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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KIA : KT - 또 에이스 투구 증명한 네일, 최원준 결승 홈런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5. 4. 1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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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오늘 고영표의 체인지업이 그야말로 마구 그 자체였습니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뚜욱 떨어지는데, 120km/h도 안 되는 공이 타자 눈 앞에서 '쳐봐라~ 쳐봐라~ 느려서 칠만하지?' 라고 호들갑 떨면서 날라 오는데 스윙을 참기란 쉽지 않죠. 그리고 처음에는 배팅볼처럼 날아오는 공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급격하게 속도가 더 떨어지면서 뚜욱 떨어지는데 정말 고영표는 '체인지업' 완성도 하나만큼은 메이저리그 급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도저히 칠 수 없을 것 같은 고영표의 투구였지만, 1회에는 마운드 상태가 본인 투구폼과 맞지 않아서 리그에서 가장 볼넷을 주지 않는 고영표 답지 않게 첫 타자 박찬호에게 볼넷을 주고, 오선우를 상대로 0-2라는 유리한 카운트에서 투심이 가운데 몰리며 안타를 허용.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들이 고영표를 공략하지 못 했죠. 위즈덤은 특히, 고영표의 모든 공들에 타이밍이 안 맞는 모습이었습니다.

 

상대 투수의 공이 긁히는 날, 이기는 방법은 우리팀 투수도 잘 던지는 방법 밖에 없고, 수비에서도 미스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 투수의 공이 좋으면 연타로 점수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장타'의 중요성이 크고요. 

 

오늘 KIA 경기는 볼질 없는 투수들의 적극적인 스트라이크존 공략(볼넷 1개 허용). 수비수(특히, 박찬호)의 실수 없는 수비, 여기에 최원준의 개뜬금포, 3개의 요소가 잘 어우러져서 잡을 수 있었어요.

 

 

 

네일의 호투를 뒷받침한 탄탄한 수비

 

6이닝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오늘도 제임스 네일은 그 다운 피칭을 했습니다. 특히 2회에 투구는 정말 너무나도 눈부셨어요. 너무 완벽한 피칭이라서 네이버 문자중계의 스트라이크존을 가져오면,

 

첫 타자, 황재균 3구 삼진

 

두 번째 타자, 배정대 5구 삼진

 

세 번째 타자, 장준원 3구 삼진

 

투구 들어가는 위치 보세요. 장준원에게 던진 초구 스위퍼 정도를 빼면 한가운데 들어가는 공이 없고 대부분의 투구가 보더라인으로 들어갔습니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지저분하게 들어가는 투심, 스위퍼가 이렇게 보더라인으로 들어가면 타자는 정타를 만들어 낼 수가 없어요. 2회처럼만 던지면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 가도 선발 로테이션 돌 수 있습니다.

 

3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하다가 1사 이후에 강백호에게 오늘 허용한 타구 중 가장 잘 맞은 2루타를 허용하며 1사 2루 위기를 맞이했고, 장성우 상대할 때부터 컨트롤이 흔들리더니 볼넷 허용. 황재균에게 빗맞은 안타(투심 몸에 잘 붙였는데...) 허용하며 만루 위기를 맞이했죠. 

 

하지만 배정대를 상대로 3구째 던진 스위퍼가 의도대로 바깥쪽으로 들어가진 않았지만, 몸쪽 낮게 존 근처로 날라 오면서 헛스윙 3구 삼진으로 첫 위기를 넘겼고, 장준원이 친 타구가 빗맞았는데 하필이면 위치가 3-유간 깊숙하게 가면서 내야안타를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박찬호가 정확한 판단으로 3루에 공을 던져서 1사 만루의 위기를 넘겼습니다.

 

4회 1사 만루 이후에는 위기도 없었어요. 작년 같으면 투구 수가 누적될수록 공이 풀려 들어가고 볼이 늘었는데, 올해는 투구 수가 100개에 임박해도 컨트롤이 흔들리지도, 정타를 허용하지도 않고 있어요. 

 

 

여기에 오늘 네일이 좋은 투구를 한 것은 작년과 달리 수비수들의 역할도 컸죠. 가장 하이라이트인 수비는 6회 김민혁의 3-유간 깊숙한 땅볼을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포구하고, 노스텝으로 1루까지 다이렉트 송구를 꽂아 버린 박찬호의 수비였습니다.

 

오늘 특히, 박찬호 펑고 하듯이 유격수 쪽으로 타구가 많이 갔는데 이걸 모조리 다 걷어 냈어요. 괜히 지난해 KBO에서 수비상을 준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네일은 투심의 무브먼트가 심해서 빗맞은 내야 땅볼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 던지는 팔 각도는 다르지만, 전성기 시절 유동훈을 연상케 할 정도로 타자들이 컨택을 하면 힘 없는 땅볼이 많이 나와요.

