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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KIA : SSG - 새 외국인 선수 듀오의 맹활약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5. 4. 1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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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시즌 초반이고 LG 빼고는 다들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큰 의미 부여하긴 어렵지만 지난해 우승 팀이 단독 10위까지 떨어진 것에는 팬들도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 무려 127경기나 남아 있습니다. LG의 전력이 너무 좋아서 올해 1위는 상당히 어려워 보이긴 한대, 그래도 전력이 안정되면 3위 안에는 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당장에 2위 SSG와 3경기 차이 밖에 안 됩니다.

 

오늘 경기는 초반 올러의 호투와 위즈덤의 투런 포로 앞서 갔지만, 이지영이 9구 승부 끝에 1루 베이스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넘어가는 2루타를 치고 나갔고(1 운 없음), 현원회의 방망이는 올러의 154km/h 포심을 간신히 커트 하는 데 그쳤는데 이게 하필 수비 쉬프트 때문에 1루수가 2루 쪽으로 치우친 바람에 또 다시 운 없는 2루타가 되고 말았죠.

 

어제도 현원회의 빗맞은 안타부터 꼬였는데 오늘도 똑같은 타자에게 맞아서 또 경기가 꼬이나 싶었고, 5회 김태군의 2루타 이후, 김규성의 번트로 만들어진 1사 3루에서 박찬호가 초구 존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어정쩡하게 건드리면서(너 잘 하는 플라이를 날려야지...) 2사 3루. 또 이렇게 경기가 꼬이나 싶었는데 오선우가 문승원의 초구 빠른 공을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시키면서 리드를 잡았습니다.

 

 

 

 

오늘 가장 활약이 좋았던 선수는 위즈덤과 올러였지만, 오늘 경기 승부에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바로 이 오선우의 대형 2점 홈런이었어요. 1사 3루라는 좋은 찬스를 무산시키면 최하위에 쳐졌다는 것 때문에 나빠진 팀 분위기가 더 나빠졌을텐데 오선우의 이 한 방이 팀 분위기를 크게 바꿔놨습니다.

 

이 홈런 이후에 KIA 타선은 모처럼 활발한 타격을 보이며, 6회 4득점을 하면서 경기를 쉽게 잡았습니다. 9회에 김대유의 불쇼는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 했죠.

 

올러, 리그에서 두 번째로 출루 허용이 적은 투수

 

오늘 올러는 2회에 이지영과 현원회에게 맞은 불운한 2루타 2개(이지영 타구는 잘 맞기라도 했지만, 현원회 타구는...) 외에는 안타를 단 1개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볼넷도 흔들렸던 3회에 정준재에게 허용한 1개 뿐이고요. 즉, 3회를 제외하면 올러는 1, 2, 4, 5, 6, 7회를 주자 출루 없이 퍼펙트로 막았어요.(7회에는 수비 도움도 받았고)

 

올러의 주무기는 쓰리쿼터 각도에서 나오는 무브먼트 심한 빠른 공이네요. 좌타자들은 올러의 빠른 공이 몸 쪽으로 올 때 피하는 액션을 취했는데 이 공이 몸쪽 보더라인으로 들어 오면 타자들은 대응을 못 할 정도로 움직임이 좋습니다.(한유섬과 박성한이 이 투구에 루킹 삼진을 당했죠.) 우타자들도 올러의 빠른 공이 몸쪽으로 들어 오면 땅볼에 그쳤고, 좌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살짝 흘러 나가니 방망이 끝에 맞아서 뜬공이 많이 나오죠.

 

정작, 올러의 주무기라고 할 수 있는 슬러브는 오늘 경기에서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삼진이 4개에 그쳤고요. 오늘 빠른 공이 좋았기 때문인지, 김태군도 빠른 공 위주의 볼배합을 해서 전체 투구의 3분의 2가 포심이었고, 슬러브는 24.2% 정도, 커브와 체인지업은 거의 던지지 않는 등 투 피치 투구를 했습니다.

 

 

현재 올러는 ERA만 안 좋지(3.75) 세부 스탯은 리그 탑급입니다. 이닝 당 출루 허용(WHIP)은 네일에 이어서 리그 2위(0.88), 피안타율(.183) 리그 4위, 피OPS 리그 6위(.548) 입니다. ERA 순위는 리그 19위 이지만, 이렇게 세부 스탯이 좋으니 지금의 투구 퀄리티를 유지만 해줘도 ERA는 알아서 좋아질 겁니다.

 

지난 올러 경기 리뷰에서 올러의 단점으로 미국 무대에서 볼넷 허용이 많다는 점을 꼽았는데, 오늘 올러는 차라리 가운데 던질테니 칠테면 쳐봐라는 심정으로 그냥 존 안에 빠른 공을 꽂아 넣었고, 그게 좋은 결과로 연결됐죠. 

