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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 KIA : 삼성 - 김도현, 윤도현, 유승철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9. 2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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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인

 

오늘 양 팀 다 1.5군 수준으로 라인업을 구성했죠. 결국, KIA나 삼성이나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기 위한 백업들의 활약이 중요한 경기였는데, KIA는 '누굴 빼야 하나'라는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 할 정도로 백업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였습니다. 승부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경기 결과도 일방적이었죠. 

 

 

부담을 던 김도현, 시즌 최고의 피칭

 

오늘 경기를 지배한 건 김도현이었습니다. 물론, 삼성 라인업에서 김지찬, 구자욱, 박병호, 강민호, 이재현 등 주전급 타자가 모조리 빠진 걸 감안해야 합니다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오늘 정말 공이 잘 들어갔죠. 김도현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고 마운드에 오르니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까지 공이 힘이 있게 들어갔습니다.

 

김도현이 선발 체질인 걸 알 수 있는 게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의 구속이죠. 1회에 최고 149km/h, 최저 146km/h의 구속을 기록했고, 투구 수가 80개가 넘어 간 7회에 최고 149km/h, 최저 147km/h의 구속을 보였습니다. 그냥 1회부터 7회까지 포심 구속이 떨어지지 않고 일정했어요. 오늘 구속이 잘 붙어서 포심 구사율도 51.7%로 매우 높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무엇보다도 커브 제구가 좋았습니다. 오늘 커브 구사율이 28.1%를 기록하며 포심 다음으로 높았는데 오늘 던진 커브의 컨택률이 37.5%에 불과했습니다.(시즌 평균 64%), 김도현이 선발로 더욱 좋은 활약이 기대가 되는 게 변화구 완성도죠. 커브의 피OPS가 .519에 불과하고, 슬라이더 .765, 체인지업 .706입니다. 

 

여기서 슬라이더까지 잘 던지면 전성기 송은범이 되는 거고, 커브만 중요한 상황에서 잘 던져도 KBO에서는 3~4선발로 쓰기에 모자라지 않죠. 스태미너도 증명했고, 결정구도 증명했으니, 이제 김도현이 증명할 건 '자신감'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처럼 부담 없는 상황에서 이런 공을 던지는 걸 보면, 김도현에게 남은 건 '경험' 뿐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김도현에게 필요한 건 압박감 있는 상황에서도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있느냐겠죠. 황동하와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물론, 황동하도 대구 삼성전에서 완전 쫄아서 던졌지만) 구위는 김도현이 훨씬 좋지만 김도현은 아직 커맨드가 많이 부족하죠. 솔직히 여기서 커맨드만 더 좋아지면 곽빈이 되는 겁니다.(포심 - 커브 조합이라는 점에서 곽빈과 스타일이 유사하죠.)

 

내년에는 양현종의 기량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윤영철도 있고, 김도현, 황동하도 있으며, 이의리도 시즌 중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선발 한 자리를 두고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 같습니다. 여기에 선발로 쓸 수 있는 자원들이 많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부여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여건 조성도 되죠. 

 

김도현은 올해는 한국시리즈에서 불펜 또는 스윙맨으로 기용이 될 것 같은데,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압박감을 이겨내고 좋은 피칭을 한다면 조금 더 빠른 성장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도현, '수비'가 되는 걸 보여주다.

 

어제 3루수로 출장한 윤도현이 오늘은 2루수로 나왔습니다. 아직 표본은 부족하지만, 수비적인 면만 보면 확실히 2루에서의 움직임이 3루에서의 움직임보다 자연스럽네요. 3루에서는 송구 동작이 민첩하지 못한 느낌이 있는데(아무래도 송구 거리 때문인 듯) 2루에서는 런닝 스로우까지 정확하게 하는 등 조금 더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오늘 모습만 보면 김선빈 이후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물론,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하겠지만요.

 

타석에서는 2루타 2개를 때려내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변화구 대처 능력에서는 확실히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당연한 겁니다. 윤도현은 이제 겨우 1군에서 10타석 소화했습니다. 처음부터 변화구를 공략하고 장타까지 치면 이 선수는 역대 최고의 천재 타자죠.(아무리 김도영이 나보다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고 했다지만)

 

고졸 타자. 그 중에서도 우타자는 1군에서 키우는 데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당장에 프로 입단 3년만에 MVP급에 오른 김도영도 첫 시즌 전반기에는 출루율이 .283에 그쳤습니다. 후반기에 출루율 .386을 기록하면서 뒤늦게(?) 1군 무대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죠. 윤도현도 김도영급 재능이 아니라면 적어도 300타석까지는 출루율 3할 2푼도 힘들 겁니다. 

 

첫 타석 변화구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너무나도 티가 나자(상하체 분리 타법) 이범호 감독이 다시 재조정을 해줘야 할 정도로 아직 1군 타석에서 좋은 투수의 공을 이겨낼 만한 기량은 갖췄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윤도현이 다른 유망주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 어찌됐든 '컨택'에 성공했다면 총알 같은 타구를 날릴 줄 안다는 점에 있죠.