 

힘 없는 땅볼을 범타로 연결시키려면 내야수의 수비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올해 네일이 현재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건 네일 등판 경기에서 내야수들이 든든한 수비를 지켜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올해 내야수 수비가 좋아진 이유는 김도영과 김선빈이 부상으로 쉬고 있기 때문이고(취소선 긋긴 했지만 제로는 아니라고 생각) 1루수가 이우성, 서건창에서 위즈덤으로 바뀐 덕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박찬호의 송구가 대부분 좋았지만, 1회 로하스의 유격수 땅볼을 처리할 때 1루 송구가 조금 힘 없이 날라가서 바닥에 박혔죠. 1루 경험이 많지 않은 이우성이나 서건창이었으면 이런 송구도 받아내기 어려웠을텐데 위즈덤은 큰 어려움 없이 송구를 받아 냅니다.

 

 

제가 작년에도 쓴 글인데, 네일이 선발일 때는 2루수에 김선빈 대신 김규성을 써도 인정입니다. 그만큼 내야 땅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수비 범위가 좁은 김선빈을 쓰는 건 수비에서 마이너스죠. 다만, 타격에서 김규성을 쓰느니 김선빈을 쓰는 게 후어어어어어어어어어얼씬 플러스이기 때문에 수비의 약점을 감수하고도 김선빈을 써야 하긴 합니다.

 

여튼, 네일이 시즌 초 순항하는 건 수비수들이 실수를 안 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수비 실수도 없고, 체인지업을 가다듬었고, 스태미너가 좋아지니 ERA 0점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0점대 ERA야 현대 야구에서는 당연히 이루어질 수 없고, 네일은 삼진 잡는 투수라기 보다는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는 유형이라 운이 없는 날은 실점이 많을 타입이라서 0점대 ERA는 불가능할 거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네일이라면, 올해가 KIA팬들이 제임스 네일을 보는 마지막 해가 될 것 같아서 슬픕니다.

 

 

3이닝을 완벽하게 막은 불펜 투수들

 

타선은 솔직히 한 거 없다고 봅니다. 라인업으로 깔 여지도 없게 모든 타자들이 KT 투수진을 공략하지 못 했어요. 고영표의 느린 체인지업에 타자들이 타이밍을 못 맞췄는데 고영표가 내려가니까 150km/h을 던지는 원상현(막판까지 조대현과 저울질 했는데 어쩔...ㅠ) 그리고 작년보다 공이 더 좋아진 손동현까지 무시무시한 빠른 공을 존에 꽂아 넣으니 타자들이 정신 못 차리죠.

 

다행히, 최원준의 뽀록 홈런(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에라 모르겠다 초구 하패에 냅다 후리자라는 생각 아니면 나오지 않을 스윙)이 터지면서 점수를 내긴 했지만, 시즌 초 리그 최악의 모습을 보이는 KIA 불펜진이기에 안심할 수 없었죠 .

 

그런데 저는 현재 KIA 불펜의 ERA가 안 좋은 건 '볼질'과 더불어서 '운'이 안 따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고, 구위는 이상 없기 때문에 곧 올라올 거라고 봤고, 실제로 최근 불펜투수들 성적은 괜찮습니다.

 

 

먼저 조상우. 여전히 구속은 전성기 시절만 못 하지만, 145km/h에 못 미치는 포심이라도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힘이 느껴지는 투구였고(힘이 없었다면 포심에 헛스윙을 유도하지 못 했겠죠?) 무엇보다도 커맨드가 완벽했습니다.

 

145km/h 내외만 던져도 디셉션과 커맨드만 좋으면 탑급 불펜 투수가 될 수 있다는 걸 전상현이 이미 보여줬는데 전상현보다 클래스가 높았던 조상우가 재현하지 못 할 리가 없죠.

 

그리고 전 조상우가 김상수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147km/h)을 보면서, 아 점점 자신감도 붙고 구속도 붙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상수 상대로 1-2 유리한 카운트에서 전력 피칭을 하면서 던졌는데 그게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좋은 수직 무브먼트를 보이며 김상수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죠. 앞으로가 기대되는 피칭입니다.

 

 

최지민은 볼질만 안 하면 됩니다. 다만, 전 최지민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지 않는 이유가 투구 패턴이 단조롭기 때문입니다. 최지민의 경우 낮은 팔 각도에서 우타자 몸쪽 낮게 꽂히는 평균 146.6km/h의 포심이 주무기입니다. 여기에서 우타자 상대 체인지업,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가 낮게 떨어지면 대성공이고요.

