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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KIA : 두산 - 톱타자 박찬호, 안정된 불펜진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5. 4. 2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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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초반 잭 로그의 변화구에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 하고, 헛스윙을 남발했지만, 그 와중에 박찬호는 첫 타석을 제외하면 모든 타석에서 안타를 치면서 5타수 4안타의 맹활약을 보였고, 오늘 공격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었던 7회 1사 2, 3루에서 나성범의 2루 땅볼 때 3루에서 홈으로 파고 드는 멋진 슬라이딩으로 동점을 만든 장면이 정말이지 짜릿했습니다.

 

그리고 네일이 두산 타선을 2실점으로 잘 막았고, 6회부터 9회까지 불펜투수들이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막으면서 승리를 지킬 수 있었죠. 그 덕분에 9회에 두산 수비가 자멸하면서 3득점을 뽑아내 비교적 편안하게 이기나 싶더니... 9회말에 정해영이 제구 난조를 보이긴 했지만, ABS 덕분에 양의지를 삼진 잡고 큰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박찬호, 오늘은 정말 1번 타자 역할 제대로 하다.

 

5타수 4안타에 2득점, 톱타자 역할을 아주 잘 해줬죠. 4개의 안타 중 7회에 나온 안타 외에는 모든 정확한 타이밍에서 나온 배럴 타구라는 점도 칭찬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나머지 타자들이 잭 로그의 변화구에 정타를 만들어 내지 못 했는데 팀에서 유일하게 박찬호만 정타를 만들더군요.

 

여기에 2번 김선빈이 볼넷 2개를 얻어 내며, 오늘 KIA는 모처럼 테이블 쉼터가 아닌 테이블 세터 역할 제대로 했는데 정작 중심타선(나성범, 위즈덤, 최형우)이 초반에 적시타를 치지 못 하고 삼진만 당하면서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박찬호 1번 타자에 대해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죠. 저도 박찬호는 1번이 아니라 9번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팀 내에 '1번' 감이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1번 타자라면 정확한 타격과 좋은 선구안을 갖춰야 하는데, 이 조건에 최적인 선수는 김선빈이지만, 아무래도 체력이 약한 게 가장 큰 문제죠. 김선빈이 늘 여름만 되면 보름 이상 성적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는데, 나이도 30대 후반이니 더욱 체력적으로 달릴 시기입니다.

 

김도영을 쓰자니, 또 김도영만큼 정확도와 파워를 갖춘 타자가 중심에 없는 것도 아쉽기도 해요. 전성기 나성범이면 3번 타자로서 최고의 자원이지만, 작년부터 빠른 공에 밀리면서 공갈포 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나성범은 4, 5번을 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형우 역시 전성기 기준이면 어떤 타순이던 좋겠지만, 올해까지 중심타자로 활약해 달라고 기대하는 건 과욕이라고 생각해요.

 

위즈덤이 아주 좋은 선수이긴 합니다만, 확실히 컨택이 문제입니다. 오늘 삼진을 4개 당했는데 존 밖에 형성된 공은 하나도 없고, 모두 존 안에서 형성된 공이었어요. 지금 보면 사이드암 투수에게 지나치게 약하고(9타수 1안타 3삼진) 존으로 형성되는 무브먼트 있는 변화구에 약한 모습입니다. 유인구는 정말 잘 고르는데, 존 안으로 들어 오는 무브먼트 심한 공에 못 쫓아가는게 위즈덤의 가장 큰 약점 같긴 해요. 물론, 더 지켜봐야 겠지만요.

 

 

제가 자주 언급하는 기록이지만, 지난 시즌 박찬호의 후반기 스탯은 (243타석) 타율 .319 출루율 .392 였습니다. 이 스탯에서 타율과 출루율 1푼 정도만 낮아도 리그 상급 톱타자에요. 

 

그리고 박찬호가 컨택이 떨어진다는 오해(?)가 있는데, 올 시즌 스윙을 했을 때 박찬호의 컨택률은 83.9%를 기록하며, 김선빈(94%), 김태군(91.1%) 다음으로 좋습니다. 올해는 스몰 샘플이라 기록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지난해 기준으로도 박찬호의 컨택률은 89.7%를 기록하며, 김선빈(94.5%) 다음으로 좋고, 규정타석 기준 리그 5위입니다. 박찬호 위로는 김선빈, 김지찬, 허경민, 신민재 뿐이에요.

