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요인 - 라일리의 날카롭게 떨어지는 변화구
NC의 가장 큰 약점은 투수력입니다. 투수 WAR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키움 다음으로 안 좋은 0.25에 불과하니까요. 심지어 ERA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6점대입니다. 선발도 선발이지만, 불펜 WAR이 마이너스값이고 불펜 ERA가 6.34를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입니다.
하지만 오늘 라일리의 슬라이더와 포크볼에 제대로 농락 당하면서 점수를 내지 못 했죠. 포심의 힘은 둘째치고라도 오늘 슬라이더가 정말 좋은 쪽에서 떨어지더라고요. 포수는 거의 땅바닥에서 공을 잡았는데 ABS 최하단에 찍히는 스트라이크가 제가 대충 기억하기로도 6~7개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패스트볼 높게 던지다가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그 위치에서 떨어뜨리고, 스윙을 하지 않아도 ABS 스트라이크로 선언이 되면 타자가 할 수 있는 게 별 수 없죠.
그리고 라일리를 보더라도 삼진 잡는 투수가 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지 알 수 있어요. KIA가 라일리 공략을 아예 못 한 건 아니었고, 2회부터 5회까지 4이닝 연속 선두 타자가 나갔고, 심지어 2회와 5회에는 선두타자가 2루타를 만들어 냈는데 다음 타자들이 모조리 삼진을 당하면서 득점을 올리지 못 했죠.
라일리의 떨어지는 변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한 타자들을 탓하고 싶지만, 상대 투수의 공이 이렇게 긁히는 날은 '운'이 따르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NC 불펜진이 리그 최하위이기에 라일리를 7회 이전에만 내렸어도 남은 3이닝 동안 반등을 노릴 수 있었는데, 6회에 한꺼번에 5실점을 한 게 컸고, NC에서 연패를 끊기 위해 큰 점수 차이에도 라일리를 밀고 가 7회까지 던지게 했죠. 남은 3이닝 7점 차 극복도 힘든데, 2이닝 7점차 극복은 불가능한 미션입니다. 심지어 마지막엔 마무리 투수 류진욱까지 등판을...
이범호 감독의 승부수가 너무 급했다.
2대0으로 지고 있음에도 KIA 이범호 감독은 6회에 전상현을 올리는 강수를 둡니다. 전 솔직히 별로였습니다. 팀이 연패 중도 아니고 3연승 중이었고, 선발 매치업만 봐도 버릴 경기는 버려야 합니다. 물론, NC 불펜진이 약한 건 사실이지만 어제도 던진 전상현을 굳이 2점 차이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을...?
물론, 근거 없는 승부수는 아니었어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NC 불펜진이 너무 안 좋은 것은 사실이고. 내일은 오후부터 비 예보가 있습니다. 아마, 이런 상황을 모두 고려해서 짜낸 승부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애써 전상현을 6회에 올린 선택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선호하진 않지만요. 하지만 7회에 최지민을 올린 선택은 의도도 잘못됐고, 결과도 잘못됐죠. 그나마 조상우를 안 올려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6회에도 점수를 따내지 못 했으면, 7회부터는 임기영 - 윤중현 - 김민재 등을 활용했어야 합니다.(적고 나니 처참하군요.) 그나마 사람 구실 하는 최지민을 올려서 결과도 좋지 못했죠.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이범호 감독이 이런 무리수를 던지는 게 투수 뎁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2점 차이에서 점수를 더 주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투수들이 없어요. 신뢰 문제를 떠나서 '구위'가 약한 선수들이 불펜진에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계속 강조하지만 여름 쯤에 누구 하나라도 튀어 나와야 합니다. 이의리가 정상적으로 복귀해서 황동하가 추격조 역할을 다시 해줘야 불펜 뎁쓰가 더 좋아지고요.(이게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죠.) 지금 KIA 불펜은 정해영, 조상우, 전상현 정도를 제외하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신뢰가 드는 투수가 매우 적습니다.
작년에 잠깐이라도 좋은 모습 보인 김기훈이나 유승철이 올라와도 좋고, 지금 2군에서 구위는 가장 좋고,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모르는 투수에서 이제 던지는 공의 절반 정도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게 된 홍원빈이 올라와도 좋고, 누구라도 좋으니 투수 뎁쓰에 보탬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눈에 들어 오는 투수가 없네요.