 

2023년 성적으로 최지민이 국대에 승선해서 '고평가' 받는 경향이 있는데 최지민의 문제는 '삼진율'이 떨어진다는 점이에요. 승리계투조 불펜 투수라면 그래도 9이닝 당 삼진이 8개는 넘어가야 하는데, 최지민은 2023년에도 9이닝 당 탈삼진이 6.67개에 불과했습니다. 성적이 좋지 못 했던 작년에 오히려 9이닝 당 삼진이 7.24개였고요.

 

그래서 전 2023년 최지민의 성적은 '운'이 많이 따랐다고 봐요. 실제로 BABIP가 .250이었으니 운이 따랐다고 봐야죠. 결국, 최지민이 더 좋은 투수가 되려면 단조로운 투구 패턴을 벗어나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피칭 디자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까지는 결과가 괜찮습니다. 오늘도 타격감이 가장 좋았던 강백호를 상대로 삼진을 잡았는데, 2개의 볼을 먼저 던지며 불리한 카운트에서 시작했음에도 3구째 포심을 한가운데 때려 박으면서 카운트를 잡았고, 2구째 포심은 바깥쪽으로 낮게(이건 강백호 욕심이 너무 과했음) 그리고 마지막 슬라이더는 4구째 포심 위치 근처에 던져서 강백호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죠.

 

오늘 최지민의 커맨드가 완벽했다고 할 순 없습니다. 강백호를 삼진으로 잡은 건 타자의 '과욕'이 더 컸다고 생각해요.(한 방이면 역전이니 힘이 들어갈만 하죠.) 하지만 일단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부진하다고 해도 로하스를 상대로 한가운데 포심을 던졌는데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에 그쳤고, KIA 상대 대마왕 허경민 상대로도 0-2 카운트에서 유인구 빼지 않고 존에 적극적으로 포심을 때려 박은 결과가 평범한 2루수 땅볼이죠.

 

 

아쉽지만 전, 최지민이 곽도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곽도규는 최지민보다 삼진율이 뛰어난 선수이고, 투심의 무브먼트가 사기급이니까요. 상대적으로 최지민의 무기는 평범한 편이죠.

 

하지만 곽도규만큼은 못 하더라도 오늘 경기처럼 존에만 적극적으로 투구하면 곽도규 활약의 80% 수준까지는 해줄 수 있는 역량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존 안에 적극적으로 투구하다보면, 커맨드 향상이 이루어지면서 클래스가 높아지는 순간도 올 수 있다고 봅니다.

 

정해영은, 걱정 할 필요가 없죠. 역시 볼질만 안 하면 됩니다. 구속이 151km/h 까지 상승했고, 바깥쪽으로  커맨드만 잘 이루어지면 쉽게 공략할 타자 없습니다.(몸쪽까지 제구되는 날 오승환 50% 수준 재현 가능) 장성우만 봐도 151km/h 포심이 미트에 들어간 다음에 방망이가 돌았죠. 좀 설레발일 수 있는데 올해 정해영은 커리어 최고의 활약을 해주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 구위가 너무 좋네요.

 

 


선수 단평

 

  • 박찬호 - 수비 잘 했으면 됐다. 어차피 누굴 1번으로 세웠어도 안 될 경기였고
  • 오선우 - 마지막 타석 안타를 만들어 내는 뱃 컨트롤은 놀라웠음.
  • 나성범 - 오늘 졌으면 가장 큰 역적이었음.
  • 최형우 - 그 와중에 고영표의 투구에 가장 잘 대응했음. 삼진 당한 체인지업은 완전 마구
  • 위즈덤 - 오늘 타자들이 위즈덤처럼 고영표 공에 대응했으면 볼넷 2개는 더 얻었음(낮은 존은 다 버림) 그 와중에 위즈덤이 낮은 존 버린다는 걸 알고 높은 존에 투심 3개 넣어서 삼진 잡은 고영표도 미친 투수임
  • 변우혁 - 마지막 타석 0-1 카운트에서 빠른 공에 컨택 스윙은 좀 아니다.
  • 최원준 - 홈런 친 건 칭찬하지만, 그 외의 타석에서의 모습은 정말 너무나도 형편없었음. 그러니 뽀록이라고 하지.
  • 김태군 - 볼배합 좋았다. 끗.
  • 김규성 - 3타석 연속 3구 삼진. 아무리 생각해도 내야 전포지션 대수비 요원이 성장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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