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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 KIA : 한화 - 못 치는 건 이해할 수 있어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9. 2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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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한화는 1군 멤버를 내보냈고, KIA는 김도영, 한준수, 최원준 빼면 2군 멤버를 내보냈기 때문입니다.

 

 

김도영의 홈런, 오늘이 가장 어려웠다.

 

현재 남은 경기 모든 초점은 '김도영의 40홈런' 인데. 오늘은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는게, 한화에서 와이스가 나왔기 때문이죠. 김도영이 와이스 상대로 홈런 하나 치긴 했는데 정확한 타이밍에 나온 홈런은 아니었고, 밀려 맞았는데 그게 뱃 중심에 맞으면서 우측 폴대 안 쪽으로 살짝 들어 온 홈런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때 와이스는 KBO 무대에 적응하기 전이었고요.

 

와이스는 오른손 타자 상대로는 재앙입니다. 올해 우타 상대로 피안타율이 .150에 불과합니다. 피OPS는 .469 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스위퍼, 커브가 사기입니다. 포심도 150km/h에 육박하면서 정확한 타이밍에 받아 치기 어렵고요. 오히려 김도영이 삼진을 당하지 않은 게 대단할 정도입니다. (와이스는 반면, 좌타자 상대로는 피OPS가 .732)

 

게다가 김도영이 상대하진 않았지만, 와이스 다음에 나온 김서현도 우타 상대 피OPS .493, 좌타 상대 피OPS .777 입니다. 만루 찬스에서 설령 박정우가 출루했더라도 김도영이 김서현의 공을 홈런으로 연결시키긴 어려웠을 겁니다. 게다가 올해 김서현은 36.1이닝을 투구하면서 홈런을 단 하나도 맞지 않았습니다.(작년에는 1피홈런) 스카우트들이 빠른 공 투수를 선호하는 이유를 김서현만 봐도 알 수 있죠. 한 가운데 들어가도 장타를 잘 안 맞으니까...

 

제구가 별로라지만, 한승혁도 피홈런을 잘 맞지 않습니다.(볼넷을 내주면 내줬지) 올해 60.2이닝 투구하면서 홈런 2개 밖에 안 맞았어요. 김경문 감독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만, 우타자가 가장 홈런 치기 어려운 투수들만 마운드에 내보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유일한 기회는 김승일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와 있을 때였는데 KIA 타자들이 변우혁 제외하면 2군 선수들이니 찬스를 만들어줄 수가 없죠.

 

내일도 롯데 투수가 반즈니까 홈런 치긴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반즈는 우타 상대로 피홈런이 12개이고(9이닝 당 피홈런 6위) 김도영은 올해 좌투수 상대 장타율이 .710일 정도로 좌투수에 강한 선수이니까 거기에 기대해봐야죠. 하지만 챔피언스필드면 모를까 하필이면 성담장이 있는 사직구장이라서 역시 홈런 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리뷰에도 적었지만, 최종전에 연타석 홈런 치는 게 아니면, 매우 힘들어 보여요. 그나마 NC에서는 좋은 투수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 보니...(하트는 오늘 말소)

 

결과적으로 얻은 게 거의 없었던 경기였는데, 전 새로운 선수가 나와서 플레이 하는 모습을 즐겨 보는 편이라 평소 야구보는 것보다 더 집중해서 본 편이었습니다. 원래는 게임 하면서 야구 보는데(FM을 돌린다거나 더쇼를 하고 있다거나 페르소나 시리즈 같은 턴제 게임을 한다던가, 역전재판 시리즈를 한다거나) 오늘은 그냥 볼 정도였어요. 그래서 백업 선수들 위주로 짧게(?) 적어 보겠습니다.

 

 

윤도현, 타격 재능은 느껴지지만 유격수는 아닌 듯?

 

공격은 확실히 재능이 있습니다. 와이스의 치기 쉽지 않은 150km/h 포심을 정확하게 받아 쳐서 첫 타석부터 안타를 쳤고, 와이스의 사기 같은 변화구에 삼진은 하나 먹었지만, 와이스의 변화구는 1군 타자들도 못 치는 공입니다. 그런대 3번째 타석에서는 어찌됐든 컨택은 해냈다는 데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문제는 유격수 수비입니다. 이 선수가 좋은 재능에도 불구하고 2라운드에 내려온 이유는 '수비' 때문이죠. 송구 문제 때문에 유격수보다는 2루수로 보고 뽑았다는 게 KIA 스카우트의 평이었는데 오늘 여실히 송구 문제가 나왔습니다. 5회 페라자의 유격수 땅볼 때 송구 동작을 보면, 빠르지도 않고 스텝도 불안정하고 송구에 부담을 느껴하는게 보이더라고요. 이범호 감독이 윤도현의 타격 재능을 높이 사서 꾸준히 중심타선으로 내보내고 2루, 3루, 유격으로 다 써보고 있는데 2루가 확실히 자연스러워 보이고, 유격은 오늘 모습만 봐선 어려워 보입니다. 

