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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KIA : SSG - 투타에서 졸전 그 자체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5. 4. 12.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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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오늘 경기 시작 전 분위기만 따지면 SSG는 반 정도 버리는 경기였습니다. 원정 경기에서 이틀 연속 연장 승부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불펜 소모가 심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선발도 5선발 경쟁을 하고 있는 박종훈이라서 이숭용 감독은 머릿 속이 복잡했을 거에요. 게다가 에레디아도 부상으로 말소되어서 최정과 에레디아라는 팀에서 가장 무서운 우타자 두 명도 라인업에 없었죠. 양현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편한 상황이었습니다.

 

현재 KIA도 김도영, 김선빈이 라인업에 없기 때문에 SSG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팀에서 가장 좋은 불펜투수들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고육지책을 짜낸 SSG 상대로 정말 아주 공수에서 졸전을 하면서 무난하게 졌습니다.

 

 

양현종, 운이 없었다.

 

1회부터 3회까지 양현종은 좋았어요.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3회까지 투구 수가 40개도 안 됐습니다. 2회 두 타자 연속 출루 시켜서 무사 1, 3루 위기에서 병살타로 1실점으로 막기도 했고요. 

 

문제는 4회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다는 점이고, 한유섬을 땅볼, 고명준을 잘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 내며 위기를 벗어나나 했지만, 이지영에게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체인지업이 안타를 허용했고, 박지환에게 역시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우익수 앞 빗맞은 안타가 되면서 추가 실점이 됐어요.

 

현원회의 안타는 더 운이 없었죠. 또 유리한 카운트 잘 잡고, 체인지업 잘 떨궜는데 첫 타석에서 체인지업에 당한 현원회가 체인지업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어서, 바깥쪽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방망이를 던지듯이 스윙을 했는데 그게 또 빗맞은 안타가 되면서 추가 실점했고 이게 컸습니다.

 

 

운이 안 따르기도 했지만 볼배합도 아쉽죠. 그 전에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날카로운 파울볼을 허용했기에 다음 타자 안상현을 삼진으로 잡아 낸 하이 패스트볼로 갔어야 했는데, 신인이라 변화구에 약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너무 안일하게 공을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5회에도 최지훈의 안타 이후에 볼넷이 문제가 됐고, 박성한의 번트로 1사 2, 3루 상황에서 한유섬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방망이에 걸리면서 안타가 됐고, 이 적시타가 사실상 오늘 경기 승부를 갈랐습니다. 

 

오늘 전반적으로 SSG 타자들이 변화구에 타이밍을 빼앗겨서 제대로 된 스윙을 하지 못한 타구가 많았는데 체감상 그런 타구의 반 정도가 안타가 된 것이 경기가 꼬인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12개의 안타는 맞았지만, 장타는 2개 밖에 없었습니다. 유독 바빕타를 많이 허용한 경기였다고 생각해요.

 

 

단타는 맞아도 된다. 운의 영역이니까. 하지만 볼넷은 아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오늘 KIA 투수진은 운이 없었지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운이 없었던 것도 맞지만, 실력도 없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 명언 중 하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그래그 매덕스의 말입니다.

 

"나의 투구 외에 경기의 나머지 부분은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투수가 던진 공이 컨택이 된 순간, 투수는 '운'을 바래야 합니다. 잘 맞았으면 그 타구가 수비 정면으로 가길 바래야 하고, 빗맞으면 그게 안타가 아니라 범타가 되길 바래야죠. 컨택이 된 순간 투수는 실력보다 운에 결과를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력이 작용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볼넷'입니다. 재작년까지야 '심판 운'이라는 게 볼넷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ABS가 도입되면서 '볼'에 운이 작용하는 부분이 줄었죠. 오롯이 투수의 몫이 된 겁니다.

 

오늘 투수들이 12개의 안타를 맞았다고 탓하고 싶지 않아요. 장타는 억제했고, 단타는 운이 크게 작용하니까요. 하지만 9개의 사사구를 남발한 건 도무지 참을 수 없습니다.

 

 

오늘 등판한 KIA 투수들 중 '볼질'에 자유로운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김건국과 이형범은 쫄보 투구하다가 밀어내기를 허용했고, 곽도규도 안타 이후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죠. 양현종 오늘 운이 없었다지만 3개의 볼넷이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었다는 부분은, 본인 잘못입니다.

 

전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변수'를 줄이기 때문입니다. '타격'은 변수가 큽니다. 지금 KIA 타선이 심각한 타격 슬럼프에 빠져 있는데(한화가 오늘 대폭발하면서 4월 팀타격 압도적 꼴지일 듯) 시즌 끝까지 이렇게 못 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커리어가 있는 선수들이라서 갑자기 이들이 1할 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투수, 특히 볼넷은 반대입니다. 9이닝 당 볼넷이 가장 많은 NC, 키움, 롯데, KIA가 팀 평균자책 하위권(키움, NC, KIA, 두산, 롯데 순)인 건 괜히 그런 게 아닙니다. 반면, 9이닝 당 볼넷이 가장 적은 KT, LG, 삼성은 팀 평균자책 순위 4위 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준영을 제외하면 다들 반성 많이 해야 할 경기라고 생각하고 김건국과 이형범은 베테랑이라는 선수들이(물론, 이들이 1군 주축으로 활동한 시기는 거의 없지만) 고교 선수만도 못 한 새가슴으로 투구할 거면 다시 2군으로 내려가라고 하고 싶습니다.

 

 

상대가 접어 줬는데 우리도 접어 준 초반 공격

 

오늘 라인업도 문제가 많았죠. 박종훈이 선발이라고 서건창과 박찬호를 전진 배치하고 위즈덤, 변우혁 대신 최정용, 김규성을 썼습니다. 그런데 박종훈이 2회에 이우성의 직선타를 맞고 갑자기 바뀌었죠. 

 

 

최민준은 올라오자마자 이우성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아직 몸이 안 풀리는 기색이었는데 최원준이 1루 땅볼로 무산된 다음에 등장한 타자는 최정용이 아니라 위즈덤이나 변우혁이었어야 했습니다. 여기서 최정용이 병살을 치는 바람에 초반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 하고, 최민준의 변화구에 붕붕대면서 경기를 내줬습니다.

 

아마, 최정용 모처럼 선발인데 첫 타석부터 빼면 선수에게 미안한 감정 때문에 그대로 밀고 갔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시범경기가 아니라 정규시즌이고, 현재 팀 타선 슬럼프로 한 점 한 점이 중요한 상황이에요. 이런 온정적인 행동(?)이 좋은 선택이었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수 단평

 

  • 서건창 - 홈런 하나 쳤다고 1번의 출루가 용인되진 않는다.
  • 박찬호 - 그래도 두 번이나 출루했네
  • 나성범 - 이러면 공갈포와 다를 게 머임
  • 최형우 - 홈런이 될 뻔 했던 2루타
  • 이우성 - 아무리 생각해도 6-7번에 위치하는 게 맞다.
  • 한준수 - 잘 맞은 타구가 자꾸 잡히기도 하는데, 볼배합은 생각 많이 해야 함
  • 김태군 - 나중에 은퇴하면 3-유간 펑고 코치 하면 정말 잘 할 듯
  • 최원준 - 3루타보다 볼넷 고른 게 더 긍정적
  • 변우혁 - 바깥쪽 변화구를 톡 대는 스윙은 마스터한 것 같은데... 장타가 나오는 스윙을 보고 싶다.
  • 김규성 - 23타석만에 안타. 그리고 주전은 절대 못 될 컨택률
  • 위즈덤 - 찬스에서 너무 약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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