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요인
오늘도 KIA는 주전 선수가 대거 제외된 라인업으로 롯데를 상대했습니다. 윤영철의 경우, 초반 호투를 했지만 정훈에게 빗맞은 안타를 맞은 게 컸죠. 정훈의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나온 빗맞은 안타를 보고 올 시즌 롯데와의 상성이 안 좋은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여기에 김기훈이 올 시즌 첫 피홈런을 나승엽에게 맞으면서 6:0까지 스코어가 벌어지고 오늘 경기도 무기력하게 지는 구나 싶었습니다.
게다가 롯데는 반즈를 선발로 내세웠고, 선발 라인업도 베스트 라인업으로 짰죠. 소크라테스, 나성범, 최형우, 김선빈 등 고참급 선수들이 모조리 빠진 KIA 타선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타선이었고, 실제로 주전들이 없으니 지난 2경기에서는 공격력이 그야말로 처참했습니다. 게다가 주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우성은 계속해서 무안타 행진 중.
하지만 이대로 잠자코 물러나고 싶지 않았는 지 6회와 7회에 무려 6득점씩 뽑으며 경기를 가져갑니다. 7회는 롯데 투수진의 자멸이 컸지만, 6회에는 반즈 상대로 연속 4안타를 치는 좋은 모습을 보였죠. 그 포문을 연 선수는 데뷔 첫 안타를 친 김두현이었습니다. 그럼, 오늘도 선수 위주로 짧게(오늘은 진짜 짧게 쓸 거임) 적어 보겠습니다.
윤도현, 한국시리즈 엔트리 포함은 확정적?
순위를 확정 짓고, KIA 경기에서 관전 포인트는 김도영의 40-40 달성 여부와(이젠,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죠) 윤도현의 활약 여부였죠. 5경기를 뛴 윤도현은 현재 22타수 9안타(2루타 2개) .409의 타율, .500의 장타율, .909의 OPS를 기록하면서 스몰샘플이긴 하지만, 굉장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좋지 못한 기록도 있습니다. 22타석 들어서는 동안 볼넷은 단 한 개도 얻어내지 않았고, 삼진만 7개 당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당연한 겁니다. 윤도현의 과제는 '볼넷'으로 걸어나가는 게 아니라 '컨택'을 하면서 1군 투수들이 던지는 공에 적응하는 거죠. 타석에서 적극적인 타격을 하는 게 맞습니다. 윤도현과 동갑인 김영웅이 올해 삼진율 30.5%, 볼넷율 8.8%입니다. 스몰샘플이지만, 윤도현도 삼진율 31.8%를 기록하며 김영웅과 비슷합니다. 이러면서 성장하는 거죠.
오늘 윤도현은 첫 타석에서 반즈의 존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헛스윙을 하며 삼진을 당했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비슷한 코스의 체인지업을 골라냈고(투심 공략해서 3루 땅볼 아웃) 세 번째 타석에서는 삼진을 먹었던 체인지업을 공략해서 좌중간 적시타를 치며 타점을 올렸습니다. 3타석 만에 반즈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냈다는 점에서 타격 재능을 엿볼 수 있죠.
마지막 타석에서도 경험 없는 우타자가 프로 1군 무대에서 가장 곤란함을 겪는 구종인 바깥쪽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받아 쳐서 2타점 적시타를 날렸고요. 두 개의 안타 모두 뱃 중심에 맞은 좋은 타격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앞 타석에서는 대형 파울 홈런을 치는 등, 타석에서 점점 자신감이 엿보이고요.
무엇보다도 삼진을 당한 이후에도 자기 스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전 어린 타자에게 '삼진'은 성장의 자양분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있다는 건 자기 스윙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상대 투수가 잘 던진 공에 헛스윙은 당연한 거에요. 존에 들어오는 실투만 놓치지 않으면 됩니다. 변화구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겠다고 히팅 포인트를 뒤로 두면 오히려 빠른 공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런 면에서 윤도현은 좋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까지 윤도현이 2-3번 타순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아마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포함될 걸로 판단됩니다. 다만, 몇 타석이나 들어설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오더라도 김태군 대신 대타로 활용하거나, 왼손투수가 나왔을 때 최원준 대신 대타로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주자 요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보이는데, 주력이 얼마나 빠른 지는 잘 모르겠네요. 부상으로 2군 타석도 118타석에 불과하고, 도루 1개가 전부(3실패)입니다. 박정우가 퓨처스 통산 도루 77개(35실패), 홍종표가 퓨처스 통산 도루 28개(12실패)라는 걸 감안하면 기록만 보면 대주자로서 효용 가치는 크지 않아 보여요.
그래도 이범호 감독도 윤도현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고, 실제로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아직 수비와 주루에서 1군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타석에서는 적어도 자기 스윙을 끝까지 가져간다는 점에서 한국시리즈 엔트리는 넉넉하게 포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변우혁, 당당하게 1루 주전 경쟁에 합류
오늘 경기 KIA가 친 적시타 중 승리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적시타는 변우혁의 2타점 2루타라고 생각합니다. 반즈가 바빕타를 잇달아 맞고(김두현, 김도영, 박찬호의 안타는 운이 따랐죠. 특히 김도영)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구승민이 마운드에 올라왔는데, 구승민이 던진 포크볼 4개 중에 1개는 헛스윙, 1개는 스트라이크, 그리고 몰리는 카운트에서 포크볼 1개는 골랐고, 5구째 포크볼은 컨택으로 파울로 만들면서 자신의 카운트를 잡았고, 6구째 벨트 라인으로 들어 오는 빠른 공을 놓치지 않고 우중간 2루타로 만들었습니다.