 

윤도현이 유격수로 자리 잡으려면 송구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어깨가 강한 지도 확인이 필요하겠죠. 벌써부터 유격 불가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싶진 않습니다. 전 내야수로 도저히 못 써먹을 거라고 생각했던 김태진이 올해 좋은 유격수 수비를 보여주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윤도현도 아직 어린 선수이니까 '어깨'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훈련만 열심히 하면 유격수로 비벼볼 순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장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윤도현을 유격수 백업으로 쓸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봅니다. 문제는 한국시리즈에서 박찬호가 부상으로 빠질 경우죠.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데, 이 경우 박찬호 대신 유격수로 쓸 선수가 없어 보입니다. 그때는 정말 김도영 말곤 없다고 생각해요. 사생활에서 구설수 일으킨 홍종표의 경우, 구설수가 없더라도 홍종표 역시 스카우트 당시 송구 문제 때문에 2루수로 봤고, 그 때문에 좋은 타격 재능에도 2라운드에 뽑혔죠. 그나마 유격수 백업은 박민이 떠오르는데, 몸이 안 좋은 건지 몰라도 박민은 1군 안 올리는 걸 봐선 교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현장에서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오선우, 최정용, 김규성

 

셋 다 KIA 2군에서 제법 오래 뛰고 있죠. 그리고 셋 다 1군 무대에 가장 자주 들락거리는 2군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셋 다 1군에서 통하려면 수비 연습을 많이 해야할 것 같네요. 오늘 오선우는 실책을 저질렀고, 김규성 역시 3루 강습 타구를 뒤로 흘렸으며(이게 왜 안타야...) 최정용 역시 자기 앞으로 오는 타구를 한 번 흘렸고(다만, 이 타구는 어렵긴 했음) 중계 플레이에서 오는 송구 역시 뒤로 빠뜨렸죠.

 

전 오늘 2군 선수들이 못 친 걸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1군 타자들도 어려워 하는 와이스(우타 피안타율이 .150인게 말이 됩니까?), 김서현 상대로 안타 치면 그게 대단한거죠. 실제로 최정용은 그래도 2군에서 고타율을 보여주는 타자 답게 김서현의 빠른 공을 어렵지 않게 3-유간으로 강한 타구를 보냈고요. 

 

문제는 수비죠. 셋 다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못 보이니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정훈이 왜 2군에서 엄청 잘 치고도 KIA에서 방출됐는데요. 나이는 서른을 넘겼는데 수비가 안 되니까 그렇습니다. 오선우와 최정용은 내년이면 28살이고, 김규성도 27살이 됩니다. 셋 다 이제 1군에서 자리를 잡을 시기인데 셋 다 아직 그저 그렇죠. 솔직히 올해 드래프트에서 KIA가 우투수 도배를 안 했다면 셋 다 올해가 프로 선수로 뛰는 마지막 기로가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투수만 뽑아서 내년에도 팀에 있을 가능성이 큰데, 정말 1군 선수가 되고 싶다면 지금과 같은 수비력으로는 무리입니다.

 

단적으로 박찬호를 보세요. 운동 능력이 뛰어나고 수비가 되니까 1군에서 그 형편없는 공격력에도 붙어 있었고, 그렇게 많은 타석을 들어서면서 컨택과 선구안에 비약적인 향상을 이루어냈죠. KIA는 1군도 그렇고 2군도 그렇고 수비 하는 모습을 보면 훈련을 제대로 하고 있나 의심이 들 정도인데, 투수들은 잘 키우고 있는데 수비수들은 잘 못 키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비 훈련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여요.

 

 

유지성의 슬라이더, 김민주의 체인지업, 김민재의 포크볼

 

KIA는 오늘 1군 투수 황동하, 임기영 다음에 2군 투수 3명을 연달아 마운드에 올렸죠. 셋이 도합 2.0이닝 동안 5실점으로 좋은 투구 내용은 못 보였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유지성의 경우, 구속은 142km/h 정도로 평범한 편이고, 포심이 딱히 위력적이라는 느낌은 없었는데 슬라이더는 좋더라고요. 잘만 키우면 이준영의 뒤를 이어서 원포인트로 써먹을 수 있어 보입니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사진처럼 얼굴값만 하면 인기 많을 것 같습니다. 2000년생으로 아직 젊은 편이고 4라운드 지명했다는 걸 감안하면 여기까지 키운 것도 잘 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아마추어 때는 구속이 안 나오는 선수였는데 142km/h까지 끌어 올린 건 KIA 투수 육성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 같습니다.

