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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 KIA : SSG - 경기는 꼬였지만 결과는 해피 엔딩

KIA Tigers 경기 리뷰

by Lenore 2024. 9. 1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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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요인

 

오늘 경기는 그저 '꼬였다' 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6개의 안타, 9개의 사사구로 무려 15명의 주자가 나갔는데 단 한 명도 홈을 밟지 못 했으니까요. 반면, 오늘 팽팽한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에레디아의 홈런은 선수가 치고도 포기했는데 문학 구장의 특수함으로 인해 나온 홈런이었습니다.

 

그냥 올 시즌 내내 SSG와 경기를 요약한 한 경기였던 것 같아요. 팽팽하게 싸우다가 한 끗 차이로 늘 승부를 놓치는 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해영이 최정과 한유섬에게 백투백 맞은 이후에 뭔가 크게 꼬이기 시작했던 것 같네요.

 

 

단장님, 김도현도 미국 유학 보내줍시다.

 

사실, 오늘 경기 선발 매치업만 보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죠. SSG에서는 올 시즌 성적이 안 좋다지만, 클래스가 있는 김광현의 등판이었고, KIA는 올해 선발 투수로 준비를 제대로 하지도 않은 김도현의 오랜만의 선발 등판이었으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오늘 김광현은 커브가 긁히는 날이었습니다. 첫 타자 박찬호부터 김광현의 커브에 헛스윙이 나오더니 결정적인 상황마다 김광현의 잘 떨어지는 커브에 낚여서 찬스가 번번히 무산이 됐죠.

 

하지만, 김도현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투구 수 관리는 김광현보다 김도현이 더 좋았어요. 5회까지 안타 6개, 볼넷 1개로 SSG 타선을 막았는데, SSG 타선은 지난 삼성과의 2연전에서 무려 25점을 뽑아냈을 정도로 타자들의 감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감이 좋았던 타선을 5이닝 동안 1실점으로 막은 것만 해도 대단한 피칭이죠.

 

오늘 김도현이 좋았던 게 포심의 구속이었습니다. 13일만에 등판이라서 그런지, 힘이 넘쳐서 포심 평균 구속이 148km/h을 기록했어요. 최고 151km/h 이상의 포심을 던지기도 했고요. 다만, 김도현의 포심은 구속에 비해 성적은 좋지 못한데,(포심 피OPS .949) 오늘도 포심의 피안타율이 .500을 기록하며 매우 나빴습니다.

 

아래는, 오늘 김도현이 포심을 던져서 안타를 허용했을 때의 투구 위치입니다.

 

<1회 최정 초구 147km/h>

 

<3회 박지환 초구 147km/h>

 

<3회 신범수 5구 149km/h>

 

이렇게 3개의 안타를 포심을 던지다가 허용했는데, 맞은 위치가 모두 동일하죠. 보통, 파이어볼러의 하이 패스트볼은 안타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은데 김도현의 하이 패스트볼은 너무 쉽게 안타가 됩니다. 회전 수 문제도 있겠지만, 릴리스 포인트 자체가 하이 패스트볼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게다가 주무기가 커브, 슬라이더이기 때문에(체인지업은 군대 다녀와서 많이 무뎌짐) 포심을 던질거면 낮은 존을 공략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위에도 언급했지만, 김도현은 올해 선발로서 시즌을 준비한 선수가 아니었죠. 군대에 제대해서 2군에서 서서히 기량을 끌어 올리다가 다급히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서 생각보다 매우 잘해줬습니다. 맘 같아선 한국시리즈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있기에 그 기간 동안 김도현을 미국 피칭 스쿨에 보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면 왜 150km/h 포심을 상대 타자들이 어렵지 않게 정타로 만들어 내는 지 원인을 진단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KIA가 시즌 중에도 김기훈, 유승철, 김현수, 조대현, 김민재를 미국으로 보내서 진단을 받았고, 조대현, 김현수는 발전이 없었지만(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죠.) 김기훈은 엄청 좋아졌고, 유승철도 최근 2군에서 투구폼을 야마모토처럼 변경하면서 밸런스가 잡히는 듯한 모습이 나왔습니다. 김도현도 못 보낼 거 없죠.

