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양현종이 오늘도 부진한 투구를 극복하지 못 하고 초반 3실점을 하는 등 마운드에서 9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두들겨 맞는 동안, KIA 타선은 쿠에바스를 상대로 많은 안타를 치고도 결정적인 상황마다 병살타를 치는 등 초반 경기 흐름이 꼬였지만, 경기 중반부터 승부수가 들어 맞아 기어코 역전승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9회 이야기부터 하자면- 박영현 오늘 운이 좀 없기도 했고 제구가 좀 날렸죠. 첫 타자 이우성 상대로 2볼로 몰린 게 문제고, 이우성은 3구째에 존에 들어 오는 빠른 공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치기 좋은 벨트 라인으로 와서 투수를 스치는 코스 땅볼 안타가 됐습니다.
최원준은 2루 땅볼에 그치며 주자를 진루 시키지 못 했지만, 박찬호가 어제의 운 없던 타구 2개를 보상 받는 빗겨 맞은 안타로 1사 1, 3루 찬스가 됐죠. 이런 거 보면, 역시 운은 돌고 돕니다. 결국, 컨택을 해내면 어떤 상황이든 오게 되어 있네요.
박영현이 홍종표를 상대로 이상하게 볼을 남발하면서 만루가 됐는데, 다음 타자가 나성범인 걸 보고 '아, 빠른 공 못 쳐서 삼진 당할 게 눈에 훤하구나 싶었습니다.'
역시나 초구에 한 가운데 들어오는 포심에 헛스윙. 3구 존에 들어 오는 볼 간신히 커트, 6구째 하이 패스트볼에 방망이 헛돌뻔했는데 간신히 스윙 멈췄고, 7구째 박영현이 포심이 아니라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이 체인지업이 정말 '밋밋'하게 들어갔죠. 나성범이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끝내기 만루 홈런이 나왔어도 이상하지 않을 코스였습니다.
전 어째서 KT 배터리가 '체인지업'을 선택했는 지 모르겠습니다. 빠른 공이 계속 커트가 되어서 던질 구종이 없었다고 생각했는 지 모르겠지만, 나성범은 올해 포심의 타율이 .194에 불과합니다. 나성범 상대로 이기는 법? 그냥 포심 존에 넣으면 되요. 특히, 하이 존으로 넣으면 방망이가 다 밀립니다. 그런데 괜히 체인지업 선택했다가 끝내기 2타점 2루타가 됐죠.
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수 교체가 적중
3:0에서 3:2로 쫓아 갔지만, 지고 있는 상황 양현종이 첫 타자 황재균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번트로 1사 2루가 되자, 이범호 감독은 투수를 양현종에서 조상우로 교체합니다. 배정대가 양현종 상대로 삼진을 두 개나 당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상우로 바꿨고, 조상우가 배정대를 풀카운트에서 포크볼을 던져 삼진으로 잡아 위기를 넘겼죠.
양현종으로 계속 끌고 갔으면 아마 실점 확률이 높았을 겁니다. 양현종이 내려가면서 굉장히 아쉬워하던대 본인 오늘 기록지를 봐야죠. 안타를 무려 9개나 맞았습니다.
8회에 전상현이 안타를 맞고, 오윤석의 번트를 2루에 악송구하면서(잡았으면 1사 2루인데) 위기를 자초했는데, 다행히 최원준이 백업을 잘 들어갔고, 현재까지 최원준 올해의 수비급으로 정확한 송구로 장성우를 3루에서 잡아낸 것도 컸습니다. 1사 1루 상황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최원준의 이 송구가 아니었다면 무사 1, 3루였어요. 1점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죠.
하지만 전상현은 다음 타자에게도 안타를 맞으며 위기를 계속 맞았고, 이강철 감독이 병살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우타자 배정대 대신, 좌타자 유준규를 대타로 내세웠고, 유준규가 2루 땅볼을 쳐서 또 다시 앞서 나가는 점수를 만듭니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은 9회초 수비에서도 승부수를 던졌어요. 정해영을 올린 거죠. 첫 타자 로하스는 완벽한 투구로 삼진을 잡았지만, 허경민에게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포심이 벨트 라인으로 들어가면서 안타, 그리고 오늘 타격감이 가장 좋은 김민혁을 상대로 몸쪽으로 포심 잘 붙였지만, 김민혁의 타격 스킬로 1사 1, 3루 위기를 맞았습니다.
다행히 강백호를 상대로 몸쪽 150km/h 포심으로 병살을 만들었는데, 정해영은 강백호나 로하스를 상대할 때처럼 높은 존으로 포심을 던질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범타나 헛스윙이 많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튼, 안타 2개 맞으며 위기를 초래했지만, 정해영을 투입한 승부수도 들어 맞긴 했죠.
박찬호는 1번 써도 뭐라 안 할테니 위즈덤만 제발...
오늘도 라인업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는데, 위즈덤을 또 5번으로 배치한 거죠. 만약, 오늘 경기 위즈덤을 2번이나 3번으로 썼으면 조금 더 쉽게 경기를 풀어갔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부진의 늪에 허우적 대는 나성범이 3번에서 계속 찬스를 끊어 먹는 바람에 위즈덤 앞에 주자가 없었죠.