죽은 자식 뽕알 만지는 거지만, 조대현 대신 원상현을 뽑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무 아쉽습니다. 여튼, KIA는 향후 2년 정도는 꾸준히 우완 정통파 강속구 투수를 뽑아야 합니다. 팀에 쓸만한 투수가 너무 없어요.
아까 잠깐 2군 임다온 던지는 거 보고... 하, 140km/h도 안 되는 직구를 던지는 우완투수가 2군 마운드에 오르는 게 현실이라니... 라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140km/h도 존에 못 넣는 투수는 등판을 시킬 게 아니라 몸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죠. 그렇게 투수가 없나요? 네, 없습니다.
결과만 안 따라올 뿐, 황동하는 여전히 성장 중
오늘 황동하는 잘 던져줬다고 생각합니다. 4.2이닝 동안 5피안타 밖에 맞지 않았고, 실점도 지난해 홈런왕 데이비슨에게 맞은 홈런. 그리고 빗맞은 안타로 나온 실점 뿐이었어요. 황동하가 안 좋았던 점은 사구 2개 정도 뿐이었죠.
ERA 6.29 황동하의 표면적인 성적은 그리 좋지 못 합니다. 피OPS도 무려 .912에 이르고 있어요. 하지만, 기록을 제외한 '구속'을 보면 황동하는 성장 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동하는 투수 치고는 크지 않은 체구와 낮은 픽 순위(2차 7번)에서 알 수 있듯 실링이 높은 선수는 아니죠. 아마 시절에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었습니다. 평균도 아닌, 최고 구속이 140km/h 초반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올해 황동하의 포심 평균 구속이 144.2km/h 입니다. 지난해 141.7km/h에서 3km/h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전 황동하가 구원으로 전환했으니 짧은 이닝을 전력 피칭하니까 구속이 올랐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선발로 나와서 던져도 구속이 잘 나옵니다.
심지어 오늘은 최고 147km/h까지 찍었고, 마지막 5회에도 김주원을 상대로 던진 초구가 146km/h이었습니다. 물론, 오늘 투구 수가 64개 정도로 선발 치고는 많지 않았지만, 지난해 선발로 140km/h 초반을 던졌던 투수가, 50개 넘게 투구할 때까지도 145km/h 이상을 던지고 있는 건 큰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작년에 전, 황동하에 대해 평가를 하면서 NC의 신민혁 같은 투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신민혁은 리그에 대표적인 피네스 피처죠.) 올해 황동하의 직구 구속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신민혁의 직구 평균구속은 139.7km/h에 불과하니까, 황동하와 같은 스타일이라고 볼 수 없죠. 황동하는 파워 피처로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동하는 슬라이더라는 결정구도 있습니다. 지난해 황동하 슬라이더의 헛스윙률이 36.7%였어요. 올해도 31.9km/h로 높은 편이고요. 30%대의 헛스윙률은 굉장히 높은 비율입니다. 오늘 슬라이더가 긁힌 라일리의 슬라이더 헛스윙률이 37.3%이니, 작년 황동하의 수치와 비슷하죠. (참고로 어제 호투한 김도현은 헛스윙률이 30%가 넘어가는 구종이 없습니다. 작년엔 커브 하나.)
그래서 전 황동하의 성적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도 빗맞은 안타 1개 없었으면 1실점에 불과했을 정도로 잘 던졌고요. 그리고 적어도 윤영철보다는 훨씬 구위가 좋죠. 윤영철보다는 황동하에게 선발 기회를 주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팀 미래를 위해서 더 낫단 생각이 듭니다. 윤영철은 구속 상승을 이루어내지 못 하면, 차라리 백정현처럼 불펜으로 1이닝 투구하는 게 나을 수도 있고요.
다만, 팀이 성적을 내려면 황동하가 불펜에서 뛰는 게 낫긴 합니다. 투수 뎁쓰 문제 때문이죠. 하지만 황동하 선발 기회는 시기의 문제이지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양현종이 천년 만년 뛸 것도 아니고, 결정구가 있고, 140km/h 중반의 평균 구속을 던지는 우완 투수는 리그에 흔한 존재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선수 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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