 

한국시리즈에서 김도현은 선발이 아닌 중간계투로 투입이 될 것 같은데, 불펜으로 전력 피칭으로 던지면 평속 150km/h 이상도 가능해 보입니다. 물론, 여전히 커맨드에 있어서 약점이 있는 투수이고 구속에 비해 많이 얻어 맞긴 하나, 경쟁력 있는 구속과 다양한 구질을 가진 선수이니만큼, 미국 유학을 통해 하나라도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타자들은 꾸준히 출루했다.

 

오늘 경기, 득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전 정규시즌에서는 '득점'보다 '출루'를 얼마나 했느냐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고 실망하진 않습니다. 15번이나 출루했는데 득점이 안 나온 건 그냥 운이 안 따랐을 뿐이죠.

 

실제로 오늘 경기 KIA 쪽에 잘 맞은 타구들이 수비 정면으로 간 경우가 많았죠. 특히 아쉬웠던 순간이 6회 서건창의 2루타 이후, 한준수가 굉장히 좋은 타구를 날렸는데 2루수의 점프 캐치에 타구가 잡힌 장면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7회에도 아쉬웠죠. 만루 찬스를 잡은 이후에 서건창이 초구 체인지업을 정말 잘 노려서 정타를 만들었는데 이 타구가 또 하필 중견수 정면으로 가면서 찬스가 무산되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김광현의 집중력이 돋보이기도 했죠. 1회 만루 위기에서는 풀카운트에서 이우성에게 잘 던지지 않는 체인지업을 바깥쪽 낮게 커맨드를 잘 해서 유격수 땅볼로 위기를 넘겼고, 3회 무사 1, 2루 자신에게 강한 김도영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는 2볼 0스트라이크라는 불리한 카운트에서 역시 잘 던지지 않는 체인지업을 바깥쪽 낮게 존에서 살짝 벗어나게 던져서 병살타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KIA 입장에서는 김도영의 이 타구가 병살이 된 게 가장 뼈 아픈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바라보면, 김광현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좋은 공을 던진 겁니다. KIA 타자들은 포심, 슬라이더, 커브 이렇게 3개 구종만 머릿속에 입력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올시즌 구사율이 0.2%에 불과한 체인지업을 가장 위험한 상황에서 정확하게 던지면서 위기를 넘겼으니까요. 상대방이 잘 하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여튼, 비록 1득점도 올리지 못 했지만, 그냥 운이 안 따랐고 상대 투수의 집중력, 상대 수비의 집중력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출루는 SSG보다 더 잘 했어요. 정신 승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과정이 쌓이고 쌓여서 결과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야구는 10번 중 6번만 이기면 우승할 수 있는 스포츠고요. 질 때 지더라도 어떤 과정으로 졌느냐가 다음 경기의 기대 승률을 높이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됐든 정규시즌 우승 확정

 

오늘 운이 잘 따르지 않아 경기는 가져오지 못 했지만, 잠실에서 삼성이 두산에게 패배하여 타력(?)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팬으로써 쫄리는 감정은 가질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8월 31일, 9월 1일 대구 2연전에서 삼성을 스윕한 것으로 1위 순위 경쟁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야구에서 전승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괜히 최형우가 '육절못' 이야기를 한 게 아니죠. 다만, 그때 두산은 2017년의 KIA보다 타선이 더 좋은 팀이었고, 2017년의 KIA는 불펜이 너무 불안하고, 전반기 때 뜨거웠던 방망이가 식으면서 후반기 승률은 5할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죠. 후반기 KIA는 35승 19패를 하면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승수를 올렸고, 승패 마진이 16승으로 전반기 승패 마진(15승)과 큰 차이도 없었습니다. 전 이게 다 시즌을 길게 보고 운영한 이범호 감독의 운용 능력이 빛을 발했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올해 KIA는 처음 구상했던 선발진에서 4명이 이탈했고, 불펜에서도 정해영이 한 달 공백을 가지기도 했습니다.(전 이때, 당연히 조상우 트레이드로 데리고 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은 '원팀'을 강조하면서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을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죠. 실제로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경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위닝 멘탈리티'가 확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KIA 정규시즌 우승이 2009년, 2017년과 다른 점이 또 있다면, '선수층'의 힘으로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크로우와 이의리가 이탈했지만, 황동하와 김도현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공백을 최소화해줬고, 지난 시즌 팀 내 최고 불펜투수였던 최지민과 임기영이 부진에 빠졌지만, 곽도규가 성장하고 정해영이 구위를 회복하면서 역시 불펜을 작년보다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죠. 여기에 타팀에서 트레이드 입질이 어마어마왔을텐데 이준영, 김대유 같은 왼손 원포인트 릴리프도 지켜냈습니다. 이들이 있었기에 지난 시즌 우승팀 LG를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왔다고 생각하고요.

