지난 두산 전에서 아웃 카운트 하나 못 잡고 4피안타 3실점을 한 투수가 아직도 1군에 있었다고?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이형범은 아웃 카운트 5개를 잡는 동안 6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으로 5점을 줍니다.

 

 

애초에 이형범을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할 게 아니었습니다. 이형범이 1군에서 실적을 낸 건 6년 전인 2019년 두산 마무리 투수로 뛰면서 6승 3패 19세이브 10홀드를 거뒀을 때입니다. 

 

그런데 당시에도 이형범의 구위가 약하고 투심 위주의 맞춰잡는 투구 때문에 '마무리 감은 아니라'는 평이 많았죠. 제가 두산팬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당시 이형범이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잠실'을 홈으로 썼고, 두산 수비진이 탄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KIA는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죠.

 

이형범이 크게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닌데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0이닝 이상을 투구한 건 2022년이 마지막이고, 2023년에는 완전히 주축 투수진이 밀려난 투수였어요. 그런데 2차 드래프트로 낼름 뽑더니, KIA에서는 지난해 15이닝 동안 ERA 7.80. 올해는 현재까지 5.2이닝 동안 안타를 15개나 맞았습니다. 피안타율이 무려 .517 입니다. 왜 아직 1군이죠?

 

 

마지막에 93년생 임기영이 나온 것도 웃기죠. 임기영도 올 시즌 4이닝 던지는 동안 안타를 12개나 맞았습니다. 피안타율이 이형범보다 높아요. .545 입니다. 부진해서 2군으로 내려갔는데 2군에서도 13이닝 동안 피안타율이 .294 였습니다. 뭘 보고 올렸을까요? 오늘 보니 날카롭게 떨어지는 체인지업도 안 보이고 구속은 여전히 140km/h도 안 나오고, 슬라이더는 왜 던지나 싶을 정도로 밋밋합니다.

 

그 전에 올라 온 91년생 김대유는 어떤가요. 전 처음에는 리그에서 2년간 검증된 왼손 불펜투수를 데리고 와서 이득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LG에서 푼 건 다 이유가 있네요. KIA에서 첫 해 ERA 5.11. 두 번째 해 ERA 8.28, 올해 ERA 27.00 입니다. 

 

김건국, 이형범, 임기영, 김대유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넷 다 30대 선수들이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넷 다 구위가 약한 선수들이라는 점입니다. 구위도 약하고 나이도 많은 선수들에게 황금 같은 1군 등판 기회를 줄 필요가 있나요?

 

2군에 이렇게 투수가 없나요?

 

네, 없습니다.

 

KIA 2군 팀 ERA는 27경기 동안 무려 8.45 입니다. 아무리 2군이 ABS 도입과 공인구(이건 심증) 문제 때문에 타고투저가 심하다지만, KIA만 11개 구단 중 유일하게 ERA가 8점대입니다. 

 

다른 팀들은 젊고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한 둘이라도 보이는데, KIA는 안 보여요. 

 

2군 선수들을 일일히 보지 못 했으니 구속을 알지 못해 탈삼진으로 투수들을 줄 세워봤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 이도현 - 21.1이닝 17탈삼진 20볼넷 ERA 12.66
• 김정엽 - 9.1이닝 12탈삼진 17볼넷 ERA 14.46
• 유지성 - 9.0이닝 12탈삼진 4볼넷 ERA 6.00
• 홍원빈 - 12.2이닝 12탈삼진 10볼넷 ERA 1.42
• 김현수 - 13.1이닝 11탈삼진 11볼넷 ERA 5.40
• 김민재 - 14.0이닝 10탈삼진 6볼넷 ERA 7.07
• 임기영 - 13.0이닝 10탈삼진 5볼넷 ERA 4.15
• 윤중현 - 11.1이닝 9탈삼진 1볼넷 ERA 2.38

 

이도현, 김정엽 둘은 ERA와 볼넷을 보면 절대 1군에 올리면 안 될 수준이고, 홍원빈은 ERA와 탈삼진율은 높지만, 볼넷이 여전히 많습니다. 김현수는 공도 느린대 삼진 볼넷 비율이 1:1이고, 그나마 윤중현이 가장 나아 보이네요. (임기영 쓰느니 차라리 윤중현 쓰는 게 나아보일 정도)

 

 

그리고 지난해 KIA 1픽인 김태형은 12.2이닝 동안 볼넷 13개, 삼진 8개, ERA 12.79 입니다. 그 전 해 KIA 1픽인 조대현은 3.2이닝 동안 볼넷 4개, 피안타 11개를 얻어 맞고 있고요.