 

마이너리그, 메이저리그와 KBO 무대에 가장 큰 차이는 '장타력' 입니다. 미국에서야 벨트 라인으로 투구가 들어가면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얻어 맞지만, KBO에서는 일부 타자들을 제외하면 그냥 가운데 넣어도 홈런이 잘 나오지 않죠.

 

미국에서는 9이닝 당 볼넷이 5.7개일 정도로 볼 질러였던 헤이수스가 KBO 첫 해 9이닝 당 볼넷이 2.3개 수준(리그 9위)으로 좋아진 것도 별 거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라? 가운데 던졌는데도 못 치네?" 라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존을 공략한 결과, 제구력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듣던 헤이수스가 리그에서 가장 제구력이 좋은 투수 중 한 명으로 변모를 한 거죠.

 

 

올러도 똑같은 생각으로 던지면 됩니다. 올러의 무브먼트와 구속은 KBO에서는 공략 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한가운데 던지라는 건 아니지만, 미국 무대처럼 보더라인 피칭에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거죠. 카운트가 몰리면 에라 모르겠다 가운데 던져야지, 라는 심정으로 던져도 홈런 맞을 가능성이 낮습니다. 이런 마인드 변화가 오늘 올러의 7이닝 2실점 호투로 연결됐다고 생각해요.

 

올러의 모습을 보면, 삼성의 코너 시볼드가 계속 생각납니다. 코너도 무브먼트 좋은 빠른 공을 던졌고, 시즌 초반에는 헤맸지만, 리그 적응한 다음에는 후라도보다 피칭 퀄리티 면에서는 근소하게 뛰어났던 선수였습니다. 게다가 코너는 규격 외의 타자 친화 구장을 홈으로 썼지만(코너 홈구장 피OPS .719 / 원정 피OPS .602) 올러는 리그에서 가장 중립적인 구장이 홈구장이죠. 가운데에 공 꽂는 걸 두려워 할 필요가 없어요.

 

올러가 오늘처럼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슬러브가 조금 더 정교하게 들어간다면 이 공을 칠 만한 KBO 타자들은 정말 얼마 없습니다. 지난해 KIA의 문제점 중 하나가 외국인 투수 슬롯 하나가 확신을 주지 못 했다는 점인데(그래도 크로우, 라우어, 알드레드, 스타우트가 0.8인분 역할은 했다고 생각함) 네일과 올러 정도면 리그 최고의 원투 펀치 역할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즈덤, 아무리 생각해도 2번 타순이 최적이다.

 

오늘 라인업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 했습니다. 1번 박찬호는 제가 계속 이야기하지만, 지금은 선수 부족으로 대안이 없다고 생각해서 이해해볼만한 구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2번 오선우 기용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말이 안 되는 기용이죠. 물론, 오늘 오선우를 2번으로 기용했기 때문에 경기를 잡긴 했습니다만, 오선우는 아직 1군 투수들의 변화구에 적응이 안 된 타자입니다.

 

퓨처스에서 올해 활약은 좋긴 해요. .338의 타율과 .412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삼진이 23개로 여전히 많습니다. 통산기록을 보더라도 통산 2군 출루율이 .360일 정도로 딱히 선구안에서 장점을 가진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오선우를 2번으로 덜컥 기용하는 건 무슨 생각인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모르겠네요.

 

위즈덤도 삼진이 많긴 합니다. 미국에서도 어마어마하게 삼진을 많이 당한 선수였고, KBO에서도 팀에서 두 번째로 삼진율이 높아요.(역시 세월이 흐르긴 했는지 최형우가 가장 삼진율이 높음) 하지만 위즈덤은 리그 최상급의 '침착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아니, 이 공도 참아?' 싶을 정도로 타석에서 공을 오래 봅니다.

 

그래서 15개의 삼진을 당하면서도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14개의 볼넷(1위는 악마 권희동)을 얻어내며 낮은 타율(.268)에도 4할이 넘는 출루율(.408)을 기록하고 있고요. 

 

 

위즈덤은 앞으로도 더 많은 볼넷을 얻어낼 가능성이 큽니다. '실투'가 들어오면 '홈런'이 될 확률이 그 어느 타자보다 높거든요. 오늘도 문승원의 한가운데 행잉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대형 홈런을 만들었고, 두 번째 홈런도 2볼 상황에서 가운데 오는 빠른 공 하나만 노리고 돌려서 나온 몸쪽 홈런이었습니다. 실투는 곧 홈런이죠.