 

서건창 영입도 굉장히 큰 힘이 되었죠. 지난 시즌까지 대타로 뛰어난 활약을 한 고종욱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고종욱과 달리 서건창은 수비가 좋다 할 순 없지만, 1루수와 2루수로 나오면서 고종욱보다는 수비 기여도가 높았고요.

 

그리고 가장 고무적인 것은 최형우, 양현종, 나성범, 김태군, 김선빈 등을 제외하면 선수단이 굉장히 젊다는 데에 있습니다. 물론, 최형우, 양현종, 나성범, 김선빈이 전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매우 크지만. 양현종, 나성범, 김선빈은 3년 정도는 자기 기량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고, 김도영, 한준수라는 코어를 발굴해낸 것은 큰 성과입니다.

 

무엇보다도 투수진의 나이가 정말 젊죠. 부상으로 빠졌지만, 이의리, 윤영철 두 좌완 영건에. 황동하와 김도현이라는 20대 초반 우완 선발 요원. 그리고 리그 최연소 세이브 행진을 경신하고 있는 정해영을 중추로 전성기에 접어 든 전상현과 장현식(올해 FA 유출 주의해야), 여기에 올해 혜성 같이 등장한 곽도규. 그리고 올해 부진하지만 여전히 150km/h의 빠른 공을 존에 때려 박아 넣을 수 있는 최지민까지. 투수진의 부상만 없다면 앞으로 꾸준히 강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시리즈까지 무려 한 달 이상의 기간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 이범호 감독이 할 일은 한 달 이상 주어진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그 시기에 최강의 전력을 끌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로드맵을 세우는 겁니다.

 

그리고 남은 정규시즌 7경기에서는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 곽도규의 등판은 줄이고(특히, 장현식은 무조건 시즌 오프하길) 포수 한준수, 1루수 변우혁, 2루수 서건창(김규성), 3루수 김도영, 유격수 홍종표(박민, 윤도현), 외야수 박정우, 최원준, 이창진으로 라인업을 짰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짜도 풀 전력이랑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선발 로테이션은 그대로 돌려도 될 것 같아요. 라우어가 한국시리즈 호투에 믿음을 주는 투구를 끝까지 해야겠고, 윤영철이 오늘 2군에서 던졌던데, 1군에서 한 차례 등판할 수도 있어 보이네요. 고생했던 불펜투수들 등판만 줄여줬으면 싶고, 남은 경기 김도영은 무조건 1번 타자로만 쓰길 바랍니다.

 

 


선수 단평

 

  • 박찬호 - 비록 안타는 없었지만, 볼넷을 2개 얻어낸 것만으로도 본전은 했다.
  • 김선빈 - 행운까지 따라주면서 3안타.
  • 김도영 - 마지막 타석 타구 까비... 그게 하필 가장 깊은 곳으로 가네?
  • 최형우 - 김도영 거르고 최형우... 하지만 피 끓지 않고 침착하게 볼넷 고르기
  • 소크라테스 - 에레디아 활약과 너무 대조됐음.
  • 이우성 - 두 번째 타석 좋은 안타는 쳤지만, 첫 타석 만루 찬스 살리지 못한 게 아쉽네
  • 변우혁 - 첫 번째 타석 잘 맞았는데 아쉽게 되었네...
  • 서건창 - 요즘 치는 걸 보면, 200안타 치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 한준수 -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는데 결과가 안 나옴.
  • 이창진 - 잠잠했던 하루.
  • 최원준 - 한국시리즈 때까지 스윙할 때 손목 덮는 거 어떻게든 교정할 것
  • 김대유, 임기영 - 위기 없이 잘 막음.
  • 김기훈 - 실점은 없었지만, 2개의 볼넷은 옛날 못할 때로 돌아간 것 같네
  • 장현식 - 어제 오늘 억까가 너무 심한 거 아니오?
  • 정해영 - 9일 만에 등판해서 가볍게 삼진 하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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