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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KIA : LG - 양현종을 5선발로 인정하지 않아서 패배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5. 4. 2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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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선발 매치업만 보면 지는 게 당연한 경기였고, 경기 초반 손주영의 구위를 보고, 오늘 이기기 쉽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투수 컨디션이 좋은 날 망하는 날이 있는데 오늘 손주영이 그랬죠.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3.2이닝 동안 삼진을 7개나 잡았는데, '오늘 나 정도 구위면 삼진 더 잡을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할 리 없지만 그래 보였음) 라는 생각에 변화구를 너무 많이 섞다가 사사구를 4개나 남발한 것이 문제가 됐죠.

 

손주영은 오늘 경기 이전까지 WHIP이 0점대였습니다. 리그 좌완 에이스로 본격적으로 발돋움하는 시즌 초반의 페이스였고요. 그런 손주영이 조금 흔들리자 염경업 감독은 과감하게 손주영을 내리고 김강률을 투입합니다. 그리고 김강률은 2사 2, 3루 추가 실점 위기에서 나성범을 상대로 하이 패스트볼로 타이밍을 빼앗고 결정구인 커브로 삼진 잡고 위기 탈출했어요. 이 때 나성범이 적시타 하나만 쳤어도 오늘 경기는 잡았을 겁니다.

 

그리고 염경업 감독은 시기적절한 투수 운용으로 나머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KIA 타자들은 LG 불펜진을 상대로 5.1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9개나 당합니다. 특히, 김영우 구위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네요. 지난해 우승팀이 김영우를 뽑은 건 정말 천우신조가 아닐까 싶고,  LG가 되는 집안이라는 신호가 아닐까 싶어요.

 

갑자기 이야기가 김영우 이야기로 샜는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손주영이라는 리그 좌완 에이스를 보유한 LG 염경업 감독도 과감하게 투수를 교체했는데, 왜 이범호 감독은 '대투수'라는 별명 말고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투수를 6회에도 그대로 지켜 봤는 지 모르겠습니다.

 

 

KIA는 우천 취소, 삼성과의 2연전에서 잇따른 대패로 전상현, 최지민, 조상우, 정해영 4명의 승리계투조가 모두 4일 쉰 상태였습니다. 선발 투수급으로 쉰 상황인데, 6회에도 양현종이 그대로 올라 옵니다. 뭐, 그럴 수 있습니다. 투구 수가 얼마 되지 않았고, 5회는 깔끔하게 막았으니까요.

 

그런데 상대 라인업이 오스틴 - 문보경 - 박동원이었다는 게 문제였고, 첫 타자 오스틴부터 정면승부를 쩔쩔 매다가 볼넷으로 내보냈습니다. 이때라도 투수를 바꿨어야 했어요. 다음 타자가 좌타자 문보경이라서 안 바꿨다? 작년에도 삼성전에서 삐진 이유가 다음 타자가 좌타 김영웅인데 자기를 내려 보냈다는 것에 대해 삐졌다고 하던대, 그래서 올해는 봐준 걸까요? 왼손 오른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구위로 문보경을 막을 수 있는 지 없는 지부터 따졌어야죠.

 

문보경에게 맞은 안타는 코스 안타이긴 했어도 무사 1, 2루가 됐고, 이때라도 투수를 바꿨어야 했습니다. 감이 좋은 박동원이 타석에 들어 섰는데, 왜 이때도 양현종을 끌고 갔을까요? 오스틴, 문보경까지는 어찌어찌 억지로 이해라도 해보겠는데, 박동원 때도 그대로 둔 건 직무유기입니다. 

 

심지어 양현종은 박동원 상대로 포심은 단 한 개도 안 던지고, 체인지업만 6개 연거푸 던지며 '제발 쳐서 땅볼을 만들어 다오' 기도 메타만 했죠. 박동원이 아무리 적극적이고 풀스윙을 즐겨 한다고 해도 상대 투수 의도대로 행동할 리가요. 그렇게 무사 만루를 만들어 주고 양현종은 마운드에서 내려옵니다.

 

양현종은 5선발이다.

 

양현종의 문제점은 지난 리뷰에서도 언급했으니 또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그래도 한 줄만 적자면 '직구'로 상대를 잡을 수 없고, 투구 레퍼토리는 변화가 없다는 점입니다. 

 

양현종 직구가 얼마나 망가 졌는 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 3회 3실점 과정입니다. 2아웃 잘 잡고, 김현수를 상대로 바깥쪽 포심을 집어 넣었습니다. 찍힌 구속은 144km/h로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찍힌 위치도 아래와 같습니다. 하지만 공에 힘이 없으니 타이밍이 늦었음에도 파울이 된 게 아니라 페어 지역으로 떨어져서 2루타가 됐죠.

 

오스틴을 상대로 또 볼넷을 주고, 문보경을 상대했다가 또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합니다. 이때도 결정구가 143km/h 포심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운데 던지는 바람에 3타점짜리를 내줬죠. 손주영급 구위였다면 아마 뜬공이거나 파울이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올해 포심 피OPS 1.212를 찍고 있는 양현종이 경기 초반이라고 직구 승부를 가져갔다가 2루타 두 개 맞고 3실점을 해버렸죠.