구승민의 포크볼을 생각하면서 스윙을 가져갔음에도 좋은 타구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칭찬을 많이 하고 싶어요. 그리고 오늘 볼넷도 2개를 골라 나가면서 선구안에서도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고요. 지난해에 32.7%에 달했던 타석당 삼진율이 올해 26.1%까지 나아졌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올해 BABIP를 보면 .386을 기록하며 높은 편입니다. 실제로 운이 따르는 안타도 적잖이 나오고 있고요. 하지만 운이 따르는 안타가 나오면서 타석에서 자신감도 찾고 하는 거죠.
우타 거포는 정말 인내심을 갖고 키워야 하는 포지션입니다. 박병호가 WRC+ 100 이상을 처음 기록한 게 25살이 되었을 때입니다. 변우혁은 내년에 25살이 됩니다. 변우혁이 박병호가 될 거란 뜻은 아닙니다.(애초에 아마추어 때 기대치가 다르기도 하고) 변우혁의 나이가 많은 나이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내년에 주전으로 자리 잡으면 그만이고, 이우성이 1루수에서 헤매고 있는 올시즌. 변우혁에게 내년은 제법 많은 기회가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회를 잡느냐는 변우혁에게 달린 일이죠.
한국시리즈에서는 아마 안정성 때문에 좌완 선발이 나오는 게 아니라면, 이우성이나 서건창이 1루수로 나올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서건창 1루수가 가장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서건창의 문제는 수비죠. 이우성도 수비는 그닥이라서, 1루수에 적합한 덩치인 변우혁이 성장하는 것이 팀으로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입니다.
최지민, 한국시리즈 엔트리 승선의 희망을 던지다.
순위가 확정되고, 이범호 감독이 한국시리즈 엔트리 명단 작성에 테스트를 하고 있는 선수가 타자는 윤도현, 투수는 최지민과 박준표라고 생각합니다. 8월 22일 말소 이후, 재조정을 위해 거의 한 달 간 다시 조정기를 거치고, 9월에 올라 온 최지민은 9월에 4.1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피안타율 .235를 기록하면서 제법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특히, 오늘은 1.2이닝 동안 1피안타 2탈삼진 0볼넷으로 최지민의 이름값(?)에 걸맞는 좋은 투구를 보였는데, 오늘 감이 좋아 보인 나승엽을 상대로 몸쪽 145km/h 포심으로 2루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로 1사 1, 3루 위기를 넘겼죠. 팀이 역전하자 7회에는 박승욱을 상대로 몸쪽 145km/h 포심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고, 이인한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신윤후 마저 144km/h 포심을 몸쪽에 박아 넣으며 위기를 넘깁니다.
최지민은 9분할 스트라이크존에서 7번과 9번 위치의 존으로만 포심을 넣으면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팔 각도가 낮은 편이라서 그 코스로 포심 넣어서 카운트 잡은 이후에, 비슷한 코스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존에서 떨어뜨리면 타자를 이겨낼 수가 있죠.
최지민이 올해 망했다고 해도 피장타율은 .347을 기록하며 낮은 편입니다. 규정이닝 50% 이상을 소화한 투수 중 최지민보다 피장타율이 낮은 투수는 하트(.303), 조병현(.327), 곽빈(.332), 브랜든(.339) 이렇게 넷 밖에 안 됩니다. 30%로 범위를 더 넓혀도 최지민 위에는 17명 밖에 없어요. 최지민 올해 성적이 망한 건 피출루율이 4할에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올시즌 탱탱볼이니 뭐니 해도 올해 최지민의 피홈런은 2개 밖에 안 되요. 구위가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큰 경기에서는 구위가 뛰어난 투수가 최고죠. 게다가 9월 복귀 이후 3경기에서 실점은 했어도 피안타율은 .235로 떨어뜨렸기 때문에 한국시리즈 엔트리 포함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부진하다 부진하다 해도 최지민 전반기 피OPS가 .596에 불과했어요. 21살의 젊은 투수가 후반기 흔들렸다고(후반기 피OPS 1.130)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게 더 이상한거죠.
오랜만에 선수 단평으로 글 마무리 합니다.
선수 단평
KBO 신인 드래프트 외야수 상위 지명 잔혹사 (3) | 2024.10.03 |
---|---|
[9/30] KIA : NC - 미래를 보여 준 윤도현, 변우혁, 김두현 (1) | 2024.09.30 |
[9/27] KIA : 한화 - 못 치는 건 이해할 수 있어 (0) | 2024.09.27 |
[9/25] KIA : 롯데 - 승부에 진심인 팀, 즐겜 모드인 팀 (0) | 2024.09.25 |
[9/24] KIA : 삼성 - 김도현, 윤도현, 유승철 (9) | 2024.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