 

김민주는 지난해 드래프트 7라운드로 뽑은 대졸 선수인데, 시범경기 때부터 인상적인 피칭을 보였죠. 솔직히 이 정도 공을 던지는 투수가 왜 7라운드까지 밀렸는 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노시환에게 장타 맞긴 했지만, 체인지업을 잘 떨어뜨리면서 삼진 2개를 잡아내는 등 2군 투수들 중에서는 가장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아직 제구가 좀 날리는데, 커맨드 능력만 조금 더 향상시키면 '체인지업'이라는 결정구가 있고, 빠른 공도 142km/h 이상 찍히면서 움직임이 좋아서 불펜투수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유지성, 김민주, 김민재 중에서는 1군 무대에 가장 가까운 선수이긴 해요. 2군에서도 스몰 샘플이지만 10.2이닝 동안 ERA가 0.84에 불과합니다. 이닝보다 많은 삼진(11개)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다만, 볼넷(5개)과 피안타율(.326)은 높은 편이라 역시 커맨드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네요.

 

김민재 역시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김민주 다음인 8라운드에 뽑은 대졸 투수죠. 이 선수는 팀에서 기대하는 바가 큰지 무려 시즌 중에 미국을 다녀온 선수입니다. 그리고 오늘 가장 좋지 못한 투구를 기록했고, 실제로 2군 기록은 평범(30.2이닝 ERA 5.58, 피안타율 .286)한 편인데 던지는 공을 보니 왜 팀에서 미국으로 보냈는 지 알겠더라고요.

 

포심이나 포크볼 위력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첫 타자 이도윤 상대로 2구째 포크볼을 던졌는데 정말 좋은 위치에서 날카롭게 떨어지더군요. 그리고 이진영을 상대로는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기도 했습니다. 오늘 많이 얻어 맞은 이유는 한 가운데 몰리는 공들이 너무 많더군요. 당장에 최인호에게 맞은 홈런은 3볼 1스트라이크에서 카운트 잡으려고 던진 한 가운데 포심이었고요.

 

결국, 커맨드가 문제인데 김민재가 하이 패스트볼과 포크볼이라는 커맨드만 잡으면 이용찬 느낌으로 키울 수 있어 보입니다. 팔 나오는 각도도 이용찬 비슷해 보이고, 포크볼만 존에서 떨어뜨리는 제구를 완성해 내면 좋은 불펜투수로 키울 수 있어 보여요.

 

전 기본적으로 투수를 평가할 때 '삼진 잡는 능력' '헛스윙을 만들어내는 구종 또는 구위'가 있는 지를 봅니다. 유지성은 아직 잘 모르겠는데 적어도 김민주와 김민재는 체인지업과 포크볼이라는 결정구는 갖고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둘 다 빠른 공의 무브먼트가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하는 위력을 갖고 있고요.(유지성은 이런 면에서는 구위는 좀 부족해 보였음. 그냥 딱 포텐 터뜨리기 전 이준영 느낌)

 

오늘 부진하다고, 2군 성적도 그저 그렇다고 폄하할 수가 없는데, KIA는 당장에 황동하(7라운드), 곽도규(5라운드)라는 하위 라운드에서 키워 낸 두 명의 투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곽도규는 지난 시즌 1군에서 11.2이닝 동안 ERA가 8.49에 달했고(10볼넷), 황동하 역시 지난 시즌 31.1이닝 동안 ERA 6.61이었습니다. 둘 다 작년에는 1군에서는 써먹지 못할 투수였는데 올해 곽도규는 리그 최고의 좌완 셋업, 황동하는 괜찮은 5선발로 성장했죠. 그런데 이 두 명의 투수가 작년에도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가 곽도규는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갖고 있었고, 황동하는 피해가지 않는 투구와 커맨드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김민주, 김민재, 유지성도 곽도규, 황동하가 되지 말란 법이 없죠. 물론, 곽도규 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지만 김민주의 체인지업과 김민재의 포크볼을 보면서 성장 가능성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구와 커맨드가 따르지 못 해서 둘 다 안타를 맞고 볼넷을 내줬지만, 둘 다 삼진을 잡았다는 점에서 일단 기대를 걸어보고 싶어요. 진짜 가능성 없는 투수는 헛스윙을 만드는 공을 갖고 있지 못 하는 투수들이니까요.

 

 

요약하면, KIA 함평 육성 시스템은 최근 투수는 잘 길러내는 느낌을 받은 반면, 2군 선수들의 수비 능력이 좀처럼 발전하지 못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심재학 단장이 모쪼록 2군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점검해봤으면 싶네요. 타격은 실패의 과정에서 깨우치는 거지만, 수비는 실패의 과정에서 얻는 게 거의 없습니다. 완성된 상태로 1군에 올라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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