 

한 때 KIA가 1픽으로 고려했던 김영우는 미천한 고교 시절 성적과 상관없이 지금 1군에서 157km/h을 스트라이크존에 꽂고 있고, 조대현과 함께 KIA 1픽으로 고려했던 원상현은 첫 해 1군에서 매운 맛을 보더니 올해는 15이닝 동안 삼진 15개, 피안타율 .200에 불과한 미친 성적을 찍고 있습니다.

 

물론, 전 아직 조대현, 김태형을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원상현과 김영우 둘 다 유급생이라서 조대현, 김태형(특히, 김태형은 12월생이라 1월생인 김영우와 2살 가까이 차이)보다 포텐을 빨리 터뜨려야 정상이죠.(다만, 조대현이 2월생이라 10월생 원상현과 조대현은 4개월 차이)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 선택들이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유급이라서 픽이 밀렸다고 하는데(사실인지 확인 필요) 유급이든 무급(?)이든 1군에 발도 못 붙이고 사라지는 유망주들이 한 트럭인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뽑았어야 하죠.

 

 

김태형이야 이제 19살이니까 지금 성적 나쁘다고 악평을 할 필요는 없지만, 조대현은 2년간 나아지는 모습이 전혀 없으니 원상현이 더 아쉽긴 합니다. 조대현 바로 뒤에서 KT가 뽑아서 더욱 그런 것도 있고요. (김영우야 KIA만 거른 게 아니고 4팀이나 더 걸렀으니 LG가 대박 건졌다고 봐야) 

 

애초에 KIA 투수 자원이 마른 것도 사실입니다. 괜히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KIA가 우완 정통파로 도배한 게 아닙니다. 원 소속팀에서 방출되고 나이도 찬 김건국과 김승현을 주워 올 정도로 투수 뎁쓰가 형편없었던 건 사실이니까요. 

 

그나마 왼손 투수들은 1군에 많이 안착시키긴 했지만, 올해 송승기, 정현우, 배찬승, 정현수처럼 젊고 구위가 뛰어난 왼손 투수들이 리그에 많이 등장했죠. 이제 1군에 쓸만한 좌완이 많다는 건 KIA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고, 곽도규가 제외되면서 KIA에 왼손 불펜 파이어볼러는 '최지민'이 유일합니다.

 

KIA는 향후 2-3년간은 상위 픽에 투수. 그 중에서도 공 빠른 우완 투수를 집중적으로 스카우트해야 하고 육성을 해야 합니다. ABS가 도입되면서 위력적인 직구를 하이 존에 넣는 투수들이 더욱 유리한 환경이 되었습니다. 올해 외국인 투수들이 그 어느 해보다 좋은 활약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특히, 라팍처럼 타자 친화 구장의 경우 구위는 더욱 중요합니다. 빠른 공으로 타자를 압도해야 평범한 뜬공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라팍에서는 구위가 약한 투수는 쳐맞을 수밖에 없어요. 지난해 삼성 불펜진이 라팍에서 약했는데 배찬승, 이재희, 이호성 같은 젊고 구위 좋은 투수들이 나오면서 삼성 전력이 더 좋아졌죠.

 

아무튼 17점을 내준 것보다 더 비참했던 건, 크게 이기고 있는 상대팀은 150km/h 던지는 20대 초반 선수가 둘이나 나와서 던지고 있는데 그 와중에 크게 지고 있는 KIA는 30대 중반의 선수들이 빌빌 거리는 공을 던져댄 순간이었습니다.

 

 

왜 우리는 새 얼굴을 보기 어려운 걸까요? 스카우트 시스템이나 육성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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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단평

 

박찬호, 위즈덤 둘 만 야구함.

 

나머지는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