 

톱타자로서 박찬호가 부족한 점은 '인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기준 타석당 투구 수가 3.78개에 불과하고, 팀 내를 기준으로 해도 규정타석 50% 이상 충족한 타자 중 9번째로 타석당 투구 수가 적습니다. 박찬호보다 타석 당 투구 수가 낮은 KIA 선수는 지난해 김태군(3.36개), 소크라테스(3.66개) 두 명 뿐이었어요.

 

올해도 박찬호의 타석당 투구 수는 3.91개로, 위즈덤(4.72), 나성범(4.16), 최형우(4.11), 김선빈(3.95) 다음으로 적습니다. 물론, 앞에 3명은 장타력이 있으니 투수들이 유인구 승부를 많이 하고(그 와중에 위즈덤의 독보적인 타석당 투구 수) 박찬호는 파워가 없으니 투수들이 적극적으로 승부한단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컨택 능력을 많이 성장시켰으니 주자가 없을 때는 스트라이크존을 최대한 좁히고 승부할 필요가 있죠.

 

 

그리고 여담이지만, 기록을 보면 볼수록 김태군은 참 캐릭터가 독특하네요. 컨택 능력이 김선빈급으로 좋은데, 나쁜 공 다 건드리고, 승부가 너무 빠르고, 파워가 없습니다. 김태군 파워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이 좋은 컨택 능력으로 왜 볼을 그렇게 건드리는 지 모르겠네요. 김태군의 스트라이크존 밖 스윙률은 39.2%를 기록하며 팀 내에서 압도적으로 나쁩니다. 김태군이 스트라이크존 밖 스윙률만 15% 이상 줄이면, 박찬호 - 김태군 테이블세터도 쌉 가능해 보이는데...

 

박찬호의 장점이라면 유격수로 뛰고 있음에도 체력이 좋다는 거죠. 심지어 수비의 중요성 때문에 대수비 요원도 없이 거의 풀경기를 뜀에도 불구하고, 내구성이 좋습니다. 반면, 도루 능력이 최근 떨어지긴 했는데 1번 타자로 뛰면 도루도 조금 더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포지션에서 가장 많은 타석에 나오는데, 도루까지 한다? 박찬호 능력으론 힘들다고 봅니다.

 

여튼, 제가 계속 강조하지만, 박찬호가 지난 시즌 후반기를 기점으로 타격에서 무언가를 깨우친 게 맞다면, 1번 타자로 쓰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타니가 1번 치는데 왜 KIA는 김도영이 1번을 안 치냐? 그건 올스타 타선으로 도배한 LA 다저스니까 가능한거죠. 다저스는 MVP 출신 타자만 3명입니다.

 

 

시즌 초 약점이었던 불펜, 이번 주에는 철벽 그 자체

 

시즌 초 KIA가 하위권으로 처졌던 가장 큰 원인은 불펜 방화였습니다. 불펜 ERA가 리그 최하위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주(4월 15일부터 4월 20일까지) KIA 불펜진의 ERA는 2.42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두 번째(1위는 1.84의 한화)로 좋았습니다. ERA 뿐만 아니라 피OPS도 .635를 기록하며 리그 3위였어요.

 

초반에 불펜이 흔들릴 때도 언급했지만, KIA 불펜 ERA가 나빴던 건, 볼넷 허용과 운이 없어서였지, 구위가 얼마나 좋은 지 파악할 수 있는 삼진율은 상위권이었기에 올라올 거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기대대로 이번 주 필승계투조(최지민, 전상현, 조상우, 정해영)가 좋은 활약을 하면서 두 번 연속 위닝 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었고요.