 

오늘 나온 2루타 2개가 그렇습니다. 김대호의 바깥쪽 높은 포심을 잡아 당겨서(김헌곤 스윙 보는 줄) 좌중간으로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렸고, 세 번째 타석에서는 김대호의 가운데 들어오는 밋밋한 슬라이더를 잡아 당겨서 역시 좌측 펜스 앞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날렸죠. 경험이 부족한 타자가 1군 무대에서 어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삼진'을 두려워 하지 않고 자기 스윙을 해서 '강한 타구'를 보내는 것이죠. 어제 오늘 윤도현의 모습에서 이런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원래 고졸 우타 거포는 삼진 먹으면서 성장하는 거고, 삼진과 비례해서 장타만 늘어난다면 좋은 성장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의 김영웅은 내년에 더 좋은 선수가 될 겁니다. 삼진과 함께 장타도 늘었으니까요. 윤도현 역시 내년이 더 기대가 되는데, 오늘 2루에서 생각보다 좋은 수비를 보였고, 이범호 감독이 유격수로도 내보낸다고 하는 걸 보면, 한국시리즈 엔트리 포함을 위한 마지막 테스트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남은 경기에서 수비에서 하자 있는 모습만 안 보이면, 한국시리즈 엔트리 승선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비 잘 해주고, 존에 들어오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장타'를 치는 것. 윤도현은 상대 투수의 좋은 변화구까지 골라내고 이걸 컨택할 생각은 하지 말고, 일단, 존에 들어오는 실투를 자신있게 스윙해서 장타를 만들어내는 것에 주력했으면 좋겠어요. 이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나쁜 공을 고를 수 있고, 나쁜 공을 고르는 단계가 되면, 그 다음에는 까다로운 공을 컨택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될 수 있죠. 아무튼, 남은 경기 윤도현 선수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을 줄 것 같습니다.

 

 

유승철, 다저스 유니폼 입혀 놓으면 절반은 속을 듯

 

오늘 경기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는 마지막 만루홈런이라고 생각한 타구가 담장 앞에서 잡힌 김도영도 아니고 오늘 2루타 2개 치고 좋은 수비 보인 윤도현도 아니고, 7이닝 무실점의 생애 최고의 피칭을 한 김도현도 아닙니다. 야마모토... 아니, 승마모토 유시노부. 유승철 선수입니다.

 

농담아니라 다저스 유니폼 입혀 놓으면 야마모토인줄 알 정도로 투구 폼이 흡사하고 공 위력도 30% 정도 밖(?)에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올 시즌 엘지 전에서 타자 한 명 잡을 것 같을 정도로 엉망인 공을 던졌고 이제 방출이 멀지 않았구나 싶었던 선수가 미국 가서 지도 받더니 야마모토 폼 탑재하고 제구도 잡히고, 변화구 커맨드도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오늘 제 아무리 삼성에서 주전 멤버를 제외했다고 하더라도 KIA만 만나면 방망이에 불을 뿜는 김헌곤이 유승철의 공에 3구 삼진을 먹었고, 안주형마저도 커브로 삼진을 잡았습니다. 유승철이 야마모토보다 못한 건 스태미너와 10km/h 느린 구속(그래도 KBO에서는 탑 클래스인 150km/h) 포크볼과 슬라이더, 정교한 제구력... 어 적고보니 좀 많네요. 여튼, 그 정도 뿐입니다.

 

솔직히 오늘처럼 던지면 유승철이야 말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이 되어야 할 정도에요. 그 정도로 공이 정말 위력적이었습니다. 삼성 타자들이 주전급이 아니었다. 오케이. 하지만 150km/h에 육박하는 포심을 존에 구석구석 넣고, 커브를 딱 속기 좋은 높이로 떨어뜨리는 것만 보면 타선이 강한 팀을 만났더라도 호투했을 겁니다. 유승철이 검증할 건 하나 밖에 없어요. 압박감 있는 상황에서도 오늘과  같은 공을 던질 수 있느냐는 것.

 

 

 

그리고 여기까지 적고 생각해보니 역시 본토 과외가 최고입니다. 올해 KIA에서 투수 5명(김기훈, 유승철, 김현수, 조대현, 김민재)을 시즌 중에 미국 피칭 아카데미(정확히 모름 ㅋㅋ)에 보냈는데 그 지도 장면이 위 유튜브 영상에 담겨 있습니다. 이 영상에서도 미국 코치가 유승철에게 야마모토 피칭폼으로 던져보라는 권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죠.

 

이 선수들 중 김기훈, 유승철의 투구폼이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었는 데 둘 다 제구가 몰라보게 좋아졌습니다. 이게 바로 본토 과외의 위력 같아요. 다녀오자마자 김기훈 여전히 볼질하고, 김현수는 똥볼 던져대서 실망감이 이루 감출 데 없었고, 돈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과외의 효과는 복습을 통해서 발휘되는 법이죠. 김기훈, 유승철 두 명의 1차 지명 투수들이 슬슬 바뀐 투구폼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니 평생 안 잡힐 것 같았던 제구가 잡혀 버렸습니다. 

 

김현수도 오늘 2군 경기에서 5.0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9개의 탈삼진(3실점 0자책)으로 굉장히 좋은 투구를 해줬죠. 이 경기도 유튜브에서 영상 확인할 수 있는데 이따가 한 번 볼 생각입니다. 

 

김기훈, 유승철 두 명이나 확연히 좋아졌는데 작년 1라운더 조대현이 당장에 이상한 공 던졌다고 실망할 필요 없죠. 조대현도 미국에서 배운 걸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당장에 김기훈, 유승철 둘 다 연차가 꽤 쌓인 선수들이지만, 조대현은 이제 고졸 1년차죠. 길게 볼 필요가 있어요.

 

올해 KIA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왼손투수, 내야수, 포수를 안 뽑아도 되는 상황이라 공 빠르고 제구 미완인 우완투수를 중하위 라운드에서 집중적으로 지명했는데 구단에서 팍팍 투자한다니 김기훈, 유승철이 효과를 본 피칭 아카데미에 무더기로 보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중 3분의 1만 터뜨려도 대박인거죠.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본토가 최고에요. 괜히 KBO에서 외국인 투수들 성적이 좋은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국내 지도자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도 많다는 생각이 들고, 잘 모르겠으면 그냥 미국 가서 배워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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