 

현재까지 위즈덤이 홈런 치는 코스를 보면 존으로 들어 오는 밋밋한 변화구, 그리고 몸쪽 빠른 공에 강한 모습이라, 위즈덤을 상대하는 투수들은 실투를 던지지 않게 정말 신중한 피칭을 할 겁니다. 바깥쪽, 더 바깥쪽. 그리고 승부구는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될 거에요.(오늘은 바깥쪽 변화구를 무릎 끓어 가며 안타로 만드는 스킬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러다보면 볼넷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위즈덤의 단점은, 존 안에 들어오는 투구에 대한 컨택률입니다. 컨택률이 떨어지다보니, 존 안에 변화구가 잘 꺾여 들어오면 헛스윙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전, 주자가 쌓여 있을 때 정확한 컨택으로 적시타를 쳐줄 수 있는 5번 타자보다는, 2번 타자로 들어서서 1회에 투수에게 압박감을 주고 볼넷으로 골라 나가는 역할을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1번 박찬호는 어쩔 수 없다고 치겠습니다. 김도영이 1번 치는 게 가장 이상적이긴 하나, 3번에는 출루보다는 컨택이 좋은 선수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힘과 정확도를 모두 갖춘 김도영이 이상적이긴 해요. LA 다저스로 치면 컨택과 파워 밸런스 있게 뛰어난 프리먼 역할을 김도영이 하는 거죠.

 

 

2번에 위즈덤, 3번에 김도영, 4번에 한 방이 있는 나성범, 5번 정확한 컨택의 최형우(다만, 최근 삼진이 많은 걸 보면 김선빈을 5번으로 쓰는 것도), 6번에 리그 최고의 컨택 능력을 갖춘 김선빈. 7번에 한방을 노릴 수 있는 이우성. 8번에 한 방이 있는 한준수

 

최원준이 기대했던대로 성장했으면 1번 타자로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어 보이는데, 최원준이 아직도 자기 타격폼을 못 찾은 현재에는 김도영 복귀 후, 이렇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선빈까지 복귀하면 정말 2번부터 6번까지는 상대 투수 입장에서 숨 막히는 타선 구축이 가능합니다. 9번 최원준 - 1번 박찬호로 하면 두 번째 타석 돌 때는 앞 타자들이 빠른 주자, 그리고 위즈덤과 김도영이 해결해줄 수 있는 구도도 되고요.

 

다음 주에 김도영이 복귀하고, 김선빈까지 복귀하면 타선은 정말 좋아집니다. 여기에 상대 왼손이 나오면 변우혁과 이창진이라는 왼손 투수 스페셜리스트들도 대기하고 있죠. 외야 수비가 취약할 때 박재현, 박정우(또는 김호령)를 쓸 수도 있습니다.

 

비록, 부상으로 스타트가 늦었지만, 완전체 전력만 구성하면 타선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힘과 정확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불펜이 걱정이긴 하네요. 곽도규가 부상으로 빠진 게 치명적입니다. 작년 7월 정해영이 어깨 회전근 염증으로 한 달 이상 공백을 가졌는데 곽도규도 염증 수준에 그쳤으면 좋겠습니다.

 

최지민은 밸런스가 오락가락하고, 곽도규처럼 투구의 무브먼트가 화려하지 않고 단조로운 편이라 곽도규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곽도규 대신 올라 온 김대유는 오늘 2군 바로 보내달라고 어필하는 투구였고.

 

특히, LG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였던 곽도규(LG 상대 피OPS .550) 이기에 상위권 경쟁을 할 LG의 결전병기 이탈이 길어질수록 손해가 커 보입니다. 부디 곽도규가 큰 부상이 아니길 빕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1사 3루에서 차라리 큰 스윙을 해라. 
  • 오선우 - 박찬호를 구원한 큰 타구 한 개
  • 나성범 - 빗맞은 건 내야안타, 잘 맞은 건 한유섬의 호수비. 야구 어렵다 어려워
  • 최형우 - 삼진이 늘었다고 하나, .321 치고 있으면 다 용서할 수 있음
  • 박정우 - 어리석은 도루 시도. 큰 부상 아니어서 다행.
  • 변우혁 - 컨택 스윙은 카운트가 불리할 때 하자. 
  • 최원준 - 행운의 안타. 그냥 2군으로 보내버리고 싶네
  • 김태군 - 2루타도 치고, 볼넷도 고르고. 빠른 공 위주의 리드도 좋았다.
  • 한승택 - 한준수의 부진으로 기회 잡더니 볼넷까지.
  • 김규성 - 오늘 수비는 그야말로 '메이저리그급'이자 2025년 수비 하이라이트급
  • 전상현 - 편안하게 1이닝 삭제. 안타 1개도 빗맞은 안타.
  • 김대유 - 그 황금 같은 LG 팜에서 건진 게 김대유라니...
  • 황동하 - 아무리 생각해도 윤영철 대신 선발로 써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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