 

왜 아직도 포심을 고집할까요. 류현진도 변화를 주기 위해서 커터를 던지고, 작년 ERA 1위 네일도 투구 다양성을 위해 체인지업을 가다 듬었는데, 양현종은 변화가 없습니다. 오로지 정면 승부. 오로지 직구. 그리고 이게 맞으니까 볼넷이 늘어 납니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양현종은 9이닝 당 볼넷이 3개 이상인 시즌이 2020년 단 한 해 였습니다. 심지어 2019년엔 9이닝 당 볼넷이 2개도 안 됐습니다. 올해는 9이닝 당 볼넷이 4.4개 입니다. 삼진 대 볼넷 비율이 1.40 입니다. 이보다 나빴던 시기는 13년 전, 24살일 때였습니다. 정면승부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본인도 아니까 볼넷이 늘어납니다.

 

포심에 힘이 떨어졌네, 가운데 넣으면 안 되겠네, 볼넷이 늘어납니다. 존에 넣자니 장타를 맞고, 보더라인 피칭에 주력하자니 볼넷이 늘어 납니다. 장타 많고 볼넷 많은 투수? 이런 투수를 선발 투수로 쓸 수 있을까요?

 

올 시즌 전에 전 KIA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선발로테이션이 약하다는 점을 생각했었습니다. 양현종은 전성기에서 내려왔고, 한국시리즈에서는 경기를 내줄 뻔 한 피칭을 했습니다. 이의리가 건강하게 복귀해서 제구를 잡아야 선발 로테이션이 다른 팀과 경쟁이 가능합니다. 그나마 김도현이 성장을 해줬다지만, 김도현도 더 봐야죠. 이제 겨우 1달 인데. 윤영철은 애초에 큰 기대 안 했고요.

 

개막하고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KIA 국내 선발 투수진의 승수는 '0' 입니다. 윤영철은 배팅볼을 던지고 있고, 양현종은 5선발... 아니 6선발, 7선발급 공을 던지고 있습니다. 김도현은 잘 던지고도 운이 안 따르고 있고요.

 

오늘 경기를 기점으로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은 '우리 팀 에이스'가 아니라 '5선발'이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운영했으면 합니다. 양현종을 '5선발'이라고 생각했다면 오늘 6회부터 불펜진을 적극적으로 가동했을 테고, 그랬다면 끝까지 리드를 잡고 손주영이라는 대어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작년 우승했을 때 전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선수들을 한 팀으로 묶고 우승을 일궈낸 건 분명한 성과죠. 하지만 시즌을 항상 '온정적'으로 운영할 수는 없고, 진정한 명장이라면 '냉정함'도 보여야 합니다. 고참이라는 이유로 '잘 해 줄거야' 라는 생각은 버리고 현재 실력으로 평가하고 남은 시즌 운영했으면 좋겠네요. 

 

어차피 정규시즌 우승은 매우 힘들어 보이고(포스트시즌 변수 말곤 없을 듯) 운 좋게 남은 시즌 부상자 없고 이의리가 건강하게 복귀하면 2-3위 다툼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LG에서 송승기와 김영우가 튀어 나온 것처럼. 새 얼굴이 튀어나오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아요. 

 

 


선수 단평

 

  • 박찬호 - 안타는 못 쳤지만, 볼넷 2개를 골라내면서 톱타자 역할은 했음
  • 김선빈 - 초반에 수비 대박, 타격 쪽빡. 후반에는 수비도 쪽박. 그리고 언제까지 2루수를 맡겨야 할 지 고민 필요
  • 위즈덤 - 결정적인 상황에서 당한 삼진이 아쉽다.
  • 최형우 - 중요할 때마다 한 방씩 쳐주긴 하지만, 세월은 속일 수 없어서 삼진 페이스가 커리어 최악 수준
  • 나성범 - 최형우가 부진한 건 예상 범위. 나성범이 부진한 건, 예상 외
  • 이우성 - 별 활약도 없었는데 9회 무사 1루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옷에 공이 스친 것도 모르고 삼진 당한 건 팬들 열 받으라고 그런 거?
  • 한준수 - 2군에 있을 선수는 확실히 아님. 
  • 변우혁 - 그래도 최근 경기 중 가장 존재감은 있었음
  • 최원준 - 또 선발인 것도 놀라운데, 안타 하나 치고 빠진 것도 놀라움.
  • 김도영 - 압도적 존재감
  • 박재현 - 이제 2군 내려가서 2군 투수들 공을 상대하며 자신감을 늘려야 할 때
  • 전상현 - 만루 상황에서 대량 실점 안 했으면 된 거
  • 최지민 - 그 놈의 볼넷
  • 조상우 - 오늘 제일 잘 던졌는데 패전 투수라니...
  • 이준영 - 오지환 상대로 볼넷 주면서 말아 먹었음
  • 정해영 - 29개의 공을 던지며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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