차라리 나성범을 5번으로 쓰는 게 맞아 보입니다. 나성범이 작년부터 하이 패스트볼에 계속 약점을 보이고, 타격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타격의 정확성이 요구되는 3번 타순과 어울리는 지 잘 모르겠어요. 김도영이 돌아오면 3번 김도영으로 가고, 위즈덤은 2번. 최형우 4번, 나성범 5번으로 쓰는 게 가장 나은 타순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당장 이번 주말 3연전에서는 김선빈이 복귀할테니, 김선빈이 복귀한 내일은 아래와 같이 라인업을 짰으면 좋겠어요.
1번(유) 박찬호
2번(일) 위즈덤
3번(우) 나성범
4번(지) 최형우
5번(이) 김선빈
6번(좌) 이우성 / 오선우
7번(삼) 변우혁
8번(포) 김태군 / 한승택
9번(중) 최원준
박찬호가 컨택으로 투수를 괴롭혀 주고 출루하면 땡큐고. 위즈덤이 실투가 들어오면 장타 치고, 상대가 승부 안 하면 땡큐. 그러면 나성범 - 최형우 - 김선빈 셋 중 하나에게 어쨌든 결과가 만들어질 확률이 높죠. 정확성 높은 김선빈이 해결 못 하면 6-7번에 장타 능력을 갖춘 선수를 배치해서 한 방 야구를 노릴 수 있고요. (8-9번은 어차피 다른 팀도 약하니 패스)
다음 주에 김도영이 건강하게 복귀하면,
1번(유) 박찬호
2번(일) 위즈덤
3번(삼) 김도영
4번(지) 최형우
5번(우) 나성범
6번(이) 김선빈
7번부터는 대충 주사위 돌려도 됨
이렇게 6명으로 구성하면 적어도 2번에서 6번까지는 상대 투수가 쉽게 승부할 수 없는 타선이 됩니다. 사실, 김도영이 1번 치는 게 베스트이긴 한대, 이범호 감독 머릿속에는 '김도영은 무조건 3번'이라는 게 박혀 있어서, 1번 박찬호가 부진하더라도 1번 칠 선수는 김도영이 아니라 다른 선수가 될 것 같아요. 위즈덤 발이 빠른 편이니 파격적으로 1번으로 써보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죠.
양현종, 이제는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줄 때이다.
5.1이닝 3실점. 결과적으로 나쁜 내용은 아니고 이닝을 잘 먹어줬지만, 9개의 안타를 허용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상대 타자들이 양현종 공을 그렇게 어려워 하지 않습니다. 물론, 황재균의 홈런은 운이 좀 없었다고 생각해요. 몸쪽 낮게 잘 넣었는데 발사각 40도가 넘는 타구가 넘어가는 건 운이 별로 없었다고 봐야죠.
초반에 부진했지만, 이후에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인 2019년의 사례를 꺼내며, 양현종의 부진은 일시적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건 무려 6년 전 일입니다. 6살을 더 먹은 양현종이 여기서 투구 퍼포먼스를 끌어 올릴 수 있을까요? 매우 회의적입니다.
양현종의 가장 큰 문제는 포심이 상대 타자를 압도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래는 양현종의 최근 5시즌 포심 피안타율과 피OPS 입니다.
올 시즌이야 아직 스몰샘플이라 지금보다 당연히 좋아 지겠지만, 5시즌 연속 포심을 던졌을 때의 결과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선수 본인이 인지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리고 전 양현종의 더 큰 문제가 '변화를 주지 않는 투구 패턴'이라고 생각해요. 워낙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어서 KBO의 모든 타자들은 양현종의 주무기를 다 압니다. 포심으로 카운트 세팅을 하고, 체인지업을 승부구로 던진다는 것을요. 그래서 체인지업을 날카롭게 떨어뜨려도 안 속거나, 체인지업 타이밍을 노리고 정타를 만듭니다. 그런데 양현종은 변화를 주지 않고 있어요.
네일이 올해 잘 던지는 이유는 피칭 디자인에 '변화'를 줬기 때문입니다. 제3구종이 약해서 오프시즌 동안 체인지업을 갈고 닦았습니다. 그 결과가 체인지업 피OPS의 급격한 하락(전년도 .827 / 올해 .421) 입니다. 지난해 ERA 1위를 한 네일조차 변화를 주는 데 양현종은 왜 변화를 안 줄까요?
냉정한 말이지만, 김태균이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후배의 길을 가로 막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하죠. 지금이야 KIA 5선발이 확실하지 않으니 양현종의 자리가 보장되어 있지만, 6월에 이의리가 건강하게 합류하고, 윤영철이 나아지면, 그때는 5선발 자리도 타이트해집니다. 심지어 작년에 5선발 역할을 잘 해 준 황동하도 있죠. 설마 이의리 왔다고 김도현을 불펜으로 쓸 리는 없겠죠?(라고 적었는데 그럴 가능성도 커 보임ㅋㅋ)
양현종은 여기서 더 변화를 주지 않으면 '후배 길을 막는 선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포심에 대한 고집은 꺾을 때가 됐어요. 이제는 투심이든 커터든 변형 패스트볼을 던져야 합니다. 양현종 정도의 제구력과 커맨드 능력이라면 변형 패스트볼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만 하면, 삼진 잡는 투수에서 범타로 유도하는 투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말년의 송진우나 손민한이 그랬던 것처럼요.
후배 길 막고 있다는 소리 안 듣고 싶다면, 그리고 선수 생활 막바지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싶다면- 변화를 줘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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