 

 

다만, 곽도규가 빠진 게 너무 아쉽네요. 좌타자를 확실하게 잡아줄 수 있고, 우타자 상대로도 까다로운 공을 던지는 곽도규가 빠진 건 분명히 큰 전력 공백입니다. 최지민이 좋아졌다 한들, 여전히 볼넷이 많아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운을 던지는 느낌이 크고요. 그나마 현재까지 최지민의 가장 큰 약점인 삼진 능력이 올해는 괜찮다는 점에서 더 나아질 거란 희망을 걸어 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지민, 조상우, 전상현, 정해영의 필승조를 뒷받침해 줄 자원이 한 명은 더 필요합니다. 작년 후반기에 희망을 던진 김기훈(19.2이닝 피OPS .683), 유승철(7.2이닝 피OPS .685) 두 1차지명 출신 선수들이 성장세를 보이지 못 하고, 또 밸런스를 잃은 걸 보면, 참 투수라는 직업(?)은 예민하다 싶습니다. 

 

 

조상우는 여전히 구위에 의문이 들고, 최지민은 제구력이, 전상현은 별 걱정은 안 들지만 한 번씩 흔들리는 시기가 있고, 정해영은 구위는 올라 왔는데 오늘처럼 갑자기 밸런스를 잃고 하이 볼을 남발하는 시기가 오고 있어서, 결과가 좋을 뿐이지, 안정적이라는 느낌은 딱히 없죠. 올라오면 편안한 마음이 되어야 하는데 공 던지는 거 보고 있으면 불안불안하고 조마조마합니다. 압도적인 느낌이 없어요. 넷 다.

 

결국, 시즌 중에 2군에서 투수 하나든 둘이든 뚝딱 하고 나와야 기존 불펜진들의 체력 보전이 될 것 같은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2군 투수들 기록을 보면 한숨만 나와요. 아무리 2군 공인구와 ABS 문제 때문에 극한의 타고투저 현상이 있다지만, KIA 2군 ERA가 25경기에서 8.63으로 리그 꼴찌입니다.(1위는 LG 4.85) 25경기 하면서 매경기 8득점 이상 주는 팀이 정상인가 싶네요.

 

물론, 2군은 기록보다는 다른 걸 보는 게 맞지만, 올해 끝나면 2군 육성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물갈이를 했으면 합니다. 우승했으니 좋은 게 좋은거라는 식으로 행동하지 말고, 2군 성적에 대한 책임도 코칭스태프에게 묻고, 투수 육성 시스템에 대한 재점검과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참고로 지난해에도 KIA 2군 ERA는 키움(5.80) 다음으로 나빴어요. 곽도규나 황동하 같은 투수를 하위 라운드에서 건지는 등, 스카우트는 잘 하고 있는데 육성에 아무래도 의심이 갑니다.

 

 


선수 단평

 

  • 네일 - 무사 2, 3루에서 연속 삼진으로 위기를 넘기기 직전까지 간 모습에서 왜 1선발인지 알 수 있었다. 박준영이 친 2타점 체인지업은 타자가 대응을 너무 잘 했음
  • 김선빈 - 김도영 복귀할 때까지는 2번, 그리고 김도영 복귀하면 공포의 5번 타자로 가 주길
  • 나성범 - 이번 주 최악의 타자. 마지막 타석 김택연의 포심을 파울 홈런으로 만든 스윙이 회복의 기점이 되었길
  • 위즈덤 - 약점은 뚜렷하지만, 쉽게 물러나지 않는 모습은 여전함. 잠실 아니었으면 홈런이었을텐데...
  • 최형우 - 확실히 타격 스탯은 떨어졌지만, 필요할 때 한 방은 계속 쳐 주는 클래스
  • 이우성 - 수비까지 잘 했으면 최고의 FA 외야수 매물이 될텐데...
  • 한승택 - 시내루 먹이고도 1루에서 아웃될 뻔...
  • 변우혁 - 수비는 참 좋아졌는데 공격은 왜 그러니...
  • 김태군 - 정수빈 잡아낸 도루 저지는 정말이지 짜릿하고 속이 후련했다.
  • 오선우 - 중요한 상황에서 안타와 볼넷. 이렇게 1군 자원이 되어 간다.
  • 박재현 - 이제는 2군에서 육성해야 할 시간
  • 최원준 - 어제의 모습은 우연이었니? 얼토당토않은 번트 스윙은 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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